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50
50화. 본진을 옮겨야 한다.
시작합니다.
반란군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다. 그 혼란에 화웅의 사자후가 터지고 성의를 비롯해 정은, 장횡이 미친 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죽여라! 한 놈도 살려주지 마!”
“감히 마가장을 공격하고도 살아남기를 바랐더냐!”
“죽여라! 사과신이 너희를 벌하신다.”
학살. 학살이었다. 마가장을 공격한 적병이 미친 듯 쓰러지기 시작했다. 적병은 겁을 먹고 뒷걸음쳤다.
수괴 변장은 병력이 혼란에 빠지자 어쩌지 못했다. 그저 마방을 약탈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이야. 이건 팽팽한 접전도 아니고 파괴적인 전투였다.
방심했다. 농민병을 보고 웃던 게 조금 전 인데. 때아니게 나타난 기병과 저, 상단의 호위병은 누구란 말인가?
변장은 검을 뽑아 반항했다. 살고자 농민병을 베어내며 길을 뚫었다. 그렇게 한참을 죽이고 나자 길이 보였다. 하지만 변장이 눈에 들어오자 전장의 사신이 다가온다. 화웅은 기다란 미첨도를 뿌려대며 적병 사이를 미친 듯 파고들었다. 그리고 눈앞의 변장을 잡았다.
몇 번의 접전.
화웅의 손아귀에 붙잡힌 변장.
허공에 대롱거리며 움켜쥔 손길에 계집애처럼 꽥! 꽥! 비명을 지른다. 지휘관이 저런 모습이니 전쟁은 끝장난 것과 같았다.
적병은 사기가 꺾였고, 3방향으로 포위당해 항복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모래알처럼 와아아아, 흩어지는 적병과 기병들의 바쁜 손길.
“한 놈도 놓치지 않는다. 농서에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대승이었다.
나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서 소중한 자들을 만났다.
가족들, 멋진 부하들, 조금은 미친 것 같은 태평도 사람들까지. 이들의 도움으로 소중한 사람이 죽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풍류대의 기습과 파재의 활약으로 변장의 부대를 궤멸시켰다.
변장의 3만 병사 중 1만이 죽고 2만을 사로잡았다. 엄청난 전과. 그 많은 포로를 관리하며 수뇌부가 모여있는 장원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보고팠던 가족을 찾았다.
“후우- 아버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아버지. 아버지도 고생이 많았는지 얼굴이 진땀으로 범벅이다. 그리고 나를 보자 팔을 벌려 맞이해 주었다.
“아버지.”
“오냐, 너도 고생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 말에 아버지가 절레절레 흔들고 표정을 굳히셨다. 역시나 이쪽도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평안아, 나도 버티려고 고집을 부린 건 아니다. 수성의(마등) 편지를 받고 빠져나갈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 하나 살자고 고향을 버릴 순 없는 법. 특히나 농서 태수가 그렇게 죽고, 모른 척 도망칠 수는 없었다.”
“아버지.”
“너도 알다시피 난 농서를 대표하는 어른이기도 하다. 그런 내게 살려달라고 다가오는 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법.”
“이해합니다. 그러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의 긴 설명.
토벌대와 반란군의 대치.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가장에 모여드는 난민의 숫자는 많아졌다. 특히 반란군의 횡포가 심해질수록 살고자 도망친 자들의 우려는 극에 달했다.
그런 우려에 인근 마을에서 모여든 농민들이 내 집, 내 대문 안으로 숨어들고, 그들을 버릴 수 없어 고민이 많았다.
단지 안전한 피난처로 그들을 숨기고, 위로하는 게 전부인지? 아니면 맞서 싸워야 하는 게 옳은 판단인지? 그런 내게 더 늦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자들도 있었다.
파재, 하의, 그들이 그랬다.
이들은 고민에 빠진 나를 설득했다.
실상, 그들의 말을 이해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나서는 게 옳은 판단인지? 혹여 마을 사람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지?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반란군은 농서로 다가오고 농서의 태수는 쉽게 항복하고, 결국 태수의 수급이 성벽에 걸리자 나는 마가장의 이름으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후는 보는 것과 같다. 농민이 병사가 되고, 인근 마방의 노복들이 기수가 되어 손발을 맞추었다.
물론 파재가 한 짓이 이해가 안 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둔한 농민은 파재와 하의를 잘도 따르더라. 그리고 그들의 노력으로 적병을 잡고 마을을 지켰으니 파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길고 긴 아버지의 이야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하지만.
지금의 결단에 실수가 있었다면?
내 병력이 추가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변장의 군대가 농민병을 뚫어냈거나? 기병을 잡아냈다면 말이다.
나는 그 생각으로 멀리 보이는 파재를 보았다.
파재는 농민을 다독이며 잘했다고 위로하는 중이고, 화웅은 기병들을 살폈다. 그리고 기병에게 멀어진 화웅이 큰 누님과 기쁨의 해후를 나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눈이 커질 정도로 놀라운 사건 중 하나.
“아가씨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시지요? 혹시나 주인어른과 아가씨께 위해가 있을까? 걱정되어….”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진심을 드러내는 화웅. 전장에서 호령한 호랑이는 어디 가고, 지금은 순한 양처럼 순수해 보였다.
그리고 누님도 비슷했다.
화웅의 고백이 싫지는 않은지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버님은 웃었다.
“하하하. 우리 큰아이도 시집갈 때가 되었어. 언제 날을 잡아 화웅을 사위로…”
그 말에 화웅이 넙죽 엎드리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대번에 절을 올렸다.
“주인 어르신! 아니 아버님!! 저를 거둬주시고, 살펴주시고, 큰 은혜에 갚을 길이 없습니다.”
부인이 좋으면, 처가 기둥에다가 절을 한다고 했던가? 화웅이 딱, 그짝이었다. 이것으로 화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이 되었다.
큰누이와 화웅이 언제부터 눈이 맞았나? 생각해보면 그때였던 것 같았다.
첫날, 화웅이 마가장에 오던 날.
절뚝이던 화웅은, 누이를 따라다니며 종노릇을 자처했다.
‘아가씨 시킬 일 없으십니까?’
‘어디… 나무라도 해볼까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한동안 누이와 화웅을 번갈아 보다가 파재에게 시선을 두었다.
파재는 나를 향해 목례를 올렸고, 나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러자 파재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별말씀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농민들이 약탈당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겸허하게 말하는 파재의 담담함. 그런 태도에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속 의구심도 있기에 되물었다.
“멀리서 보니 태평도의 경문을 외우던데??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조금은 쌀쌀맞은 말투. 그것에 눈치를 챈 표정이다. 그럼에도 대답은 바로 나왔다.
“언제 물어보시나 했습니다? 제가 태평도를 심을까, 걱정이시지요??”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걱정됩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태평도의 도리는 실패한 지 오래. 저는 농민병이 두려워하기에 진언을 알려줬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겸손하게 답하는 파재. 고개를 숙인 그의 태도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나는 화재를 돌려 그를 격려했다.
“아무튼, 대단했습니다. 단지 몇 자의 경문으로 두려움을 없애 다니요?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습니다.”
“하하하. 보셨습니까? 사람이란 말이지요. 누구나 보고 싶은 걸 보고, 믿고 싶은 걸 믿는 경향이 있지요. 그것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보고 싶을 걸 말입니까? 혹시…”
“저희만의 약재가 있습니다. 그것을 전쟁이 터지기 전에 밥과 찬에 먹였지요.”
“그래서 농민들의 상태가?”
“조금 과하게 먹였지요.”
파재의 웃음 섞인 이야기가 끝나고, 현재 상황에 대해 의논을 가졌다.
“소가주께서 어쩌실 생각입니까? 아직 반란군의 수괴가 많습니다. 그들 중 이곳 사정을 들을 자가 생길 겁니다.”
“그렇겠지요.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또한 파재의 말에, 그가 아버지에게 처음 떠나자고 권했다는 걸 알았다.
전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천수로 떠났던 반란군이 이곳으로 진군할지도.
지금은 천수를 중심으로 접전을 벌이지만, 후위가 어지러운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다른 병력을 보낼 테지.
살기 위해 떠나야 했다.
돈보다는 생명이 먼저.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해 후일을 도모하는 게 옳았다.
“떠나야지요. 아무래도 무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무위를 중심으로 마가장을 새롭게 열 생각입니다.”
“결정하셨습니까? 큰 어르신도 동의하신 사항입니까?”
“말씀드려야지요. 그리고 무위로 올라가면 숙부를 소개해 드리지요.”
“숙부라면?”
“무위 성을 점령 중입니다.”
“무위라면… 마등 장군 말씀이지요. 그도 반란군의 깃대를 걸었다고 들었습니다.”
“반란군에게 짓밟히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우리 병력까지 추가되면 다른 길이 열릴 겁니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잘하면 다른 방법이 생기겠습니다.”
그 말에 끄덕였다. 보병 지휘관인 파재는 내 말을 이해했다.
나는 파재에게 떨어져 나와 상단의 수뇌부와 상의했다.
먼저 2만 포로를 무위로 옮기는 결정. 이들은 여러 지역에서 모인 난민. 배가 고파 반란군이 된 자들이지 변장에 대한 충성도는 미미했다.
그리고 붙잡은 변장은 따로 생각이 있었다.
지금 이대로 가면 마씨 가문은 영락없는 반란자.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은 붙잡은 변장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달라질 것이다.
나는 변장을 이용해 사면받을 생각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며칠을 더 보냈다.
번식용 군마가 마가장으로 옮겨오고 이곳에 모인 농민병과 그 가족, 그리고 2만에 가까운 포로를 붙잡고 무위를 향해 느리게 행군했다.
떠나간다.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
반란군의 위협이 두려워 정든 고향에서 멀어져야 했다.
지금껏 벌어둔 자금이 있고, 마방을 다시 일으킬 1만 필의 군마가 있었다. 물론, 멀리 보인 마가장이 아깝기는 했다.
그리고 그걸 그냥 버릴 생각은 없었다. 차후, 안가安家의 형태로 마가장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도드라지지 않게.
있는 듯 없어 보이게.
큰 전쟁이 터져도 타격받지 않게.
며칠을 행군했다.
많은 자가 함께하기에 속도는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걸었다.
우리를 공격할 반란군은 천수에 있고, 지나치는 길목에 반란군은 없었다. 물론 반란군이 없다고 해서 성을 지키는 적병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번 노릴 만했지만, 그 다음 여파는 책임질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우리가 이끄는 자들은 그저 농민병.
훈련되지 않은 잡병. 그들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항졸이 대부분. 지금은 욕심을 부릴 게 아니라 숙부의 군대와 합류하는 게 답이었다.
1만 농민병과 그의 가족.
5천 호위대.
3천 기마병(다른 마방의 기수 포함)
아군으로 전향이 헷갈리는 2만 포로.
길게 이어진 행렬은 무방비스럽기도 했다. 기습당하지 않으려고 척후대를 멀리까지 보냈다. 풍류대를 비롯해 마방의 기수까지 한 대 뭉쳐 몇 번이나 주변을 경계했다.
그 과정 중 손님이 하나 찾아들었다.
너무나도 친숙한 손님.
천수에 있어야 할 그가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무언가를 부탁한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