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법정, 방통의 군략싸움.
유비의 부대를 끝까지 몰아붙여 저들을 전장에서 이탈시켰다. 물론 완전히 와해하여 무너트린 것이 아니어서 도망치는 것을 추격하는 단맛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서전에서 승리함으로 병사들의 사기는 충만했다.
유비는 이렇다 할 전과를 아무것도 올리지 못한 채 우리와 싸운 전장에서 십리나 물러나 진을 쳤다.
그곳은 지세가 험악한 곳으로, 전투가 벌어진다면 필시 커다란 피해가 있을 곳이었다.
이에 승기를 탄 지금. 강하게 몰아붙여 완전히 끝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유비, 그는 만만한 자가 아니다. 그리고 지형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승기는 아군에게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작은 승기는 다량의 피로.
수많은 전쟁사를 보아도 작은 승리를 믿고 도발했다가 크게 낭패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것을 잘 아는 법정과 장임은 고개를 저으며 다음 기회를 노렸다.
법정은 부대를 돌려 방어하기 쉬운 협로에 군진을 쳤다.
앞에는 평평한 평지가 있어 싸우기 유리하고 뒤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라 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적의 흉계 없이 싸우다가 불리하다고 싶으면 협로를 통해 절벽 안쪽으로 숨어들면 되는 것이다.
또한, 이곳만 막아서며 저들도 성도로 향한 길을 잃고 진군을 멈춰야 했다.
그렇게 싸움은 계속되었다.
서로가 유리한 고지에서 진을 펼쳐 가끔 회랑에서 소규모 접전만 벌였다.
시간이 흘렀다.
익주의 주인을 가리는 전쟁은 점점 소모전 형태로 치닫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
장임의 막사 안.
그날은 예전과 다르게 법정의 표정이 들떠 있었다.
“총사령, 유비의 진형에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손에 쥔 서신을 장임에게 넘기던 법정은 그리 말했다. 그리고 막사 안에 가득한 장수들을 한차례 바라보곤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얻은 세작의 첩보에 따르면, 유비의 부대가 새롭게 통합 재편되었습니다. 이는, 얼마 안 있어 저들이 다른 방향으로 공세를 펼칠 기세입니다. 아마도 기습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말에 장임의 표정이 아리송했다. 법정의 말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유비의 행동이 바보 같다고 여기는 순간이었다.
“기습?! 기습이라···.”
“기습이 분명합니다.”
“법정 참모, 그대가 하는 말이 뭔지는 알겠어. 하지만 방어가 탄탄한 이곳을 치기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총사령. 적이 노리는 게 우리뿐이겠습니까? 저들의 최종 목적을 생각해보십지요.”
법정의 말에 아차 싶었다. 그리고 다급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역시 성도인가? 저들이 노리는 건 성도였어. 어서 부대를 되돌려 성도를 지켜야 할 테야.”
장임은 이곳만 막으면 유비의 진군을 얼마든지 차단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협곡을 빼놓고도 숨겨진 소로(小路)길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여겼다.
거친 산을 넘고 멀리 돌다가 보면 길은 있을 거라고 말이다.
“숨은 길을 잘도 찾아냈어. 이곳만 지키면 된다는 계획에 차지도 생기고.”
장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러나 법정은 굳어버린 석상처럼 웃고만 있다. 그것에 되묻자 법정이 말했다.
“총사령, 제가 건네드린 건 소문입니다. 아직 완전한 조각으로 묶인 정보가 아닌 그저 첩보이지요. 이는 우리가 저들보다 빠를 수 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어떻게 하자는 말이지??”
“은밀히 준비했다면 아군도 함정을 파고 기습해야겠지요. 유비 놈이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봐야겠습니다.”
“함정을 파고 기다린다고.”
“유비에게 패착을 내줄 좋은 기회입니다. 이참에 놈의 숨통을 끊어도 좋겠습니다.”
“죽인다라···. 그럼 성도로 우회할 자들이 누구라고 여기는가?”
마른침을 삼킨 장임의 질문에 법정이 두 눈을 빛냈다.
“분명 방통 녀석이 움직일 겁니다.”
“방통이.”
“네, 방통입니다. 놈은 이곳 익주에 와서 이렇다 할 전공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방통은 참모들의 중심인데, 본진을 버리고 움직임이 있을까??”
“하하하, 중심이라고요. 놈은 허명뿐인 명사. 단지 그뿐입니다. 말만 그럴듯한 명사일 뿐. 전쟁에서 빛을 보인 적은 없습니다. 말뿐인 그저 백면서생일 뿐입니다.”
“자네의 말에도 일리는 있어. 형주의 명사치고 이렇다 할 전공도 보이지 못했고, 군병의 지휘도 여물지 별로였어.”
“맞습니다. 어쩌면 방통 그자는. 예전 저처럼 한참 여물지 못한 백면서생일 경우가 큽니다. 경험이 부족한 게지요.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 입만 산 서생일 뿐입니다.”
“소싯적 자네처럼 말인지?”
“총사령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그 심정. 방통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합니다. 놈이 조급해할수록 아군이 이길 경우가 커집니다.”
“그렇지. 제갈량에 비해 이룬 것이 없어.”
“하하하. 그렇지요. 아마 방통의 머릿속에 수만 가지 군략이 꿈틀거릴 겁니다. 하지만 실행은 사람이 하는 것. 장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생각은 생각에 그칠 뿐. 허접한 망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지. 전쟁터의 경험은 생각보다 앞서야 하지.”
“방통은 유비에게 부군사일 뿐이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제갈량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놈이 무리한 계획을 세운다면 그를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겁니다.”
법정은 방통의 최후를 예언했다. 그것에 장임이 웃는다. 다급하고 심각했던 상황이 점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다른 말로 법정과 불편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하하하! 좋아. 이참에 유비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해주지. 방통에게 가는 매복은 내가 하겠다.”
기분이 좋아진 장임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호쾌하게 웃었다. 커다란 웃음에 막사 안 분위기는 훈훈했다.
그것과 함께 이어진 설명.
“5만 병력은 두 개로 재편합니다. 혹시, 적이 강하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마주 싸우지 마시고, 좁은 협로를 이용해 방어에만 치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잡아두면 총사령께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날, 그날에 방통의 머리가 들려있을 것 같습니다.”
그날의 회의는 조용히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회랑.
넓은 회랑을 중심으로 두 개의 군진은 서로를 노려보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법정이 예상한 대로 강하게 나오리라고 예상했던 유비의 부대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어쩜 모종의 계획을 숨긴 것처럼 저들의 숫자가 많이 부족했다.
아군인 3만 부대에 맞서 2만도 되지 않는 작은 병력으로 강하게 몰아붙인다. 아군이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못하게 공격한 2만 병력이지만, 강한 수를 숨긴 것처럼 사력을 다해 붙잡는다. 그리고 그걸 본 장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사자 장군, 역시입니다. 유비의 부대가 작습니다. 아무래도 성도로 우회하는 병력이 3만 이상인 대병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감녕, 자네도 그리 보는가. 나 또한 그리 생각한다. 하지만, 저들의 깃발과 장수들을 보게. 주장인 유비와 장비, 황충, 등 주력이 모두 이곳에 있어. 우리가 눈 돌릴 여유가 없다고.”
“저도 보았지요. 아마도 우회하는 적장은 방통, 엄안이 전부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 둘이 병력을 이끈다면, 장임 총사령과 법정 참모가 질 이유는 없겠어. 아무리 못 잡아줘도 팽팽한 접전으로 이길 것 같아.”
“맞습니다. 또 한 번 이길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러니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세.”
태사자의 말과 동시에 감녕은 넓은 회랑의 눈을 두었다.
지금도 진을 이룬 두 부대 앞으로 장비가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대결하자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그것에 맞서 태사자는 가볍게 깃발을 흔들어 수많은 화살비를 장비의 얼굴에다가 쏟아지게 하였다.
그러자 얼굴을 붉힌 장비가 도망치고는 했다.
“병신!”
“그러게 말입니다.”
태사자와 감녕, 두 장수는 웃었다. 아직도 만부부당이네, 만인적이네 하며 개인의 만용으로 싸우는 장비를 보며 쓰게 웃었다.
감녕은 장비가 꼬리를 말자 그가 이끈 보병을 전진시켜 황충의 궁병대를 노렸다.
“출진한다. 적 예봉을 끊는다!”
*
법정은 좁은 산길에 매복을 놓았다.
하지만 장임은 방통이이 올 길이 아니라며 굳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매복지를 두었다.
그곳은 나무하나, 잡풀 하나 없는 돌로만 만들어진 민둥산이었다.
장임이 진을 다른 곳에 두자 법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했다.
매번 법정의 안건에 이견을 두지 않던 장임인데… 어째선지 이번에는 돌로 만든 민둥산을 바라보며 이곳이 방통을 죽일 곳이라 말했다.
돌산의 이름은 낙봉파落鳳坡라고 불린 민둥산이라서 그런가?
어이없고 이상한 노릇이지만 운명의 끈이 당기는 것처럼 장임은 확신하고 있었다.
법정은 어쩔 수 없이 그 의견에 수긍했다. 하지만 병법의 기본은 지켜야 했기에 부대를 둘로 나눠 매복을 놓았다.
장임은 나무하나 없는 메마른 민둥산을.
법정은 수풀이 우거진 산의 초입을 매복지로 잡았다.
장임이 매복지로 잡은 곳은 생명이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지(死地). 지형적 난점으로 매복해 있을 병사에게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감각이라는 건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기에 장임의 이야기에 수긍하며 모른 척 넘어갔다.
“낙봉파라. 방통의 별호가 봉추이니, 그곳에서 죽는다면 참으로 역사에 남을 이야기가 되겠어.”
법정은 혼잣말했다. 법정의 말에 매복해선 병사들이 쳐다보았지만, 법정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금 산 밑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먼 길까지 척후로 나섰던 병사가 돌아왔다.
병사의 이야기로는 두 갈래 길 중 고민하던 적장이 양쪽의 방향으로 패를 나눠 출발했다고 한다. 한쪽은 법정이 예상한 곳. 수풀이 우거진 산의 초입이고 다른 한쪽은 민둥산.
바로 장임이 매복한 낙봉파로 그곳을 향해 방통이 말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결과로군. 하필 그곳으로 방통이 가다니.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는 건 엄안인가?”
병사의 이야기를 듣던 법정은 참으로 놀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난 것이 있어 병사에게 물었다.
“적병의 숫자가 얼마나 되지? 3만 이상의 대병일 테지.”
법정은 군략을 짤 때 예상한 생각과 얼마 전 태사자가 보내온 서찰에서 유비의 병력은 2만 이하인 걸 알았다.
그러니 눈앞에 병사.
척후를 다녀온 병사는 전혀 다른 말을 하였다.
“그것이…..”
확신으로 물든 법정의 질문에 병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자기가 본 게 맞는지? 두 눈을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절대 대병이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본 것이 맞더냐?”
법정은 윽박지르듯 물었다. 그것에 병사는 본 것을 세세히 말했다.
“제가 헤아린 숫자만 5천입니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5천 이상은 넘지 않았습니다.”
“5천? 그럼, 나머지 2만은?! 그들은 어디로 향했단 말이지?”
법정은 버럭 소리쳤다. 절대 믿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흔들고 생각했다.
어디로? 나머지 병력은 어디로 갔지.
방통이 죽을 걸 알고 이곳으로 들어왔으리는 없는데…
생각해야 해. 방통의 머릿속을 들여다가 봐야 해.
그래야 이긴다. 방통, 엄안도 잡고, 다음 수를 꿰뚫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