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주변에 흩어진 조각난 돌덩이들이 하나로 모였다. 이윽고 모인 돌덩이들이 새로운 형태를 갖추어 우리의 앞에 섰다. 생김새로 보아, 이 몬스터는 골렘임이 확실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마구를 꺼내 생긴 몬스터일 터. 그리고 이 몬스터가 마구를 지키는 몬스터라면, 분명…….
나는 가까이 있던 신서하에게 소리쳤다.
“멀리 떨어지세요!”
“네?”
골렘의 팔이 휘둘러지자 큰 파도가 일었다. 물살에 휩싸이기 전, 주변에 있던 조형물을 붙잡아 버텨 냈다.
“저 몬스터는 마구를 지닌 저만 공격할 확률이 높아요!”
“제가 모를 줄 아세요?”
텅! 신서하가 골렘에게 뛰어들었다. 이윽고 신서하는 제 완드를 꼭 쥐고서 골렘의 머리를 내려쳤다.
통하지 않는 공격을 이어 나가던 신서하가 외쳤다.
“약점은 머리 안에 심긴 핵이에요! 마구를 가진 자만 인식하니 한지언 헌터가 시선을 유도하고 제가, 아니, 저와 저 사람… 아니, 그러니까 저분이랑 제가 처리해야 해요!”
“그게 정확한 사실이라는 거죠?”
“네!”
그렇다면 더 간단한 방법이 있지.
나는 앞에 서 있는 겔탄의 야상 후드에 손에 쥐고 있던 마구를 집어넣었다. 그런 후 겔탄에게 말했다.
“그거 떨구지 마라.”
“엥? 방금 뭐 넣었―”
콰아앙! 골렘이 겔탄을 향해 공격을 휘둘렀다. 재빠르게 움직여 피한 겔탄이 후드에 든 마구를 꺼내 들며 소리쳤다.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가녀린 나한테 마구를 줄 수 있어!”
“가녀리긴 얼어 뒤질.”
보통 미끼 역은 재빠른 사람이 하는 거지. 보조 헌터인 신서하나 덜떨어진 S급보단 낫잖냐.
쿵! 쿵! 겔탄이 가는 곳마다 돌덩이들이 솟아올랐다. 기회를 틈타 골렘을 공격하려던 찰나, 나는 문득 든 생각에 행동을 멈췄다.
내 모습에 신서하가 물었다.
“한지언 헌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잠깐만요.”
겔탄이 위로 쏘아지는 돌덩이를 피하고, 아래에서 솟아나는 공격을 피해 냈다. 언뜻 겨우 피하는 듯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골렘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으니.
저렇게 수월하게 피할 수 있을 정도라면, 겔탄도 반격할 수 있을 터. 하나, 겔탄은 공격은 전혀 하지 않고 피하기만을 반복했다.
“흠?”
겔탄이 동족이라고 몬스터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 탑에서도 나는 저것과 다르다며 공격을 가했으니까.
가만히 서 있는 내 모습에 겔탄이 외쳤다.
“나 이대로 버려지는 거야?!”
“네가 공격하면 되잖아?”
불쑥. 겔탄이 코앞까지 다가와 말했다.
“마구를 가진 사람은 공격을 못 하잖아!”
“그걸 어떻게 알아?”
“아.”
“역시였나.”
높은 확률이, 마침내 사실이 되었다. 겔탄 이 새끼는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는 것이었다는 게. 그동안 거의 확실해지고 있긴 했지만, 확신할 무언가가 없어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후욱! 골렘이 두 팔을 높이 올려, 우리를 향해 내려쳤다. 공격이 닿기 직전 나는 낫을 높게 들어 골렘의 공격을 막아 냈다.
‘확실해졌으니 됐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건 모르고 있건, 겔탄이 정보를 누설하지 못한다는 점은 같았다. 다만 겔탄의 필요성이 조금 생겨난 게 다른 점이었다. 무언가를 하려거나 하지 않으려는 겔탄을 따라간다면 어중간하더라도 답이 나올 터이니.
‘바닷속이라 능력이 약해졌나.’
내 능력은 녹이거나 폭발시키는 것. 위력이 완전히 약해진 건 아니었지만, 기껏 사용해도 사용한 기력의 반 정도 효율밖에 내지 못했다. 그럴 바에는…….
쐐애액! 낫을 휘두르자 거센 물결이 앞으로 나아가다 사라졌다. 이 정도 위력이면 충분하겠지.
투웅. 단숨에 골렘에게 다가가 낫을 한 번 휘둘렀다. 골렘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위력을 더하여 다시 한번 더 공격하자, 이번에는 골렘이 휘청였다.
그렇게 몇십 번을 더 내려쳤다. 그래도 쓰러지지 않아 더. 몇십 번을 더 내려쳤다. 겔탄만 노리는 골렘이었기에 공격은 쉬웠다. 아니, 그냥 샌드백을 때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수도 없이 공격한 결과, 결국 골렘은 무너져 내렸다.
“겔탄. 마구는?”
“여기!”
“가죠, 신서하 헌터.”
우리는 무너진 돌덩이를 밟고 궁전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걸으며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다 보니 소매가 망가진 게 눈에 들어왔다.
‘엉망이네.’
하기야, 돌덩이 사이에서 싸워 댔으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인가.
이윽고 메인 홀에 다다르자, 이미 도착한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 눈에 띄는 건 혼자 동쪽으로 다녀온 윤시아였다.
어디서 구르기라도 했는지 윤시아의 머리카락 사이사이 모래알이 끼어 있었고, 소매와 뺨에는 모래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윤시아가 맹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살짝 삐끗했어요!”
“그런가요.”
다른 곳도 우리와 비슷했을 터. 혼자 간 윤시아가 저런 상태인 것도 이해가 갔다.
‘그나저나…….’
도착한 인원은 나와 신서하, 겔탄, 그리고 승현 헌터와 박주완, 형, 마지막으로 윤시아였다. 안 온 사람은 둘. 강희민과 마허윤인데.
“혹시 마허윤 헌터와 강희민 헌터, 둘이 이동했나요?”
내 말에 승현 헌터가 답했다.
“마허윤 헌터가 윤시아 헌터도 혼자 가는데 본인이라고 혼자 못 갈 건 무엇이냐며 홀로 가시려 해 강희민 헌터가 따라가셨습니다.”
“…….”
그래. 그동안 조용한 게 이상했다.
대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만신창이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형이 거기서 피했으면 둘 다 멀쩡했을 거라고요!”
“그러게 누가 따라오래? 그리고 몬스터 좀 갑자기 막아 세우지 말라고. 쏘는 위치 헷갈리니까.”
“허? 그걸 노리고 쏘는 게 형 역할이죠!”
“아, 그러게 누가 너보고 네 역할 내 역할 나눠서 같이 싸우자고 했냐고!”
메인 홀에 가까워지자 우리를 발견한 강희민이 신난 개처럼 뛰어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지언 형! 허윤 형 훈련대로 안 하고 마음대로 했어요!”
“뭐? 아니, 야! 그 전에 너도 기력 생각 안 하고 큰 공격 사용했잖아!”
“그건 다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죠!”
“웃기시네!”
“…둘 다 다친 곳은?”
“몇 군데가 좀 까지긴 했는데 멀쩡해요! 허윤 형만 아니었으면 그나마도 안 다쳤을 거예요.”
“뭐래. 나도거든! 너만 안 따라왔으면 샥샥이었다고!”
“둘 다 조용히 해.”
내가 말하자 두 사람 모두 바로 입을 닫았지만 그 대신 팔로 툭툭 치며 싸워 댔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애도 안 할 짓을…….
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입을 열었다.
“문으로 가죠. 제가 앞장설게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내가 겔탄과 수색하며 발견한 붉고 거대한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얼마 걷지 않아, 아까와 다를 바 없는 문이 우리를 반겼다.
“여기에 홈이 있어요. 아마 여기에 마구를 넣는 것 같습니다.”
“어……. 한지언 헌터, 하나 질문이 있는데요.”
신서하 헌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신서하 헌터가 문을 살피다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문은… 홈이 다섯 개인데요?”
“네, 그렇……. 아.”
마구는 동서남북 총 네 곳에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마구의 수는 네 개. 그러나 문에 나 있는 홈은 다섯 개였다. 아까 문을 살피던 와중 윤시아가 부르는 소리에 꼼꼼히 보지 않고 돌아갔던 게 실수였다.
윤시아가 껑충 뛰며 문에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일단 넣어 봐요! 하나는 장식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며 윤시아가 제 손에 있던 새하얀 구슬을 홈에 끼워 넣었다. 이곳이 저의 자리가 맞는다는 듯, 마구는 홈에 딱 들어맞았다. 그 모습에 나 역시 의심을 삼키며 마구를 홈에 집어넣었다. 붉은 마구 역시 정확히 홈에 들어맞았다.
그 뒤로 푸른색, 검은색 마구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 열렸을까 싶어 밀어 봤지만, 아니었다.
마구가 들어간 홈을 살피던 신서하가 말했다.
“혹시 동서남북에서 얻은 대로 끼워 넣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며 각자 갔던 위치와 얻은 마구의 색깔을 물은 신서하가 마구를 뺐다가 다시 끼워 넣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꼼짝 않는 문의 모습에 강희민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를 더 얻어야 하는 걸까요?”
그러자 윤시아가 답했다.
“하지만 책에는 동서남북만 적혀 있었어요. 봐요. 홈도 동서남북처럼 십자 모양이잖아요.”
“그러면 중앙…은 뭘까요.”
“몰라요!”
답이 없는 상황에 승현 헌터가 나섰다.
“중앙에 넣어야 하는 마구가 더 필요한 듯하니 제가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어디에 있는 줄 알고요?”
“동서남북의 중앙은 이 궁전이니, 궁전을 살피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다 살펴봤는데 별거 없었잖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때 신서하가 갑작스레 벌떡 일어나 말했다.
“어쩌면 이건 손잡이가 아닐까요?”
“손잡이요?”
“그러니까… 열쇠도 넣고 돌려야 비로소 문이 열리는 것처럼요. 중앙의 홈에는 마구를 넣는 게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제가 실행해 봐도 괜찮을까요?”
“그런 건 전부 허락 안 맡아도 돼요.”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한번 해 보겠습니다.”
신서하가 중앙 홈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이 홈 전체를 누르자 덜컥, 홈이 버튼처럼 들어갔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신서하가 차분히 손을 돌리자.
쿠르릉. 아무런 반응이 없던 문이 이윽고 열렸다. 붉은 문이 저절로 열리며, 우리에게 새로운 정경을 보여 주었다.
드넓게 트인 시야와 그 아래 깔린 도시, 도시 위를 유영하는 생명체들. 궁전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도시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도시였다.
다만 이 도시 역시 건물 하나하나가 낡아 있었다. 또한, 똑같이 무언가가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건물과, 바다의 풍경이 모여서일까. 버려져 외로운 도시였지만, 폐허가 되었음에도 거대하고 장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