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
10화
가면 갈수록 참 신묘했다. 겨우 단 한 사람이 변했다고 얘기가 이리 달라질 수가 있나.
‘어이없긴 하지만, 뭐.’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가 중요하지. 서러운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즐거움이 더 컸기에 서러움 따위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이건 일단 뒤로하고.’
문제는 언제부터 보고 있었느냐인데.
이제 막 왔다고 보기에는 타이밍 좋게 튀어나왔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기에는 지화연 씨 성격상 저런 걸 물어볼 리 없었다. 되레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들지.
‘어차피…….’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나는 당황스러운 듯 작게 웃어 보이며 물었다.
“네. 돌면 안 되나요?”
“아뇨. 그건 아니죠.”
“아……. 다행이에요. 사실 호기심에 몰래 돈 거라.”
일반인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능력이 생겼다. 그렇게 되면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순리 아니겠는가?
“단순 호기심이라…….”
그러며 지화연 씨는 쓰러져 묶여 있는 불법 헌터들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나는 그 시선을 눈치 못 챈 척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로 돌았다. 그리고 불법 헌터들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입을 열었다.
“아,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이에요!”
“네?”
“설마설마했는데 불법이었던 데다가, 저희를 해치려 해서 깜짝 놀랐어요. 임시긴 하지만 제가 S급이라 다행인 거 있죠.”
“네. 그렇네요.”
불법 헌터들을 계속 빤히 보던 지화연 씨가 이내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는지 다시 내게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이걸 어찌해야 하는지가 문제이신 것 같은데…….”
“아, 네. 맞아요. 아무래도 협회에 신고하는 쪽이 좋겠죠?”
“음. 그것도 보편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건 뿌리까지 뽑아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것도 맞긴 하죠……?”
“한지언 씨,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실 수 있으신지?”
“저야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예상대로였다. 지화연 씨는 던전 안의 일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으니, 이 일의 처리를 자신이 맡으려 할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화연 씨가 나타나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좀 곤란했을 수도 있었다. 이들을 뿌리 뽑지 않고 그냥 협회에 맡기려 들거나, 혹은 나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았을 테지.
내가 방긋 웃어 보이며 고민이 해결된 듯한 개운한 얼굴을 하자 지화연 씨가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공로를 훔쳐 가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정말 상관없으신지?”
“공로라고 해도 화진… 길드장님께서 이 일을 더 오래 하셨으니까 더 잘 처리하실 테고, 아무래도 제대로 된 던전을 돈 게 아니라 좀 꺼림칙해서요. 그래서 길드장님이 나타나신 게 저한테는 더 감사하고…….”
“그러시다면야. 그리고 방금 감사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혹시 보답을 하나 받아도 될까요?”
“네? 보답이요?”
“네. 작은, 아주 작은 보답이요.”
그 뒤로 상황은 빠르게 마무리됐다. 뉴스 페이지에는 또 불법 헌터가 튀어나왔다는 말뿐이었으며, 내 이야기는 오롯이 등급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그 뒤로 지화연 씨가 박우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박우윤은 이미 내 편이었기에 별말을 하지 않은 듯 보였다.
도망치듯 갔던 E급 헌터는… 아마 마약에 찌들어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일 것이었다. 매번 그런 식이었으니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뒤틀린 거지.’
그로부터 하루가 지났고, 현재 나는 화진 길드 응접실에 와 있었다.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예에…….”
작은 보답. 설마 그게 대화일 줄은.
‘본래였다면 형이랑 와야 했는데.’
화진 길드에 오는 건 똑같았지만, 과정이 달랐다. 본래였다면 형이 나를 데리고 화진 길드에 와서 지화연 씨와 만난다. 그게 본래 루트였다.
‘대차게 꼬였네.’
홀짝. 고요한 응접실에 나는 버티지 못하고 찻잔을 들었다. 차를 조금씩 마시며 시선을 슬쩍 지화연 씨에게 옮겼다. 평화롭고 여유롭게, 나와 똑같이 차를 마시는 지화연 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상황. 먼저 입을 열어야 하는 건 아마…….
나는 찻잔을 달칵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저기… 그래서,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
지화연 씨는 대답하지 않고 잠시 찻잔을 입에 붙였다가 떼어 냈다. 그러곤 잠시 일렁이는 찻물을 바라보다 겨우 대답했다.
“무슨 일일 것 같으신가요?”
등을 올곧게 펴며 다리를 꼰 지화연 씨가 무릎에 손을 얹고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입을 벙긋거리며 생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하하하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지화연 씨는 입꼬리를 작게 올려 웃어 보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표정을 가다듬고 겨우 운을 뗐다.
“혹시, 길드 영입… 제안을 하시려는 건가요?”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어……. 아뇨. 아직은 프리 헌터 쪽에 관심이 있어서.”
“형제가 둘이 똑같네요.”
“…….”
“음. 영 대화가 안 될 것 같으니 제가 먼저 운을 뗄까요?”
“네?”
“한지언 씨는, 한지운 헌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신가요?”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나 싶다만.
“…그야 당연히 다―”
문득 든 생각에 나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입을 닫았다.
내가 정말 형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전부 다’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옛말이었다. 이변이 없었을 때의 얘기지, 지금은 달랐다. 하물며 지금의 나는 ‘헌터’ 생활을 하는 형을 잘 모르는 상태이니까…….
나는 잠시 입을 달싹이다 말을 꺼냈다.
“…글쎄요.”
“저희도 잘 몰라요.”
“예?”
가벼운 대답에 기운이 훅 빠졌다. 아니, 원래 이런 사람이긴 했지만, 색다른 대화여서 그런지 느낌이 생소했다.
그런 내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화연 씨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한지운 헌터가 어느 초중고를 입학하고 졸업했는지, 대학은 어디로 갔는지, 아, 대학은 자퇴했죠. 어쨌거나, 그리고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평소 인간관계 등등, 그런 기본적인 것만 알아요.”
“그것도 많이 아는 거 아닌가요.”
“이 정도는 누구나 조금만 찾아봐도 다 아는 거잖아요. 요즘 인터넷만 봐도 이런 건 다 기본으로 나오던걸요.”
“…그래서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평가지만, 한지운 헌터는 왠지 미래를 보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요.”
“…네?”
갑자기?
미래. 그래. 나나 형이나 둘 다 미래를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만,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건 형이 그만큼 티를 냈다는 건데.
달그락. 지화연 씨가 탁자 위에 있던 쿠키 네 개를 다른 그릇에 옮기더니 이내 쿠키 하나를 따로 빼내며 말했다.
“한지운 헌터는 한국에서 처음 나타난 S급 헌터예요. 아마 이건 알고 계실 거고. 그리고 이 이후에.”
지화연 씨는 빼놓았던 쿠키 위에 또 다른 쿠키를 쌓으며 말을 이었다.
“새로운 S급 헌터가 바로 나오고, 이 헌터는 본래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길드로 만들었죠. 그리고 한지운 헌터와 협력하였고.”
지화연 씨는 이번에는 쿠키를 두 개 집어 들더니 그것들을 동시에 이미 쌓여 있는 두 개의 쿠키 위에 올려놓았다. 그릇 위에는 어느새 볼록한 쿠키들이 위태롭게 쌓여 있는 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 한지운 헌터는 다음 S급이 길드를 세우면 그때도 똑같이 협력하겠다고 말하셨대요. 저는 그 당시 자리에 없어서 잘 모르지만, 들은 것처럼 실제로도 그러셨고.”
“그게 왜요?”
“반대로 생각하자면, 한지운 헌터는 다음에 나타날 S급이 길드를 세울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죠.”
“…너무 간 거 아닐까요. 그럴 만한 일이잖아요.”
“제가 그것만 보고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당연히 다른 이유도 있죠. 그건 어디까지나 처음, 그러니까 계기죠.”
“…….”
형이 뭔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대놓고 나 미래 알아요~ 하면서 다닌 건 잘 알겠다. 사실을 숨기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니 그럴 수 있다만……. 그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겠지.
지화연 씨의 손끝이 쌓여 있는 쿠키를 툭, 치자 쿠키들이 힘없이 그릇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뭐, 어쨌거나 한지운 헌터는 길드장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각 길드들에게 각자 맞는 관리를 해 주고 있어요. 길드장이랑 같은 영향력도 행사하고. 어쩌면 저희가 휘둘리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렇겠죠? 저,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꺼내냐고요?”
“…네.”
“소소한 담소예요.”
지화연 씨가 꼰 다리 위로 팔을 올려 턱을 받쳤다. 그러곤 잠시 나를 보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한지언 씨. 한지운 헌터에 대해 뭐 아시는 거 없을까요?”
“네.”
“답이 너무 빠르네요.”
그거야 정말 아는 것이 없으니까.
지화연 씨가 허리를 세웠다. 이어 그녀는 제 무릎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 한지운 씨랑 대화를 안 한 지 오래되셨으니 모르시는 것도 당연하죠.”
“…별걸 다 아시네요.”
그러자 지화연 씨가 생긋 웃었다. 딱히 반박은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대답이었다.
“그래도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으신가요? 예를 들어, 음, 미래에 대한 정보라든가요.”
“저희 집안은 평범한 무교 집안이라서요.”
“그렇죠.”
달칵, 지화연 씨가 찻잔을 들어 올려 제 입으로 가져갔다. 처음과 같은 침묵. 정보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지화연 씨가 하는 행동이었다.
‘…슬슬 보내 줄 만도 한데.’
조금, 아니, 뭔가 많이 이상했다. 더 이상 용무가 없다면 그냥 보내는 것이 보통이었을 지화연 씨인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나를 묶어 두고 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침묵을 유지함으로써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툭. 툭. 나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려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손가락을 작게 움직였다. 얼굴에는 여전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해하는 표정을 지은 채, 시선을 굴리며 지화연 씨의 행동을 훑었다.
‘역시 누가 봐도 일단 묶어 두려는 것 같은데.’
왜?
이유가 영 생각나지 않았다. 애초에 이번 일은 생전 처음 일어난 일인지라. 다음 일이 영, 예측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좋긴 하다만.’
덜컥, 지화연 씨가 찻잔을 내려놓더니 제 손목시계를 바라보고는 작게 읊조렸다.
“슬슬 오겠네요.”
작게 말했지만, 나에게까지 뚜렷하게 들리는 말이었기에 나는 자연스레 그 말에 응답했다.
“네?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지언 씨가 보신다면 반길 사람이에요.”
“…반겨요?”
“물론 한지언 씨가 여기 있는 걸 알면 화낼 사람이기도 하고요.”
“…….”
누군지 단번에 알 것 같았지만, 후자는 뭔 소리람.
“한지언 씨.”
“네?”
“하나 제안할 것이 있는데 말이죠.”
“무슨 제안이요?”
지화연 씨가 생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저와 협력 관계를 맺지 않으실래요?”
“협력… 관계요?”
“정확히는 저희 길드들과 말이에요.”
“…길드라 하면?”
“그러니까 류… 아니, 3대 길드라고 하는 게 더 익숙하시겠죠?”
3대 길드. S급 길드장들이 있는 길드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게 도대체 뭔 뜻―”
내가 의아해하는 말투로 의문을 표하려던 순간, 쿵! 부서질 것만 같은 소리를 내며 응접실 문이 열렸다. 문밖, 무자비한 존재감을 내뿜는 누군가가 우리를 쳐다보았다.
문안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지화연 씨의 말과 바깥에서부터 풍기는 존재감으로 얼추 예상했다만…….
나는 현재 상황에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형……?”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형이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