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마허윤이 다급히 물었다.
“우리끼리 가자고?”
“그럼 여기 누가 더 있어?”
“아니, 다른 두 사람은?”
“저 광경을 본다면 알아서 저기로 올걸. 사방이 피로 혼탁한 상황에서 중앙에 모이긴 힘들어. 등대도 무너져서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리고.”
“그런가?”
“다른 분들은 의견 없으신가요? 없다면 빨리 이동하죠.”
기껏 힘들게 퍼즐을 맞춰 놓고 다른 헌터들이 먼저 가게 둘 순 없었다.
속도를 내어 이동하자 궁전엔 금세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 거대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궁전에 좀 더 가까이 향하려던 차, 멀지 않은 거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잘 오셔서 다행입니다.”
“다른 헌터들은 안 보이네요?”
“지나오며 본 걸 바탕으로 추측하자면 아마… 다른 헌터들은 이곳을 못 보는 듯합니다.”
“등대에 진주를 넣는 행동과 간접적으로라도 관련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걸까요? 몬스터들은 같이 처리한 걸로 봐서는 그게 가장 유력한 거 같은데.”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급히 올 필요가 없었군.
터엉! 갑작스러운 굉음에 고개를 돌리자, 형이 무언가와 대치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공격을 했으나 닿지 못한 듯 보였다.
“한지운 헌터!”
승현 헌터의 부름에 형이 고개를 돌렸다.
“단독 행동은 삼가십시오. 적어도 행동하시기 전에 상의는 하고 움직이세요.”
“위험해 보이진 않아서 그랬습니다.”
“뭘 말씀하시는…….”
그러며 승현 헌터는 형이 공격했던 것으로 찬찬히 시선을 옮겼다.
우리를 전부 합쳐도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크기, 날카로운 이와 들썩이는 아가미, 몸 곳곳에 생긴 흉터.
“뭔 상어가 저렇게 커?!”
“메갈로돈이에요! 수백만 년 전에 멸종했는데…….”
보나 마나 대충 카피한 거겠지.
하나 이상한 점은, 저 거대한 몸을 감싼 사슬이 궁전의 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메갈로돈이라 말해주었던 신서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 잠깐만요. 메갈로돈이 아니라 그냥 보통 상어가 진화한 거일 수도 있어요. 지금 굶주린 상태이고, S급 이상의 속도와 힘을 낼 수 있어요.”
마허윤이 김센다는 듯 답했다.
“무슨 상어건 간에 저걸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 보이는군요. 한지운 헌터, 방금 공격을 하며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보아하니 사슬이 문과 상어를 둘 다 봉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저 사슬을 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어의 봉인도 풀릴 확률이 높죠. 상어를 죽이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 괜히 봉인된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상어의 봉인을 풀면 죽이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상어를 피해 문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문까지 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상어를 죽이고 들어가는 거겠지만…….’
괜히 봉인한 것이 아닐 터.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또 다른 문을 찾는 건 어떨까요?”
“또 다른 문이라니, 무슨 뜻입니까, 한지언 헌터?”
“그러니까, 이 넓은 궁전에 정말 문이 이거 하나밖에 없을까 싶어서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굳이 다른 문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더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게 낫잖아요?”
내가 이러는 이유? 간단했다. 신서하의 능력으로 S급 이상이라는 판정이 나왔다면 그건 저 상어의 능력이 우리를 한참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단순 속도와 힘밖에 없다 해도, 우리가 어쩌지 못할 상대일 수도 있다는 거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상어 밥이 될 순 없지 않은가.
윤시아가 목소리 높여 말했다.
“저는 한지언 헌터 쪽이요!”
“나도.”
“저도 한지언 헌터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윤시아, 마허윤, 신서하가 내 쪽에 붙었다. 나머지는 상어를 죽이자는 쪽인 듯했다. 질릴 정도로 나를 따라다니던 겔탄도 죽이자는 쪽이었다. 그렇다면 저게 답이라는 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겔탄은 완벽히 이곳을 이해한 것이 아닐 터. 저것이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해볼 가치는 있었다.
강희민도 의외로 죽이자는 쪽이었다. 윤시아가 이쪽에 있어서 따라올 줄 알았는데.
그런 생각으로 강희민을 보자 강희민이 멋쩍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 의견은 확고히 해야 한다고 배워서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럼 이 인원으로 한번 둘러보고 와도 될까요? 확실히 하는 편이 좋으니까요.”
“…그럼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승현 헌터가요?”
“한지운 헌터는 저희가 돌아오는 것이 늦거든 그때 상어를 처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며 승현 헌터가 앞장서 궁전의 벽면을 따라 걸었다. 왜 굳이 따라왔느냐 묻진 않았다. 평소 승현 헌터의 성격을 생각하면 너무 쉽게 답이 나왔으니까.
승현 헌터는 아마, 균형이 안 맞았기에 따라왔을 것이었다. 그야 저쪽에는 형이랑 겔탄이 있고, 단단한 박주완도 있고, 현재 A급 중에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강희민도 있으니까.
반면 여기는? 유명하고 충분히 강하기도 한 윤시아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 윤시아는 칼을 좀 잘 휘두르는 근거리 보조 헌터일 것이었다. 신서하는 완벽한 보조 헌터. 마허윤은 팀에 들어오고 나서야 유명해졌고, 나는 A/S 칭호를 가진 헌터. 아마 승현 헌터 눈에는 매우 불안하게 보였을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소수에 더 신경 쓰는 사람이니까.
쭉 뻗은 벽을 따라 걷자, 작은 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 말이 맞은 걸까요?”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러며 승현 헌터가 쑥 문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분쯤 흘렀을까.
“…안 나오셔요!”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제가 들어가서 확인해 볼 테니 대기하고 계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나 역시 승현 헌터를 따라 문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에 들어선 순간.
쾅! 거센 바람에 문이 닫혀 잠겼다. 잠긴 문을 잠시 응시하다 앞을 보니 승현 헌터가 있었다.
“안에선 못 여는 구조였나 보네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한 명이라도 돌아가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저쪽에 말해 주길 기다려야겠네요.”
쿵! 또다시 누군가가 들어왔다. 윤시아였다.
“어. 아, 이래서 못 나온 거였어요?”
윤시아까진 괜찮았다. 아직 둘이 남았으니까.
시간이 다시 흐르고, 쿵! 이번엔 신서하가 들어왔다.
“아……. 이런 구조였네요.”
…이제 한 명.
쿵. 아마 마지막이 될 문의 소리가 들리며, 마허윤이 들어왔다.
“엥? 뭐야.”
상어를 죽이자는 팀에게 말을 전달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부 들어와 꼼짝없이 갇혔다. 우리가 돌아가지 않아 상어를 공격하게 되면 누구 하나는 죽을 거 같은데.
윤시아가 폴짝 뛰며 말했다.
“우선 별수 없으니 저희는 안쪽을 수색해요! 그리고 뭐… 강한 사람들만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그 말에는 동감하지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다만 윤시아의 말대로 수색은 해야 했다. 당장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
우리는 드넓은 궁전 안을 수색했다. 더럽게 큰 홀을 겨우 지나니 이번에는 복도가 수십 개 있지 않나, 방이 수백 개 있지 않나. 수색하다 길을 잃어 먹을 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수색하자, 또 다른 홀이 우리를 반겼다. 다른 곳과 달리 먼지 한 톨 쌓여 있지 않은 그곳에서는 때 하나 안 탄 레드 카펫이 우리에게 길을 안내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검을 바닥에 꽂은 채 마치 동상처럼 굳어 문을 지키는 기사가 한 명 서 있었다.
‘저 문인가.’
굳이 카펫을 따라 걸어가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언가가 지키고 있다는 건, 우리가 찾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저 기사의 뒤에 우리가 찾는 것이 있기에, 우선은 기사를 처리해야 할 터.
우리는 걸음을 앞으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기사를 향해 다가갔다.
반응이 없던 기사는 우리가 수십 걸음 떨어진 곳에 도달하니 그제야 움직임을 보였다. 투구가 덜컹거리며 고개가 들리고, 온몸을 가린 갑옷이 삐걱거렸다. 갑옷이 낡았다는 걸 알려 주는 표시였다. 그와 대비되는 유연한 어인의 지느러미가 살랑였다.
움직이던 기사가 이내 멈추고, 동굴에 있는 것처럼 깊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돌아가라. 이곳은 너희가 올 곳이 아니다.
기사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승현 헌터에게 말했다.
“그렇다는데요. 어쩌실래요?”
“…….”
승현 헌터도 헌터였기에, 저것을 죽여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터였다. 문제는 밖에 있는 사람들. 상어를 죽이기 위해 대기하는 팀원들 때문에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그들을 두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는 없으니 그렇겠지.
다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우선… 싸우는 쪽이 나을 듯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생각이 맞았네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긴 하죠.”
“뭐야. 싸우는 거야?”
나와 승현 헌터가 전투태세를 취하자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제각기 나름대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것들이구나.
스르릉. 바닥에 꽂혔던 기사의 검이 뽑혔다. 분명 낡고 닳은 것이 분명할 터인데, 어째서인지 날은 새하얗게 빛났다.
―그렇게 원하면 상대해 주마.
터엉! 기사가 단숨에 자리를 박차, 나에게 다가왔다. 기사의 검과 낫의 자루가 맞닿아 강한 파동을 일으켰다. 바닥이 꺼질 것같이 무거운 공격이었다.
그 뒤로 승현 헌터가 얼음으로 된 창들을 수십, 수백 개 만들어 내 쏘았다. 그러나 기사는 삐걱거리는 갑옷을 입고 가볍게 피해 냈다.
창의 뒤로 화살이 쏘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상대가 안 됐다.
―봐줄 생각은 없다.
기사가 사라졌다. 아니, 뒤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이동한 기사가 신서하의 앞에 나타나 검을 휘두르는 순간, 콰장창! 거대한 얼음으로 된 뱀이 신서하를 보호하며 파괴됐다. 그 뒤로 윤시아가 검을 휘둘렀으나 기사에게 가볍게 저지당했다.
‘이건 또 무슨 난이도야.’
쇄액! 하얗게 빛나는 낫의 날이 지나간 자리에 흰 광을 남기며 기사에게 휘둘러졌다. 그러나 기사의 건틀릿에 붙잡혀 그대로 부서졌다. 이어 기사는 부서진 낫날 아래의 자루를 붙잡고 그대로 땅으로 내리꽂으며 무릎을 들어 내 명치를 가격했다. 재빨리 방어해 치명상은 면했다만, 그대로 날려져 벽에 꽂혔다.
“한지언 헌터!”
그렇게 수차례를 공격했다. 때로는 온 힘을 다해, 때로는 새로운 방법으로, 압도적인 공격에 정신을 다잡고, 바닥에 내리꽂혀도 다시 일어서서 공격을 했다.
그러나 공격은 기사에게 닿지 못했다. 닿으면 막혔다. 승현 헌터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뭔 저딴 사기가 다 있어!”
마허윤이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기었다. 윤시아가 부러진 팔목을 늘어뜨리고 반대 손으로 검을 쥐었다. 신서하가 정신을 잃고, 승현 헌터는 비틀거리며 자리에 겨우 서 있었다.
쾅! 기사가 검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정확히 카펫의 가운데가 갈라지기 시작하며, 쓰러진 우리를 차례대로 떨구었다.
―너희는 자격이 부족하다. 한참 부족하다. 겨우 그런 실력으로는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없다. 돌아가라. 자격을 얻으려는 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라.
기사가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가장 처음 보았던 심해로 떨어졌다. 푸르렀던 바다가 또다시 검어지고, 검어진 바다가 바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