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우리는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부서진 배의 잔해 아래, 빛나는 물체를 주워 정체를 알아냈다.
“금화?”
금화는 배와 함께 침몰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이질감이 들 정도로 티끌 한 점 없이 깔끔했다.
‘이번 층 클리어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딸랑 금화 하나로 무얼 알 수 있겠느냐겠지.
‘일단 챙기자.’
금화를 챙긴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수색할 대로 다 수색한 후였기에 한 번 더 돌아 봤자 별건 없었다. 계속 보았던 난파선이나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뼈들뿐이었다.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말하기 위해 뒤로 돌던 찰나.
“이것 봐~”
겔탄이 손에 무언가를 쥔 채 흐느적거리며 다가왔다. 겔탄은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게 건넸다.
“양피지?”
승현 헌터 역시 다가와 양피지를 살폈다. 바다에 잠겨 있었던 거라고 하기에는 메말라 퍼석한 양피지였다. 보통 물에 잠겨 있었다면 축축해야 할 터인데, 이렇게 메말라 있다는 건 확실히 이번 층의 힌트일 확률이 높았다.
양피지에 묶인 끈을 풀자, 둘둘 말려 있던 양피지가 자연스레 펴졌다.
“윽.”
양피지가 펼쳐지며 퍼져 나오는 피 냄새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나는 코를 찌르는 향을 무시하며 양피지를 살펴보았다.
양피지는 굳은 피로 얼룩덜룩했다. 붉지도, 검지도 않은 갈색 피의 얼룩 가운데, 글씨가 쓰여 있었다. 나는 쓰인 글씨를 소리 내어 읽었다.
“이곳에 들어온 어리석은 자들아. 호기심 깊은 탐험가들아. 이것을 발견한 행운아들아. 너희는 운이 좋으니, 너희는 곧 기회를 얻으니. 한때 위대했던 심해의 해적. 그리고 욕망에 찌들었던 약탈인. 그자의 입에 금화를 넣으리. 너희의 인생에 다신 보지 못할 위대한 보물을 보여 줄 것이다?”
“아무래도 이게 다음 층으로 가는 열쇠인 것 같습니다.”
“아까 금화도 얻었고요.”
“그럼 이곳을 더 둘러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다가 철썩이며 가까이 다가왔다가 멈추었다. 아마 승현 헌터가 능력 사용 범위를 좁힌 듯했다.
“이동하겠습니다.”
사방이 어두워 특별히 길을 정하진 않았다. 승현 헌터가 어련히 정하겠지.
바다가 갈라지며 어둠이 깔린 길을 만들어 냈다. 가까운 물 벽 안쪽으로 승현 헌터의 물고기들이 생겨나며 주변을 배회했다. 승현 헌터가 앞장서 걸었다.
우리는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차라리 미로가 나을 법할 정도로 긴 시간을 걸었다. 사방이 물로 막혀서인지는 몰라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강희민이나 마허윤은 괜찮은지 몰라.
툭. 앞장서 걷던 승현 헌터가 걸음을 멈추었다. 바다를 유영하던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승현 헌터가 뒤로 돌며 말했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승현 헌터의 말에 앞쪽을 바라보자, 해적이라 알아보기 어려운 해골이 난파선 옆에 앉혀져 있었다. 그나마 그게 해적임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건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 손을 대면 바스러질 것 같은 모자와 낡은 재킷 정도였다.
“이 해골의 입에 금화를 넣으면 되는 거겠죠?”
나는 성큼 해골에 다가가 하악골을 부여잡고 억지로 벌렸다. 부서지는 소리가 얼핏 들린 것 같지만 금화를 넣기만 하면 되니 상관없겠지.
나는 벌린 입에 금화를 넣었다. 반짝이는 금화가 두개골 속으로 들어갔다. 살점 하나 없는 해골이라 입에 금화를 넣으면 보통 다시 뒤로 빠져나올 테지만, 이 해골은 아니었다.
“금화가 사라졌어요.”
“한지언 헌터. 해골의 손을 봐 주시겠습니까.”
“손이요?”
나는 붙잡고 있던 해골의 하악골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입이 덜컥 벌어지며 하악골이 그대로 땅을 굴렀다. 그 모습을 무시한 채 승현 헌터의 말대로 해골의 손을 바라보자, 어느새 생겨난 양피지가 손가락뼈에 고정되어 있었다.
“또 양피지네요.”
나는 중얼거리며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아까와 달리 묶인 끈도 없어 거침없이 양피지를 펼치려던 순간, 승현 헌터가 말했다.
“한지언 헌터. 충분한 경계 후에 탐색 바랍니다.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모릅니다.”
“예?”
승현 헌터가 어딘가를 빤히 바라봤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만신창이가 된 해골이 있었다. 두개골은 이미 턱이 나간 상태였고, 손뼈도 양피지를 빼느라 부서져 있었다.
“아. 별 능력이 없는 것 같아서…….”
“다음부턴 조심해 주십시오.”
“예에.”
“너무 신중한 거 아니야?”
“그럼, 한지언 헌터.”
겔탄이 옆에서 뭐라 하였지만 승현 헌터는 못 들은 척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양피지를 펼치라는 거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양피지를 펼쳤다. 아까처럼 물 한 방울 묻지 않은 양피지였다. 다행히 전과 달리 피 냄새는 나지 않았다.
나는 펼친 양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지도인 것 같네요.”
양피지를 펼치자 보인 것은 지도였다. 잉크로 그렸는지 살짝 번진 부분이 있었다.
“바닷속의 지리를 알려 주는 지도인 걸까요?”
“물고기나 물결 표시가 있는 걸로 보아 아마 그런 듯합니다.”
“그럼…….”
나는 지도 한편에 작게 그려진 붉은 엑스 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곳이 저희가 가야 하는 곳이겠죠?”
“문제는 여기가 어딘지겠네요. 지도에 이곳이 그려져 있다는 확신도 없으니…….”
“이거 아니야?”
겔탄이 불쑥 손을 들이밀어 지도에 그려진 그림을 가리켰다. 겔탄이 가리킨 건 엑스 자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배 모양이었다.
겔탄이 작은 배를 가리키다 말고, 갑자기 내 두 어깨를 붙잡곤 빙그르 돌리며 말했다.
“봐 봐. 이렇게.”
“뭐 하는…….”
“배 모양이 바뀌었지?”
반대편을 바라보고 서 있자, 겔탄의 말대로 배의 모양이 돌아갔다. 내가 바라보는 곳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 듯했다. 문제는.
“엑스 자랑 같은 곳이네요.”
배의 위치와 엑스 자로 표시된 곳이 같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도착했다는 뜻일 터. 하지만 여기에 있는 거라곤 난파선과 해적의 해골뿐이었다. 처음 발견한 양피지에서 다신 보지 못할 위대한 보물을 보여 준다고 했으니, 설마 엑스 자가 해골의 위치를 가리키는 건 아닐 터였다. 해골이 보물은 아닐 테니까.
‘함정인가?’
이곳을 떠돌게 하기 위한 함정이 아닐까도 싶었지만, 그렇다면 이 층을 나갈 방법이 없었다. 설마 평생 여기서 떠돌다가 죽게 하겠……. 할 수도 있지.
내가 침음을 내뱉고 있자 겔탄이 말했다.
“위쪽 아니야?”
“위쪽이라니?”
“여긴 심해잖아. 바다의 밑바닥. 근데 위치는 이곳이라고 돼 있고. 그러면 위에 뭐가 더 있는 거겠지.”
“너… 뭐 알고 있지?”
“아니? 말했잖아.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러며 겔탄은 한발 뒤로 물러나며 꺼벙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묘하게 작위적이었다.
겔탄이 입을 다물면 캐낼 방법은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지도를 살폈다.
겔탄의 말대로 지도에 그려진 지형이 우리가 있는 곳과는 조금 달랐다. 예를 들어 지도에는 산이라도 있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넓은 사막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지도와 실제 지형의 다른 점을 몇 개 찾고 나서야 겔탄의 말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승현 헌터의 의견을 물었다.
“승현 헌터, 승현 헌터의 능력으로 위로 가는 건 무리일까요.”
“아무래도 그 위가 어느 정도 까진지 모르니 불가능할 듯합니다.”
“흠, 지금 유지하시는 것도 힘드실 테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렇긴 하지만, 방법이 없다면…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아니에요. 방법이 있겠죠.”
“확신하시는 겁니까?”
의심은 아니었다. 그야 승현 헌터의 표정에 의아함이 섞여 있었으니까.
“탑을 돌면서 하나 알게 된 게 있어서요.”
“알게 됐다니요?”
“탑은 저희를 꼭대기 층으로 이끌고 있어요.”
“확신하시는 겁니까?”
“거의 확신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첫 번째 탑주가 이런 말도 했잖아요? 왕은 너희를 많이 봐주고 있다, 라고요.”
“확실히 그렇군요.”
“그러니까 적어도 방법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아서요.”
승현 헌터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럼 주변을 더 수색해 봐야 할 것 같습니―”
“저기……!”
그때 헌터 두 명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승현 헌터가 갈라 놓고 있는 공간에 머물던 헌터들이었다.
승현 헌터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요……. 위층으로 갈 방법을 찾고 계신 거죠?”
“그렇습니다.”
승현 헌터의 대답에 두 헌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거라면 저희가 알고 있어요!”
“맞아요! 다른 헌터들과 함께 다니다 어느 비석에 적혀 있는 글을 발견했거든요! 비석의 적힌 말로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진주를 주워 삼키면 몸이 부유하며 다음 층으로 인도한다고 했어요!”
“진주 말인가요?”
“네! 이따금 바닥에 진주가 굴러다니거든요!”
“아무거나 주우면 되는 겁니까?”
“아마 그럴 거예요.”
승현 헌터가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알려 주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네? 아! 그,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헌터님께서 뚫어 놓으신 공간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으니까… 그 보답이에요! 이 친구가 물 속성 헌터인데 기력이 다해서 공간을 못 가르고 있었거든요!”
“…그렇습니까.”
물 속성 헌터라는 사람이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기력을 완전히 회복해서 괜찮아요!”
“그리고 저희를 물에서 건져 주셨잖아요. 그래서 떠나기 전에 뭐라도 해 드리고 싶어서 알려 드리는 거예요!”
그 말에 내가 물었다.
“두 분은 다음 층으로 안 가시는 거예요?”
“아, 사실 저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다 흩어졌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을 찾은 다음에 올라가려고요.”
“그렇습니까. 정보 감사드립니다.”
“저희야말로 고마웠어요!”
두 헌터가 까마득한 심해 안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승현 헌터에게 물었다.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실 줄 알았어요.”
“아무리 정보를 알려 주었다 한들,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신뢰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그렇긴 하죠.”
“…그럼, 진주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또 수색해야 하는구나…….
첫 층을 뭐 이리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간단하게 좀 살면 안 되나.
나는 지긋지긋한 어둠 너머를 바라봤다. 저기 어딘가엔 진주가 굴러다닐 테지. 이거 완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아닌가.
그렇게 주변을 훑어보고 있던 와중,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겔탄이었다.
“뭐.”
“이것 봐.”
그러며 겔탄이 꼬리의 입을 내 앞으로 움직였다. 꽉 다물려 있던 입이 벌어지며, 그 안에서 무언가가 우르르 쏟아졌다.
“너…….”
쏟아진 것들이 바닥을 굴렀다. 개중 어떤 것은 내 발치에 닿기도 했다.
어떤 것은 주황빛이기도, 어떤 것은 노란빛이기도, 어떤 것은 푸른빛이기도 했다. 수없이 많은 진주가 바닥 위를 덮고 있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주워 봤는데 쓸데가 있을지는 몰랐네!”
그러며 겔탄이 세상 밝게 입을 벌려 웃었다. 정말 몰랐다는 듯이 밝게 웃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 뭐 알고 있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