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망할 기력은 쌓여도 금방 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금 내게는 남은 기력이 문양 개방을 유지하는 정도밖에 없었다.
‘우선 남은 기력으로 기력부터 빼앗아야겠네.’
지금 상황에서 기력이 없다는 건, 짐덩어리나 다름없었다. 우선으로 기력을 회복하고자 몬스터를 향해 꽃밭 능력을 사용하려던 찰나.
“그거 쓰지 마.”
어찌 알았는지 의문인 형이 팔을 붙잡아 반사적으로 능력 사용을 멈췄다. 나는 만류하는 형에게 말했다.
“허? 나 지금 기력 없어.”
“그럼 마석 써. 쉬든가.”
“마석이 기력을 다 채워 주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휴식은 무슨 휴식.”
“너 그 능력 쓰면 부작용으로 쓰러지잖아.”
“뭐?”
“미래 도시에서 그 능력을 쓴 직후에, 몸에 있던 힘이 빠져 그대로 쓰러졌잖아.”
“…….”
“여기서도 쓰러질 생각이야?”
마허윤이랑 겔탄만 본 줄 알았더니, 형도 보고 있었나.
‘굳이 보일 생각은 없었는데.’
곤란한데. 그걸 보고 또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 이미 나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 좀 그런데.
‘S급 중에서 가장 약한 인간이 다른 S급들이 죽이지 못한 걸 홀로 격파했다는 건 곧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걸로 보일 테니……. 됐다. 남의 생각을 파헤쳐서 뭐 해.’
나는 형에게 있는 그대로 말했다.
“원래는 안 쓰러져. 그땐 너무 많은 힘을 과도하게 받아들여서 쓰러진 거지.”
“그때를 계기로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쓰러질 수도 있잖아.”
“그건 써 봐야 알지.”
“쓰지 마. 쓸 거면 최후의 수단으로 써.”
“그럼 더더욱 지금 상황에서 쓰는 게 맞지 않아? 싸울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저걸 다 처리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으니까 쓰지 마. 아니, 그냥 쉬고 있어.”
“뭐? 무슨 헛소리를…….”
저것들이 미래 도시에서 보았던 것보단 약하긴 하더라도, 결코 쉽게 질 존재는 아닌 듯 보였다. 그런데 그걸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그렇게 쉽게 얘기한다고?
툭. 형이 어깨를 살짝 누르자 다리가 접히며 바닥에 앉혀졌다.
“뭐 하는 짓―”
“강희민 헌터 맞습니까.”
“예? 네, 네.”
“지언이를 보호해 주실 수 있나요?”
“네? 보호요?”
강희민이 제가 S급을요? 하는 표정을 지었다. 형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답했다.
“네. 보호요.”
“형,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는데.”
“기력을 쓰지 말라는 뜻이야. 기력 없다며.”
“내 몸 지킬 정도는 있어.”
“그래. 그래도 가만히 있어.”
형이 싸움이 한창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형의 검 끝이 흐려지며, 가는 길에 흔적을 남겼다.
어느새 다가온 윤시아가 내게 마석을 건넸다.
“기력 회복하고 계실 거면 이거 잠깐 쓰세요. S급이에요.”
“윤시아 헌터는요?”
“저는 경력이 꽤 있거든요.”
…나보다 S급 마석이 많다는 뜻인가.
“그리고, 저희가 안 움직여도 될 거 같거든요.”
“저희라뇨?”
“저 포함 A급 헌터요. S급 헌터분들이 꽤 화가 나셨나 봐요.”
“그게 무슨 소리…….”
나는 말끝을 흐리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류천화 씨는 힘이 새어 나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제힘을 키우고 있었고, 유아한 씨는 보조 아이템을 장착 중이었다. 지화연 씨는 별다를 바 없는―
주룩. 지화연 씨의 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팔을 타고 내려간 피가 그녀의 검을 뒤덮었고, 이윽고 지화연 씨의 레이피어가 붉게 물들었다.
지화연 씨는 무기에 힘을 싣는 일이 잘 없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능력이 있는데 굳이 무기를 강화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다만, 예외적으로 지화연 씨가 무기를 강화하는 때도 있는데, 그 경우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무기로는 단숨에 죽일 수 없어 오히려 고통을 주기 편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몇 번 당한 적 있는데, 무기에 실린 힘이 살을 파고들어 가 꽤 고통스러웠다.
다음으로 형은… 이미 몬스터를 죽일 생각이 가득한지 주변을 안개화시켰다. 상대의 능력치를 낮추고, 본인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형이 현재 쓸 수 있는 최상위 기술. 일전에 제트리스에게 사용했던 기술이었다.
‘증폭화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가.’
형이 성장했다는 건 잘 알겠다.
‘그때보다 더 성장한 거 같은데……. 앞으로도 더 성장하는 거면, 대체 얼마나 괴물이 되려고…….’
어쨌거나 네 사람이 저것들을 그냥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 수 있었다.
‘일종의 화풀이겠지만.’
미래 도시의 그것은 이미 내가 죽였다. 마땅히 복수할 대상이 사라진 상태. 그렇기에 화풀이 대상으로 지목된 게, 그것과 비슷한 저 몬스터인 것이었다. 하물며 우리 세상 사람들을 인질로 사용하니, 같은 동족으로서 화가 날 만도 했다.
휘익! 지화연 씨가 먼저 날아들어 몬스터의 팔을 갈랐다. 이윽고 몬스터가 재생하려 했으나, 갈라진 안쪽의 붉은 무언가가 혈관처럼 퍼져 나가 재생을 방해했다. 재생이 되지 않는 것에 놀란 듯한 몬스터의 목을 지화연 씨가 갈랐다.
몬스터 하나가 인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 류천화 씨가 걷어차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유아한 씨는 지화연 씨와 마찬가지로 먼저 몬스터에게 다가가 뭐라 중얼거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해치려고.”
형은… 글쎄다. 안개가 자욱해서 보이지 않았다. 알아서 하고 있겠지.
마허윤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진짜 괴물들이네.”
“말이 너무 심하네. 일반인들이 보기엔 너도 괴물이야.”
“그 뜻이 아니잖아.”
“저희가 괴물이면 S급은 뭐로 불려야 할까요? 기어 다니는 혼돈?”
윤시아의 말에 강희민이 답했다.
“그것도 괴물의 일종 아니에요?”
“그게 뭔데.”
“크툴루 신화일걸요?”
“그걸 둘은 왜 알고 있는 건데?”
“신기해서요! 사람의 머리에서 그런 생각이 나온 게 대단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심심할 때 찾아봤어요.”
“별걸 다 알고 있네.”
도대체 대화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모를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는 주변을 탐색했다.
탑주는 여전히 하늘에서 유영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황하거나 다급한 기색 하나 없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가 더 있나?’
뭐가 더 있다고 보기에는 그 많던 몬스터들이 반 이상 없어진 상태였다.
‘…여기서 끝나진 않을 것 같은데.’
왠지 모를 찜찜함이 머리를 감쌌다. 도대체 뭐지?
‘생각해 보면 몬스터들의 위압감은 미래 도시의 그것과 비슷한데, 이상하게 약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식하게 손이나 다리를 휘두를 뿐. 그래. 꼭 실에 엮여 어설프게 움직이는 꼭두각시 지점토 인형과 같았다.
‘도대체 뭐가…….’
그 순간이었다. 탑주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서린 건.
“위험한 것 같―”
콰드득! 형의 검에 마지막 몬스터의 생명이 꺼졌다. 지화연 씨가 목소릴 높여 말했다.
“다 처리―”
지화연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
휘리릭! 공격을 받아 녹듯이 액체가 되었던 것들이 다시 자라났다. 뒤이어 본래의 모습을 미처 되찾지도 못한 놈들이 먼저 재생된 팔을 인형을 향해 휘둘렀다.
“우와우!”
터엉! 몸이 먼저 움직인 나와 윤시아, 강희민, 마허윤이 몬스터를 처리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글쎄요…….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말을 끝내며 나는 고개를 돌렸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방에서 다시 자라나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서둘러 쪽으로 오려던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들의 앞에 생겨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느라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에 나는 말했다.
“저희도 움직여야겠네요.”
“역시 편하게 가는 건 없네요…….”
강희민의 말에 윤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을 죽이는 방법이 뭘까.’
재생의 횟수가 있다거나, 본체가 따로 있거나, 혹은 처음부터 죽지 않는 존재라거나.
‘아마.’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엔 생글 웃는 탑주가 여전히 떠 있었다.
‘…본체가 아니라고 했었지.’
유아한 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재생이 아니라 부활이지!”
―힘들면 그냥 인형들이 죽게 내버려 둬. 왜 굳이 자신의 힘을 써 가며 모르는 사람을 살리려는 거야?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는지 유아한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
나는 인형에게 다가오려는 몬스터를 걷어차며 입을 열었다.
“너야말로, 꿈은 행복이라 했으면서 왜 꿈에 악몽을 심으려는 거지?”
―그야 행복에는 시련이 따르는 법이니까?
“그럼 넌 모든 생명의 행복을 원하는 척 위선을 떨고 있는 거였나?”
―위선이라니? 나는 정말 모두의 행복을 바라.
“모두의 행복을 바란다면서, 그딴 유토피아를 만들었어?”
―그딴이라니?
“유토피아는 모두가 바라는 이상이지. 근데 네가 만든 유토피아를 봐. 괴로워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잖아? 그게 네가 말하는 행복인가?”
―유토피아에선 모두가 행복했어.
“그렇게 행복해서 그 관리자가 유토피아를 파괴하고 싶어 한 거였나?”
―…그래. 또 너였었지.
“또? 너무하네. 올바른 길로 가려고 하길래 손 좀 보탠 거 가지고.”
―…넌.
타박타박. 탑주가 계단을 내려오듯 허공을 밟으며 내게 다가왔다. 탑주가 내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을 때.
―도대체―
콱. 다가온 탑주의 팔을 붙잡았다.
“잡았다.”
―무슨―!
화악. 각양각색의 꽃들이 탑주의 몸에 피어났다.
‘…반쯤 도박이었는데.’
생명을 제외한 것들에서 피어나는 꽃들. 그러나 미래 도시에서의 거대한 몬스터에도 꽃이 자라났었다. 그걸 보고 생명에게도 통하는 것일까 생각했지만, 폰에게 사용하였을 때는 가면에만 자라났다. 그렇다면 생명에겐 통하지 않으나, 예외가 있는 것.
‘그 기준은 아마, 지능이겠지.’
지능이 높은 생명에겐 통하지 않고, 지능이 낮은 몬스터와 같은 생명에겐 통한다. 물론 지능이 높은 생명에 내 눈앞에 있는 탑주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야 가짜니까.’
가짜라는 말은, 안쪽이 텅 비었다는 뜻. 고작 껍데기 따위에 지능이 있을 리 없었다. 꼭두각시처럼 조종되어 움직일 뿐이지.
물론 가짜의 안이 정말 텅 비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본체가 아니라고 했지, 텅 빈 인형이라곤 안 했으니까.
‘성공했으니 됐다.’
탁! 탑주가 멀찍이 물러갔다.
―이게 무슨 짓이지?
“글쎄. 무슨 짓일 거 같아?”
―시련을 수행해라. 현재 네 적은 내가 아니야.
“아니, 맞아.”
이 일을 초래한 건 너니까.
퐁. 포보봉. 별 무리가 주변에 수놓였다. 단숨에 많아진 별들이 하나의 대상을 지목해 쳐다보듯 산개해 있었다.
‘다 안 써도 되겠지.’
가짜라곤 했지만 훔쳐 낸 기력은 꽤 어마어마했다. 역시 탑주라고 해야 하나.
“시련은 여기까지로 하자.”
―누구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퍼버버벙! 단숨에 쏘아진 별들이 탑주를 가격했다. 거대한 폭발이 수차례 일어나고, 안개가 자욱해졌다 걷혔다. 그 틈으로 비틀거리는 탑주가 눈에 들어왔다.
―감히―
휘익! 하얗게 빛을 받는 낫이 휘둘러졌다. 이윽고 단숨에.
툭. 탑주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뒤이어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가루처럼 흩날려 사라져 갔다. 인형 역시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한지언 씨!”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그러나 두 개로 갈리는 시야와 무언가에 맞은 듯 울리는 머리에 누구의 목소리인지 인지할 수 없었다.
흐릿해지는 시야 속, 달려오는 형이 보였다. 나는 황급히 달려오는 형을 보며 웃었다.
‘난, 최후의 수단으로 썼다.’
쿵. 몸이 바닥으로 넘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