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색이 입혀진 세상】
유아한 씨가 말을 이었다.
“헌터는 아닌 거 같고. 혹시 보고서에 적혀 있는 겔탄이라는 게 너야?”
“네~ 제가 겔탄이에요~”
“그래서, 왜 치료해도 못 움직인다는 건데?”
“그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없으니까?”
그 말에 유아한 씨가 손목을 매만졌다.
“진짜네. 한지언 씨,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하셨어요?”
…거대한 거 처리했습니다.
‘다 쓰러져 있었으니 못 봤을 만하지…….’
아무도 못 본 게 더 편하긴 하지. 뭘 캐물을 일도 없고. S급 중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다른 S급들을 쓰러뜨린 걸 어떻게 쓰러뜨렸냐고 물으면… 딱히 둘러댈 말이 없었다.
유아한 씨가 말했다.
“한지언 씨 못 움직이니 제가 들고 움직―”
“내가 들어야지!”
그러며 겔탄이 나를 들고 잽싸게 뛰었다. 뒤에서 유아한 씨가 야,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놔.”
“싫어!”
“놓으라고 했다.”
날을 세운 내 모습에 겔탄이 웃으며 물었다.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 들어야 하지 않아?”
망할, 그게 있었지.
나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뭔데.”
겔탄이 꼬리를 내린 내 모습에 흡족해하며 답했다.
“우선, 이 공간은 다른 공간을 위한 곳이야. 다른 공간에 꿈이 차고 넘치도록, 꿈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버틸 수 있도록, 꿈의 흐름을 공급하는 곳이지.”
“네 말은, 꿈을 찍어 내는 공장이라는 말이지?”
“맞아. 그렇기에 여기에는 꿈이 없어. 주민들도 꿈 찌꺼기를 먹으며 살지. 각자의 색도, 개성도 없는 이곳은, 네 말대로 공장이나 다름없어.”
“그래서, 이곳에서 나가는 방법은?”
“간단해. 꿈이 없는 이곳 중심에 다른 곳과 연결되는 꿈의 길을 열면 돼.”
“…그 꿈의 길을 어떻게 여는지 알아야 간단한지 아닌지 판단하지.”
“백호였나. 걔한테서 뭐 받았지?”
“…그래.”
그 말에 이전 층인 왕국 키우기에서 보았던 백호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백호가 주었던 씨앗까지.
겔탄이 말을 이었다.
“그게 열쇠야.”
“자세히 말해.”
“그걸 이곳 중심에 심으면 꿈의 길이 열려.”
“이곳의 중심은 어디지?”
“가장 높이 솟아오른 건물. 그 건물의 옥상에 심어.”
건물은 지나다니다 보면 찾을 테고, 씨앗은…….
“류천화 씨!”
내 부름에 류천화 씨가 나를 쳐다봤다.
“이전에 받았던 씨앗! 그 씨앗을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심으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어요!”
“그럼 씨앗은 한지언 헌터에게 맡기지.”
“예? 잠만……. 으악!”
류천화 씨가 갑작스레 던진 씨앗을 삐걱거리는 몸을 움직여 겨우 잡았다.
“한지언 헌터는 그 이동 수단을 타고 씨앗을 심도록. 나는 몰려오는 몬스터에 집중할 테니까.”
“나 이동 수단이야?”
나는 겔탄의 물음을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에 건물이 많은 데다 온통 몬스터로 뒤덮여 뭐가 높은지 뭐가 낮은지 구분하기 까다로웠다. 이 많고 많은 건물 중에서 어떻게 찾아야…….
그때 문득, 간단한 생각이 떠올랐다.
“겔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내 말에 겔탄이 가뿐히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건물 옥상 앞으로 더 높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올라가! 더 높은 곳이 없을 때까지!”
턱. 겔탄이 가뿐히 건물들에 올라서, 이윽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때 자리에 멈춰 섰다.
“이 근방에선 여기가 가장 높은 곳이야.”
“일단 이걸로 됐어.”
나는 겔탄의 손을 뿌리치고 옥상 바닥에 섰다. 비슷한 건물의 지붕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같은 키를 유지하는 건물들 사이.
“찾았다.”
거대하게 솟아오른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아무런 효과도 없는 별들을 만들어 길을 안내했다.
‘맨 앞이 류천화 씨니까… 눈치채겠지.’
다행히도 류천화 씨는 내가 안내를 위해 만든 별들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류천화 씨의 뒤를 따라 다른 사람들이 움직였다.
갑작스레 사람들이 방향을 꺾자, 순간 목표를 놓친 몬스터들이 제각기 나아가던 방향으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굴렀다. 꾸역꾸역 건물을 타고 나와 겔탄을 쫓아오는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그건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처단됐다.
다시 나를 들어 올린 겔탄이 거대한 빛을 내뿜는 건물을 향해 뛰었다. 건물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거대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건 지금 신경 쓸 것이 못 됐다.
터엉! 높은 건물 앞에 도달하자마자 겔탄이 높게 뛰어올라 건물 벽을 타고 옥상에 올라섰다. 비행하는 몬스터들이 기어코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나에게 달려들었으나.
“이거나 먹으라지.”
나는 손아귀의 씨앗을 세게 쥐었다. 팔을 하늘 높이 올렸다가 그대로 휘익!
쾅! 옥상 바닥이 금이 갔다. 금이 간 중심에 씨앗이 정확히 박혔다.
“이걸로 됐―”
어쩐지 허전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겔탄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주변을 살피니 겔탄이 비행 몬스터에게 붙잡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뭐 하는― 윽!”
또 다른 몬스터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여전히 삐걱거리는 몸으로 겨우 공격을 했다. 그러나 공격하면 할수록 (몬스터는 더욱 포효했다. 나는 몬스터에게서 힐끔 시선을 돌려)씨앗을 바라봤다.
‘설마,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가?’
그 생각은 전혀 안 했는데, 만약 그렇다면 낭패다.
나는 몬스터를 상대하며 외쳤다.
“겔탄! 씨앗은 언제 자라는 거야?”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안 줬는데 자라겠어?”
“…뭐?”
“비료를 줘야 자라지.”
“비료라니 무슨……. 윽.”
퉁! 나는 몬스터의 힘에 밀려 옥상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다 덥석, 누군가가 내 멱을 잡고 나를 다시 옥상으로 던졌다. 지화연 씨였다.
“뭐예요. 씨앗을 심으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다면서요.”
“그랬는데… 비료가 필요하대요.”
“비료, 요?”
지화연 씨가 끝도 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를 공격하며 의문을 드러냈다.
“네. 근데 그 비료가 뭔지 도대체…….”
비행 몬스터에 대롱 매달려 공격하던 유아한 씨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외쳤다.
“뭐든 주면 되겠죠!”
“저도 유아한 씨의 말에 동감해요. 일단 뭐든 줘 봐요. 그럼 뭐라도 되겠지.”
그 대답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마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씨앗에 던지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마석을 도로 챙기고 이번에는 주변에 흩뿌려진 마수의 피와 살점을 긁어모아 씨앗을 덮어도 보았지만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물이 필요한 건 아닐까 싶어 포션도 뿌려 봤다. 괜히 포션만 날렸다.
‘도대체 뭐지?’
나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총동원했다. 혹시 꿈과 관련이 있을까 싶어 꿈을 꾸는 사람의 피(류천화 씨의 것이다)까지 동원했거늘, 이 정도 노력했으면 눈치껏 자라 주면 안 되나.
나는 인벤토리를 둘러봤다. 뱀 마수의 비늘? 애초에 이곳 몬스터의 것도 안 통하는데 통할 리가. 예전에 얻었던 뜯어진 날개? 이것도 똑같이 쓸모없겠지. 안에 들어 있던 걸 전부 마신 공병? 아니, 이걸 왜 아직도 안 버렸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우뚝.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던 손을 멈췄다.
“이건…….”
손아귀에서 하얀 물체가 작게 빛났다. 이곳, 미래 도시에서 만난 작은 이변으로부터 받은 선물.
‘…설마.’
나는 씨앗을 향해 다가갔다. 하얀 물체를 움켜쥐고, 잠시 씨앗을 바라보다, 그대로 팔을 움직이려던 찰나.
쾅! 누군가의 무릎이 명치를 가격해 멀리 밀려 나갔다.
“…….”
“허튼수작을 부리는군.”
남색 토끼 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막는 걸 보니, 맞나 보네?”
“그래. 하지만 넌 이곳에 도달하지 못할 거다.”
“글쎄, 네가 간과한 게 하나 있는데.”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토끼 귀가 공격을 받을 준비를 했다. 그 모습에 대답하듯 나는 토끼 귀를 향해 달렸다.
토끼 귀가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꽈드드득, 시멘트 바닥에서 나무가 자라나 놈의 주먹을 붙잡았다. 빛나는 화살이 토끼 귀의 발등을 찍고, 커틀러스를 쥔 윤시아가 견갑골을 찔렀다.
“여기, 나만 있는 거 아니야.”
살풋, 토끼 귀의 어깨를 짓누르고 넘어섰다. 윤시아가 외쳤다.
“빨리 좀 넘어가요. 이제 몬스터는 질린다고요!”
“말 안 해도, 그럴 겁니다.”
하얀 물체를 꽉 쥐었다. 어쩌면, 산타를 만난 건 필연적인 운명이었나 보다.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는데.’
비록 구해 주진 못했지만, 만약 산타를 다시 만난다면 산타의 의무를 제대로 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내게 필요한 선물을 주었으니까.
터엉! 하얀 물체가 씨앗에 닿았다.
씨앗이 하얀 물체를 집어삼켰다. 꾸득, 꾸드득.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점차 싹을 틔워 냈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듯싶다가 화악! 하얗게 빛나는 가지들이 솟아나고, 굵직한 기둥이 자라났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이 마치 정화된 듯 사라졌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하늘에 나무가 솟아나 하늘을 꾸몄다. 나무가 뿌리를 내린 건물이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색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주민들에게도 색이 퍼져 나가, 어느새 모든 주민들이 각자의 색과 모습을 되찾았다.
어느 주민은 꼬리가 있고, 어느 주민은 날개가 달렸다. 어느 주민은 크고, 어느 주민은 물처럼 찰랑거렸다.
‘…이게, 이곳의 본래 모습인가?’
상상 이상으로 개성이 넘치는 곳이었다. 이곳의 식으로 따지자면 그만큼 꿈이 많았다는 거겠지.
‘예전에 흐름이 많다고 방해했던 게 이해가 되네.’
꿈의 흐름이 범람한다는 게, 이렇게 보기만 해도 느껴지니까.
윤시아가 외쳤다.
“뭐야! 어디 갔어!”
토끼 귀를 찾는 듯 윤시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 역시 의무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토끼 귀뿐만 아니라 겔탄도 보이지 않았다.
‘귀찮게 안 하고 나야 좋지.’
몬스터가 사라져 사람들이 옥상으로 몰려들었다. 지화연 씨가 말했다.
“입구가 열린 건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나무 기둥에 열린 입구를 가리켰다. 그를 본 지화연 씨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형이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가뿐히 기둥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 누구도 그 모습에 토를 달지 않았다. 마허윤과 강희민이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무어라 토를 달진 않았다.
유아한 씨가 말했다.
“다음 층엔 또 뭐가 있을지……. 몬스터 사냥은 조금 물리네요.”
“아한, 우리는 헌터라 어차피 계속 몬스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럼 들어가도록 하지.”
류천화 씨를 선두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구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에 서서 주변을 바라봤다. 제각기 다른 색을 가진 건물과 주민, 그리고 더 이상 하얗거나 검지 않은, 보랏빛에 별이 뜨고, 구름으로 꾸며진 하늘.
‘그 산타가 원했던 게 이런 풍경이었을까.’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산타가 이곳에 있었다면 필시 좋아서 펄쩍 뛰었겠지.
‘던전에서 처음 나타난 이변이라 그런가.’
처음 만난 새로운 것이었기에, 마음속 깊이 남은 걸 수도 있었다. 그래, 그 이상은 아니다. 새로운 이변이 유독 작은 존재였기에 도리어 마음에 깊이 자리 잡은 거였다.
“한지언 씨, 곧바로 들어오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폴짝. 지화연 씨가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나 역시 입구로 다가갔다. 하얀 빛에 너머가 보이지 않는 입구를 잠시 바라보다, 나는 다시 뒤로 돌았다.
만약 그 작은 산타가 원했던 것이 이 풍경이고, 저 주민들이 짓고 있는 미소라면.
“축하해.”
네 염원이 이루어졌어.
만약 산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전했을 말이지만 이제는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허공에 흩뿌리며 나는 다음 층으로 향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