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캄캄한 공간. 앞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다가왔다. 나는 다가오는 것을 향해 물었다.
“이번에도 가짜는 아니겠지?”
―이번엔 진짜야.
어두운 공간, 탑의 주인이 홀로 하얗게 빛났다.
“그래. 이번엔 뭘 시키려고 등장하셨지?”
―묻고 싶은 게 있어.
무엇이냐는 듯 고개를 까닥이자, 탑주가 물었다.
―넌 대체 무엇을 지키고 싶어 여기까지 온 거지? 단순히 탑을 없애러 왔다거나 하는 대답을 들으려는 게 아니야. 나는 너의 꿈을 보았으니, 솔직하게 답해 줘.
“꿈을 보았다면, 내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는 너도 잘 알 거 아냐?”
―난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야. 그저 꿈으로부터 태어난 존재이지. 과거의 꿈을 통하여 너에 대한 것을 알았으나, 정작 너의 생각은 알지 못해. 하물며 지금은 간절히 꿈꾸는 것도, 간절히 염원하는 것도 없으니. 지금의 너로부터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어. 그러니 답해 줘. 넌 무엇을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나?”
왜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그렇구나. 다르네.
“다르다니? 뭐랑?”
―직접 봐.
탑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텅. 멀지 않은 거리, 작은 원형으로 조명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그곳엔, 형이 서 있었다.
“혀―”
―저 아이에겐 네가 보이지 않아.
“…그런 형식인가.”
형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명 너머, 누군가가 형에게 물었다.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지?
나에게 물었던 것과 같은 질문. 형은 잠시 입을 벙긋거리다, 이내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가족도, 부모님도 아닌.
“한지언. 내 동생.”
동생.
그 말을 듣자마자 내 표정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다. 아마, 잔뜩 구겨지지 않았을까.
‘무슨, 해도 저런 말을…….’
형이 나를 아끼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야 방금 전에만 해도 몸에 이상이 일어날까 봐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그냥 그러겠거니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직접 당사자의 입으로 그 말을 들으니까, 좀 그랬다. 뭐랄까. 그래. 한지운의 얼굴로 그 얘기를 하니까…….
아니, 어쩌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나일지도 몰랐다. 되레 형이 정상적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가족이 가족을 아끼는 건 당연하니까.’
지금 상황에서 이상한 건, 오히려 나다.
“…하.”
과거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되뇌었건만, 결국 또 과거에 연연해 버렸다.
이번 회차를 바라보고, 이번 회차에 집중해야 했다. 저번 회차에서 취해야 할 건 경험. 그러니까, 정보. 그것만 떠올려야 했다.
그러나 나는, 지독하게도 과거의 형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이미 사라진, 빙의되기 전 형을 말이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잊냐고. 잊어버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나는 조명 아래에 서 있는 형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내가 아는 그 형임에도,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가까이할 수 없었다. 과거의 형을 잊기엔 형과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 있었으니까.
‘정이 참 무섭긴 해.’
잊자 잊자 해도 이미 너무 많은 정을 줘 버렸다. 그렇기에 현재 회차의 형을 미워했다. 그리고 미워한다. 아무리 이변이라 해도, 하필 가족을 앗아 가냐. 하필…….
‘…그만하자.’
이 상태로 계속 이번 회차를 이어 간다면, 분명 꼬리를 잡힐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상한 건 형이 아니라 내가 되겠지. 이상한 사람 취급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이번 회차의 한지언에겐, 이번 회차의 처음부터 빙의한 한지운이 처음이자 마지막 형일 테니까.
‘…이변을 지독하게 바랐으면서, 인제 와서 과거에 연연해 어쩌자는 건지.’
결국, 나도 별수 없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형을 바라봤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사람이, 내 형이었다. 그건 변함없는 진실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한지운으로 태어났기에, 저 사람이 바로 한지운이며,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진실. 그리고, 나만 인정하지 않는 진실.
뚝. 조명이 어두워졌다. 고개를 돌리니 홀로 환하게 빛나는 탑주가 보여 물었다.
“이걸 보여 준 이유가 뭐지?”
―간단해. 너는 현재 꿈에 가장 깊이 파고들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이런 걸 보여 줬을 리가 없을 텐데.”
―맞아. 사실은 너의 반응이 궁금해서 보여 줬어.
“그래서, 원하는 반응은 얻었나?”
―음, 글쎄? 말했잖아. 난 너의 생각을 읽을 순 없다고. 그리고 또 이런 말도 했지. 나는 모든 생명의 행복을 원한다고.
“네가 모두의 행복을 원하는 거에, 이게 연관이 있나?”
―글쎄? 나야 모르지. 다만 내가 아까 보여 주었던 아이가 행복하려면 네가 필요하다는 건 알아.
“…그러냐.”
―그 아이는 신기해.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으면서도 넘쳐흐르지.
“그게 무슨 뜻이지?”
내 물음에 탑주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알게 될 것 같은데.
탑주가 살랑이며 움직였다.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탑주의 소매가,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덧없는 시간을 홀로 지나온 아이야. 어서 꿈 깊이 오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 말 직후 눈을 깜빡이자, 새로운 공간에 와 있었다.
‘또 덧없다고 하네.’
그리고 혼자는 무슨 혼자.
‘혼자 판단하기 장인이네, 진짜……. 어.’
눈앞에 익숙한 사람이 다가왔다. 곧이어 몇 발자국 거리로 가까워진 익숙한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지?”
“류천화 씨.”
찰박. 류천화 씨에게 한 걸음 다가서고 나서야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나는 주변을 살폈다. 다리 밑인 듯 타일로 꾸며진 기둥, 하늘색과 초록색의 중간쯤 되는 색의 물, 중간중간 들어오는 빛, 이 모든 것들이 반복되는 공간이었다.
나는 류천화 씨에게 물었다.
“여긴 어딘가요?”
“글쎄. 계속 돌아봐도 똑같던데. 다른 헌터들도 없었고.”
“겉보기에는 되게 몽환적인 공간이네요.”
“겉보기에는 그렇지. 하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이 몽환적인 공간은, 몽환적이기만 한 악몽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런가요. 결론은 출구를 못 찾으셨다는 뜻이죠?”
“그러니 내가 여기 있지.”
“그것도 그렇네요.”
나는 기둥을 장식한 하얀 타일을 매만졌다. 햇빛을 받아 노란기가 도는 타일을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아는 곳이네.’
예전에 몇 번, 꿈의 주인을 상대하다가 실수로 빠진 곳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 빠져나가기 힘들긴 했지.’
매만지던 타일에서 손을 떼고, 나는 뒤에 있던 류천화 씨에게 말했다.
“일단 움직이죠.”
“아까부터 계속 움직였지만 아무것도 없던데.”
“그래도 가만히 있기보단 움직이기라도 해야 뭐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사람이 한 명 추가됐다 한들 뭐가 변할까.”
“모르죠, 그건. 제가 길잡이일지 어떻게 알겠어요?”
“흠?”
류천화 씨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옅게 지었다.
“그럼 움직이죠.”
“난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그럼 거기 계시든가요.”
류천화 씨가 잠시 고개를 까닥이다, 이내 걸음을 움직였다.
찰랑.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물소리가 참으로 청량했다. 계속 싸우기만 한 탑 안에서 유일한 힐링의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 소리를 들으려 움직인 건 아니었다. 나는 뒤에 있던 류천화 씨에게 물었다.
“위쪽으로는 올라가 보셨어요?”
“당연한 소리.”
“아무것도 없었던 모양이네요. 그럼 아래는요?”
“안 부서지던데.”
“흠.”
찰박찰박.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공간을 거닐었다.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걸었다. 마구잡이로 앞장서 걷는 내 모습에 진저리가 난 듯 류천화 씨가 입을 열었다.
“한지언 헌터. 무작정 움직이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은데.”
“왜요?”
“지금 이렇게 움직인 지 10분을 넘었어.”
“그런가요?”
“그런가요, 라고 하고 말 게 아니라, 이제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한다는 말이야.”
류천화 씨가 말을 하고 있음에도 나는 계속 앞으로 걸었다.
“그렇구나. 그러면 슬슬 멈출까요. 제 의견이 틀린 거 같으니까요.”
“그래.”
“그러면……. 어라.”
나는 고개를 돌리며 동시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저기, 뭔가 다르지 않아요?”
“어디를 말하는 거지?”
“저기, 저기요.”
나는 미세하게 뭔가가 다른 곳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다다른 곳에 있는 것은, 타일 하나가 빠진 기둥이었다.
“봐요. 여기만 타일이 하나 없어요.”
“…….”
“제 말이 맞았네요! 봐 봐요. 가만히 있어 봤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니까요.”
이곳은 미로였다. 반복되는 공간을 보여 주는 미로. 그렇기에 쉽게 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미로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양새의 반복되는 공간. 그 누가 이걸 미로라고 생각할까. 단순히 주변 모습이 반복된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기에 눈을 감고 이동했다. 자칫 보이는 모습에 현혹될 수도 있으니까.
“여기가 입구겠죠?”
“…글쎄.”
“음, 어떻게 여는 걸까요. 눌러도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데.”
나는 기둥을 더듬었다. 사실 빈 타일은 이곳에 입구가 있다고 알려 주는 용도일 뿐, 진짜 입구의 문고리는 따로 있었다.
‘위쪽, 오른쪽, 아래, 왼쪽.’
순서대로 자연스레 누르자.
화악! 기둥이 갈라지며 밝은 빛을 내뿜은 입구를 만들었다.
“오! 류천화 씨, 열렸어―”
“한지언 헌터. 깜빡하고 건네주지 못한 게 있어.”
“네?”
“좀 큰 거니 두 손으로 받아.”
내가 류천화 씨한테서 못 받은 게 있나?
나는 우선 류천화 씨의 말대로 손을 내밀었다. 크기가 크다고 한 류천화 씨의 말과는 달리, 류천화 씨가 빈손을 내밀었다. 그에 의아해하기도 잠시.
콱. 갑작스레 오른쪽 손목을 붙잡혔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 화악! 문양 개방이 풀렸다. 이건 분명, 류천화 씨의 무력화 능력일 터. 한데 왜?
“류천화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무슨 짓을 한 건 한지언 헌터가 아닌가?”
“예? 그게 무슨……. 이거 놓으세요!”
문양이 풀린 상태건 아니건, 애초에 내게 류천화 씨의 힘을 이길 방도는 없었다. 나는 문양이 있는 손목을 붙잡힌 채 류천화 씨를 노려보며 물었다.
“왜 이러는지 물어나 봅시다. 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이러는 겁니까.”
“지금까지 이상한 행동은 한지운 헌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그 이상한 행동이 도대체 뭔데요?”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나?”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모른다면 알려 줘야지. 그 전에 물을 게 있어.”
살짝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류천화 씨가 조용히 내 눈을 응시하며 물었다.
“한지언 헌터, 이 입구는 어떻게 찾았지?”
“네? 당연히 우연이죠!”
“우연이라기엔 확신에 찬 발걸음이었는데.”
“다 똑같으니 어디로가든 똑같겠거니 생각하고 움직였으니 그렇죠!”
“어디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데 그렇게 생각없이 움직일 수가 있나.”
“그거야 류천화 씨가 여태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으니 아무것도 안 나오리라 생각해서 그런 거고요.”
“그래? 그럼 입구를 여는 방법은?”
“그건 그냥 더듬어 보던 중에 어쩌다 열린 거잖아요. 류천화 씨도 본 거 아니에요?”
“그래, 봤지. 빈 타일의 주변을 정확히 순서대로 만지는 걸 말이지. 정확하게 위쪽, 오른쪽, 아래, 왼쪽이었나?”
“그건 그냥 운이―”
“운이 좋았던 거라고 하기엔, 이미 늘 그랬던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
망할, 또 형인가.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