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세상에 남겨진 비밀.
전각 안으로 들어오는 위사들을 수도 없이 베어냈다.
저들의 붉은 눈은, 조조의 수급에 닿아있어 상대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덤벼들었다.
꾸역꾸역.
나는 그들을 막아내며 비좁은 통로에 갇힌 채 드잡이로 힘겨움을 토로했다.
“맹기 형님, 허리춤에 찬 조조의 수급이 저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안다. 하지만 조조의 수급을 아버님의 제사에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 더 나아가 이자의 고기를, 그 아들들에게 맛보여주고 싶구나.”
“만두 말이지요.”
“그렇지, 만두와 이자의 머릿뼈로 만든 술잔이면 좋겠다.”
마초는 허리춤에 찬 조조의 수급을 버리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나는 마초의 고집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곳으로 올 때부터 생을 포기했기에 고집을 꺾기 위해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처음 의기만으로 덤벼들던 위병들이 이제는 조직적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위병들은 한 방향으로 공격하다가 이제는 수많은 전각의 통로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포위. 그 공격에 강하게 맞서던 마초가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위기가 어째서 생겼는지 알았다.
“맹기 형님. 아무래도 장료가 왕궁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마초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장료가 왔다는 말은 방덕이 실패했다는 말과 같았다.
처음 계획대로 정청을 공격한 전예가 위병의 이목을 끌고, 방덕은 소수의 정예병으로 감옥에 갇힌 태사자와 성의를 탈옥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 병력을 이용해 장료의 암습이 다음이었다. 그런데 장료가 왔다는 말은 일이 틀어진 걸 의미했다.
“방덕이 실패했단 말인가?”
마초는 그리 물었지만, 알고 있었다. 방덕, 전예가 성공했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포위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형님, 포기하지 마시지요. 뚫고 가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내 말에 마초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손에 쥔 짧은 검에 힘을 쥐어 움직였다.
“나가자! 시원한 보슬비를 맞아야겠다.”
그 말과 함께 눈앞의 적병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삶을 도외시했으니, 처음 강력했던 기세도 살아나고 저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는 충분했다.
-물러서지 마라!
-막아라! 막아야 한다!
-위왕 전하를 시해한 자들이 아닌가.
-조금만 버티면 장료 장군이 올 것이다.
군관급 위병이 소리쳤다. 하지만 마초가 다가가 그를 베자 좁은 통로에서 벗어나 눈앞이 환해지고 포위하던 자들이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한다. 마초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전각의 입구까지 뛰어가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빗방울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함성도 함께 따라왔다.
휙, 휘익, 휙, 휙,
수십 발의 화살이다.
마초는 검을 휘둘러 몇 발의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워낙에 기습적인 공격이라 한 두 발의 화살은 어쩌지 못했다.
“큭! 이런.”
당혹스러운 마초의 신음. 그 신음에 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마초, 칼을 버려. 그것만이 살 길이다.”
놈은 마초를 알아보았다. 분명 오랜만에 본 얼굴인데도 금방 알아보았다.
하지만 놈도 정상이 아닌 듯 온몸에 핏물이 즐비하고 허리춤에 붕대까지 감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장료. 네놈이 올 줄 알았지.”
“죽은 자가 입을 열다니, 참 별일이야.”
“죽은 자의 검은 더 날카롭지. 어디 덤벼 보실텐가?”
“…..”
장료는 한 걸음 물러섰다. 예전 같으면 칼을 뽑고 달려들었어야 할 장료였지만,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목소리만 높일 뿐. 움직이지 못했다. 다만 옆의 부장에게 눈짓하여 지시할 따름이었다.
그러자 부장이 한 걸음 나서며 입을 열었다.
“마초, 네놈의 이름은 들어보았다. 하지만 내 이름 또한 네놈보다 낮지는 않을 터.”
장패가 움직이자 방패를 든 병력이 같이 했다. 그들은 두꺼운 갑주를 입은 중갑병으로 커다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압박감을 주었다.
그러자 마초와 나는 어쩔 수 없이 뒷걸음치며 다시금 전각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각의 좁고 협소한 공간.
통로 바닥은 얼마 전 죽인 적병의 핏물로 미끈거렸다. 지금의 흔적들은 마초의 무예에 커다란 장애를 주었다.
해서 이곳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으로 뛰었다. 좁은 통로가 아니라 커다란 공간을 찾아 뛰었다. 그러나 미로와 같은 이곳에서 어느 순간 길을 잃고 체력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헉, 헉, 헉,”
“흐으으으.”
나와 마초의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 마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떨어진다. 이는 나도 비슷해서 힘들고 피곤한 모습으로 숨소리를 내었다.
나는 턱밑에 땀방울을 털어내고 마초에게 말했다.
“형님,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승부를 보시지요.”
체념이 섞인 말. 마초는 그 말에 반응해 뛰던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이곳이 마지막이란 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형님.”
“평안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나는 항상 너를 믿는다.”
마초는 그말과 함께 허리춤에 매어둔 조조의 수급을 발아래로 떨궜다.
툭. 조조의 수급이 바닥을 구른다. 조조의 웃는 얼굴. 죽으면서도 비웃던 놈의 얼굴이 우리를 보고 있다.
마초는 그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발을 들어올려 밟았다.
퍽!
한 번,
퍽!
두 번.
퍽!
세 번,
퍽!
부서지기 시작한다.
퍽!
눈동자가 터져나갔다.
퍽!
얼굴의 형체가 사라지고 살가죽과 뼈가죽이 분리되었다.
퍽!
어느새 가죽도 붉은 피떡으로 변해 알아보기 힘들었다.
퍽!
이곳에 넘쳐나는 시신과 다를 바 없다.
퍽!
그저 붉은 육즙으로 변한 조조의 살가죽이 있었다.
그럼에도 짓이기는 행동을 계속했다.
퍽! 퍼버버버버벅!
뼈가 가루가 되어 날리고 살은 고기조각이 되고.
마초의 밟는 소리가 통로에 메아리쳤다.
이제 조조를 알아볼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마초의 발소리가 커질수록 이곳을 찾는 위병의 발걸음은 많아졌다.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들렸다.
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다 말했다.
“이제 조조의 머리를 알아볼 사람이 없겠군요.”
“그렇지.”
“조조의 관에는 머리 없는 육신만 남겠습니다.”
“이렇게 복수하는 것이 부끄럽다. 아버님을 어찌 봐야 할지.”
“형님은 최선을 다한 겁니다. 제가 아는 숙부님이라면 분명 잘했다고 칭찬하실 겁니다.”
“그럴까? 아버님이 만족해하실까?”
“물론이지요. 지하에서 기쁘게 웃고 있을 겁니다.”
“고맙다. 항상 나와 함께해줘서 고맙구나. 평안이 네가 내 형제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별말씀을. 형님도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한때나마 열심히 했지. 그래도 부족했다. 나에게 다음 기회가 있다면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평안아. 그때도 나를 도와다오.”
“그러지요. 형님이 가시는 길을 따르겠습니다.”
“고맙구나.”
마초는 웃었다. 슬픈 표정과 웃는 얼굴이 함께했다.
“이제 끝을 봐야겠지.”
마초의 짧은 인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형제는 굳은 얼굴로 좁은 모퉁이로 돌아갔다. 이제 이곳에서 적을 기다릴 것이다.
이곳에서 죽도록 싸우다가 생을 마감할 것이다.
우리는 적을 기다렸다.
그리고 멀리서 적병이 내는 발소리가 커진다.
이제 곧 오겠지.
금방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적병이 내는 발소리보다 더한 소리가 들린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것도 처음듣는 기괴한 소리가 들리고 우리가 그곳을 돌아보았을 때,
모통이 한곳의 벽면이 드르륵.
깜짝 놀랄 모습이다. 어떻게 벽면이?
평범한 벽이던 나무틀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 미세한 소리가 울리고 조그만 개구멍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잘 아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견희였다. 견희는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상공, 어서 이리로 오셔야 합니다.”
“견희,”
마초의 눈동자가 커졌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견희는 마초의 손을 잡아끌었다. 마초는 견희의 손길에 끌려가듯 개구멍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개구멍의 흔적은 사라졌다.
그리고 몇 달 째.
개구멍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걸었고, 숨었다.
세상과 동떨어지게 기다렸고, 버텼다.
그 시간이 길어지니, 업성의 비상사태는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것에 더해 이번 반란을 주도한 책임자를 추궁하고 잡아들였다.
그러나 조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또한, 태사자와 성의, 방덕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했다.
마초는 그 조용함에 숨겨지고 업성의 비밀통로를 따라 도망쳤다. 이곳 업성은 고대 왕조의 왕궁. 그만큼 비밀스러움과 은밀함이 많은 곳이었다.
견희는 이곳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며 우리를 살폈고, 보호했다. 그리고 떠날 때가 되었을 때 마초는 견희를 붙잡고 물었다.
“나와 함께할 텐가?”
“상공, 부부의 인연은 여기가 끝입니다.”
“안다, 알고 있어. 그대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들었다. 그래서 얻고 싶은 게 무엇인가?”
그 물음에, 견희는 아랫배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제 안에 상공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그, 그건…”
마초는 놀랐다. 몇 달간 이곳에서 견희의 슬픔을 보듬던 마초였다.
그런데 임신이라니. 하지만 마초의 놀람보다 견희의 다음 말이 빨랐다.
“제 복수는 이제 시작입니다.”
“무슨?”
“조조가 저를 노리개로 보았지만, 저는 조비의 안 사람입니다. 거기다가 조조가 죽었으니 더 높은 자리에 앉겠지요. 그리고 이 아이는 조비의 아들로 자라날 겁니다.
다른 후궁보다 먼저 황후가 될 겁니다. 그래서 이 아이를 이 나라의 황제로 만들 겁니다.”
“….황제.”
“네, 황제지요. 상공의 씨앗이 위나라의 황제가 되는 겁니다. 그것이 저의 복수입니다.”
“……”
마초는 침음을 삼켰다. 하지만 그 침음을 듣고도 견희의 눈동자는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 나와 함께하지는 못하겠어.”
“상공, 오늘이 마지막이지요. 그러니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아이의… 뱃속의 아이에게 이름을 허락해주세요.”
“내가 낳은 마지막 아이인가. 그대의 소원처럼 아들이기를 바란다.”
“아들일 겁니다. 분명 사내일 겁니다. 그러니 이름을…”
“사내라면, 예叡라고 부르게. 조비의 아들이니, 조예曹叡가 되겠지.”
마초는 그렇게 말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조조를 죽이고 조비를 농락했지만, 견희에게 기대는 마음이 부끄러웠다.
견희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다소곳이 인사했다. 그 인사에 내가 말했다.
“형수님. 부디 뜻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도련님, 그럴 겁니다. 그러니 지켜보세요. 내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형수님의 가는 길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연통을 넣어두겠습니다.”
“도움이라면…”
“종요, 서서, 최염이 그들입니다. 그들을 믿으시고 부리십시오.”
“고마워요, 도련님.”
나는 견희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품속에서 마가장의 인장을 꺼내주었다. 그 인장으로 견희와 그들은 한편으로 뭉칠 것이다.
길을 떠났다.
손을 흔들어 눈물을 흘린 견희를 뒤에 두고 걸어 나갔다.
한참을 걷고 걸으니,
업성의 비밀통로는 태항 산맥의 융려산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업성을 벗어나 장안으로 지날 때에 중한 소식을 들었다.
조조의 사망.
천수를 다하고. 지병인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조조의 이야기.
죽은 지 한참을 지난 조조였지만, 조비는 지금에서야 그것을 밝혔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조조가 아니라 병마에 시달리다가 이제야 천수를 다했다고 공표한 것이다.
마초는 그 소문에 웃었다. 허허허 웃고는 쓰게 미소 지었다.
“그 아비나, 아들이나, 독사 같은 게 비슷하구나.”
“형님, 체면이 문제지요. 누군가에게 죽었다고, 그래서 머리가 없다고 어떻게 알리겠습니까?”
“하하하. 좋구나. 좋아. 우리가 세상에 비사祕史를 남겼다.”
우리는 어이없는 소문에 웃었지만, 세상은 조비가 공표한 것들을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