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모든 것의 마지막
*
두 사람은 서량의 문턱인 장안의 험준한 고개를 넘었다. 넘어서는 고갯마루 위로 웅장한 장안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고갯마루 옆으로 늘어져있는 나무그루터기에 앉은 마초는 마대를 향해 깊은 눈을 하고 물었다.
“평안, 그다음 나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해야겠느냐?”
마초의 말에 잠시 고심하듯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형님. 형님의 발길은 진정 어디를 원하십니까.”
반문하는 마대의 표정에 마초는 셈하듯 손가락을 구겨 넣었다. 그리곤 장안성에서 멀리 떨어진 야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먼저, 숨겨놓은 가족 친지의 묘소에 제를 올려야겠구나. 그리곤 유비와의 만남인가? 아니면 ‘제갈량’이라는 작자와 단판이라도 지어야 하는가?”
곤란하다는 듯 눈을 찡그리는 마초의 표정에 마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형님, 유비와 계약은 저만 수행하면 됩니다. 또한 저는, 그들에게 받을 빚이 있어 저들의 종노릇을 자청했지만. 형님께서, 굳이 저들의 볼모를 자처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형님의 인장과 형님을 대신할 사람이면 충분할 따름입니다.”
“평안, 너와 학소의 계획에 나를 빼려고 하다니. 그것 섭섭하구나. 네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더 이상 나의 명예도, 나의 자리도, 다 부질없음을 안다.”
“형님.”
“나 또한, 유비에게 받을 빚이 있다. 그러니 촉에서 볼모가 될지? 칼이나 휘두르는 무부가 될지는. 나 스스로 감당할 몫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나를 대함에 달리 생각지 말고. 지금처럼 장기말 졸처럼 부려라.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진정, 원하십니까?”
“되었다. 그만하자. 유비에게 가보자꾸나. 그가 나를 어찌 대하는지가 궁금하다.”
말을 끝낸,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한 세력의 수장에서 한 지역의 무부로.
또한, 마초라는 방패 막에 숨어야할 마대의 미안함은 붉어진 얼굴만큼 뜨거웠다.
[214년 마초는 유비에게 귀순하였다.
그가 유비의 진영에 가담함으로 수많은 마초의 옛 부하와 강족, 저족과 같은 이족들이 유비의 세력에 머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늘어난 세력만큼, 촉의 조정에서 마초에 대한 불신과 견제도 증가했다.]조비가 황제가 되었다.
조비의 황제 침탈에 분노한 유비는, 한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명분으로 스스로 황위에 올랐다.
그에 따라 유비를 추종하던 신하들도 높은 관직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마초에게도 그럴듯한 관직이 부여되었다.
서량 일대를 수복하겠단 명분으로 양주 도독이란 직책과 오호대장군이란 명예직이 주어졌다.
오호대장군의 일원은, 관우. 장비. 조운. 마초. 위연 등이 명단에 등재되었다.
221년 형주에서 벌어진 주도권 다툼으로 관우는 손권에게 패하고 죽임을 당했다. 이듬해 이릉에서 벌어진 설욕전에서 유비는 손권에게 대패하고 병이 들었다.
[같은 시각 마초는, 유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마대의 계획대로 북방의 조비를 견제한다는 이유를 들어 유비의 친정에 참전하지 않았다.]223년 유비가 죽고. 그를 따르던 옛 구신들도 대부분 죽었다.
서촉 조정은, 유비의 사후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듯 보였다. 그 틈을 탄 마초는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함으로 그들의 눈에서 자유로워졌다.
[마초가 가졌던 서량에서 역량이 무뎌지고, 그 의미가 퇴색함에 자유를 찾게 되었다. 또한, 마초가 빠지자 마초의 친족과 옛 가신들이 촉의 조정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서량 출신들에 대한 경계가 사라진 것이다.]223년 촉의 다음 황제로 유선이 추대되었다.
유선이 황제가 된 후 촉 조정에 권력의 판도가 변했다. 관우의 사후 2인자였던 제갈량이 승상에 임명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제갈량이 총애하는 강유, 진도 등이 촉의 조정에서 높은 관직에 올랐다.
[마초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한직에 머물던 마대 또한 강유의 소개로 제갈량의 측근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223년. 가을.
병마에 시달린 마초. 원 삶보다 몇 년을 더 살았지만, 마초는 병약해지고 힘겨워졌다. 그의 나이가 한참 때인 중년이지만, 그는 삶의 끝을 놓고자 했다.
“형님.”
나는 마초의 손을 잡았다. 병마에 신음하며 침대에 누운 지 몇 주째 점점 말라가고, 두 눈에 정기가 사라졌다.
나는 마초의 손을 붙잡고 축문의 진언을 울렸다. 그러자 두 눈을 부르르 떨던 마초가 눈을 떠 물었다.
“평안아, 무엇을 붙잡고 있느냐? 난 가고자 한다.”
“아닙니다. 형님. 삶에 회한이 없으시라고 진언의 술을 을펐습니다.”
“그래, 너의 선술이 네게 줄 것이 있더냐?”
“배움이 짧아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그 정도면 되었어.”
그 말을 끝으로 마초의 손이 차가워 졌다. 나는 차가워진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입안으로 읊조리는 진언은 계속이었다.
225년 남만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맹획과 축융, 그리고 수많은 부족장이 일으킨 반란이었다. 그 반란에 제갈량이 몸소 군대를 이끌었다. 그 일행에 마대도 따랐다.
마대는 망아장忙牙長을 베는 등 전공을 세웠다.
반란이 진압된 후, 그 반란의 일원이었던 맹획과 축융이 촉에 귀의하면서 촉의 관직을 받았다. 이로써 혼란하고 수많은 군소 부족장이 즐비하던 남만에 유일한 왕으로 맹획과 마대의 제자 축융의 지배가 공고히 되었다.
[그 공으로 오랜 염원이었던 학소를 감옥에서 돌려받았다. 학소는 촉 땅을 떠나 농서의 마가장으로 돌아갔다.]227년 제갈량은 몇 번의 북벌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마의, 종회, 등애 같은 위의 명장들을 뚫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 후 촉에서 제갈양의 위상이 크게 흔들렸고. 오호대장 중 하나였던 위연의 견제를 당하기 시작했다.
234년 매번 북벌에 실패하던 제갈량은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향년54세의 나이로 병사하였다.
제갈량이 죽자, 전장의 통수권자 양의가 퇴각을 결정했고, 이에 반발한 위연은 촉군의 퇴각로에 불을 지르는 등 이해치 못하는 행동을 하였다. 그 행동에 평소 그를 싫어하던 양의, 비의, 강유는 위연의 행위를 반란으로 규정하였다.
이후, 위연은 더 강경한 자세로 나갔다. 특히나 위연의 부장으로 종군한 마대의 조언으로 한중을 점거 후 위나라에 투신하기로 마음먹고 공성전을 진행하였다.
그 전투에서 위연은 양의를 심히 조롱했다. 전쟁은 위연에게 유리했고, 양의와 비의는 패색이 짙었다.
“하하하. 네놈들은 이제 다 죽었다. 감히 나로 하여금 반골의 상이네, 역신의 마음을 품었네, 외치던 제갈량도 죽었고. 나의 상관이던 유비와 관우도 죽었다. 허니, 누가 있어 나를 막아서겠느냐?!”
그러자 성벽에 있던 양의를 낙담하였고, 위연은 더 기가 살아 교만해졌다. 그러나 그 말과 동시에 번쩍이는 움직임이 지나가고 위연의 목은 그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위연의 목을 붙잡아 올리며 침을 뱉은 사내는 말했다.
“이놈! 참으로 많이 기다렸다. 네놈의 목을 벤 사람이 마대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최후였다. 충실한 부장이던 마대는 어느 순간 돌변해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그리곤 하늘에 있을 누군가에게 중얼거렸다.
‘형님, 원수 하나를 베었습니다. 이제 몇 놈 안 남았군요.’
[나는 진진, 관해, 황소의 복수를 하였다. 절치부심이 몇십 년을 기다리던 원수르 갚았다. 하지만 사료에는 제갈량의 명으로 마대가 위연을 베었다. 라고만 적혔다.]234년 강유, 제갈량의 유지를 이어가다.
두 명의 거물이 사라진 촉나라는 제갈량의 유지를 이어받은 장수로 대장군 강유를 임명하였다. 강유는 그날 이후 촉의 조정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그해부터 강유의 북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제갈량과 위연이 했던 북벌과 다르게 아주 강력하고, 강력하여 촉의 모든 재정과 인재. 수많은 물자를 퍼부으며 커다란 강물의 물줄기가 마르도록 진행되었다.
그 후 촉의 성세는 급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게 나와 학소가 주도했던 계획이고, 그걸 실행하는 중이었다. 유비 향한 복수는 강유가 이어받아 처절하게 진행되었다.]나는 관직을 내려놓고 초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강유는 나를 붙잡고 아쉬운 마음을 보였지만, 위나라 종육, 종회 형제와 교류하며 더 이상 내 역량에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숙해졌기에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 이후, 촉의 역사서에는 마대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마대의 관직은 평북장군. 진창후가 마지막이었다.
***
커다란 사두마차가 끄는 수레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누렇고 퍼런 하늘이 교차하는 황혼의 태양이 그 색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하늘이 남일 같지 않아서 연신 혀를 차곤 씁쓸해했다.
“쯧쯧쯧. 다 부질없는 것을. 무엇이 중하다고 애를 썼던가. 아무리 강건한 세력도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을. 다 부질없어라. 지나가 버린 청춘이 아쉽구나.”
오는 내내 허리조차 펴지 못한 나는 굳어버린 허리의 감각이 둔해 괜스레 짜증을 냈다. 그러자 사두마차를 이끌던 마부가 허연 머릿결을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
“주공, 그리 말씀하시면 주공과 서량을 위해 죽어간 청춘들이 화를 냅니다. 그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허허허. 내가 늙으니 네놈에게 헛소리를 듣는구나.”
나는 그 말을 하며 마차 안의 보물을 만지작거렸다.
사두마차에는 보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중 익숙한 물건이 눈길이 가고, 애달픈 심정으로 검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성의, 이놈아! 내가 말에서 낙마해서 허리 병신이 되었어도. 네놈쯤은 검을 뽑지 않고도 혼낼 수 있어. 어디, 다시 찾은 칠성검의 매서움을 볼 테냐?!”
왕년의 대단한 장수.
마대의 위엄이 서릿발처럼 울렸지만, 눈앞에 마부는 웃는다. 그도 성성한 백발을 하고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의 주인이 기운을 찾은 것 같아 기뻐하는 웃음이었다.
“하하하, 주공. 이제는 제 목숨까지 끊으시려고 합니까? 그건 아니 됩니다. 이 몸 하나, 이 비천한 몸뚱이 살리려고 먼저가 버린, 태사자와 방덕 장군에게 미안해서 안 됩니다. 그러니 역정내지 마시고 조금만 참으십시오. 이제 마가장이 다와 갑니다. 주모님도 뵙고, 성공영 대행수와 학소 등 마가장의 능신과 앞으로를 상의해야지요.”
성의의 말이 끝나자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화끈거리는 등허리의 고통에 이맛살이 찡그려졌지만, 두 눈을 감고 있으니 한결 참을만했다.
‘금의환향’ 평생 원했던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인생의 숙제는 다 끝낸듯하여 홀가분했다.
“성의. 내 인생이 바보 같지는 않았지.”
“주공, 무슨 그런 말씀을.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가주님과 함께한 것에 한 점 부끄러움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죽으라면……”
성의는 한동안 대답이 없는 마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린아이 같은 미소. 두 눈을 감은 모습과 꽉 움켜진 칠성검.
잠이 들었는지 쌕쌕거리는 마대의 숨결은 점점이 작아져 갔다.
잠이 들었는지.
편안하게 잠이 들었는지…
점점이 작아지는 숨결에, 고개를 바짝 다가가 듣지 않는다면 들리지도 않았다.
천생 무장이었던 장수의 숨결치고는 매우 미약.
성의는 오랫동안 그 숨결을 듣고자 마대의 가슴에 귀를 가져가 되었다.
그리고 성의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주공.”
***
떠지지 않는 눈에 힘을 주었다.
등허리에 올라오는 통증은 그대로인데, 예전 뾰족한 자갈밭에서 발을 헛디뎌 굴렀던 고통과 다른 아픔이 등허리에서 올라왔다.
마치 미약한 전기로 치료받는 느낌이랄까.
고통 속에서 시원한 상쾌함이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귀를 때리는 시끄러움에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엄마, 깨어났어요. 아빠가 일어났어요.”
“도희야, 다 큰딸이 아직도 엄마, 아빠하며 어리광이니.”
차분한 목소리. 귀에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그리곤 흐릿한 안구에 힘을 줘 그녀를 바라보았다.
“…문희.”
마가장의 안주인이자, 오래된 나의 연인. 이제는 반백의 머릿결을 쓸어 넘겨야 할 그녀가 30대의 창창함으로 웃고 있었다.
“문희, 어찌 된 일이요. 마차에서 잠이든 것까지 기억하는 데 이곳은??”
내 말이 끝나자 눈앞에 문희가 시뻘게진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영찬씨! 문희는 누구에요?! 그새 딴살림이라도 챙기셨나요?”
“어, 엉? 무슨.”
그제야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것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가장 이상하다고 여긴 건 환하게 주변을 밝히는 전등. 그것도 호롱불이 아닌 LED의 조명.
“어떻게?”
다시한 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눈을 굴렸다. 그러자 호들갑스럽게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호호호, 아빠 웃겨! 엄마, 아빠 표정 좀 봐요. 마치 오랫동안 잠든 사람처럼 두 눈을 희번덕거려요.”
“그러게 말이다. 마치 오래 잠잔 사람처럼 행동하는구나. 허리치료를 시작한 지 3시간 밖에 안 되는데 말이다. 역시 자회사인 ‘이당지’ 컴퍼니에서 만든 의료기기의 수준이 좋구나.”
“이당지? 컴퍼니??”
당황하여 두 눈을 껌뻑이는 사이 눈앞에 아름다운 부인이 영찬의 손을 잡고는 다음 말을 덧붙였다.
“영찬씨!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마가馬家 컴퍼니의 수장으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마가 검퍼니?”
“그래요. 선대 조상 중 승마乘馬하다가 말에서 떨어진 조상은 마대 님 밖에 없데요. 그러니, 틈틈이 말 타는 연습이나 제대로 하세요. 누가 들으면 웃는 답니다.”
“호호호. 엄마. 그러게 말이에요. 아빠도 깨어났겠다. 저 이번 런던 컴퍼니지부에 다녀올게요. 이번에 만든 아이언슈트도 시험해야 하고. 뭐니 뭐니 해도 지하 경매장에 상당한 보물이 나왔다는 풍문도 있던데.”
그러면서 눈앞의 도희는, 커다란 사진 한 장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네, 블랙 스피어. 신창 롱기누스의 창이라고 불렸죠.”
“롱기누스? 아니야, 이건 그저 묵창이란다.”
“아빠! 롱기누스 몰라요? 이상한 소리를 하신다.”
딸과 대화에 어지러움을 느낀 나는 몸을 일으켜 걸었다. 그리고 창밖을 가린 커튼을 걷고 풍경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앞이 꽉 막힌 서울의 풍경이 아니었다.
내가 보는 건 푸르른 창공.
가끔 지나치는 뭉게구름이 이곳이 지상이 아닌 하늘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땅이 아닌 하늘 위에 요새.
일명 공중 정원이라 불리는 거대한 항공모함에(헬리케리어) 서 있었다. 그것도 다국적 기업의 총수가 되어서 말이다.
내가 전생한 업적이 지금의 마가장을 키우고, 마가장은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되었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굴종하지 않는 거대 기업.
이 모든 게 농서의 작은 아이가 일군 업적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룬 나는 하늘을 나는 항공모함 위에 서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