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위대한 보물이라는 건, 이 도시를 말하는 거였나?’
아니, 이곳은 도시라 하기도 뭐했다. 도시는 사는 생명이 있어야 비로소 활기가 부나 이곳은 소름끼칠 정도로 조용했으니까.
강희민이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없네요.”
건물이 가득한 도시로 내려와 주변을 살폈지만, 강희민의 말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먼저 온 헌터 몇몇을 제외하고는 텅 빈 도시가 넓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분명 장엄한 도시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듯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한낱 폐허에 불과했다.
“엄청 넓어요!”
윤시아가 건물 사이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며 외쳤다. 윤시아의 말대로, 이곳은 너무 넓었다. 지금처럼 관광하듯 수색하면 아마 한나절은 지나야 수색이 끝나지 않을까. 승현 헌터의 탐색 능력을 감안해도 꼬박 반나절 정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한 형이 입을 열었다.
“전 저쪽으로 가 수색하겠습니다.”
“한지운 헌터.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혼자 움직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혼자가 빠릅니다.”
승현 헌터가 무어라 말을 하려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와 한지운 헌터는 따로 다니며 주변을 수색하겠습니다. 한지언 헌터도 팀원분들과 자유로이 돌아다녀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승현 헌터가 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잠시 놀란 듯 흠칫 몸을 떨었다. 형이 어느새 멀리까지 이동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승현 헌터는 서둘러 형을 따라갔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눈만 끔뻑이는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들으셨을 걸로 생각하고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윤시아가 대뜸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돌아다녀도 돼요?”
“같이 다니는 겁니다.”
“쳇.”
“재미없어~”
“…….”
겔탄은 뭔데 호응하냐. 여기에 볼 게 뭐 있다고 자꾸 돌아다니려 하는 건지.
‘윤시아는 첫 번째 탑에서도 어디서 빵을 들고 오질 않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그럼 이쪽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며 가리킨 곳은 가장 넓은 길이었다. 큰길로 가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앞장서 걷자, 팀원들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나는 평범한 걸음으로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는 사이 뒤에 있던 팀원들이 하나둘 입을 열어 금세 떠들썩해졌다. 겔탄도 은근슬쩍 대화에 끼려다 튕겨 나갔다. 여기가 던전인지 관광지인지.
‘별거 없으니 괜찮나.’
주변은 여전히 고요했다. 가끔 물살을 가르는 소리나 해양 생물의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 지루해진 팀원들이 하나둘 탄식을 내뱉었다. 마허윤이 말했다.
“이 관광은 언제 끝나는 거야?”
“관광이라뇨, 형. 수색이죠.”
“이게 관광이랑 다를 게 뭐냐.”
나 역시 마허윤의 말에 동감했다.
마허윤이 탄식을 하건 말건, 여전히 신나 있는 윤시아가 두 손에 조개를 들고 말했다.
“이것 봐요! 조개 색 엄청 이쁘죠! 이건 대왕조개!”
“그러게. 조개 하나에 색이 두 개라서 이쁘네.”
옆에 있던 신서하가 차분하게 윤시아의 말에 답했다. 그러다 겔탄이 불쑥, 윤시아가 들고 있던 조개 하나를 훔치더니 제 입으로 가져갔다. 조개껍데기까지 씹어 먹는 겔탄을 보며 윤시아가 옆에서 야만인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걸었으나, 끝내 얻은 건 없었다.
건물 사이에서 그나마 넓은 공터에 도착하고, 잠시 주변을 살폈다. 가운데에 우물이 있다는 거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잠시 대기하죠.”
“이제야 쉬네!”
입을 꾹 닫고 따라오던 마허윤이 기둥에 기대어 푹 주저앉았다. 강희민은 가운데에 있는 우물에 걸터앉고, 윤시아는 지치지도 않는지 박주완과 신서하의 옆에서 계속 떠들어 댔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던 와중, 강희민이 윤시아 쪽을 계속 쳐다보다 이내 슬금슬금 일어나 윤시아에게 향하려던 찰나.
“어? 어?”
강희민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장 강희민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그 전에 강희민이 우물 안쪽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우아아악!”
우물 주변으로 나무가 자라났으나 거센 수압에 무용지물이 됐다.
주변의 물이 단숨에 우물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옆에 있던 구조물을 붙잡고 소리쳤다.
“모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아무거나 붙잡으세― 마허윤! 바닥에 화살 박아서 버텨!”
“나도 알아!”
그 와중에 잽싸게 내 몸에 꼬리를 감은 겔탄을 보며 소리쳤다.
“너는 좀 알아서 버텨!”
“아잇, 참.”
이곳은 바다다. 보통 바다와 달리 호흡도 되고 평범하게 움직일 수도 있었지만 태풍처럼 몰아치는 바닷물의 수압을 이길 수는 없었다. 뭐라도 잡고 있지 않는 이상 강한 수압을 버티기 힘들었다.
‘강희민은 어떻게 됐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물소리에 소리가 먹혀 들리지 않는 걸 수도 있지.
‘차라리 나도 들어가는 게 나으려나.’
바다가 친히 우물로 인도하고 있는데, 어쩌면 버티는 게 무례한 걸 수도.
그 생각에 붙잡고 있던 건축물을 놓으려던 찰나. 쿵! 갑작스러운 진동에 나는 반사적으로 건축물을 더 꽉 붙잡았다.
위쪽에 있던 박주완이 외쳤다.
“우물 안쪽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어두워서 파악은 불가능할― 윽!”
진동에 박주완이 발을 헛디뎌 건축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음으로 신서하가 외쳤다.
“바다 배경에서 단지 같은 형태에 사는 해양 생물은―”
쿠르릉! 거센 진동에 신서하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그러나, 이건 나도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거센 물살이 멎으며, 진동이 약해졌다. 무언갈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약해진 수압에 건축물을 손에서 놓고 천천히 우물로 향하던 차.
콰장창! 우물이 무너지고,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제 다리를 사방에 휘둘렀다.
크라켄. 거대한 문어. 바다의 괴물 하면 가장 친숙한 것이겠지.
‘…기원은 오징어 아니던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두둥실 위로 떠오른 문어가 다리를 펼쳤다가 모으길 반복하며 주변을 유영했다. 문어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떨어져!”
우물에 빨려 들어갔던 강희민이 문어 입에 지팡이를 끼워 넣은 상태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곧이어 사방에서 뻗어 나온 나무가 문어를 공격하려 했으나, 유연한 생물답게 가뿐히 피해 냈다.
지팡이를 놓고 빠져나오면 될 텐데 왜 저러고 있나 싶었지만, 강희민의 몸에 얽힌 문어의 다리를 보고 이해했다. 강희민의 몸을 부서질 듯 죄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신서하가 외쳤다.
“강희민 헌터! 조심해요! 문어의 이에는 독이 있어요! 사람에게는 보통 통하지 않지만 몬스터라 어떨지 미지수니까 조심하세요!”
“그런 거 알고 싶지 않아요!”
강희민이 한쪽 손으로 지팡이를 부여잡고 버티며 다른 쪽 손에 뾰족한 나뭇가지를 쥐었다. 그러곤 제 몸에 들러붙은 문어 다리를 이리저리 찔렀다. 그러나 체술에 대한 내력이 없는 강희민인지라 소용없었다. 아니, 어쩌면 문어가 특히 질겨서 그런 걸지도.
열심히 문어를 찌르던 강희민이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가만히 있지 말고 도와줘요! 왜 쳐다보기만 하냐고요!”
“아……. 이건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
“장난치지 말고요!”
“알았어, 알았어.”
나는 옆에 있던 신서하에게 말했다.
“희민이 몸에 둥근 배리어를 쳐 주시겠어요?”
“배리어요? 네, 알겠습니다.”
직후, 강희민을 둘러싼 노란빛 배리어가 생겨났다.
“더 크게 해 주세요.”
“네!”
투웅! 갑작스레 커진 배리어에 문어 다리가 강희민을 놓았다. 강희민이 둥실 떠다니다 곧장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고서는 하는 말이…….
“다 미워요……. 어떻게 구해 달랄 때까지 아무도 안 구해 줄 수가 있냐고요.”
침울해하는 강희민의 옆으로 다가간 윤시아가 그를 다독이며 말했다.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잖아요!”
“중요……. 네, 중요하죠…….”
참고로 강희민이 붙잡혀서 전전긍긍할 때 윤시아는 언제 먹물을 뿌릴까 같은 말을 하며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마허윤은 강희민의 모습을 보며 웃기만 했고, 신서하는 당황했고, 박주완은 뒤늦게 건축물 밖으로 나왔다.
몬스터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들에 나는 일단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진정하시고, 우선 몬스터를―”
그러며 고개를 돌려 몬스터를 바라봤지만, 몬스터는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뒤이어 몬스터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박주완이 주변을 살폈다.
‘…아니. 사라진 건 아니네.’
게슴츠레 눈을 뜨자 허공에서 어색하게 일렁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잠시 제자리에 가만히 있던 것이 이윽고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콰득! 모습을 숨긴 채 가까이 다가온 것을 붙잡자 문어 다리가 그대로 몸에 뒤엉켜 들었다. 뒤이어 문어의 입에 팔이 먹혀 들어갔다.
“한지언 헌터!”
그 상태로 몬스터가 위로 향했다.
‘이쯤이면 되나.’
따라오려는 사람이 몇 있었지만, 꽤 멀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문어에게 먹힌 손으로 능력을 쏟아부었다. 직후 문어의 머리가 부풀어 오르다, 퍼엉! 흡사 물 폭탄이 터지는 것만 같은 소음이 퍼졌다 사그라졌다.
‘S급까진 아니었나.’
먹혀 물린 팔에 상처가 좀 났지만, 그것을 빼면 멀쩡했다. 신서하가 말했던 독은 작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문어의 남은 사체들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던 와중,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구슬?’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구슬이 문어의 사체들과 같이 가라앉고 있었다. 먹물주머니인가 싶기도 했지만 딱딱해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양손으로 구슬을 받았다. 파악한 대로 딱딱한 구슬이었다.
‘이게 이번 층의 열쇠인가?’
조금 전에도 마구니 뭐니 하면서 구슬을 끼워 넣어야 했으니, 이번에도 비슷한 걸 하려나.
“한지언 씨. 괜찮습니까?”
박주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여든 사람 중 신서하에게 구슬을 보여 주었다.
“무엇인지 알 수 있나요.”
“잠시만요……. 음, 으음.”
구슬을 살필수록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신서하가 내게 물었다.
“이거 아까 문어한테서 나온 거 맞아요?”
“네. 맞습니다.”
“이상하다……. 그냥 주운 거 아니고요? 아니면 물살에 휩쓸려서 어디서 튀어나왔거나.”
내가 고개를 젓자 침음을 내뱉던 신서하가 이내 답을 내놓았다.
“이거 진주예요.”
“진주…요?”
“네. 100% 순수 진주요.”
윤시아가 대뜸 말했다.
“팔면 엄청 비싸겠네요!”
“그렇…….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진주가 왜 문어한테서 나왔냐는 거예요.”
신서하의 말에 윤시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몬스터한테서 상식을 따져요……?”
“…….”
신서하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얼어붙었다. 윤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신서하 헌터 보기보다 맹한 구석이 많네요!”
나는 검은 진주를 가볍게 매만졌다.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게서 이런 뜬금없는 게 나왔다면, 아마 이건…….
“슬슬 합류하러 돌아가죠.”
그러며 몸을 돌리던 차, 박주완이 물었다.
“더 안 살펴봐도 됩니까? 이런 몬스터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확인하기 위해서 합류해야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문제는… 합류할 장소를 안 정했다는 거겠죠.”
“예?”
형이 제멋대로 움직여, 승현 헌터가 재빨리 따라갔다. 그 탓에 어디서 합류할지는 미처 못 정했고.
‘돌아다니다 보면 어딘가엔 있겠지.’
검은 진주를 공처럼 던지다,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으나 들어가지 않았다.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있는건 던전에서 나온 대부분의 아이템. 그럼 검은 진주도 들어가야 정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진주는 아이템이라 인식을 안 하는 듯 했다.
“마허윤.”
“어?”
“네 가방에 넣어.”
“뭐? 잠깐, 우왁!”
갑작스레 던져진 진주에 마허윤이 다급히 그것을 붙잡았다. 무거워서 받기 전에 가라앉을까 봐 세게 던진 건데, 예상과 달리 던진 힘이 그대로 작용됐다.
“아니, 이걸 왜 내가…….”
다른 사람들은 개방했을 때 옷만 바뀌어 작은 주머니까지는 있어도 가방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마허윤은 개방 상태일 때 가죽 보호구가 추가되어 가죽 허리띠에 달린 가방이 존재했다.
이내 자신에게만 가방이 있다는 걸 깨달은 마허윤이 수긍하며 진주를 가방에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