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아틀란티스로】
겔탄을 노려봤지만, 겔탄은 실없이 웃기를 반복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승현 헌터를 향해 말했다.
“우선 진주는 확보했으니 아까 헌터들이 말했던 대로 해 봐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주 한 알을 주웠다. 나 역시 진주를 주웠다.
진주는 엄지의 첫 마디만 했다. 거대한 크기에 정녕 이것을 삼키는 것일까 잠시 고민했지만, 쓸모없는 고민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뒀다.
어물쩍거리지 않고 단숨에 진주를 입 안에 집어넣었다. 이윽고 진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화악! 물속이 아님에도 몸이 부유했다. 단숨에 떠오른 몸에 나는 곧장 승현 헌터를 바라보았다. 승현 헌터도 마찬가지로 부유하고 있었다.
첨벙! 승현 헌터가 갈라 놓은 공간을 넘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몸은 계속 위를 향해 떠올랐다. 그렇게 하염없이 떠오른 몸은, 어느 절벽에 올라서서야 멈췄다.
왠지 모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승현 헌……. 어. 말이 되네요.”
물속임에도 말을 할 수 있었고, 소리가 퍼지지 않고 깔끔히 들려왔다. 무엇보다 숨이 쉬어졌다.
‘진주의 효과인가?’
아니면…….
절벽 아래를 살피자 까마득한 어둠이 보였다. 혹시 덜 깊은 곳으로 올라와서 가능한 건가 싶었지만, 애초에 바다인데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던전에서 상식을 따지는 게 더 이상하지만.
물속에서 말하는 것이 어색한지, 승현 헌터가 잠시 입을 뻐끔거리다 말했다.
“저곳에 건물들이 있습니다.”
그러며 가리킨 곳은, 우리가 서 있는 곳보다 조금 아래였다. 넓게 펼쳐진 바다 아래로 꽤 많은 건물이 밀집해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저 장벽 때문인가?’
건물이 밀집된 곳의 바로 뒤, 거대한 장벽이 서 있었다. 절벽 위에서 그 너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장벽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탑에 온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심해에는 순 어둠뿐이었잖아요. 큰 위험도 없었고.”
“위험은 충분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에 휩쓸린 거 정도는 위험으로 안 쳐도 괜찮지 않을까요.”
승현 헌터가 무어라 하려던 찰나, 나는 앞으로 곧장 나아가며 입을 열었다.
“어서 가죠!”
“…예.”
가는 길은 평온했다. 작은 물고기들이 우리 옆을 지나가기도 했고, 이따금 바위에 붙은 불가사리도 볼 수 있었다. 바다에 잔뜩 자라난 해초는 잔디밭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그렇게 도시 앞에 다다랐을 때, 익숙한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이내 우리를 발견하곤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무사하셨네요!”
가장 먼저 윤시아가 입을 열며 우리를 반겼다. 뒤에 있던 사람들 역시 한층 편안해진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승현 헌터가 혹여 이상은 없는지 한 명 한 명 확인했다.
‘전부 여기에 있네.’
우리가 마지막인 듯했다. 이 인원으로 어떻게 그 심해를 뚫고 온 거지?
문득 궁금해진 마음에 나는 옆에 서 있던 마허윤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
“엉? 아. 한참 전부터 있었다, 느림보야.”
그러며 마허윤이 비죽 웃었다.
“…승현 헌터도 그럼 느림보겠네.”
“뭐? 아니, 그건 아니지!”
마허윤이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무시하고 다시 물었다.
“여기 오는 방법은 어떻게 알았어?”
“어? 나야 모르지?”
“…여기 와 놓고 모른다고?”
마허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기로는 윤시아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었대. 어디서 들은 정보로 진주를 미리 주워 뒀고, 우리가 물에 휩쓸렸을 때 하나하나 붙잡고 입 안에 진주를 넣어 줘서 다 같이 이리 올라온 거야.”
“그래?”
그때 승현 헌터가 일행과 떨어져 있는 나와 마허윤을 불렀다.
“한지언 헌터. 아까 얻은 지도를 다시 확인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기요.”
승현 헌터의 말에 나는 지도를 펼쳐 그에게 보여 주었다. 아까와 달리 작은 배의 그림이 엑스 자 표시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냥 올라오기만 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떨어졌나 싶었으나, 그 어둠속에서 대각선으로 올라왔거나, 아예 장소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나는 지도를 확인한 뒤 말했다.
“지도를 여기서 쓰는 게 맞는 모양이에요.”
“거봐! 내 말 맞지?”
“그럼 이동하도록 하죠.”
승현 헌터가 말했고, 그 즉시 모두가 걸음을 옮겼다. 맨 뒤에 선 내게 겔탄이 말했다.
“나 잘했지!”
“…그래.”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해 주면 계속 말할 기세였다.
앞장선 승현 헌터가 지도를 확인하며 걸었다. 밀집된 건물 사이를 누비며 주위를 살피자 건물들이 하나같이 무너지기 직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전부 예전 것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땅에 있던 건물이 물 밑에 가라앉아 그런 걸 수도 있었다. 다만, 이곳의 배경이 바다라는 걸 고려하면, 바다에 건물을 짓고 사는 생명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안쪽인 듯합니다.”
거대한 장벽 앞, 거대한 건축물의 입구에 서서 그 장엄함을 훑었다. 이오니아 양식의 거대 기둥이 일렬로 서서 건축물을 지탱하고 있었다. 살짝 금이 가기도, 군데군데 부서져 있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퍽 고대의 유적지 같았다.
“엄청, 크네요…….”
강희민의 말은 감탄보단 불안감의 토로에 가까웠다. 그럴 만도 했다. 건축물이 이리 거대한데, 상대해야 할 몬스터는 얼마나 거대하고 강할까.
“함정은 없는 것 같으니 들어가도록 하죠.”
승현 헌터가 먼저 입구로 들어섰다. 다른 사람들이 곧장 그를 뒤따랐다.
그렇게 거대한 기둥들을 지나고 지나, 또다시 새로운 입구가 우릴 반겼다. 붉은색에 노란색으로 칠해진 무늬. 척 보기에도 여기에 뭐 있어요~ 하는 문이었다.
승현 헌터가 문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준비 안 되신 분 있으신가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한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겠습니다.”
거대한 문이 승현 헌터의 손에 밀리며, 건너편의 모습을 드러냈다. 물 때문인지 몰라도 천천히 열리는 문 너머에는 예상과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왼쪽으로 향한다! 방어해!”
“진짜 엄청 빠르네!”
“빨리 공격해!”
거대하디거대하며, 형태가 온전한 궁전 앞. 앞서 도착한 헌터들이 전투 중이었다. 단체로 합심하여 싸우는 건 아니었다. 제각기 팀원이 있는 듯, 띄엄띄엄 떨어져 전투 중이었다. 전투 상대는 물고기의 꼬리를 지니고 투구를 뒤집어쓴 어인(魚人)이었다.
뭘 해야 하는지 좀처럼 갈피가 안 잡히던 와중, 신서하가 입을 열었다.
“저 몬스터들은 궁전을 지키는 파수꾼들인 것 같습니다. 아마 궁전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막는 것 같아요.”
“그럼 피해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며 마허윤이 성큼 나서 궁전에 다가간 순간.
“형! 숙여요!”
“뭐……? 으아악!”
마허윤이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숙이자, 그 위로 창이 물결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강희민이 지팡이를 높게 들며 외쳤다.
“훈련의 성과를 보여 줘요!”
몬스터의 몸에 나무가 얽혀 움직임을 막았다. 곧장 몸을 굴려 몬스터의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온 마허윤이 화살을 쏘았다.
화살이 닿기 직전, 몬스터가 나무를 뜯어 피해 냈다. 어느새 그 자리로 달려 나간 윤시아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몬스터는 가볍게 피하고는 창을 휘둘렀다.
몬스터가 휘두른 창을 총총 피해 낸 윤시아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와……. S급 이상인데요?”
“S급이 아니라요?”
“네. 가까이 가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박주완 헌터! 연계해요!”
박주완이 윤시아를 뒤따라 나가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 뒤로 윤시아가 공격했지만, 몬스터는 예상했다는 듯 공격을 피해 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신서하가 싸우는 사람들에게 버프를 걸었다. 네 사람의 속도가 빨라진 찰나, 쾅! 신서하에게 다가온 몬스터가 공격을 가했다. 가까스로 옆으로 피한 신서하가 곧장 완드를 휘둘렀으나 공격은 끝내 닿지 못했다.
“신서하 헌터! 뒤로 물러나요!”
윤시아의 외침에 신서하가 자신에게 버프를 걸어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직후, 두꺼운 나무가 자라나며 몬스터를 묶었다. 그 위로 윤시아가 낙하하며 검을 휘두르려 해 몬스터가 창으로 막으려 하는 순간, 윤시아가 떨어지던 방향을 바꿔 다른 곳에 착지했다.
윤시아는 곧장 고개를 돌려 두 손을 교차했다. 그러자 몬스터의 양옆으로 화살이 쏘아져, 그대로 화살이 몬스터의 몸에 박혔다. 그러나 그거 가지곤 몬스터를 죽일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분, 몇십 분이 흐르고 나서야, 쿵! 몬스터가 쓰러졌다.
“이제야 끝났네…….”
마허윤이 참 질기기도 하다는 눈빛으로 쓰러진 몬스터를 바라봤다.
멀지 않은 거리, 또 다른 몬스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다 지친 형 역시 마찬가지로 몬스터에게 다가가 싸운 것이었다. 형은 A급 헌터들보다 훨씬 짧은 시간 만에 몬스터를 쓰러뜨렸지만 그렇다고 그게 몇 분 단위는 아니었다.
생각 외로 강력한 몬스터 군단에 나는 짧게 혀를 찼다.
“이 상태론 궁전에 발도 못 디디겠네요.”
“단숨에 나무 벽을 만든 뒤에 달려가는 건요?”
윤시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의 힘과 속도를 보건대, 그건 불가능할 것 같네요.”
“반대로 파도를 일으켜 몬스터들을 멀리 보낸 뒤에 움직이는 건 어떻습니까.”
승현 헌터의 말에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아요. 물에 사는 것들인데 과연 파도가 통할지도 의문이고, 속도를 보아 밀려나더라도 금방 따라잡힐 거 같아요.”
말을 끝내며 나는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별 능력은 없지만 힘과 속도만큼은 차원이 달랐다. S급 둘을 합친 듯한 힘과 속도였다. 다른 능력이 있었다면 아마 상대도 못 했을 터였다.
그리고 지능까지 있었다면… 아마 다 썰려 죽지 않았을까. 그나마 본인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 같다는 점이 다행이지. 접근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본인의 생존보다는 궁전의 생존. 침입자를 막아 내는 것에 더 가깝나.
흡사 인어와 같은 모습을 한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통할지는 모르겠는데요. 결국 바다에 사는 생물이잖아요? 그러면 물이 없으면 죽지 않을까요?”
내 말에 마허윤이 반박했다.
“S급 이상의 몬스터인데 그깟 물 하나 없다고 바로 죽진 않겠지.”
“확인해 보도록 하죠.”
승현 헌터가 말을 끝내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물의 흐름을 움직여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뒤로 물러나게 함과 동시에 몬스터의 얼굴 부위에서 물을 없앴다.
곧이어 숨이 막히는지 몬스터가 제 머리를 부여잡고 승현 헌터를 향해 달려왔다. 승현 헌터가 다른 손을 움직이자 물로 된 물고기들이 잔뜩 생겨나 몬스터의 걸음을 방해했다.
그렇게 몇 분 안 돼서, 호흡할 수 없게 된 몬스터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승현 헌터가 우리를 향해 외쳤다. 그 외침에 곧장 뛰어 궁전을 향해 나아가던 와중.
스르륵. 죽었다고 생각했던 몬스터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마허윤이 질겁했다.
“뭐야! 저거 살아나잖아! 좀비냐고!”
“아까 살아나는 걸 보긴 했는데…….”
“그럼 말하라고!”
아니, 말해 봤자 좋을 거 없잖아. 몬스터가 다시 살아난다고 하면 상대 안 하려고 할까 봐 말 안 했거늘.
불쑥. 우리 앞에 죽어 있던 몬스터가 다시 살아났다. 그 모습에 다급히 걸음을 멈추려는데, 몬스터가 우리를 그냥 지나쳐 갔다.
‘신경을 안 쓰잖아.’
그뿐만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도 우리를 모른 체 지나쳤다. 그 모습에 나는 걸음을 천천히 했다.
“뭐야! 빨리 와!”
“아니, 공격을 안 하는데?”
“어?”
그 말에 마허윤이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진짜네요.”
강희민 역시 따라 멈추고, 뛰어가던 다른 사람들도 걸음을 천천히 했다. 승현 헌터가 다가오며 말했다.
“일정 수를 처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틈에 어서 가죠.”
우리는 궁전의 입구에 다다랐다. 모두가 입구 앞에 서자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절로 열렸다. 우리는 다음 층인지 아닌지는 모를 문 너머로 걸어 들어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