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아, 진짜!”
윤시아가 대뜸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나 이해는 갔다. 다음 층으로 가긴 가야 하는데 가는 방법은 모르겠고, 머리를 모으고 고민하자니 몬스터가 계속 튀어나와 말할 틈이 없고. 나도 소리를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몬스터들의 규모가 어찌나 컸는지, 몬스터를 처리하며 찾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니, 한 명 빼고 다 찾았다. 문제는 아직 못 찾은 한 명이.
‘마허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마허윤이라는 거였다. 가장 경력도 적은 사람이 혼자 떨어져 있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였다.
‘어디서 죽은 건 아니겠지.’
여기서 처음 만났을 때 잘 살아 있었던 걸 보면, 쉽게 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
몬스터들을 처리하던 와중, 그 너머에 있는 건물 위에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제치고 곧바로 위로 뛰어올랐다.
건물의 높이는 낮았다. 가장 거대한 몬스터의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나는 몬스터의 머리를 밟고 단숨에 건물 위에 도달했다.
건물 위에 있던 두 토끼를 향해 주저 없이 낫을 휘두르는 찰나, 아이가 중얼거렸다.
“너희가 모르는 이곳의 진짜 보스를 보여 줄게.”
텅! 휘두른 낫이 남색 토끼에게 막히고, 아이가 하늘 위로 검은 찰흙 덩어리 같은 것을 던졌다.
“무슨…….”
“무엇인지는, 아래에서 구경해라.”
“이런 미―”
쾅! 나는 그대로 땅에 추락했다.
‘진짜 지친 상태만 아니었어도…….’
곧장 떨어진 몸을 일으키려는데.
쿵.
“…뭐야, 이거.”
툭. 두둑. 하늘 위에서 검은 덩어리들이 비 내리듯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짓누르는 듯한 압박에 어깨가 작게 떨렸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검은 하늘. 그래, 평범한 검은 하늘이었다.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검은 하늘.
“허…….”
그곳에서, 손 하나가 뻗어 나왔다.
거대한 손이 건물을 짚었다. 건물이 손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팔 다음으로는 거대한 머리가 튀어나왔다. 하늘과 똑같이 표면에 그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는 검은색의 머리였다. 아니, 어쩌면…….
“설마 하늘이… 전부…….”
강희민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하늘에서 저것이 튀어나오며, 본래 검었던 하늘이 하얗게 변했으니까. 마치 그림이 지워진 도화지처럼.
‘하늘이 검었던 게 아니라, 저것이 하늘에 있어서 검어 보인 거였나.’
쿵. 그것의 상반신이 전부 튀어나오며 주변 건물이 과자처럼 무너져 내렸다.
‘위압감이야 크지만, 거대한 건 속도가 느릴 터―’
쾅! 생각하기 무섭게 검은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주변 건물을 전부 무너뜨렸다.
“…이건 아니지.”
그 근처에 있던 지화연 씨가 외쳤다.
“움직이기 힘드신 분들은 물러서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화연 씨가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거침없이 휘두른 레이피어의 끝에서 검기가 세차게 나아가 그 거대한 것에게 닿았다. 하지만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듯 지화연 씨의 검기는 그것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이런……. 류천화 씨! 공격해 봐요!”
그 말에 류천화 씨가 곧장 공격했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無)였다.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양 그것에겐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런 걸 조종하는 거라면, 앞으로도 이런 걸 조종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해.’
형태가 아스러지려는 낫을 나는 정신으로 붙잡았다. 그러곤 하늘을 바라봤다. 무너진 건물 사이, 우뚝 선 건물. 그 위에 이 일의 주범들이 있었다. 사라지지 않은 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저것들만 없으면…….’
툭. 나는 소리 없이 뛰어올랐다. 낫을 쥔 손에 감각이 없었다. 그만큼 기력이 많이 소모됐다는 것일 터.
그러나 저것들을 처리해야 했다. 훗날 더 큰 위험이 되기 전에, 손에 닿을 수 있는 지금.
낫을 휘둘렀다. 단숨에 다가온 내 모습에 토끼 형제가 당황한 듯 대응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제발 좀……!’
닿아라!
낫이 토끼 형제에게 닿기 직전. 훅. 낫이 사라졌다.
“이런 미친……!”
기력이 소모돼서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무리 기력이 바닥이라 하더라도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지를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뻑뻑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하.”
내 몸의 몇백 배, 아니, 그 이상으로 거대한 머리. 그 머리가 입을 벌려 더 거대해졌다. 벌려진 입 안쪽으로 거대한 눈알 하나가 데굴 구르다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모습에 확신할 수 있었다. 저것이, 내 낫을 없앤 것이라고.
고민 없이 바로 능력을 사용했으나, 시동이 걸리다 말고 꺼졌다.
“망했네.”
이걸 어떻게 이기냐.
벌려진 입이 다가왔다. 블랙홀도 이것보단 덜 어둡겠다.
일단 먹히고 보지, 뭐. 혹시 모르지. 저게 다음 층으로 가는 입구일 수도.
‘…너무 개소리인가.’
어떻게든 되―
“한지언!”
콱. 형이 내 몸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것의 입 주변으로 가시가 돋아나며 형을 관통했다.
“형?! 이게 무슨―”
쾅! 거대한 팔이 나와 형을 쳐 냈다. 뼈가 바스러지는 감각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땅에 박혀 있었다. 그러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주변에 의문이 들어,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이게 맞는 건지…….”
마치 한낱 벌레처럼, 우리가 벌레를 잡는 것처럼, 사람들이 그렇게 무너져 내려 있었다.
죽었을까 살았을까. 어쩌면 죽은 게 더 덜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모두 그 정도로 무참한 상처를 가득 떠안은 채들 쓰러져 있었으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입을 닫을 생각이 없는 그것이, 입 안에 있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정확히는 나를 쳐다봤다. 그것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다리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저것과 대적할 생각을 한 사람들도 대단하다 싶었다.
‘무기가…….’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고 형 옆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검이 사라져서 대용으로 꺼낸 거겠지……. 능력도 뭣도 안 통하는데 구하러 올 줄이야.’
겨우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말이지.
‘이것도 능력이라 해야 하나. 대단하다, 대단해.’
나는 검을 쥐었다. 주변 건물의 빛에 검날이 번뜩였다.
검 끝을 거대한 것을 향해 겨누었다. 과연, 이 작은 것으로 저것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저것에겐 이런 검 따위 그저 이쑤시개, 아니, 아마 그 이하가 아닐까. 애초에 저것에게 이게 날카롭게 여겨지기나 할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검은 주민이 건물 잔해 속에서 꿈틀거렸다. 사람들은 상처가 심하지만 살아 있었다. 문양도 잘 개방되어 있고.
‘…한 번만 더 버텨 줘라.’
파앗. 꽃들이 넘실거리며 피어올랐다.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사이 피어오르는 꽃들의 모습이 퍽 보기 좋았다.
‘왜 발동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라도 발동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능력이 발동된 것도 잠시, 꽃이 피어오름과 동시에 머리가 울렸다. 울리다 못해 누군가 머리를 으깨어 버리려는 것 같았다. 기력을 빼앗는 능력이면 뭐 하나. 사용하기 위해 꽤 많은 기력을 사용하는데.
그래도 얼마간 버티고 나니 주변 기력을 빨아들여 그나마 살 것 같았다.
‘단 한 번.’
그 한 번만 닿아 주면, 좋겠네.
텅!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꽃들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바닥을 짚고 있던 검은 손을 타고 올랐다. 단숨에 퍼져 나가는 꽃들에도 거대한 것은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효용이 있었다.
“이게 진짜 낙원이지.”
단숨에 빨려 들어오는 기운에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졌다. 들어오는 기운을 채 다 받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기운이 별의 모습을 한 채 몸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가는 곳마다 별들의 흔적을 남기며 거대한 것에게 다가갔다.
“진짜 죽어 줘라.”
흡수한 모든 기운을 검에 담았다. 그간 살아오며 사용한 힘 중 10위 안에 들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그렇게 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번에 죽여야 했다. 만약 싸움을 질질 끌면 건물이 무너지거나 저 검은 것이 움직일 테고, 그렇게 된다면 주변에 쓰러진 사람들에게, 뒤에 있는 형에게 피해가 갈 게 뻔하니까.
그러니까, 일격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에 모든 것을.
콰앙!
공간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꾸드득. 검이 박힌 머리를 시작으로, 거대한 것이 안쪽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분쯤 지났을까. 쿵! 거대한 것이 드디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것이 쓰러졌음에도 나는 검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아니, 검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손끝 힘까지 사용해 몸이 돌처럼 굳은 것 같았으니.
나는 가쁜 숨을 겨우 진정시키고 죽은 이것의 머리에서 검을 뽑아낸 뒤 땅을 밟았다. 시야가 핑 돌았다. 쥐고 있던 검을 놓쳤다. 몸이 중력을 못 이기고 쓰러졌다.
‘여기서 문양 개방을 해제하면 좀 편해지려나……. 아니,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먼저…인데.’
몸이 바닥과 하나가 된 양 움직이지 않았다. 토끼들이 다른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 되는데. 지켜야 하는데.
“그 상태로 정신을 부여잡고 있는 거야? 너도 참 대단하네.”
겔탄의 목소리였다. 상황이 상황이어서일까, 겔탄이 근처에 있다는 생각에 안심부터 들었다. 겔탄은 적어도 날 죽이려 들진 않으니까.
“야……. 괜찮냐?”
“…마허윤.”
어디 갔나 했더니, 겔탄이랑 있었던 모양이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구나.
“난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들, 먼저 치료해 줘. 유아한 씨를 먼저 치료하면, 아마…….”
“…미친놈.”
왜 갑자기 욕질이야.
마허윤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마 다들 금방 회복하겠지.
‘…졸려.’
의식이 희미해지며 눈앞에서 섬광이 반짝였다. 무너지는 몸과 정신을 억지로 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냥 다 놓으면 편하지 않을까.
“어? 여기서 자면 안 돼.”
“…알아. 그러니까 빨리, 다음 층으로 가는 방, 법을…….”
“그건 몸이 나은 뒤에 들어도 되지 않아?”
“닥, 치고 빨리…….”
“급하기도 해라.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알려 줄 거니까. 하지만 그 전에…….”
퉁! 겔탄이 가볍게 꼬리를 휘두르자 무언가가 튕겨 나갔다. 보아하니 남색 토끼인 듯했다.
“왕을 배신할 생각인가? 어째서 그것을 돕는 거지?”
“설마, 내가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하겠어?”
“그럼 비켜라. 지금 죽여야 한다. 저것을 처치한 것이기에 더욱 말이다.”
“그건 싫어.”
“도대체 뭐 하는 짓인 거지?”
“뭐 하는 짓이긴, 밸런스 맞추는 중이지요~”
“이곳에선 그럴 필요 없다는 거 잘 알 텐데?”
“내가 알 바야?”
“…□□―”
“아.”
텁. 푹신한 무언가가 머리에 덮어졌다. 이게 뭐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을 열 힘도 없었다. 그냥 덮고 있자.
머리를 덮은 무언가 때문에 주변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웅얼거리며 무어라 말하는 거 같긴 한데, 이거 왜 이렇게 방음이 잘되는 거야.
‘더 졸려.’
그렇게 다시 눈을 끔뻑이고 있는데 돌연 머리를 덮고 있던 게 휙 들어 올려졌다. 빠르게 사라져서 자세히는 못 봤지만, 분홍색인 걸 보니 겔탄의 꼬리였나 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후회하게 해 주지.”
남색 토끼 귀가 잔뜩 화난 듯한 태도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뒤로, 수없이 많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내가 너무 화나게 한 모양인데?”
“개새끼가…….”
몸을 일으킬 수도 없는데 몬스터를 만들어 내고 난리야.
‘…그래도 다행인 건…….’
멀지 않은 곳에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한지언 씨!”
유아한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예상대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회복한 상태였다.
“상처가……. 아니, 마허윤 헌터, 포션이라도 뿌렸어야죠!”
“저한테 있는 포션이라곤 중급 포션밖에 없어요……. 그걸론 택도 없을 것 같아서…….”
“탑에 들어오면서 왜 그런 것밖에 안 가져왔어요. 나중에 따로 찾아오세요. 포션 드릴 테니까.”
푸른 기운이 몸을 감쌌다.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싶었지만,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있지, 걔 치료해도 못 움직여.”
겔탄의 참견에 유아한 씨가 겔탄을 잠시 노려보다 물었다.
“누구야, 넌?”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