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환각의 숲】
나는 다음 층의 풍경을 살폈다. 드문드문 나무가 심겨 있는 숲이었다. 다만, 무언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나무의 껍질 무늬라든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누군가가 대뜸 말을 걸어왔다.
“또 보는군요?”
“…아.”
류쵸멩이었나, 류타망이었나……. 어쨌건 진메이의 팀원들인 건 확실했다.
나는 고개를 까닥이며 답했다.
“네. 또 보네요, 류처멍 헌터.”
“…제 이름은 류치밍입니다. 꽤 예의가 없으시군요.”
“까먹어서 좀 잘못 부른 거 가지고 예의가 없다고 하네.”
“하여간에……. 응? 진메이. 거기 있었군. 죽은 줄 알았더니 잘 살아남았군그래?”
“…….”
“아, 그렇군. 진메이를 도와주신 거군요? 이것 참 고마워라. 짐을 짊어지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진메이, 빨리 돌아와라.”
진메이가 가늘게 떨며 류치밍에게 돌아갔다. 윤시아나 나나, 진메이가 떠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굳이 붙잡진 않았다. 저들이 우리 눈앞에서 진메이에게 무언갈 한 걸 아니니까. 그리고, 진메이는 그저 잠깐 만난 사이였으니까. 붙잡을 명목이 없기에 붙잡을 수 없었다.
윤시아가 조용히 붉은 눈을 번뜩였다.
“진메이, 우리는 탑을 클리어해야 한다. 개인적인 행동은 삼가라. 클리어하지 못한 인물이 되고 싶은 건가?”
진메이가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드문드문 끊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탑을… 클리어하더라도, 이번 탑에선 클리어했다는… 증거가… 없잖아.”
“뭐?”
“그러니까… 우리가 클리어한다고 해도… 우리가 클리어했다고 사람들이 알 방법이…….”
뻐억! 단숨에 날아온 공격에 진메이가 바닥을 굴렀다.
“그 잠깐 사이에 어디서 헛바람이라도 든 모양이지.”
그러며 류치밍은 우리를 노려보다, 다시 진메이를 향해 말했다.
“가족이 걱정이 안 되는 모양이야, 진메이.”
“…아니. 아니야. 가족은, 아니, 내가 미안, 죄송해요. 죄송…….”
진메이가 풀들이 자란 바닥에 웅크려 벌벌 떨었다.
“한지언 헌터! 저거―”
“가만히 계세요, 윤시아 헌터. 우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래도……!”
“저긴 S급 다수입니다. 저희는 둘인 데다가 S급은 저 혼자죠. 그리고 윤시아 헌터의 말대로, 전 A급 언저리고요.”
“실력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진메이도 약한 게 아니―”
흠칫. 그 순간 시야에 들어온 것에 나는 몸을 뒤로 물렸다.
“왜 그래요?”
의문을 표하는 윤시아에게 고개를 까닥여 방향을 가리키자, 윤시아가 시선을 옮겼다.
“뭐야, 저거!”
진메이의 주변으로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싹이 급속도로 자라나 거대한 줄기를 이뤄 내는 듯하다가 무언가가 만들어졌다.
‘환각인가.’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 무언가가 만들어졌다. 그 형태가 기묘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느껴졌다.
‘저쪽은…….’
중국 헌터 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겨우 환각에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아니, 난리를 피울 만도 하군.’
아른거리는 얼굴들이 일그러지며 피를 뿜어 댔다. 그 모습에 나는 울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옆에 있던 윤시아에게 물었다.
“혹시 뭐가 보이십니까?”
“고향 사람들이요.”
“환각에 내성이 있다 하셨죠.”
“네. 맞아요. 다만 이건 보이네요. 한지언 헌터는 면역 능력이 있다 하셨나요?”
“…네.”
“그럼 빨리 처리하고 가요.”
윤시아가 커틀러스를 가볍게 쥐고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춤을 추듯 그녀가 빙글 돌 때마다 몬스터들이 하나둘 목이 떨어져 나갔다.
‘가짜건 진짜건, 베는 건 익숙하니까.’
낫을 쥐었다. 그리고 살풋 눈을 감았다.
한 걸음 발을 내딛자, 보이지 않는 검은 시야 속 발아래로 하얀 물결이 요동쳤다. 물결 위로 몬스터들과 헌터들의 위치가 드러나고, 움직임이 드러났다.
가볍게 걸음을 움직였다. 몬스터에 가까이 다가가 낫을 휙 움직이자 몬스터가 간단히 썰려 나갔다. 그렇게 하나, 하나, 하나, 듣기 싫은 익숙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들을 처리했다.
이윽고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다 처리한 모양이네요.”
“그렇……. 악! 이것들 어디 갔어!”
윤시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나 역시 주변을 둘러보니, 중국 헌터들과 진메이가 사라진 상태였다.
“메이 헌터 구하러 가요!”
“왜요?”
“왜라뇨? 가족을 인질로 잡혀 협박을 당하는 거라면 도와줘야죠!”
“윤시아 헌터, 진메이 헌터는 S급이에요. 알아서 하겠죠.”
“S급이어도 그 상태로는……. 예? S급이라뇨? 아까 잠깐 대화를 나눴을 때 A급이라 했는데?”
“S급입니다. 등급을 속였거나, 아니면 그곳 측정기가 잘못된 거일 겁니다.”
“허어어어? 아니, 그래도 일단 상태가 상태이니 도와주는 게 맞죠!”
“…윤시아 헌터. 저희는 경찰이 아녜요. 헌터지. 헌터의 본분은 몬스터를 처리하는 거지, 사람을 처리하는 게 아니에요.”
“그……. 으윽! 알았어요. 빨리 층 클리어해요! 밖에 나가서 길드장님 붙잡고 도와 달라고 할 거니까!”
“그러죠.”
“가요! 빨리!”
윤시아가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나무가 많지 않은 숲을 걸었다.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다른 헌터들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보였으니까. 다만, 우리의 주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몬스터가 생겨나는 특별한 조건이 있는 걸까요.”
“어, 그러게요? 우리 주변엔 몬스터가 안 나타나네. 음……. 아까 분명 메이 헌터 주변에서부터 생겨났으니까…….”
윤시아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조건은 불안…일까요. 아니면 두려움이라든가.”
“둘 다 맞는 것 같네요.”
그야 윤시아나 나는 불안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네요.”
“그러……. 어. 저기!”
윤시아가 어느 한 곳을 가리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서둘러 가까이 다가가니 말소리가 들려왔다.
“제 눈에는 지언 형 모습이 아니라니까요?”
“아니, 분명 한지언이었다니까?!”
“…왜 난데.”
“으아악! 봐 봐, 맞잖아!”
“형!”
“뭐야. 진짜야?!”
“그럼 가짜겠냐?”
강희민이 윤시아와 나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그러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어 물었다.
“형! 여기 몬스터 말이에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거 맞죠?”
“아마?”
“봐요! 제 말이 맞잖아요!”
“아니…….”
“근데 그럼 뭐가 보이는 거예요?”
강희민의 물음에 윤시아가 답했다.
“아마 본인이 두려워하는 거요.”
“…예? 근데 마허윤 형은 분명…….”
“으아아악!”
…아하.
“너, 내가 많이 무섭구나…….”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왜 너를 두려워해! 아니거든!”
“그렇구나…….”
“아니라고오옥!”
한 번만 더 하면 제 목을 조르겠네.
“알겠으니까 이동하자.”
“하나도 알겠다는 표정이 아니잖아!”
“…쯧.”
“방금 혀 찼어?! 와, 씨!”
“마허윤 헌터.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건 창피한 게 아녜요……!”
“아니……. 아……. 그냥 가자, 빨리…….”
마허윤이 잔뜩 기가 죽은 채 가장 뒤로 가서 섰다.
“그럼 이동하죠.”
내가 앞장서 걷자, 내 뒤로 사람들이 오리 새끼처럼 쫄래쫄래 따라왔다. 뒤에서 윤시아와 강희민이 적당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가는 길이 조용하지 않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허윤 형! 지언 형 좀 그만 생각해요!”
“생각 안 한다고!”
마허윤의 근처로 계속해서 몬스터가 생겨났다. 혹은…….
“우와악!”
강희민이 비명을 지르며 제 근처에 생겨난 몬스터가 완전한 형상을 갖추기 전에 지팡이를 휘둘러 처리했다. 그 모습에 윤시아가 물었다.
“뭐 봤어요?”
“예? 아니… 그, 어… 귀신. 네. 귀신이요.”
저거, 윤시아랑 관련된 거 봤네. 대강 유추하건대, 윤시아에게 마음을 들킬까 불안한 마음이 반영됐을 테지.
그렇게 작은 해프닝을 뒤로하고 계속 숲을 걸었지만, 입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걸어야 해요?”
“그러게요…….”
“엥? 저게 뭐야.”
“마허윤 헌터, 또 한지언 헌터 봤어요?”
“아니! 그거 말고! 저거!”
마허윤이 번쩍 한 곳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나무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입구가 있어.”
우리는 마허윤이 찾은 나무로 다가갔다. 마치 우리를 보고 있기라도 한 듯 거대한 나무에는 정확히 네 개의 입구가 있었다.
내가 나무를 매만지고 있자 강희민이 물었다.
“입구 맞아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들어가 봐야 할 거 같아.”
“그럼 마침 네 개니까, 각자 하나씩 들어가요!”
나는 윤시아의 말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허윤이 작게 혼자? 라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투덜거림일 뿐이니 가뿐히 무시했다.
“그럼 각자 입구 앞에 서셨죠? 하나 둘 셋 하면 들어가는 겁니다.”
“네!”
나는 숫자를 셌다.
“하나. 둘.”
그리고 마지막.
“셋.”
동시에 나는 걸음을 거대한 나무 안으로 옮겼다. 몸이 이동되는 느낌과 함께,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다.
‘정말 입구였나?’
입구가 되게 뜬금없게 있―
“…뭔.”
그리 크지 않은 방. 벽면 중 세 면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에는…….
“강희민, 윤시아 헌터, 마허윤.”
유리창에 다가가 불러 보았지만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지 각자 주변을 살피기만 할 뿐이었다.
“…여기서 나가야겠네.”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출구라고 볼 만한 건 없었고, 틈마저 없었다.
‘여기서 뭘 어쩌라는 거야.’
유리창을 퉁퉁 두드렸다. 깨부술까 싶었지만, 그럼 그렇지. 부술 수 없는 구조였다.
‘저쪽에서 뭘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강희민 쪽을 바라봤다.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던 강희민이 갑자기 휙, 뒤를 돌아봤다.
‘뭘 찾았나?’
그러나, 일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아아악!”
강희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강희민이 쥐고 있던 지팡이는 부러져 바닥을 나뒹굴었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붙잡힌 강희민의 사지가 뒤틀렸다. 강희민이 버둥거렸지만 소용없다는 듯, 보이지 않는 것이 그를 더욱 세게 짓눌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뒤로 돌았다.
강희민뿐만이 아니었다. 윤시아 역시 커틀러스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려 들었으나, 기척마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윤시아를 손쉽게 붙잡고 윤시아의 무기인 커틀러스로 그녀를 난도질했다.
마허윤은 이리저리 도망쳤지만, 벌벌 떠는 몸으로 움직이다 결국 발이 꼬여 넘어져 뭔가에 붙잡혔다. 그리고 구타를 당했다. 단순한 구타가 아니라 가시가 달린 무언가에 구타를 당하듯 피가 튀기고 상처가 생겨났다.
“…하.”
유리창에 능력을 사용했다. 보통 유리창이었다면 녹았을 테지만, 부술 수 없는 유리창이어서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낫으로 공격해 보아도 소용없었다.
“어쩌라는 건데…….”
머리를 부여잡고 바보같이 세 사람을 바라만 봤다.
세 사람의 움직임이 적어졌다. 윤시아는 이미 축 처져 미동도 없었다. 뒤이어 강희민의 움직임이 멈추고, 마지막으로 마허윤의 움직임이 멈췄다. 유리창의 반대편 쪽은 어느새 피로 물들어 있었다.
왜,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입구로 들어가자고 했으니, 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었다. 내 탓이었다.
나는 숨을 깊게 내쉬고는 피로 범벅된 유리창 너머를 가만히 쳐다봤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