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마대와 조운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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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을 향한 진군은 순조로웠다.
군마와 식량도 넉넉하니 제갈량의 침공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전쟁을 치르려 가는 길이 아닌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런 순조롭던 발걸음은 양평관이 멀찍이 보이는 곳에서 멈춰야 했다.
-주군, 유비 군의 깃발이 양평관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앞서 척후로 보낸 병사의 보고로 양평관 안에 적이 있음을 알았다. 이에 부대를 이끌던 장수를 불러 모아 작전을 구상했다. 성의, 정은, 장횡, 그리고 마대. 이렇게 단 3명뿐인 부하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다.
“가주님, 양평관에 진을 친 자가 조운이라고 합니다.”
“조운이라면 제갈량이 총애하는 자가 아닙니까?”
“이거 쉽게 양평관을 넘기가 어렵겠습니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기책으로 조인을 유인해야지요.”
저마다 내뱉는 조언과 군략. 이들도 오랜 세월 전쟁터를 구르다가 보니 그럴듯한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나는 성의, 정은, 장횡을 대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끄덕였다.
“유인이라… 어떻게 해야 조운이 성문을 열고 나올 것 같나?”
그 말에 장횡이 가슴을 탕탕 두들기며 대답했다.
“제가 도발하지요. 그놈도 사내라면 장수 대결을 피하진 않을 겁니다.”
“자네가 나가면 이길 수는 있고? 내가 듣기로 조운은 단 일기一騎로 조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고 하던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길 수 있습니다. 가주님도 제가 맹장들을 상대했던 걸 기억하지 않습니까?!”
“누굴 말인가?”
“제가 관우의 수염도 잡아 뜯고, 우금의 목도 마지막에 쳤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조운을 잡는 것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허어, 이 사람아. 그때는 화웅과 합공으로 이긴 거고. 지금은 아니야. 또한, 자네 혼자서 조운을 상대한다고? 그게 말이 되나?!”
“어차피 똑같습니다. 그동안 실력을 많이 쌓았습니다.”
“하하하. 용기는 가상해. 겁에 질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하지만 상대를 봐가면서 싸우는 것도 중요해.”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장횡을 꾸중하지는 않았다. 겁이 나서 도망치는 것보다는 백배는 나았다. 그런다고 무모한 대결에 장횡을 내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더는 죽어서는 안 돼.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부하들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럼에도 유인계는 필요했다.
다시금 회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행동.
양평관이 멀찍이 보이는 곳에서 며칠이란 시간을 보내고 2만 병력 중 1만을 성의에게 따로 떼어 함정을 파도록 명령하고 나머지 병력을 가지고 양평관으로 향했다.
1만 병력을 양평관 평지 앞에 벌려놓고 기치창검을 높게 세워 대군이 온 것처럼 시위했다.
누가 본다면,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취한 가벼운 지략으로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웃음은 적을 속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속여야지.
신중한 조운이라도 속여넘겨야 한다.
어쩌면 양평관에 흩어놓은 병력과 그 안의 3천 풍류대를 믿기에 내보인 기만책이었다.
“조운은 들어라! 네놈들은 신의를 배신하고 더러운 짓거리를 잘도 했더구나.
그럼에도 용서해줄 생각은 있다. 어서 양평관 문을 열고 항복한다면 예전 관계를 생각해 돌아갈 길을 열어주마.
어서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한중의 40만 신자와(태평도) 함께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홀로 성문 앞에 서서 조운이 나서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병사들의 비웃음. 놈들은 높은 성벽에서 배를 잡고 웃을 뿐이다.
나 혼자 지껄이는 욕설이 우습겠지. 거기다가 지휘는 엉망이고, 병사들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꼴사납기가 그지없었다.
조운의 군병으로 들이치면 무너질 태만함.
바로 그것을 보여주며 조운이 나서기를 기다렸다.
걸려라.
나를 잡으려고 덤벼들어라.
너희 병력이 1만을 넘지 않는 걸 안다.
공격하는 조운을 붙잡고 한중으로 넘어가야 한다.
두 손을 모아 기다렸다. 조운이 제발 나오기를.
나를 하찮게 여기고 싸움을 걸어주기를.
그 시간이 찰나와 같이 지나고
성벽에서 비웃던 병졸이 사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성문이 열렸다.
8천에 이르는 조운의 병력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마대의 병력이 허접한 걸 알아본 까닭이고, 한 번의 공격으로 태평도의 교주를(마대) 붙잡아 들이려는 조운의 의지가 담긴 출전이었다.
그렇지.
나올 줄 알았다. 네가 나왔다는 건 학소가 버티고 있다는 반증. 제갈량을 상대로 학소가 선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조운이 출전했다.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육중한 성문을 건너온 조운의 군대는 질서정연했다.
한눈에 봐도 정예병. 마른침을 삼키고 긴장을 끈을 놓치지 않았다.
조운 이놈, 나를 쉽게 봤어. 작은 도발에 바로 나오다니. 그것이 실수가 될 것이다.
적병이 전열을 갖추자 소리쳤다.
“전군, 집결! 서량병의 위력을 보여준다.”
부랴부랴 움직였다. 거대한 양평관을 중심으로 양측 병력이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조운의 군대는 흔들림이 없다. 분명 아군이 뭉치기 시작하는 시점에 달려들 줄 알았는데, 묵묵히 기다리며 표정을 달리한다. 놈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움켜쥔 묵창에 땀이 번졌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병력이 뭉치는 모습을 보았다.
전열을 단단히 갖추고 돌격을 위한 군진을 완성.
하지만 조운의 군진에서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조용히 기다려만 주었다. 마치, 훈련을 위한 대항군처럼 묵묵히. 기다려만 주는 조운의 군대는 고요하기만 하다.
젠장, 들이쳐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래야 유인계가 시작되는 것인데…
군략이 시작되지 않았다. 후방에 숨겨둔 성의와 1만 기병을 떠올렸다.
그순간, 조운의 군진에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단단한 군진.
마치 잔잔한 바다와 같은 평온한 군진이 파도가 물결치며 두 개로 갈라진다. 그리고 누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놈은 조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상대가 뿜어내는 기세에서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알았다.
놈이 당당하게 걸어 나오자
아군의 병사는 미미하게 떨며 그자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웠다.
얄미운 녀석. 흠잡을 곳이 없어.
당당한 놈의 모습에 입꼬리를 비틀었다. 녀석이 나왔으니 나도 나가야겠지.
당당히, 코끼리 고삐를 내리쳐 앞으로 나섰다.
이제는 기세 싸움이다.
여기서 밀리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할 것이다.
거대한 전장의 한가운데.
나를 호종하는 1만의 병사와 눈앞에 진을 벌리고 서 있는 8천의 적병. 이제 그들은 나와 조운만을 바라본 구경꾼에 불과했다.
이걸 노렸나, 조운.
나와 붙어보려고.
나는 조운을 마주보았다.
이제 누가 죽든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
나는 커다란 코끼리 위에서 조운을 내려다가 보았다. 조운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역시 듣던 대로군. 전장군 마대. 그대는 참 기이한 자야.”
“칭찬인가? 나는 그대를 모르는데?? 그대는 누구인가?”
모르는척했다. 조운을 골려주고 싶었다. 네놈 이름은 무엇이냐? 네놈 명성은 어디에 있지?? 전혀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혼쭐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담담히 웃는다.
넘어가지를 않는다. 저 담담한 웃음. 조운 같은 자가 내 휘하에 있어야 했는데.
아까웠다.
그동안 모은 부하들이 떠올랐다. 그중 조운과 비슷한 느낌은 한 사람.
태사자.
그가 있었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전장을 압박하고 있겠지.
나는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흔들고 다시금 말했다.
“내 이름은 마대. 서량을 넘어 중원에도 내 이름이 퍼져있겠지. 그런 나를 알아보다니 그대의 눈도 썩지는 않았어.”
내 말에 조운이 웃는다. 비웃음이 아니라 정말 그런 것처럼 고개까지 끄덕여주었다.
안다고. 그렇게 들었다고,
마대의 명성이 상당하다고,
그리고 그 명성을 꺾고 싶다고,
조운은 포권을 정중히 취하며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처음 뵈겠습니다. 상산 조자룡이라고 합니다. 유황숙의 선봉장으로 양평관을 지키고 있지요. 그리고 제가 이리 나온 이유는 마대 장군의 명성을 흠모하여 이리 나왔습니다.”
“하하하. 흠모했다니 민망하군요. 그리고 우리가 담소나 나눌 사이가 아닐 진데. 그대는 태평하게 말하고 있어요.”
“태평하다니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창을 뽑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기다린 이유는 마운록 때문이지요.”
“마운록?!”
“마운록의 오라버니가 아닙니까? 그녀가 저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관계를 인정받고 싶어서 이렇게 묻는 겁니다.”
어이없는 말이다.
마운록이 포로가 되었단 말은 들었는데, 그녀가 조운에게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마운록의 소식을 듣자 표정이 구겨졌다. 이딴 식으로 듣고 싶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놈이 뭐라고 말하는 것인가?
뭘? 인정받아?
내가 일가친척이라고 허락을 구해??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잡아갈 땐 언제고, 돌려준다는 것도 아니라, 뭘 어쩌고 저째?!”
“흥분하실 게 아니지요.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벌어진 일?! 네놈이 내가 아닌 마초에게도 같은 말을 지껄일 수 있겠는가?!”
“못할 게 어디에 있겠소. 그리고 뭔가 오해가 있는가 본데, 내가 참아주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얼마 안 남은 마씨 중 하나인데, 지금 만났으니 허락이라도 구하는 겁니다.”
“내가 죽기 전에 말이지?!”
“제가 한 말은 마초가 온다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흥! 말, 다했겠다.”
눈앞의 조운은 뻔뻔했다. 아니 고집스러웠다. 그만큼 자기 능력을 믿는 듯싶었다. 이래서는 답이 없었다. 이자의 거만함과 당당함을 열쇠로 전장의 변수를 꿰어야 하는데…
좋아. 해보자. 조운의 마음을 흔들고 기회를 보자.
“허락을 구한다니 조건을 내주지.”
“좋소이다. 얼마든지 조건을 내거시오.”
“하나, 마운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물론이지요.”
“둘, 마씨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도, 후처가 아닌 조강지처가 돼야 할 테야.”
“….그, 그건.”
조운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머뭇거렸다. 내가 알기로 조운에게 처자가 있었다.
영릉 태수 조범의 형수, 번씨.
번씨가 낳은 아들인 조통, 조관 형제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어 쉽게 그녀를 버리고 마운록을 선택할 수 없음을 알았다.
“왜?! 답이 없어. 단, 두 개의 약조도 응답하지 못하는 것이냐? 그러고도 내 동생을 데려가려고. 차라리 돌려주어라.”
“그건!”
“닥쳐! 제 여자 하나 보듬지 못하면서 어딜?! 너 같은 무뢰배에게 마운록을 맡길 수 없지.”
“말이 심하지요.”
“대답도 못 하면서 무슨. 아무튼, 좋다. 약조가 어렵다면 제안을 하지.”
“제안을?”
“대결을 청하마. 지금의 대결에서 이기면 내 동생은 물론 양평관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에 반해, 내가 패하며 우리 마씨 가문의 이름으로 마운록과 혼약을 인정하마. 거기에 더해 양평관을 물론 한중으로 진군도 포기할 것이다.”
“정말이요?”
“그럼 정말이지. 한 번의 대결이면 충분하다. 어떠하냐? 따라올 텐가?!”
크게 소리쳤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대결을 제안했다. 그 말에 조운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허, 나를 졸장부로 만드는구려. 하지만 지금 하신 말씀이 정말 바보 같았음을 아셔야 합니다.”
“바보 같다고.”
“물론이지요. 혹여, 지금이라도 제안을 거두신다면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이다.”
그 말에 더 크게 웃으며 도발했다. 놈이 배짱을 부렸으니 더는 물러서지 못하게 붙잡아야지.
걸려들어라, 조운.
협의를 말하다가 함정에 빠져라.
나는 과장스럽게 웃었다. 배를 붙잡고 깔깔깔. 정말 큰 목소리로 깔깔깔.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내가 죽을까 봐, 걱정인가? 자네에게 져서 내 목이 떨어질까 봐?!
맹장인 자네가 보기에 나는 하찮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말이네. 싸워야 할 땐 싸워야 하네. 여동생을 빼앗긴 오라버니가 물러설 자리가 아니지.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대결을 수락하게. 나는 자네를 이기고 마운록도 되찾고 한중으로 가야 하니 말이야.”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조운을 바라본 표정에 한 치도 물러섬이 없었다.
절대, 지지 않아.
지금껏 배운 걸 모두 드러내서 싸운다.
그러니 너는 허락해야 한다.
대결을 허락하고, 덤벼라.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조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뱉은 말이.
“흥, 대결을 벌이면 이길 수나 있고.”
“물론이지.”
“내가 널 죽인다면 마운록의 원망을 사겠지.”
“싸우지도 않고 누가 누구를 이긴다고 그러나.”
“흥, 과도한 자신감이군. 아무튼, 죽이지는 않으마. 마대를 사로잡아 네가 실수했음을 보일 것이다.”
“하하하. 나를 잡는다고. 죽이기도 힘들텐데 사로 잡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너 하나가 아니라 네놈 부장들이 덤벼들어도 모두 잡을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부장들까지. 아주 멍청한 소리군.”
“덤벼보라. 너, 그리고 좌우의 두 놈들도 함께 덤벼.”
“좋다. 벌주를 마신다니 얼마든지 응해주지.”
그 말과 동시에 정은, 장횡을 돌아보았다. 기회가 커졌다.
3 대 1의 승부이니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
조운은 입술이 실룩거렸고, 나는 지그시 웃었다.
조운이 손가락을 까닭거리자 정은, 장횡이 뛰쳐나가고 이어서 나도 달려나갔다.
조운 대 마대, 정은, 장횡의 대결.
지금 대결에 걸린 게 너무 많았다.
자존심 대결.
명예를 걸고, 가족을 걸고, 한중을 걸었다.
이겨야 한다.
반드시 이겨서 되찾아야 할 게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