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전해진 소식.
*
한중.
검게 그을린 한중의 성벽.
그곳에 벌 떼처럼 들러붙는 제갈량의 병사가 아우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이 들러붙는 것에는 대가가 분명히 따랐다.
5천의 작은 한중 병사.
그들은 제갈량의 예상과 다르게 정예했다. 아니 그들을 지휘하는 무장의 군략이 대단했다.
처음 한중을 함락하기에는 5만이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틀린 판단에 틀린 군략이다. 제갈량은 한중의 성벽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구겨진 얼굴을 했다.
어떻게 저런 장수가?! 학소란 자는 누구란 말이냐가 지금의 얼굴. 그럼에도 제갈량의 공성전은 남달랐다. 창의적이라고 할까.
하지만 공선전에 사용된 병기는 뛰어났으나 어설펐고, 야심 차게 내놓은 기책은 연속해서 막혀 답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병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토굴土窟
한중을 가로지르는 물길을 막아 사용한 수공水攻
마지막에 병사들의 노동력과 상용에서 끌고 온 백성을 윽박지르며 만들어낸 토산의 계책도, 학소의 수성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해낸 학소가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제갈량! 네가 그러고도 유비군 군사더냐?! 우리 스승님 발끝에도 못 미치지.”
그 말에 제갈량은 구겨진 표정으로 구병을 물렸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외롭게 버티던 한중에 지원병이 도착했다. 그들은 천수에서 내려온 지원병으로 무장 한덕과 3천 군졸을 보내왔다.
손건은 그들을 보자 기쁨에 맞이했다.
“어서오시오. 한덕(韓德)장군.”
그리고 이어진 군략 회의.
한덕은 회의가 진행 중인 성루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임시 태수직을 수행한 진도와 성 방어에 지휘를 맡은 학소가 있었다.
한덕은 그 두 사람을 바라보곤 허리를 숙였다.
“장기張旣 태수의 명령으로 지원병을 이끈 한덕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세요, 한덕 장군. 지원 와주어서 고맙소이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천수의 병력이 2만 이상일 텐데. 어째서 3천만 보내온 것이요?”
“그것은……”
진도의 서운한 음성에 한덕이 말을 아꼈다. 그도 천수의 사정을 알기에 쉽게 답하지 못한 것이다.
“송구합니다. 저희도 사정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맹달이 적에게 돌아가시고, 천수에서 연일 토론이 많았습니다.”
“……”
“지금 천수는 두 개의 파벌로 나뉘었습니다. 그중 장기 태수를 따르는 저희만 병력을 보냈지 다른 일파는 반대로..”
“반대라니? 누가 있어 반대했단 말인가?! 한중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천수인 걸 모른단 말인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수의 호족이자, 중신인 왕이가 이번 출정을 극렬히 반대했습니다.
거기다 제가 천수를 떠날 당시에 천수로 올라오신 등현鄧賢 장군의 면담 후에 반대가 더 심습니다.”
“등현, 그놈이 천수로 갔다고? 제갈량과 전투 중 사라졌다고 싶었는데, 놈은 천수로 갔어. 그래, 놈이 뭐라고 하더냐?!”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한중에서 발표한 내용 그대로였습니다.”
“그렇지. 놈도 염치가 있으면 그래야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그런 게 있네. 아무튼 천수가 반으로 갈라졌단 말이지?”
“워낙에 호족들의 입김이 샌 곳이 아닙니까. 그리고 천수가 원활히 돌아가는 것에는 왕이의 입김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조앙, 위강, 양서, 마준, 등 천수의 병력을 가진 자 대부분이 그녀를 따른다고 보시면 맞을 겁니다.”
“요망한 것이군, 화급을 요하는 지금에 다른 생각으로 움직이다니.”
진도는 주먹을 움켜쥐고 탁자를 내려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 위 지도가 흔들렸다.
하지만 진도의 분노보다 멀리서 들린 나팔소리가 회의장 사람들의 표정을 굳게 했다.
진군 나팔.
제갈량이 또다시 군대를 움직이는 모습이다.
갖가지 기물로 화려하게 장식한 공성 무기.
성벽 앞을 가득 채운 병사가 천천히 진군하며 사정거리 밖에서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며 긴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병사 간 대열이 갈라지며 말 탄 장수가 화려한 갑주를 차려입고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나와라!”
“나와서 싸워 이긴다면 너희가 원하는 계집년을 돌려주마.”
위연이었다. 그가 장수 대결을 원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한중 태수이자 마초의 여동생인 마운록이 낭패한 표정으로 붙잡혀 있었다.
그걸 본 한중의 장수들은 분노했다.
-태수님!!
-구해야 합니다. 당장 태수님을 구해야 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위연을 붙잡고 태수님과 교환하겠습니다.
웅성웅성. 분노에 찬 목소리들.
진도는 움켜진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쾅!
위태하게 흔들리던 탁자가 부서졌다. 그만큼 진도의 분노는 컸다. 하지만 위연의 도발을 눈치챈 학소가 나서자, 진도의 진정했다. 순간 분노는 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구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아군이 한중을 지키고 버티고 있어야 태수님을 물론 유비군과 협상이라도 해볼 수가 있습니다.”
“학소 공.”
“유비는 모험하고 있는 겁니다. 형주의 모든 군병을 쏟아부은 유비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지금처럼 아군이 버티고 전선이 고착시키면 자연히 태수님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아주 작은 시간입니다. 우선 한중을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제갈량의 역량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위연이 저렇게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걸 보면 말이지요.”
학소의 말에 흥분했던 한중 장군들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오늘 처음 합류한 한덕은 달랐다. 그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학소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량 사람은 숨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연이 뭐라고 했습니까?! 자기를 이기면 마운록 태수를 돌려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려 성문 밖으로 나섰다. 손건이 말렸지만, 고집을 부리고 출정을 고집했다.
“허어, 한덕, 저자는….”
진도가 혀를 차자 학소가 대답했다.
“차라리 없는 게 낫습니다. 그가 빠지고 그의 병력들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
양측 병력이 내려다보는 곳에서 대결이 벌어졌다.
그것도 다섯 사람과 하나의 대결.
위연이 대결을 청하자 한덕을 포함 다섯 아들이 차례차례 그것에 응전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둘 떨어지자, 종국에 한덕도 위연을 포위하고 싸웠다. 그러나 갈수록 어려워지는 건, 위연이 아니라 한덕.
수 차례 대결을 벌이기를 반나절.
한덕의 아들과 그 자신은 차디찬 흙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것에 승기를 잡은 제갈량은 총공세를 펼쳤다.
커다란 물줄기처럼 거센 공격. 한중에서 수성을 벌인 아군은 휘청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제갈량에 맞선 수많은 인파.
이들은 태평도 신자이자 오두미교, 그들은 창하나 달랑 붙잡고 성벽에서 버텼다.
그 숫자만 어마어마해서 제갈량이 넘어서기에는 문제가 컸다. 이들은 마대의 명령 없이도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제갈량에게 먹히려던 한중을 지켜냈다. 이는 마대와 학소의 관계를 인정한 태평도 신자들의 움직임이었다.
***
몇 달 전의 진류.
진류의 넓은 들판.
곡식이 무르익어야 할 넓은 들판에 타다 남은 검은 재와 사람들의 핏물로 농토는 검붉게 오염되었다.
나는 지평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가득한 농민병의 행렬과, 그들이 지르는 아우성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보게, 성공영. 허창에서 다른 연락은 없던가?”
“별다른 지시는 없었습니다. 그저, 지키란 말이 전부였습니다.”
성공영의 말이 끝나자 이마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찌해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다.
전풍이 상황을 주도할 때는 길이 막혀도 방향은 정확했는데,
전풍이 과로로 쓰러진 후에는 상황이 조금 답답하게 변했다.
조조와 고착화된 전선.
허창을 중심으로 싸우는 전선과 황하를 경계로 미친 듯 싸운다.
그럼에도 전풍이 열병으로 쓰러지기 전에는 길이 보였는데, 그가 남만에서 얻은 병으로 쓰러지자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형님의 부탁으로 서서를 허창으로 보내고 큰 전쟁을 대비했지만, 서서 하나와 조조의 순욱, 만총, 유엽, 사마랑의 처형 후 조조의 가신이 된 사마의의 군략에 어려움이 많았다.
물론 마량, 최염이 있어, 서서를 보좌하지만, 전풍처럼, 마초 형님을 휘어잡지도 못하고 전투만 고집한 형님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이 고립에서 언제 헤어 나올지 답이 없었다.
그리고 황제의 죽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황제가 사라진 후의 세상은 우리에게 적대적이었다.
동맹이라고 믿었던 유비의 미적거림.
강동의 손권은 아무런 답신이 없다.
지금까지 조조를 막고는 있지만, 유비가 상대하던 완의 조인이 북상해서 허창을 두들기고, 어제는 수춘의 장료까지 들이쳐 혼탁한 전장이 되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말뿐인 위선자 녀석들.
동맹이라고 믿었던 유비, 손권의 미적거림.
나는 굳은 인상을 찌푸리며 눈앞의 성공영을 바라보았다.
“원수를 죽이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 이상의 성과는 없어. 아무래도 지금의 진흙탕에서 벗어나야겠는데.”
내 말에 성공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천생 상인인 그가 생각해도 이윤이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안 될 때는 벗어난다.
가장 수익률이 좋은 시점으로 돌아가 상황을 살핀다.
“같은 생각입니다. 조조와 경계선 이룬 뒤 야합을 벌인 손권, 유비와 협상에 들어가야 합니다. 놈들이 더러운 짓거리를 벌였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압니다.”
“그렇겠지. 개와 원숭이가 힘을 합해봤자 얼마나 가겠어.”
“맞습니다. 조조, 손권, 유비는 반드시 싸울 수밖에 없는 자들입니다. 그러니 우리 군은 진류와 허창을 버리고 낙양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낙양 앞 함곡과, 호뢰관에 의지해 성문을 걸어 잠가야 합니다.”
“역시, 생각이 같아.”
“소신은 상인입니다. 밑지고 장사는 그만이지요.”
“그래도 아쉽단 말이야.”
“아쉬운 건 마초 장군이 더할 겁니다.”
“맞는 말이야. 형님의 미련이 클 테야.”
“설득하셔야지요. 멍청하게 싸울 게 아니라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나보고 설득하란 말이지.”
“소가주님이 아니면 누가 설득하겠습니까?”
다음 일이 정해졌다. 전력을 보존한 채 한발 물러서야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 계획을 꾸리는데 한중에서 급보가 전해졌다.
“태수님. 한중의 학소 장군에게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한중에서 내게 온 전령. 그는 나도 잘 아는 풍류대.
그가 한중의 사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학소가 어쩌고 있는지, 한중이 어떻게 되었는지, 마운록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적이 누구인지.
어금니를 빠뜨득 갈았다. 배신자 녀석들을 욕했다.
절대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적은 조조 하나만이 아니다.
유비하고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하필 지금 시점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유비가 배신하다니. 익주 하나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가. 굳이 한중까지 올라서야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