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
12화
【흑백 던전】
“형.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지.”
“…뭔데.”
“형은 언제부터 빙의한 거야?”
“…….”
“형이 빙의했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좀, 궁금해서.”
내 예측은 불확실한 정보이니, 당사자에게서 직접 듣는 게 정확하다.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이기도 하니.
“…….”
“언제?”
형의 입이 몇 번이고 달싹이고 나서야 겨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래?”
내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형이 그걸로 끝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입을 열고 물었다.
“왜?”
“아니, 그…….”
“처음부터 빙의한 거면 처음부터 형이었다는 거잖아.”
“…….”
“그럼 됐어.”
형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안심한 것 같은 표정. 딱 그 정도였다.
그래. 빙의했음에도 잘 대해 주고, 평범하게 행동…했으니 그걸로 된 거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받아들이고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잊은 채, 현재를 살아야 했다. 그동안 그렇게 살았으니 바뀌는 건 없었다.
“아, 형. 번호.”
“어?”
휴대폰을 들이밀자 형이 다급히 받아 제 번호를 저장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뭐가.”
“그야 난 다른 사람이잖아.”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빙의한 거면 그냥 전생의 기억이 있는 형인 거잖아. 난 형이 처음부터 그랬으면서 지금까지 날 피해 다닌 게 더 어이없거든?”
현재로서는 이게 맞았다. 형이 내가 회귀하는 것을 아는 것 같지는 않으니, 형을 멀리하는 것이 더 이상했다. 게다가 형과 어색한 채 지내면 훗날 합을 맞추기도 어려울 테니 사이는 빠르게 해결하는 게 옳았다.
과거에 연연하는 건, 진작에 졸업했으니까.
“앞으로는 피해 다니지 말고. 친형이 뭘 자꾸 피해 다녀, 범죄자처럼.”
“…어.”
“그럼 나 이제 집에 갈게.”
형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래. 이거면 됐다. 이거면.
♧♣♧
그로부터 일주일. 얘기가 끝난 직후 날아온 지화연 씨의 메시지에 따르자면 오늘이 내가 공식적으로 첫 던전 공략을 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그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 상태였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나는 나를 데리러 온 검은 차에 올라타 운전기사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운전기사는 무심하게 내가 탄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보고서는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였다.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이런 건 변해도 좋을 텐데. 안 좋은 건 꼭 안 바뀌어요.
창문 밖을 흘끔 바라봤다. 내가 가는 곳은 잠실이거늘, 가는 길은 잠실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잠실의 반대.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외딴 동네였다.
‘성인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 놓은 게 다행이었지.’
나는 운전기사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봤다.
오늘은 공식적인 내 첫 던전 공략일임과 동시에, 첫 납치 미수 날이었다.
‘오늘을 위해 어제 잠자리에 들기 1분 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가뜩이나 심란한데 생각해 줬으니 감사하게 여기길 바랍니다.
훅. 나는 한순간에 문양을 개방했다. 순식간에 옷이 변하고 손에 무기가 쥐였다.
“무슨!”
“앞 보시고. 사고 날라. 사고 나면 눈에 띄는 거 아시죠?”
“윽! 으악!”
“잠실까지 안전하게 잘 부탁드려요.”
운전대를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반복된 회귀에 짜증이 나, 한창 막 나가던 회차 때 운전기사를 협박해 들었던 납치 이유는 간단했다. 생초짜라 의심조차 못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화가 났는지, 참.
이유도 간단했다. 단순 한탕 하기 위함이니.
이미 내 능력치이며 등급이며 신상이며 전부가 널리 널리 퍼져 나갔다. 총평 S급이지만 능력치가 A인 걸 보고 만만히 여겨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성급히 행동한 것. 나중에는 정중히 국적을 옮길 것을 청하거나 한다만, 아직은 초짜인 데다가 조화도 안 됐을 거라 믿은 사람들의 섣부른 행동의 결과였다.
추억에 잠겼다 다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운전기사였던 것을 바라보자, 그는 안색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안 잡아먹는데 왜 그리 겁먹어요?”
“자… 잠실 가는 길을 모르… 모릅니다.”
“예?”
…아, 맞아. 하도 생각이 많아서 그새 까먹었네. 하여튼 쓸모도 더럽게 없어요. 휴대폰으로라도 내비게이션을 켜든가 하지, 뇌는 장식인가.
“…….”
운전대를 잡은 운전기사의 손이 심각하게 떨렸다. 저 깡으로 도대체 어찌 나를 납치하려 했던 건지.
저 상태로는 운전하다 사고가 날 게 뻔했다. 왜 하필 골라도 저런 사람을 골랐는지, 너무 멍청했다.
“…에휴.”
나는 내가 앉은 뒷좌석 가운데를 잡고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트렁크 안쪽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열린 구멍에 팔을 집어넣고 잡히는 물체를 꺼냈다. 꺼낸 물체는 보라색 빛을 띠는 밧줄이었다. 흔히 협회에서 사용되는 무력화 밧줄이다.
“그, 그건 어떻게…….”
“알 거 없어요. 차나 안전하게 세우세요.”
곧이어 차가 갓길로 빠져 멈춰 섰다. 운전기사는 차가 멈춰 서자마자 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그를 뒤로 쑤욱 빼내어 나를 붙잡아 두려 준비했던 무력화 밧줄로 묶었다. 고속 도로에서 어디로 도망치려고. 헌터라고 해도 금방 잡힐 텐데.
“누워 계세요.”
나는 운전석으로 넘어가 다시 차를 움직였다. 던전 공략도 해야 하니 문양 개방은 푼 상태로 여유롭게 운전했다. 고속 도로라 한참 돌아가야 했지만.
시간이 흘러 잠실 A급 게이트 앞. 한눈에 봐도 깔끔한 차량이 멈춰 섰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카메라를 고정하고 기다렸다. 분명 저기서 여섯 번째 S급 헌터가 나오리라.
나는 한쪽에 차량을 멈춰 세웠다. 한눈에 봐도 의전용 차량인지라 밖에서는 기자들이 하나같이 카메라를 차량에 고정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저기서 여섯 번째 S급 헌터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겠지.
임시긴 해도 그 어느 누가 임시란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현재까지 나온 임시 등급들은 전부 확정 등급으로 이어졌는데.
그렇기에 사진 한 장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대기를 하는 것이겠으나, 유감스럽게도 차에서 먼저 내린 것은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의 남자였다.
“뭐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한순간에 커지는 셔터 소리에 나는 미간을 잠깐 찌푸리다 폈다.
발목도 묶어 둔 터라 꼼짝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를 어찌 들고 갈까 고민하던 찰나, 누군가가 다가왔다.
“한지언… 헌터?”
깔끔한 정장 차림에 낮게 묶은 머리를 한, 번듯한 외모의 여자가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
“저를 납치…할 뻔한 사람이에요.”
내 말에 남자의 몸이 한층 더 웅크려졌다. 연기할 생각도 못 하는 것인지.
“…아는 얼굴이네요.”
여자는 눈살을 찌푸리곤 웅크린 남자의 멱살을 콱 쥐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아는 얼굴이 맞네요. 어떻게 협회 사람이…….”
여자는 휙, 멱살을 놓더니 남자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나를 바라봤다.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네……. 그런데…….”
나는 여자를 흘긋 바라봤다. 누군지는 알지만 아직 누군지 소개받지 못한 터라 아는 척하기 좀 그랬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대구 헌터 협회 소속의 김서영이라고 합니다. 한지언 헌터의 첫 던전 공략인지라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이번에 동반되었습니다. 본래라면 다른 S급 헌터가 동반해야 하나, 사정으로 제가 대신 맞게 되었습니다. A급이긴 해도 실력은 S급에 뒤지지 않고 협회에서 교육을 가장 많이 담당하여 오게 된 것이니 안심하고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그 전에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김서영 씨가 뒤에 뻗어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앉아서 기다리는 내 모습을 기자들이 신명 나게 찍고 나서야 김서영 씨가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럼 슬슬 들어가도록 하죠.”
“네.”
그렇게 우리는 사방에 깔린 기자들을 말끔히 무시하고 게이트로 손을 뻗었다.
‘…이 던전만 몇 번째인지.’
나는 이제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아진 던전으로 들어갔다.
“한지언 씨?”
“네?”
“문양 개방을, 아. 이미 하셨네요.”
“아.”
게이트에 들어가자마자 문양을 개방하는 건 이미 몸에 배어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고치지 않아도 좋은 습관이지만,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그걸 보고 늘 이렇게 당황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구경하느라 벙찌니.
“이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난 늘 모범 답변을 했다.
“좋은 생각이세요. 던전에선 무엇이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편이 좋아요. 앞으로 그 습관을 계속 유지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 말을 하며 김서영 씨 역시 문양을 개방했다.
김서영 씨가 문양을 개방하자 그녀의 머리 양옆 부분에 흰 날개 장식이 생겨났으며, 차림새는 대부분의 부위가 흰색인 갑옷으로 되어 있었다.
김서영 씨가 문양을 개방한 상태는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발키리.
김서영 씨의 문양 개방 모습은, 발키리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럼 이동하도록 하죠.”
“네.”
나는 고개를 돌려 까마득한 던전 안을 바라보았다.
흑백 던전. 단순한 이름이지만 정말 흑과 백뿐인 곳이라 이름 참 잘 지었다 싶었다.
저벅.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검은 바닥에 하얀 물결이 요동쳤다. 김서영 씨가 하얀 벽을 손으로 쓸자 이번엔 하얀 벽에 검은 물결이 요동쳤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와중, 김서영 씨가 입을 열었다.
“…저, 물어볼 것이 있는데 말이죠.”
“네?”
“저 혹시… 본 적 있지 않나요?”
나는 이 말의 뜻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말에 대한 대답도.
나는 잠시 기억을 되새기는 듯 행동하다가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탄성을 터뜨렸다.
“아, 설마설마했는데, 대학 조별 과제 조장님?”
“와, 기억하고 있네?”
「계속 협조 안 하실 거면 그냥 이름 빼겠습니다. 수업에 안 들어오셔서 모르시겠지만, 교수님이 협력 안 하는 팀원은 그냥 빼라고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그 한지운인지 뭔지 하는 분 계속 언급하실 거면 그냥 집에 가! 남의 성적에 피해 주지 말고! 썩 사라져!」
기억이 없던 시절, 조별 과제 중에 계속 한지운에 대해 캐묻던 트롤이 있던 조에서 조장이었던 사람이었다. 그때 이후로 꽤 친하게 지낸 흔한 선후배 관계였다.
“공무원 되신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 헌터가 되신 거예요?”
“2년 좀 안 됐어. 그나저나 세상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네. 네가 S급이 될 줄은 몰랐는데.”
“저도 몰랐어요. 문양이 발현되는 이유가 무작위이다 보니.”
우리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향했다.
이따금 온통 검은 방이 나오기도, 온통 하얀 방이 나오기도 했다. 눈 아프게 검었다가 하얗기를 반복하는 방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몬스터도 나왔다. 그러나 A급과 S급이었기에, 김서영 선배와 나는 산책하듯 몬스터를 베고 아이템을 주우며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해 보니까…….’
왜 내가 아는 지인들은 다 헌터가 되는 걸까. 우연일까. 아니면.
“지언아?”
“네?”
“던전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스테이지라는 게 존재해. 스테이지는 깨는 방법이 매번 달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퍼즐과 몬스터 잡기가 있어. 그리고 스테이지 중간에는 중간 보스, 마지막에는 최종 보스가 있고. 간혹 중간 보스가 없기도 해. 그래서 구분을 잘해야 하지.”
그러며 김서영 선배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검은 벽에 작은 하얀 원이 그려져 있었다.
“던전 어딘가에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문이 존재하는데, 지금 보는 이 하얀 원은 중간 보스 문이야. 보통은 문이 있다면 그건 중간 보스가 있는 던전이라는 뜻이거든. 간혹 아닌 던전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
이윽고 하얀 원이 그려진 벽에 가까이 다가간 김서영 선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열게?”
“네.”
툭, 김서영 선배의 손이 하얀 원에 닿자 검은 벽이 물결치며 요동치더니 이내 파삭, 벽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준비해.”
김서영 선배는 한층 신난 목소리로 말하며 거대한 흰 창을 고쳐 잡았다.
벽이 허물어지며 드러난 것은 검고 하얀 구슬로 가득 찬 방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구슬 사이에서 사람 형체의 하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심히―”
휙. 나는 구슬을 주워 하얀 형체에 완벽하게 명중시켰다.
“지언아……?”
“네.”
하얀 형체가 구슬을 맞더니 우리를 돌아보았다. 그러곤 곧이어.
―크어어어어억!
몸이 검게 변하더니 이내 거대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