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장비와 싸운 이후에
-호오, 저것이 무엇인가?!
-대단하다. 대단합니다.
-놀랍습니다. 예전에 장각이 보였던 요술과 비슷합니다.
유비의 진영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구경하듯 몰려있던 유장의 부하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중 유난히 그 모습을 주시하던 황권이 염려하듯 두 눈을 굴리다가 장비에게 소리쳤다.
“장비 장군! 저자는, 남만 반란군 목록대왕의 스승이라는 자입니다. 분명 요술을 이용한 기습을 노릴 테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장비가 웃는다. 그리고 대답했다.
“하하하하. 등갑병을 보호했다던 사슴 부족 말이지.”
“그렇습니다. 저들의 족장이 목록이었지요.”
“나도 들었어. 놈이 비바람을 불러 화공을 잠재웠다지. 등갑병을 태우려던 화공을 말이야.”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마른 하늘이었는데…어떻게 비가 내렸는지?”
“그거야 개떡 같은 남만 날씨 때문이 아닌가. 모두 허튼 소리야.”
“아닙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등갑병이 버티는 바람에 저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그깟 주술사 놈이 문제라면 베어 죽이면 되지 않나?”
“엄안 장군이 어렵게 잡았지요.”
“그렇지. 죽이면 그만이지. 마대 놈도 비슷해. 힘들여 헛것을 보였다만, 거기까지지.”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 장각 놈도 상대했던 이몸이니깐.”
장비는 호헌장담했다. 가슴을 탕탕 두들기며 고리눈을 떴다. 그리고 태평도 병사들을 한차례 쭉 훑어보았다.
그 눈빛에 태평도 출신 병사들은 가진 욕설을 뱉는다. 장비는 장팔사모를 한 차례 휘둘러 흉포함을 드러냈다.
휘익!
허공을 찢는 소리. 이는 공격이었다. 마대의 목덜미를 노리고 한순간에 지나쳤다.
그걸 막았다. 쾅, 하는 소리가 울리고 힘겹게 밀렸다.
“큭.”
입가에서 삐져나오는 신음. 한 걸음이나 뒷걸음치며 놈과 나의 실력 차이를 알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비의 말.
“하하하하. 어쭙잖은 실력으로 한번 막았던가. 한 번에 뒈지지, 괜히 수고스럽게 하는구나.
어쩌면 오늘 대결은 네가 아니라 네놈, 형이 왔어야 했다. 마초 놈과 붙어봐야 더 재밌을 텐데.”
장비는 장팔사모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입가를 실룩였다.
마대에게 교훈을 내리는 것이 즐거운 듯, 또한 새롭게 부하가 될 유자의 옛 신하들에게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입가에 미소를 만든다.
장비는 사모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순간 멈췄다. 그리고 번쩍 들어 올려 외쳤다.
“양단할 것이다. 두 조각이 돼라!”
거친 고함과 함께 사모가 떨어져 내린다. 부웅, 하는 맹폭한 살기가 몰아친다.
그걸 다시금 막았다.
-쾅!!!!
“크으윽.”
침음을 삼켰다. 막아올린 손목이 시큰하다. 한쪽 팔목이 너덜거리고 움키쥐던 묵창이 툭, 하고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걸 노려 사모를 내리치자 몸을 굴려서 피했다. 장비는 나를 잡아내려고 또 내리쳤다.
하지만 이는 유인계. 허점을 보인 뒤 공격하려는 술수.
내가 커다란 비명을 내지른 만큼 장비도 무사하지 못했다.
장비의 어깨에서 핏물이 터졌다. 어깨를 보호하던 견갑이 떨어져 나가고 그곳을 파고든 칠성검이 휙, 하고 지나쳤다. 장비는 그걸 한차례 피해내며 헛바람을 뱉었다.
“어디서 사술을.”
잠시 잊고 있던 칠성검. 두둥실 떠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칠성검이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휙, 휙, 두둥실.
장비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며 그를 베고자 노렸다. 참으로 놀라운 괴사.
그리고 몸을 굴려 피해냈던 마대가 묵창을 움켜잡고 다시금 일어났다.
입가에 핏물이 한 움큼 흘려냈고 얼굴은 파리하지만, 그가 부린 선술은 성공이다.
“나는 좌자의 제자. 하늘의 도리를 공부한 사람이지. 무예로서 널 이기지 못하지만, 인간의 도리를 가진 내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장비가 인상을 썼다. 어깨를 타고 흐르는 핏물을 털어내더니 말했다.
“이깟 사술을 펼치고도 도리를 말하다니. 예전 장각, 장보도 비슷한 소리를 했지. 하지만 그놈도 수급이 떨어지더만, 하늘의 도리네, 어쩌네, 허튼 소리를 지껄였지만, 결국 수급을 떨어졌어.”
“웃기는 소리군. 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푸줏간 멍청이에게 들은 소리는 아니지.”
“뭐라?! 네깟 놈이 뭘 안다고.”
장비의 얼굴은 붉어졌다. 관우에 버금갈 정도로 붉게 변했다. 그럼에도 낭패스러운 얼굴은 한다. 주변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칠성검을 본 이후로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2 대 1로 싸우는 것처럼 경계해야 할 것이 많았다.
대신에 마대는 어깨를 쭉 펴고 앞으로 나섰다.
당당하게,
장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입가에 묻은 혈흔을 퉤 뱉어내고,
다시금 시작된 대결.
마대와 장비는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일수 일수를 서로에게 겨눴다. 하지만 초반 장비가 보여줬던 만인적의 용력은, 다쳐버린 어깨와 허공을 체공하는 칠성검의 날카로움에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두 명의 마대가 한 명의 장비를 압박하는 것과 같았다.
오른쪽에 선 마대.
왼쪽에서 돌고 있는 칠성검.
그걸 본 장비의 찌푸린 눈살.
차라리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더 쉬웠을 것을.
베어낼 수급이 없는 칠성검은 어려운 상대였다.
“잔재주는 거기까지다.”
장팔사모를 풍차처럼 돌려 마대를 달려들었다. 악을 쓰며 덮쳐들었다.
탕! 탕! 탕!
불꽃이 튀고 창격이 오갔다. 처음과 다르게 팽팽하게, 난감함이 드러났다.
‘하찮은 벌레에게 피를 보다니.’
시간이 지날수록 임시로 지혈한 어깨에서 피가 나오고 그 양은 늘었다. 거칠 것 없던 용력이 무색하게 입가에 거친 호흡이 깊어졌다.
늙었음이야.
싸우고 있는 지금과 생각의 차이가 분명히 있었다.
모든 걸 빼앗기고, 생生을 걸은 자.
남의 기업을 빼앗고, 이제야 달콤함을 영유하려는 자.
나는 호흡을 돌보며 장비에게 붙었다가 떨어졌다. 놈을 위협하고, 놈이 피 흘리기를 바랬다.
물론, 방관자적으로 바라보는 유비가 거슬렸지만, 놈이 나서지 않는다면, 분명 이긴다고 여겼다.
-후욱!
-후우욱!
깊은 호흡이 가슴을 울렸다. 싸움은 길었고 이기고는 있다.
대결 상황은, 서황을 이겨낼 때보다 우세했지만, 나는 저들의 포위망에 걸려있었다.
‘나는 이기고 있지만.’
‘포위당했다.’
‘놈들에게 걸려든 물고기와 같아.’
껄끄럽게 보이는 자들과 불쾌한 감정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하지만 가장 신경에 거슬리는 건 저 멀리 알 수 없는 표정의 조운.
우리에 갇힌 야생짐승의 심정이 이럴까.
마땅히 돌파할 곳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죽거나, 아니면 유비를 죽이고 죽거나.
어떻게 해야 저자를 죽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까?
유비, 장비를 죽인 사람은 마대라고.
“이리 오라, 장비!”
보폭을 넓혀 깊게 파고들었다. 묵창을 바짝 붙이고 하나의 점처럼 깊게 찔러 갔다. 물론 장비의 등 뒤로 칠성검이 함께했다.
내 의지에 반응한 칠성검은 작은 틈도 허용치 않고 장비의 뒷덜미를 노렸다.
-휘이익.
장비의 모습이 점점 커간다. 장비는 붕붕 돌리던 사모를 어깨 뒤로 숨기고, 칠성검이 아닌 나를 주시했다. 더는 칠성검을 두려워하지 않는 초연한 모습.
그도 죽음을 각오했어.
장팔사모의 창날이 다가왔다.
저것만 막으면 장비를 죽이리라.
묵창으로 막은 뒤, 칠성검이 관통하리라.
마음이 요동쳤다. 날아오는 사모 날에도 굴하지 않고 한 명의 적수를 상대로 절기를 뿌렸다.
“강섬!”
쾅!
묵직한 사모와 묵창이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몇 걸음 뒷걸음쳐 무릎을 굽혔다.
“흑.”
입가에 선혈이 주르륵 흘렀지만, 그보다 고개를 들어 장비를 쳐다보았다.
죽었을 것이다.
장비의 머리통이 터졌어야 해.
바로 그걸 원했다.
하지만.
멀쩡히 서 있는 장비의 모습과 바닥에 형편없이 떨어진 칠성검이 나뒹군다. 어찌나 쎄게 부딪쳐 떨어뜨려졌는지, 땅속 깊히 박힌 모습이 지금의 나와 같았다.
저걸 어떻게 막았지?
절대 막을 수 없었을 텐데.
한쪽 무릎을 굽힌 채 고개를 흔드니, 그 의문에 답이 보였다.
한쪽 구석에서 불쑥 걸어 나오는 수염쟁이.
긴 수염을 늘어트린 관우가 언월도를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놈이다. 관우가 장비를 살렸다.
그리고 나를 보고 크게 호통을 내지른다.
“그만! 그만해야지. 더는 안 돼.”
“나보고 포기하라고.”
“그만! 더는 용서치 않아. 마대 네놈은 목을 늘어뜨리고 일어서지 말아야 한다.”
“흥!”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내 청룡도가 용서치 않아.”
강하게 옥죄는 목소리. 묵직한 호통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자루를 툭 던져서 보게 만들었다.
그 안에 누군가의 팔목이 있었다.
“우직하고 좋은 수하를 두었더구나.”
“이건.”
“화웅이라지. 죽이지 못해 아쉽지만, 피를 많이 흘려 도망쳤으니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자루에서 나온 것은 화웅의 왼 손목이었다. 관우가 죽이고자 애를 썼지만, 기어이 도망쳐 벗어났다.
화웅이 죽지 않았다.
다행히 살아나 벗어났다.
양평관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면, 농서로 갈 것이다.
숨겨진 마가장의 비밀 안가로 찾아갈 것이다.
그곳에서 이당지에게 치료받아야 한다. 살아만 있으면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만든 원수놈들이 미웠다.
동맹을 배신하고 덤벼든 유비,
여동생을 훔쳐 간 조운,
화웅의 팔목을 베어낸 관우,
푸줏간 멧돼지 장비,
더럽게 모략을 구사한 제갈량과
진진을 죽인 위연까지.
놈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제야 저 멀리 끌려오는 부하들을 보게 되었다. 이들은 오랏줄에 묶여 질질 끌렸다. 그중에 밧줄에 묶이지 않은 자도 있었다.
특히나 저자는.
“법정. 그대가 왜 거기에 있는가?”
“….가주님.”
오랜만에 본 얼굴. 반가운 얼굴인 법정이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놈이 서 있는 곳은 유비의 참모들이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법정은 순간 머뭇거리면서도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손가락을 가리켜 붙잡힌 마가장의 수하들을 지목했다.
“가주님, 학소를 비롯해 진도, 그리고 나머지 부하를 살리고 싶다면 항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용서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를 살리는 길입니다.”
“뭐라?! 지금 뭐라고 했어??”
짧은 신음을 흘렸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핏물을 보았다. 가슴이 답답해 법정을 보았지만, 그의 말은 확고했다.
법정도 괴로울 것이다. 그도 마가장 식솔들을 구하고 싶어 애쓰는 것이다. 그것이 법정의 두 눈에 담겼다.
악역.
법정은 악역을 자처하고 있었다. 유비의 편에 들어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내가 항복해야 하는가?”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삽니다.”
“내가 무엇을 실수했는가? 지금껏 노력에 무엇을 잘못했기에.”
“난세에 태어났으니 잘못이지요. 운이 따르지 못했으니 그것 또한 잘못입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이 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서 부하를 살리는 길. 항복하는 체. 유비를 속이고 벗어나는 길.
그걸 법정은 말했고, 나는 알아들었다.
시류에 따라 몸을 숨긴다. 그리고 벗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붙잡힌 가신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은가. 정은, 장횡을 살리는 길이고, 학소를 살리는 길이기도 했다.
내가 몸을 낮춰야 저들이 살 것이다. 정권을 잡지 않아도 내게는 길이 있고, 나는 삼국지 세상의 역사를 알고 있다.
지금의 굴욕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쉽게 굴복할 수는 없겠지.
사내로 태어난 쉽게 항복을 입에 둘 수는 없겠지.
그러면 어떻게 부하를 살리고 내 운명 또한 살려볼까?
그걸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죽여! 마가장 가주로서 쉽게 내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지.
나 하나로 만족하고 부하들을 풀어주게.”
유비를 바라보고 말했다. 나를 죽이고, 마초와 미친 듯 싸워야 할 것이다.
장안에서 버티고 있는 마초는 지금의 복수를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어쩌면 조조와 화친을 맺고 유비를 압박할지도…
길게 머리를 내밀었다. 유비의 명령으로 목이 떨어지기를 바랬다.
눈을 감지 않았다.
단지 기다릴 뿐.
그러나.
검을 뽑았던 도부수가 다가오다가 멈춘다. 유비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걸 보았다.
왜? 죽이지 않는가?
유비는 고개를 흔들었고, 그런 유비를 말리는 자를 보게 되었다.
마량.
내 동생 마량이 유비를 말리고 있었다. 그도 잡혀왔음이야. 거기다가 유비가 마량을 총애하니 법정보다 더 높게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나를 살린다. 나를 구하기 위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음이야.
그리고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포로가 되었다.
한중의 깊은 감옥에 갇혀 수인囚人이 되었다.
옥에 갇힌 죄수.
그게 내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