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심해 속 심해】
퉁.
보이지 않은 어둠 속, 나는 겨우 몸을 바르게 일으켰다.
‘숨이…….’
바다에서 숨을 쉬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는 몰라도 숨을 참는 것이 왠지 힘들었다.
‘다시 심해로 떨어진 것 같은데.’
팔을 휘적였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다 어디 있는 거지.
진주를 찾기 전에 다른 사람들을 먼저 찾아야 할 판인 것 같았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발을 내딛는 순간. 촤아악! 사방을 감싸던 물이 걷히며 중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몸에 끼얹힌 물을 털어 내고 주위를 살피자 다행히 전부 한자리에 있었다.
“당분간 바다는 못 오겠다. 이번에 마신 바닷물로 호수도 만들 거 같아.”
마허윤이 그러며 헛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했다.
“또 심해네요…….”
그러며 신서하가 젖은 머리를 쥐어짜 냈다. 윤시아는 흡사 동물이 물을 털어 내는 것처럼 몸을 털어 댔다.
“승현 헌터. 주변에 특별한 건 없었나요?”
“몬스터 말곤 없는 것 같습니다.”
“떨어져도 처음으로 떨어졌네요.”
설마 실패하면 계속 여기로 오는 건 아니겠지. 태초 마을도 아니고.
“그나저나 계속 느낀 건데, 여기 되게 어둡지 않아?”
“참아요, 마허윤 헌터.”
“아니, 그냥 조금만 밝게 하면 편할 거 같은데.”
그러며 마허윤이 제 능력으로 주변을 밝게 비췄다. 이전에 마석이나 아이템으로 밝히던 빛보다 더 환한 빛이었다. 동시에 신서하가 소리쳤다.
“마허윤 헌터! 안 돼요! 심해어는 보통…….”
신서하가 물 벽 너머에 있는 무언갈 보고 말을 하다 말았다. 덩달아 다른 사람들도 물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뭐야. 뭔데―”
물 벽에 가장 근접하게 있던 마허윤이 뒤로 돌았다.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거미 형태의 몬스터가 물 벽 너머에서, 다리를 재빠르게 움직이며 넘어오려 했다. 승현 헌터가 곧장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아 냈다.
마허윤은 너머에 있는 몬스터를 보자마자 활을 들더니―
“으아아아아악!”
훙, 훙. 수없이 많은 화살이 몬스터의 위로 쏟아져 내렸다. 화살은 곧이어 기다란 창처럼 변하여 몬스터를 꿰뚫었다.
“으아악…….”
나는 쓰러지는 몬스터를 보면서까지 기겁하는 마허윤을 보며 물었다.
“너 기력 반절은 썼지.”
“…….”
몬스터를 보자마자 무기를 들고 공격한 건 칭찬할 부분이었다. 다만, 헌터가 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감정 조절과 힘 조절을 못하다니. 아무리 감정이 날뛰어도 힘이 거기에 동조하면 안 되거늘.
마허윤이 변명 아닌 변명을 내뱉었다.
“아니, 저걸 보고 누가 안 기겁해! 솔직히 너도 기겁했잖아! 거미랑 똑같이 생겨서 징그럽잖아!”
“…….”
“자꾸 그런 표정 지을래?!”
“마허윤 헌터. 빛부터 꺼요. 심해어는 작은 빛도 쉽게 찾아낸다고요. 승현 헌터가 그나마 막고 있어서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 사방에 몬스터가 깔려 있을 거예요. 아까 전에는 다른 헌터들이 빛을 보지 못하게 능력을 쓴 거 였다고요.”
신서하의 말에 마허윤이 입을 다물고 쓰던 능력을 멈췄다.
떠드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생각에 잠겨 있던 승현 헌터가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는 저희가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은 곳인 것 같으니, 다시 진주를 삼켜 올라가야 할 듯합니다.”
“다시 한 층 한 층 올라야 하는 거겠죠?”
“그럴 것 같습니다.”
“까다롭네요.”
승현 헌터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진주를 찾는 쪽으로 움직여야겠네요.”
“그럼 범위를 넓히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저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윤시아가 손을 번쩍 들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영역만 봐도 주변이 휑한데, 넓힌다고 진주가 굴러다닐까요? 아까, 그러니까 처음 들어왔을 때는 사방이 진주밭이었는데 여기는 아녀서요.”
윤시아의 말대로 지금 우리의 발밑에는 돌이나 흙, 모래밖에 없었다. 승현 헌터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처음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이니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해요!”
“그럼 공간을 넓히겠습니다.”
솨아아. 일렁이는 바닷물이 뒤로 물러나며 공간이 넓혀졌다. 그렇게 한참을 넓혔다. 그러나 바닥에 보이는 건 돌과 흙뿐이었다. 이따금 뼈가 있긴 했지만.
신서하가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분명 같은 곳은 맞는데, 왜 진주가 다 없어졌지?”
“흙 밑에 파묻힌 거 아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마허윤과 신서하가 흙 밑을 살폈지만, 그 역시 꽝이었다.
“다른 곳에도 없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승현 헌터가 그렇게 말한 뒤 공간이 줄어들고, 사방에 물로 된 물고기가 생겨나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물 벽 너머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승현 헌터의 뻗어진 손끝이 작게 떨렸다. 승현 헌터가 손을 내리며 말했다.
“사방에 몬스터가 많아 수색은 불가능할 듯합니다.”
“그럼 직접 찾는 수밖에 없네요.”
“불편하겠지만 그 방법 말곤 없을 듯합니다.”
“그럼 천천히 이동하죠, 뭐.”
“아뇨. 다른 사람들이 위에 있는 이상, 소식을 알리려면 최대한 빠르게 가야 합니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로 갈지 정하려 주변을 살피다, 물 벽에 들어갈 기세로 서 있는 윤시아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껴 물었다.
“윤시아 헌터. 그러면 뭐가 보이세요?”
“저기, 다른 데보다 조금 더 어둡지 않아요? 아까 마허윤 헌터가 빛을 밝혔을 때도 묘하게 어두웠어요.”
“어디요?”
“저기, 저쪽 바닥이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보이는 건 끽해야 지나가는 그림자나, 떠다니는 잔해물이나, 일렁이는 물 정도인가. 윤시아는 물고기도 아니고 도대체 뭐가 보인다는 거지. 아니, 심해어도 시력은 퇴화했다는데.
“저희 저쪽으로 가 봐요!”
딱히 갈 곳이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라 승현 헌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우리는 공간을 천천히 넓히며 윤시아가 말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윤시아가 헛것을 보았던 건지, 아무리 가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다른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윤시아는 거의 다 왔다며 걸음을 재촉하기만 했다. 그렇게 몇십 분을 허비하던 와중, 승현 헌터가 걸음을 멈췄다.
“승현 헌터, 무슨 문제 있으세요?”
“아래에 깊은 구덩이가 있습니다.”
“구덩이요?”
그러며 승현 헌터가 다시 손을 움직여 공간을 넓혔다. 승현 헌터의 말대로, 거대한 구덩이가 뜬금없이 나 있었다. 안쪽에는 물이 차올라 있는데, 계속해서 일렁였다. 설마 윤시아가 본 게 이건가?
‘진짜 물고기라도 되나 보네.’
이걸 어떻게 본 거지.
“그래도 뭐 하난 찾았네요. 윤시아 헌터, 잘하셨어요.”
“제가 쫌 대단하죠!”
“문제는 들어가기엔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깊다는 겁니다. 위험합니다. 함부로 가까이 가지 마십시……. 한지언 헌터.”
“네?”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기척이 느껴져서요.”
“압니다. 더 위험하니까 떨어지십시오.”
나는 옅게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신서하가 구덩이를 보며 무언갈 생각하다, 이내 반짝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크기를 따지지 않고 생각하자면, 아마 문어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심해에 사는 문어의 종류가 꽤 많아서 무슨 문어일지는…….”
나는 신서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까지는 몰라도 괜찮을 거 같아요. 어찌 됐건 몬스터가 문어의 모습일 확률이 크다는 거죠?”
“네, 네!”
텅 빈 허허벌판에 뜬금없는 구덩이. 분명 이게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는 열쇠인 것 같은데, 직접 들어가기에는 승현 헌터가 말릴 것 같고.
“지금 당장 수상한 건 이 밑에 있는 몬스터인데, 꺼내는 게 문제네요.”
“그럼 낚시해요, 낚시!”
“낚시요?”
“아까 신서하 헌터의 말대로라면 작은 빛이라도 몬스터가 찾아낼 테니까, 빛을 이용해 바깥으로 유인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마허윤이 가장 제격이겠네.”
“엥, 나?”
“어, 너. 간단해. 빛을 이용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면 되는 거니까.”
“마허윤 헌터는 능력을 사용하면 주변까지 밝아져서 어렵지 않을까요? 안으로 능력을 사용하시려면 화살을 사용하셔야 하는데, 그건 쏴야 하잖아요.”
“너 내 능력 왜 이렇게 잘 알아.”
“써 봤으니까요!”
“아니면 물로 가득 차 있으니……. 승현 헌터, 물을 이용해 꺼내는 건 불가능한가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깊이가 상당해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도 불가능합니다. 제 영역 밖인 듯하네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뇨. 지금 저희가 숨 쉬고 있는 것도 다 승현 헌터 덕인데요.”
“음~ 그럼 한지언 헌터가 해요!”
“…제가요?”
“한지언 헌터 능력도 일단 빛나잖아요! 그리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신 거 아녜요?”
“그렇긴 하죠.”
“그럼 정해졌네요!”
그러며 윤시아가 내게 구덩이를 안내하듯 손을 뻗었다. 나는 윤시아의 말 외에 다른 의견이 없는지 조용한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구덩이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구덩이로 가까이 다가가자 승현 헌터가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아마 위험하다고 말하려다 만 듯 보였다.
나는 누가 밀면 바로 떨어질 정도로 구덩이에 가깝게 위치한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두 손을 마주 보게 하고 그 사이로 능력을 사용했다. 작고 하얀 별 하나가 만들어지며 작은 빛을 내뱉었다. 이윽고 별이 뽈뽈뽈 구덩이 안쪽으로 이동했다.
“승현 헌터, 제가 이 아래있는 무언가를 유인하고, 그게 위로 올라올 때 단숨에 빼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다시 들어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해 보겠습니다.”
그러며 승현 헌터도 구덩이에 가까이 다가왔다.
구덩이에 들어가고도 한동안 작은 빛을 내뱉던 별은 이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움직이곤 있지만 어디까지 내려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움직이고 있는데, 알고 보니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그렇게 별이 한참을 내려가다 어느 순간, 뚝, 연결이 끊긴 것처럼 손끝에 미동이 느껴졌다. 곧장 별을 하나 더 만들어내고 구덩이에 빠뜨렸다. 아까 별이 사라졌던 지점보다 위에서 움직이는 걸 멈추고, 곧장 위로 올리자 무언가가 따라서 빠르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곧장 승현 헌터에게 말했다.
“지금이요.”
쿠르릉! 승현 헌터가 무언갈 낚듯 손을 움직였다. 이윽고 구덩이 안에 고여 있던 물들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빠져나오는 물들 사이, 검은 그림자가 함께 빠져나왔다. 그림자를 포착한 승현 헌터가 곧장 그것을 바닥에 내팽개치듯 던졌다. 그와 동시에 바닷물을 다시 구덩이로 돌려 놓았다.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무언가가 꾸물거렸다. 혹시, 하는 생각과 달리 다행히 무언가가 있었다.
“엇. 조금 귀여운데요?”
“저게?”
“안 그래요?”
윤시아의 말에 마허윤이 기겁했다. 나 역시 윤시아의 말에 동감하지 못했다.
길쭉한 몸체 옆에 나 있는 눈, 흡사 귀같이 달린 무언가, 여러 개의 다리들.
“저건… 덤보문어예요.”
“제가 아는 덤보문어는 조금 더 귀여웠던 것 같은데요. 저건 염소같이 생겼는데.”
“덤보문어도 종류가 다양하거든요. 조심해야 할 부분은, 덤보문어는 먹이를 한 번에 삼켜요.”
“…붙잡히면 안 되겠네.”
마허윤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몬스터를 바라봤다. 윤시아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월척이에요!”
윤시아가 칼을 치켜들었다. 그러곤 신서하의 주의에도 몬스터를 향해 매섭게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