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아까까지 설명 잘 듣더니 왜 이제 와서…….”
늦게 죽이든 빠르게 죽이든 죽이는 건 똑같았기에 애꿎은 시간을 날리기 싫어 구슬을 던진 거였다만, 김서영 선배는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는 듯 원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멋쩍어하는 목소리로 답했다.
“가까이 다가가든 구슬을 던지든 똑같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네.”
쿵. 쿵. 점차 다가오는 괴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김서영 선배가 먼저 자리를 박차 괴물의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김서영 선배의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크륵?
두 팔을 움직이면 될 것을, 괴물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듯 당황하여 우왕좌왕했다. 나는 낫을 가볍게 휘둘러 괴물의 다리를 베었다. 곧이어 김서영 선배의 창이 괴물의 반대쪽 다리를 공격해 반쯤 베어냈다.
―크루루루룩!
방이 검게 변하며, 괴물이 검게 변한 방에 숨어들었다. 그래 봤자 기척을 읽을 수 있는 헌터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지만.
‘저기인가.’
훅. 손바닥 위에 오색 별이 생겨나고, 나는 그 별들을 입으로 후, 불었다. 별들이 작게 두둥실거리며 허공을 쏘다니다가 곧 무언가에 들러붙었다.
―쿡?
퍼버버벙. 큰 폭발음이 들리며 다시 방이 밝아졌다. 그리고 밝아진 방 안에는, 이미 형체의 반 이상이 날아간 중간 보스의 시체와 반짝이는 아이템들만이 남아 있었다.
“이건……. 딱히 가르칠 필요가 없겠는데.”
김서영 선배가 창으로 몬스터의 사체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깔끔하네. 어디서 공부하고 온 거야?”
“네. 인터넷에 많잖아요. 던전에서 해야 하는 것, 뭐 이런 것들 말이에요.”
“그렇긴 하지. 실제로 그걸 따라 하면 반이 죽겠지만. S급이 따라 해서 그런가, 다르긴 하구나.”
철컹. 하얗던 벽에 검은 문이 생겼다.
“벌써 최종이네.”
“운이 좋네요.”
이번에는 내가 먼저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문을 매만지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열까요?”
“여긴 더 볼 거 없는 것 같으니까 당연히.”
그 말에 나는 팔에 힘을 줘 문을 열었다. 평범하게 열리는 문 너머로 들어가자 훤한 공간이 시야에 탁 들어왔다.
“크네. 많이.”
방 안은 검은색과 하얀색 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확히 반으로 나뉜 그 벽 위, 역시나 하얗고 검은 눈이 무겁게 감겨 있었다.
“지언아, 이렇게 큰 방은 조심해야 할 게―”
번쩍. 거대한 눈이 떠지며 벽에서 쓸데없이 거대한 검고 흰 팔이 튀어나왔다. 곧이어 그 팔이 바닥에 쿵 가라앉자 바닥이 거세게 진동했다.
“…일단 보스가 크다는 뜻이야.”
띠링♬
경쾌한 알림음이 들리며 동시에 거대한 손들이 빠르게 나에게 다가왔다.
쿵. 위로 뛰어 피하자 거대한 손이 벽에 부딪혀 방 안에 거세게 진동이 울렸다. 하지만 손은 그에 그치지 않고 꺾이며 허공에 있는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결국 나와 맞부딪쳤다.
쾅! 반사적으로 움직인 다리와 손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떨어졌다.
“으.”
저릿한 다리에 절로 신예(呻囈)가 튀어나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다.
착지하자마자 부딪친 다리를 털털 털어 내고는 내 머리 위를 흘끔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는 아까 그 알림음의 정체가 두둥실 떠 있었다.
“지언아, 괜찮아?”
“다행히도 멀쩡해요.”
“그런데 머리 위에…….”
내 머리 위에서는 마우스 커서 같은 화살표가 마치 표적이라는 듯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표적 표시인 것 같네. 난 공격 안 하는 거 보면.”
“그런가 ㅂ―”
투쾅!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들이닥친 거대한 손이 나를 바닥에 짓눌렀다.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표정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지금 당장 공격을 할 수도 없고.’
표적은 사냥감. 표적이 아닌 사람은 제삼자. 사냥감이 도망 다닐 동안 제삼자가 퍼즐을 모두 푼 다음 본체인 거대한 눈을 공격해야 했다. 사냥감이 눈을 공격하면 눈이 제삼자를 공격하므로 사냥감에게는 오직 피하는 것만이 가능했다. 문제는 퍼즐을 푸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지언아!”
재빠르게 피해 보아도 손은 끊임없이 나를 쫓아왔다. 내가 쫓기는 와중 김서영 선배가 창을 활로 바꿔 눈을 쏘기도 해 보았지만 화살은 눈에 닿기도 전에 흩날리며 사라졌다.
“이게 A급이라고……?”
유감스럽게도 A급은 맞았다. 문제는 인원수. 다섯 명이 있었으면 네 개의 퍼즐을 네 명이 풀어 금방 깰 수 있는 보스였지만 지금은 나와 김서영 선배, 단둘이었기에 난이도가 상승한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 맞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도망을 치는 척 어느 벽과 가까워지며 무언갈 발견했다. 오셀로 같은 무언가가 벽에 그려져 있었다.
“서영 선배! 여기―”
쾅. 오늘 벽에 몇 번을 부딪치는지 모르겠다. 최대한 능력을 아끼고 몸을 보호하는 데 사용해서 상처는 심하지 않았으나 공격을 못 하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짜증을 꾹 참은 내가 다시 요리조리 피하던 와중, 내가 외치는 소리를 들은 김서영 선배가 그 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잠시 벽을 바라보다가 빠르게 퍼즐을 풀기 시작했다.
난 뭔지도 모르겠던데 단번에 파악하고 푸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언제 봐도 신기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걸 한 번에 푸는 건지. 역시 대학교 졸업 순간까지 과탑을 달린 사람다웠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시간이 어느덧 5분을 지났을 무렵. 김서영 선배가 문제를 전부 풀었다.
띠리링♬
다시 한번 경쾌한 알림음이 울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눈을 공격할 수 있게 됐지만,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지라.
김서영 선배는 잠시 당황하며 팔을 공격했다. 그러나 제 공격이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활을 들고 눈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새하얗게 빛나며 날아간 화살이 이내.
푸욱.
“됐다!”
기뻐하는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기뻐한 것도 잠시, 김서영 선배는 곧장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활시위를 당기며 집중했다. 푹. 푹. 수없이 쏘아지는 화살에 거대한 눈은 아무런 저항 없이 당했다.
이윽고 마지막 활시위가 당겨지며 화살이 쏘아지고, 화살이 눈에 정확히 꽂히자 거대한 손이 우뚝 멈추더니 한순간에 연기처럼 분해되어 사라졌다.
‘끝났네.’
나는 팔을 쭉 펴 계속 이리저리 부딪쳐 뻐근한 몸을 풀어 주고 난 뒤 김서영 선배에게 다가갔다.
김서영 선배가 기쁨이 묻어나는 얼굴로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것도 잠시,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보며 소리쳤다.
“너! 잠깐만!”
“네?”
“너무 무리했어! 꼴 좀 봐!”
“아.”
지금 내 꼴을 보자면 옷 군데군데는 뜯어져 있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몸 곳곳에 스치거나 멍 든 자국이 가득했다. 그래도 뼈는 안 부서졌다만.
생각해 보니 첫 던전 공략에서 이 정도면 큰 상처였다. 힘을 아끼고 손을 공격하지 않아 생긴 별수 없는 상처긴 했지만.
“그러게요. 어쩐지 아프더라니.”
“기다려 봐! 지금 포션을……. 아, 아직 안 받았지.”
김서영 선배가 축 늘어지며 왜 나는 협회 소속일까 하고 한탄했다. 자기가 죽인 몬스터에서 나온 포션도 자기 것이 아닌 것이 참 부조리하노라 느끼고 길드에 이직할 수도 있는 건데 저렇게 투정을 부리면서 안 그러는 것도 참 대단했다.
“너 같은 인재를 협회가 스카우트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스카우트 제의는 받았었어요. 헌터 등록 전에.”
“뭐? 헌터 등록 전에? 예의 없네.”
헌터 스카우트는 언제나 헌터 등록을 하고 난 뒤에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다. 그거야 자신의 등급이 몇인지도 모르는데 계약하는 것은 헌터에게 불리할 수도 있었기에.
반드시 등급을 알고 난 뒤 계약을 하라고들 하지만, 실수할 사람은 실수했다. 본인이 보고 결정 후 계약서에 사인한 것이라 법이 도울 수도 없는 영역이었다.
“뭐, 그래도 협회니까. 상관이 없긴 하겠네. 협회가 법은 잘 지키거든. 그래도 협회는 안 돼. 진짜 등골 다 빨아먹어.”
“제가 들어가려고 해도 주위에서 말릴걸요.”
“하긴. 넌 형이 있으니까.”
유감스럽게도 예전 회차에서 내가 협회에 들어갔을 때 형은 말리지 않고 되레 조용히 놀렸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었기에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지금은 없었던 일이니.
“그럼 슬슬 아이템 줍고……. 응?”
김서영 선배가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나 역시 그 모습에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세요?”
“…게이트가 안 생겼어.”
게이트. 던전의 최종 보스를 처리해야지만 나오는 본래 세상으로 가는 출구였다. 즉, 다시 말해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최종 보스가 아니었다고?”
“네?”
김서영 선배가 곧장 시계의 뚜껑을 열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시계보다 큰, 무전기와 비슷해 보이는 기기였다. 그것을 이리저리 눌러 보더니 곧이어 화면에 뜬 무언가를 보고는 하얗게 질렸다.
“무슨 일 생겼나요?”
나는 겁을 먹은 얼굴로 물어봤다. 김서영 선배는 헌터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었기에 나보다 많이 알고 있을 터인데, 그런 사람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니 나 역시 자동으로 겁에 질렸다.
어디까지나 겉으로.
“망할. 게이트석도 없는데.”
“김서영 선배?”
“아. 미안.”
김서영 선배는 입을 달싹이다가 무전기를 닮은 기기를 다시 시계 안으로 신묘하게 집어넣고는 다시 주위를 흘끔거렸다.
출구도 뭣도 없는 공간. 침묵만이 방을 가득 메웠다. 나는 김서영 선배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흘끔 바라봤다.
‘슬슬…….’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쿵, 방이 미세하게 울렸지만, A급과 S급이었던지라 우리는 둘 다 그 미세한 진동을 눈치챘다.
“…지언아, 일단 짧게 설명할게.”
“네?”
“현재 던전 등급이 표시되지 않아.”
“분명 A급 아니었나요?”
“그래. 그런데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까 오류가 났어.”
“그럼―”
쿵! 이번에는 바닥이 움직일 정도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무언가, 예상이 안 되는 것이 다가온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경우가 전에도 있긴 했어.”
“의외로 사고가 잦나 보네요. 게임도 버그는 나니까 당연한 건가.”
“그래. 게임이라고 생각해. 버그가 생긴 게임.”
마지막.
쿠웅! 검은색과 흰색, 반반으로 나뉜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이윽고.
“…….”
후우웅― 거센 바람이 불며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벽 너머, 그곳에는 단 한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암흑.
벽 너머로는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 안의 빛이 전부 암흑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의 짙은 암흑이었다.
“…또 다른 보스도 아니고 이건…….”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단 한 가지 방법. 그건, 정말 간단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야.”
“네……. 네? 잠만. 어디로 뛴다고요?”
“저 먹물로.”
“위험하지 않아요?! 적어도 확인은 하고―”
“하나, 둘―”
“잠깐만요!”
“셋!”
그와 동시에 우리는 무너진 벽 너머로 뛰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