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여긴 어쩐 일로…….”
형은 내 말을 듣긴 한 건지 싶은 매서운 표정으로 지화연 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성큼, 응접실 안으로 들어와 곧장 내게 다가왔다.
“…….”
내가 주춤 뒤로 물러나자 형은 잠시 멈추었다. 이어 풍겼던 살기를 물러나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
“가자.”
“어?”
형은 내 손목을 낚아채더니 나를 일으키고는 그대로 문으로 걸었다. 내 손목은 그대로 잡은 채 말이다.
“형? 형, 잠만.”
4년 동안 헌터 생활을 한 사람과 문양 발현은 했지만 아직 조화도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 중 누가 더 세냐 묻는다면, 단연 전자였다.
애초에 내 종합 능력치는 A급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겨우 버티고 있긴 해도 질질 끌려 문과 가까워졌다는 말이었다.
“잠만! 잠만!”
“너 이용해 먹을 심산이 가득한 사람들이니까 굳이 상종하지 마. 아니, 애초에 이런 일 안 해도 돼.”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 잠만 놓으라니까!”
겨우 목소리를 높여 호통치니 형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곤 내 손목을 놓았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목이 욱신거려 왔다.
나는 일부러 불편한 듯 손목을 돌리며 지화연 씨를 흘긋 바라보았다.
‘형이 온 이유는 아마 지화연 씨가 불러서겠고.’
부른 이유는, 왜지.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겠다만, 너무 여러 가지라 뭐가 뭔지 모르겠네.’
나를 이용해 형의 비밀을 끄집어내려는 게 가장 유력하지만, 일단 지켜보는 게 맞겠지. 물러나기에는 너무 귀한 상황이니.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형을 잠시 쳐다봤다. 그간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만나 주지도 않던 형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막 대하니 누가 봐도 화날 상황 아닌가.
‘그래도 내가 참아야지 뭘 어쩌겠냐.’
사실 형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은 지 오래라 별생각도 안 들지만, 평범한 관점으로 따지자면 화를 내는 게 정상이니까.
“그래서, 왜 이렇게까지 내보내려는 건데.”
“아직은 몰라도……. 아니, 그냥 위험하니까 이러는 거야.”
“사람 면전에 대고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형.”
“맞아요, 한지운 헌터.”
“…….”
형의 눈에 한순간 살기가 가득했다가 사라졌다. 순간 움츠러들 뻔했다. 나는 큼,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난 화진 길드장님 말 듣고 갈 거야.”
“무슨 얘기 중이었는데.”
“제안… 협력 관계였나?”
“뭐?”
“일단들 앉죠?”
형이 평화롭게 찻잔을 들고 있는 지화연 씨를 향해 세상 무서운 눈빛을 보냈지만, 지화연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생긋 웃기만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형이 주먹을 쥐는 게 보였지만 애써 무시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얼마 있지 않아 형도 나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나는 형이 나를 따라 앉는 모습을 보고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내 지화연 씨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협력 관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별거 없어요. 그냥 저기 계시는 한지운 씨와 비슷한 정도예요.”
“예를 들면요?”
“음. 한지언 씨에게 공략에 필요한 인원을 지원해 준다거나……. 뭐, 온갖 필요한 상황에서 도와줄 수 있는 한 도와주는 정도예요.”
“그러면 길드 쪽에는 이익이 없지 않나요?”
“아뇨. 있어요. 협력 관계이니 한지언 씨도 저희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시면 되거든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실망감이 마음속 깊이 우러났다. 협력 관계라길래 무엇인가 했는데, 사실상 본래와 다를 바 없다니. 기대했건만 꽝이었다.
‘명칭만 다르지 예전과 똑같은 내용이었네. 이게 가장 적절한 선이긴 하다만…….’
나는 섭섭한 마음을 묻고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당장 도움을 드려야 하는 일이 있는 건가요?”
“음. 최근에 S급 던전이 많아진 건 아시나요? 많아졌다고 해도 끽해야 두세 개 정도긴 하지만.”
“어……. 네. 들어 본 것 같아요.”
“그걸 처리할 숙련된 A급 헌터와 S급 헌터가 턱없이 부족해서요. 내버려 두면 위험하잖아요.”
“…네?”
겨우 그 정도? 라고 물으려는 순간, 옆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려 하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뭐―”
눈이 번뜩 뜨였다. 이게 뭔 상황이지 하고 말이 헛나올 뻔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형이 지화연 씨를 향해 검을 치켜들고 있었으니.
“형?!”
“이럴 것 같았지만, 정말 이럴 때는 예상 그대로 행동하시네요.”
지화연 씨가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이윽고 휘릭. 어느새 레이피어를 꺼내 들고는 마찬가지로 형에게 검을 겨눴다. 둘 다 완벽히 문양을 개방하진 않았지만, 무기를 개방한 시점에서 이미 위험했다. 둘은 충분히 숙련된 헌터들이었으니.
물론 화진 길드에도 A급 헌터는 꽤 많이 있으니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겠지만, 이 둘을 말리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었다.
‘A급 열 명은 와야 간신히 막을까 말까 한 정도인데.’
S급 헌터의 등급을 측정할 때 Unknown이라 뜨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야 A급보다 한참 위이니.
그러니까 결론은, 현 상황은 조금, 아니, 많이 위험했다. 나야 원래 같았으면 싸움 구경이나 해야겠네 하고 말겠다만, 현재 상황을 따지자면 누가 봐도 내가 말리는 역할이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잠깐! 잠깐만요! 여기 둘이서 싸우면 최소 팔 하나 날아가는 사람이 있어요!”
“걱정 마요. S급이 된 이상 그리 쉽게 잘리지는 않거든요.”
“아니! 저 문양 발현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어요! 심지어 능력치도 낮아요!”
“지언아, 저 사람 말 들을 필요 없어.”
“좀!”
말이 안 통했다. 지화연 씨 설마 이러고 싶어서 일부러 형을 부른 건 아니겠지.
영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한숨이 다 나왔다.
‘그래도 말리기는 해야 하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있으랴. 계속 말리면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형 도대체 왜 그러는데! 도대체 어떤 점에서 화가 난 거냐고! 말이나 좀 듣자!”
“…S급 던전은 남의 집 앞마당처럼 쉬운 곳이 아니야. 실수하면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날아가고,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어.”
“그걸 누가 몰라?”
“모르는 것 같던데.”
“아니. 알긴 알거든?!”
형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건지 얼추 어림짐작됐다.
「그걸 처리할 숙련된 A급 헌터와 S급 헌터가 턱없이 부족해서요.」
그냥 인력 부족이니 사람이 필요해서, 라는 말로 들릴 법한 문장, 그리고 일부러 A급 헌터까지 언급해 S급 던전이 별거 아닌 듯하게 말하는 모습 때문이었겠지.
‘…왜?’
그러나 아무래도 앞뒤가 안 맞았다. 아니, 형이 응접실에 들어오자마자 한 행동부터가 사실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진짜 가족도 아니잖아.’
물론 내 예측대로라면 형은 이번 회차 처음부터 나와 같이 자라 왔다. 그렇기에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년 동안, 아니, 더 많은 시간 동안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던 인간이 인제 와서 형 노릇을 한다고…….
‘…좀, 별론데.’
휘익. 단숨에 문양 개방을 하여 차림새가 변하였다. 곧이어 퐁, 포봉, 하얗디하얀 별들이 생겨나며 서로 이어지더니 형의 검을 감싸 내 목에 겨누었다.
“한지언?”
덤으로 형의 검을 손으로 쥐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이 상태로 검을 빼내면 내 손에 상처가 날 것이 뻔하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터. 내가 던전을 도는 것 자체를 꺼리는 모습을 보건대, 형은 아마 내게 상처가 나는 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거 놓―”
“그런다고 내가 놓고 싸움 구경이나 하겠어?”
“크게 안 싸워.”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지? 검 내려놔. 아니, 없애.”
형이 표정을 구겼다. 형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검을 없애곤 이내 나에게 다가와 내 한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굳이 일할 필요 없어. 헌터 일 같은 거 그냥 안 해도 돼.”
“내가 하고 싶은데?”
이쯤 되니, 형에 대해 얼추 확인할 수 있었다.
형은,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모른다.
이유? 간단했다.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안다면 나처럼 힘을 더 모아서 막으려 들 테니까. 그런데 되레 S급 중 하나인 나에게 다른 S급 헌터들과 협력도 아무것도 하지 않게 하려 하고 헌터 일도 안 해도 된다고 하니, 만약 세상이 멸망한다는 것을 알고도 이런다면, 그냥 미친 거겠지.
나와 형이 설전을 벌이던 와중, 지화연 씨가 툭 튀어나와 입을 열었다.
“한지운 헌터, 그렇다는데요?”
“…시끄럽―”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누구를 잃는 게 무섭다고.”
“…아니야.”
“그럼 혼자 튀고 싶으신가?”
“적당히 좀…….”
싸우고 싶었는지 지화연 씨가 얄궂게 말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형의 살기를 보니 진짜 누구 하나가 죽어야만 끝날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말했다.
“지, 지화연 씨, 다음 얘기 계속해 주세요.”
그러자 지화연 씨의 표정에 약간 실망이 묻어났다. 나는 그것을 일부러 무시했다. 지화연 씨가 레이피어를 없애며 입을 열었다.
“그러죠.”
형의 의견을 싹 무시한 채 행동하자 형이 나를 무섭게 쳐다봤다. 이제는 나까지 협박하겠다, 아주.
지화연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선 한지언 씨는 임시 S급이시니 공식이 되시려면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A급 던전을 몇 번 도는 거예요. 던전을 잘 돌고 멀쩡한 모습을 몇 번 보여 주면 금방 공식 S급으로 인정하거든요.”
“그렇게 쉽게요?”
“뭐, 그거 말고도 능력 테스트 같은 걸 몇 번 하긴 하는데… 한지언 씨가 능력을 사용하는 걸 보건대 아마 잘하실 것 같으니까 그건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아…….”
그렇게 허술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화연 씨의 설명으로 들으니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저희가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하니, 저희 측에서 소유하고 있는 A급 던전 하나를 공략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공략 후 나오는 마석과 아이템 전부 한지언 씨 소유라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래도 상관없으신 건가요?”
“앞으로 함께할 거니, 그 정도쯤이야 상관없죠. 안 그래요?”
다시 말해 이걸 승낙하면 협력 관계에 승낙한 거라는 말이었다. 물론 내 대답은 처음부터, 한참 전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생글 웃으며 답했다.
“그건 그렇네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네. 잘 부탁드려요.”
상황은 일단락됐다. 용건이 끝난 지화연 씨는 우리를 정중히 내보냈으며, 마지막 인사에서까지 형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로 지화연 씨를 노려봤다.
그렇게 응접실에서 나와 적막만이 가득한 엘리베이터 안. 먼저 입을 뗀 건 형이었다.
“…지언―”
“형.”
형이 뭐라 말하기 전, 내가 먼저 선수 쳐 말을 던졌다.
“하나만 물어보자. 뭐가 그리 걱정이야?”
“…….”
이래도 말을 안 한다 이 말이지.
‘그래. 언젠간 해야 할 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미래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게 된 지금, 형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먼저였다. 정확하든 부정확하든, 미래의 정보가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불화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했다. 나는 형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