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지상으로】
나는 바뀐 바다의 흐름을 잠시 매만졌다. 바닷속이어서 조금 무겁게 느껴졌던 몸이 마치 육지에 있는 것처럼 가벼웠다.
그러나 그걸 느끼기도 잠시.
“우왁! 내 다리!”
마허윤의 외침에 다리를 확인하자, 아까 이아처럼 다리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이동되는 건가.’
취향 한번 독해라. 어떤 미친놈이 몸을 서서히 이동시키냐.
승현 헌터가 침착하게 말했다.
“고통이 없는 걸로 보아 아마 이동되는 듯합니다. 이동됐을 때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오. 또한, 함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
“전부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 걸까요?”
“…아마 확률은 반반일 겁니다. 한지언 헌터,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전 탑에선 이렇게 단숨에 이동하면 대부분 흩어졌어요.”
“그럼 높은 확률로 흩어지겠군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죠.”
“어찌됐건 모두 조심해 주십시오.”
훅.
몸이 땅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기도 잠시, 눈을 뜨자 햇빛이 일렁였다.
‘바깥…은 아니네.’
그러나 바다의 끝이 보였다. 게다가 햇빛까지 들어오니 정말 곧이겠거니 싶었다.
‘지금 당장 바깥으론… 못 나가겠군.’
비닐하우스가 쭉 이어진 것처럼 생긴 유리벽에 양옆과 위가 막혀 있었다. 당장은 뚫린 길로 가라 이건가.
‘같이 이동한 사람은…….’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햇빛이에요!”
“그러게요. 정말 오래간만처럼 느껴져요.”
윤시아와 신서하. 둘이었다.
“두 분 다 몸에 이상은 없으신가요?”
“멀쩡해요! 텀블링 100번 가능!”
“굳이 하실 필요는 없고요.”
“저도 멀쩡해요.”
“그럼 움직이죠. 흩어졌으니 모이는 게 먼저예요.”
“이동, 이동!”
그렇게 유리벽을 따라 걸어가려던 찰나.
“네… 엇.”
“신서하 헌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아는 지인이 있어서요.”
그러며 가리킨 곳엔,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리벽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인사하고 오셔도 됩니다.”
“그래도 되나요?”
“어차피 딴 곳으로 샐 일도 없는 곳이니까요.”
“그럼 잠깐만 다녀오겠습니다.”
신서하가 지인에게 다가갔다. 지인은 꽤 먼 거리에 있었다. 아마 윤시아와 무슨 대화를 나누건 들리진 않을 터.
“윤시아 헌터.”
“네?”
윤시아가 시선을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아무 말 않자 윤시아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나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뭐 숨기는 거 있지 않으세요?”
“숨기다뇨?”
“뭐, 그냥… 이것저것요.”
“음…….”
윤시아가 고민하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그러다 무언갈 깨달은 듯, 감탄사를 내뱉으며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 숨기려고 했는데 티가 났나 봐요.”
맥 빠지는 윤시아의 목소리로 보아, 아무래도 내 의도는 전해지지 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슬며시 웃자 윤시아가 말을 이었다.
“강희민 헌터가 저 좋아하는 거 말이에요.”
“…예?”
“모르는 척하고 있었는데, 역시 한지언 헌터의 눈은 못 속이나 봐요!”
“어…….”
아니, 진짜 모르는 줄 알았는데. 솔직히 희민이가 그렇게 티를 낸 것도 아니고.
“눈치채고 계셨네요.”
“저랑 대화할 때마다 눈을 이렇게, 막 빛내는데 모를 수가 없죠.”
“그런가요.”
희민아, 미안하다. 이건, 모른 체하기엔 상대가 확신했다.
“…한지언 헌터한테만 말하는 건데요. 만약 강희민 헌터가 고백해 오면 거절하려고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
윤시아가 뜸을 들이며 입을 달싹였다. 그러다 작게 웃으며 답했다.
“제가 너무 나쁜 인간이어서요.”
“윤시아 헌터가요?”
“네. 저는 누군가를 받아 주기엔 너무 미성숙하거든요. 저 하나로도 벅차서, 강희민 헌터처럼 맑은 사람과 함께하면 상처만 줄 것 같아요.”
“그런가요.”
“의외로 별말씀 없으시네요. 강희민 헌터랑 친해서 어떻게든 설득하려 할 것 같았는데.”
“누굴 사귀는 건 본인의 마음이니까요. 다만…….”
“다만?”
“만약 희민이가 고백해 온다면 그런 두루뭉술한 이유를 대며 거절하진 마세요.”
“…티 났나요?”
“꽤.”
“꽤 확고한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거― 앗, 신서하 헌터! 오셨네요!”
윤시아의 목소리 톤이 확 높아지며 신서하를 반겼다. 신서하는 방금까지 우리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채 가는 길 내내 윤시아와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을 걷자, 공간이 넓어졌다.
‘여기가 바다에서 마지막 층인가?’
여러 색의 산호가 사방에 어여삐 자라나 있었다. 흡사 꽃이 자라난 공원과 같아 보였다.
“산호가 무척 많네요.”
“그러게요! 꽃 같아요!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전 층에서 수도 없이 싸워서일까. 그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평화로움을 맞이하니 오히려 더 조심스레 행동하게 됐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기에.
그러나 걸음을 이어 갈수록, 평화로움만 지속되어 되레 황당했다. 인제 와서 평화로운 층을 맞이하게 할 리가 없을 텐데.
“어, 저것 봐요! 거북이 떼예요!”
거북이 떼가 바다를 유영했다. 그러며 빙그르르 돌아 우리의 주변을 맴돌았다.
“진짜 사진기라도 챙겨 올걸!”
빙그르 도는 거북이 떼를 구경하려 자리에 멈춰 서자 거북이 떼가 서서히 우리를 향해 내려왔다.
‘…이상한데.’
평범한 거북이인데,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거북이 떼가 우리를 둘러싸며 바닥에 내려와 두 발로… 섰다.
“이게 뭐야!”
우리를 빙 둘러싼 거북이들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작은 창을 우리에게 겨누었다. 이어 가장 큰 거북이가 입을 벌려 말…했다.
―이 간악한 육지 생명 같으니라고! 감히 우리를 능멸한 것도 모자라 도망을 쳐?! 그 간 하나만 주면 된다 했거늘!
“이게 뭔 상황이에요?”
“이번 층은 뭐… 별주부전인가 보죠.”
“저… 별주부전은 자라예요.”
“그랬나요.”
신서하가 그렇다니 자라인 모양이었다. 아니, 근데 왜 거북이가 우리를 둘러싸는데.
“F급도 안 되는 평범한 애들인데, 그냥 뛰어서 넘어갈까요?”
“…기다려요. 우선 따르죠.”
“따라요?”
“여기서 도망쳐 봤자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쭉 길을걸어도 산호 공원의 연속일 거 같은데.”
―이것들! 감히 우리 앞에서 계획을 세우다니!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냐! 이봐라! 용맹한 전사들아! 당장 이것들을 포획해라!
거북이 몇 마리가 손에 해초를 쥔 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말없이 두 손을 건네자, 거북이는 곧장 해초로 내 손목을 묶었다. 그 와중에 신서하는 어떻게 해야 단단히 묶을 수 있는지를 거북이에게 알려 줬다.
―포획했으니 돌아간다!
거북이들이 창을 집어넣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손에 해초가 묶여 있는 우리도 거북이들에게 끌려 바다를 유영했으나, 이내 해초가 풀릴락 말락 느슨해져, 손을 묶은 해초를 붙잡은 체 거북이들을 따랐다.
윤시아가 눈을 빛내며 신서하에게 속삭였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별주부전이니까 용궁이겠죠?”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럼 용왕도 있겠죠?”
“우리를 데려가는 걸 보니 그럴 것 같은데? 용왕이 병에 걸려 토끼의 간을 필요로 하는 거니까. 용왕이 병으로 인해 죽었다면 우리를 안 데려갔을 거야.”
“앗, 저기 봐요!”
시선을 올리자, 거대한 한옥이 바다 한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져 있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 없이 홀로 세워져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들어가요!”
쿠르릉. 거대한 입구가 열렸다. 거북이들이 두 발로 서서 걸으며 우리를 끌고 들어갔다. 그렇게 조금 더 걷자, 거대한 공간이 우리를 맞이했다.
―도망쳤던 것을 붙잡아 왔습니다!
텅. 길게 깔린 카펫 끝, 용왕으로 추정되는 것이 앉아 있었다. 촘촘하게 이어진 구슬들과 검은 천으로 장식된 면류관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턱을 괸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용왕이 말했다.
―무릎을 꿇어라.
용왕의 말에 아무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진짜 꿇어요?”
“뭐… 꿇으라는데 꿇죠, 뭐.”
별생각 없이 무릎을 꿇자, 두 사람 역시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용왕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감히 나를 꾀어 도망치니 신이 나더냐?
우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용왕이 의자의 팔걸이를 내려쳤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감히, 감히 나를 속이다니. 감히, 나를. 하하……. 이제는 못 속인다, 어리석은 것아! 윽.
소리친 왕이 이내 힘겹게 기침을 내뱉었다. 주변 신하들이 걱정하며 용왕을 불러 댔다. 용왕이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봐라! 이것들이 잔꾀를 부리기 전에 어서 간을 빼내라.
“뭐야. 한지언 헌터, 다 쓸어버릴 거예요?”
다가오는 병사들에 윤시아가 당황해 물었다. 신서하 역시 덩달아 당황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별주부전…….’
토끼가 자기는 간을 빼 놓고 다닌다고 거짓말한 내용이었지.
‘얘네는 우리를 도망친 토끼라고 생각하는 건가?’
육지의 것이라고만 하고 토끼라는 말을 안 하는 걸 보면 토끼에서 육지 생물로 바뀌긴 한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냥 다 쓸어버리기에는 너무 약했다. 그래서 수상했다. 만약 다 쓸어버려야 했다면 강한 것들을 배치해 뒀겠지.
‘토끼가 자라 등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했었나.’
나는 잠시 침음을 내뱉다 입을 열었다.
“저희는 잔꾀를 부린 적이 없습니다.”
―입에서 순 거짓말만 나오는구나! 간을 가지고 오라고 육지로 돌려보냈더니 그대로 도망치지 않았는가!
“저희는 정말 간을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간을 들고 돌아오자 같이 오셨던 분이 없으시길래 용왕님께서 괜찮아지신 줄 알았습니다.”
―나를 농락하려는 것이냐!
“농락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또한, 갑작스레 잡혀 와 이번에도 간을 육지에 두고 왔죠.”
―그런 헛소리가 통할 것 같더냐!
“그럼 배를 째 보시든가요. 괜히 빈 배를 째어 평생 간의 위치를 모르고 싶으시다면요.”
―이… 간악한…….
다행히 이것들은 우리를 하나로 취급하는 모양이었다. 세 명인데도 한 명을 째서 확인하려는 행동은 안 하니까.
―…나를 농락한 게 아니었다?
“네. 제가 어찌 용왕님을 농락하겠습니까. 바다를 거느리시는! 용왕님을! 어찌?”
“…한지언 헌터 배우 해도 되겠네요.”
“윤시아 헌터, 조용.”
“예엡.”
용왕이 보이지 않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여봐라. 저것들을 육지로 돌려보내 간을 가져오게 해라.
―하지만 거짓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전에도 숲속으로 휑 도망쳤다고요!
―육지 생물이니 육지에서 좀 빠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것들의 말대로 간이 없는데 괜히 배를 갈랐다간 평생 병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으으……. 알겠사옵니다. 너희! 날 따라와라.
이게 통하네.
거북이 몇 마리가 우리를 인도했다. 그러곤 우리를 어느 가마에 태우더니 작은 몸으로 가마를 떠멨다.
“무겁진 않을까요.”
“잘 가고 있으니까 괜찮은 거겠죠, 뭐.”
“뭔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네요.”
“다 가짠데 뭘요. 신서하 헌터― 아! 저거 봐요! 바깥이랑 가까워져요! 저희의 힘으론 못 나갔었는데!”
첨벙! 가마가 물 밖으로 나왔다. 윤시아가 가마에 뚫린 구멍으로 팔을 뻗어 바닷물을 매만졌다. 신서하는 얼굴을 내밀어 바람을 만끽했다.
“드디어 바다도 안녕이네요!”
“당분간 바다는 안 볼 것 같네요.”
“왜요, 신서하 헌터! 아름다웠잖아요!”
“지쳐…….”
“벌써 지치면 안 되는데!”
“그렇지. 안 지쳤어!”
“거의 다 왔습니다.”
털그럭. 자갈돌에 가마가 쓸렸다. 이윽고 가마의 문이 열리며, 내리라는 듯 거북이들이 손짓을 했다. 신서하가 먼저 가마에서 내렸다. 오래간만에 밟는 육지에 신서하의 몸이 휘청였다.
우리 셋이 모두 가마에서 내리자, 거북이들이 이제 간을 가지러 가자는 듯 눈빛을 보내왔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다가, 중심에 있던 거북이 한 마리를 들었다.
―뭐, 뭐 하는 짓이냐!
“이런 짓.”
후웅! 나는 거북이를 그대로 바다에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