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아. 지금은 윤시아던가?
“…참으로 같잖구나.”
―그렇게 말하지 마. 당신의 머리통을 단숨에 으깨 버리고 싶어지잖아.
“그 힘으로 말이지.”
윤시아의 붉은 눈이 탑주의 몸을 훑었다. 그녀가 왕에게 빼앗겼던 힘. 그 힘이 크라폰 가이오젠에게 깃들어 있었다.
“내 힘을 탐하고도 무사할 것 같았나?”
―실제로 무사하잖아? 그리고 더는 당신의 힘이 아니야. 왕께서 하사해 주신 내 힘이지.
“욕망덩어리구나.”
―정말이지 가지고 싶었어. 반짝이며 빛나던 당신의 힘을 말이야.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당신의 이 엄청난 힘을. 그런데 왕께서 하사해 주시니, 하아… 정말 왕께 충성할 수밖에 없다니까?
“너도, 곧 왕에게 배반당할 거다.”
―응, 그럴 린 없어. 왕께서 버리신 건 당신뿐이니까. 그나저나, 내가 제트리스에게서 들은 건데 말이지. 당신 꽤 고생 좀 했나 봐?
제트리스. 첫 번째 탑의 군주였으며, 윤시아가 왕에게 배반당하기 얼마 전에 나타난 군주. 얼굴만 마주한 사이라 윤시아는 잘 모르지만, 그쪽은 윤시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윤시아가 첫 번째 탑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말로 말할 수 없으니 행동으로 멍청하게 알려 줬다며? 그래. 칼을 휘두르는 척 숨겨진 방을 찾아내기도 했다지? 그리고 과거의 제트리스에게 고의 없는 공격을 해야 통한다는 것도 누구를 넘어뜨렸다지?
“내게 관심이 많군.”
―당연하지! 그렇게 강하던 당신이, 그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그것뿐인가? 이곳에 들어와서도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에 스스로 당신의 약점을 적었지!
“그건 내가 아니었다. 네가 만들어 낸 허구의 나지.”
―맞아. 잘 아네?
“난 그런 적이 없으니까. 아마 내가 바다에서 나와 바다 위를 가로지를 때 네가 만들어 낸 허구겠지. 내가 분노한 것도 전부 말이야.”
―맞아! 잘 만들었지? 이날만을 위해 만든 거야! 공들인 작품이지.
“왜 그랬지? 다음 왕이 되었다면, 다스려야 할 생명인데. 왜 바다를 어지럽히고, 육지와의 맹약을 깬 거지? 왜, 이아 황자를 바다로 추방한 거지?”
―당연한 걸 질문하네?
탑주가 입꼬리가 찢어질 듯한 웃음을 내보이며 답했다.
―너무 평화롭잖아. 아, 그리고 그 황자는 그냥 꼴 보기 싫었어. 아무런 힘도 없는데 육지의 차기 황제라고 사람들이 떠받들어 댔잖아. 짜증 나.
“…겨우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윤시아는 눈을 부릅뜨고 탑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신도 참 바보 같아. 그렇게 자비로운 왕을 배반하다니.
“자비롭다라…….”
―그 마음 때문에 왕은 당신을 버리신 거야. 왕이 얼마나 자비로우신지 알아? 본디 자신에게 묶여 있어야 할 당신의 영혼을 나에게 묶어 주셨다고?
“뭐?”
―영혼이 풀려나기를 바란다면, 날 죽여.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당신을 죽일 거야.
콰득. 탑주의 손이 윤시아의 목을 졸랐다.
―참으로 연약하군. 겨우 손톱으로 짓누르는 것임에도 살갗이 파이고 말이야. 예전의 폰티나는 정말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해졌어!
“…윽.”
―그거 아나? 당신의 힘은 나에게 묶여 있을 뿐이야! 온전한 내 것이 되지 못했지! 왜 그런 줄 알아? 당신이 살아 있으니까! 당신만 죽으면 이 힘도, 그 완벽한 모습도, 전부 내 것이 돼!
광기 어린 표정을 짓는 탑주의 모습에, 윤시아는 더욱 기가 찼다. 그동안 같이 다니며 보여 줬던 모습은 전부 거짓이었던 건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그래. 아직은 아니지.
탑주가 손의 힘을 풀어 윤시아를 놓았다. 윤시아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너무 오래 있었군. 그럼 이따 보지. 윤시아.
탑주의 모습이 사라졌다. 윤시아는 탑주가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반드시, 본인의 손으로 저놈을 죽여 버릴 것이라고.
“…너무 오래 있었나.”
사람들이 본인을 찾고 있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윤시아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윤시아가 묘를 등지고 숲속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윤시아 헌터.”
“…….”
윤시아를 찾으러 온 신서하가,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말이다.
언제부터? 아니, 대화를 들은 건가?
윤시아의 머릿속에 수없이 많은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윤시아의 표정에 절망이 커졌다.
인간이 되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연 존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정체를 들켰다. 아니, 언젠간 들키리라 생각은 했으나 미처 그 어떤 준비도 안 된 상황.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신서하 헌터……. 그러니까……. 그…….”
윤시아의 숨이 점점 가팔라졌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건지. 아니, 설명은 할 수 있을까.
윤시아가 숨이 넘어갈 지경에 이르기 직전, 신서하가 윤시아의 손을 붙잡아 그녀를 이끌었다. 단단히 붙잡힌 손에 윤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신서하에게 이끌려 숲속을 걸었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자주 나누었던 두 사람이,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그루의 나무를 지나쳤을까 싶을 무렵. 신서하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몰라. 아무것도 몰라. 다만… 내가 아는 건, 네가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거야.”
“네?”
“내 능력 알지? 정보를 토대로 적을 분별, 감정하는 능력.”
윤시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 대한 이상한 특이점 하나 없이, 그저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었지. 그래도 하나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건, 네가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라는 거야. 정확히는 아군…이라는 게 맞겠지.”
“…….”
“그러니까, 나중에 전부 해결되면 알려 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들으셨네요. 그런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요.”
“네가 말한 게 아니잖아.”
“…….”
다시 고요해졌다. 동시에, 고조되었던 윤시아의 감정이 가라앉았다. 윤시아가 속삭이듯 답했다.
“고마워요… 신서하 헌터.”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자꾸 딱딱하게 이름 뒤에다가 헌터를 붙이는 거야?”
“네?”
“어떤 사람이건 간에 전부 뒤에 헌터를 붙이잖아.”
“그건…….”
“사실 이유는 딱히 상관없어. 근데 있잖아, 내가 너한테 말을 놓은 이유, 기억나?”
“네? 네……. 제가 더 어리니까 말 놓으시라고 해서 그러셨죠.”
“근데 왜 너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네? 그야 제가 더 어리니까…….”
“됐고, 앞으로 너도 날 언니라 불러. 딱딱하게 헌터라 부르지 말고.”
“…….”
다소 뜬금없는 신서하의 말에 윤시아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맥없이 웃음을 내보이며 답했다.
♧♣♧
갑작스레 사라진 윤시아를 신서하가 데려왔다. 그런데, 그사이 둘의 사이가 묘하게 달라졌다. 호칭부터 시작해서, 뭐… 이것저것. 윤시아가 신서하를 더 믿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강희민이 어떻게 한 걸까요 하고 물어 왔다. 내가 어떻게 아냐.
‘그사이에 뭔 일이 있었나.’
일이 있었다면 윤시아의 쪽에 무언가가 있었으려나. 신서하가 일을 낼 사람은 아니니까.
큰일은 아닌 듯한지라, 굳이 물을 생각은 없었다. 둘 사이는 둘이 알아서 하겠지. 친해지면 팀 분위기도 좋아지니 오히려 이득이고.
“그럼 전부 모인 듯하니 이동하겠습니다.”
신서하가 윤시아를 데리러 간 사이, 형은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잠깐 수색한 결과, 앞으로 쭉 직진하면 새로운 장소가 있는 듯합니다. 그쪽으로 가도록 하겠―”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나 이만 가 봐야 해서.”
갑작스러운 겔탄의 말에 제각기 표정이 변했다. 이제야 가는구나 하는 표정부터,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까지.
옆에 서 있던 겔탄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아마 다음부턴 언약이 소용없을 거야.”
“언제는 소용 있었나.”
“하하……. 그럼 가 볼게. 나중에 봐.”
겔탄이 천 자락 흩날리듯 사라졌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는 듯싶다가, 승현 헌터가 말했다.
“그럼 가도록 하죠.”
우리는 계속 숲을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다른 헌터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말은, 다른 헌터들이 이미 우리의 앞을 제치고 나갔다는 것.
큰일은 아니었다. 누가 누굴 제치든 간에 탑을 클리어만 해 주면 되니.
눈에 띄는 헌터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빽빽이 우거졌던 나무는 점차 줄어들어 갔다. 이윽고 길게 펼쳐진 해변이 절벽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해변가에서 조금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그곳에는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마을을 빤히 쳐다보며 확인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마을에 사는 몬스터가 다 해양 생물이네요.”
나를 따라 마을을 살피던 마허윤이 의아한 듯 말했다.
“근데 왜 죄다 눈이 붉지?”
“눈이?”
그 말에 다시 확인하자, 마허윤의 말대로 전부 눈이 붉었다.
“저쪽은 전투 중입니다.”
나는 박주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마을에 사는 몬스터처럼 눈이 붉은 몬스터와 대치 중인 헌터들이 보였다. 상대하기 그리 힘겹지는 않은 듯, 그들은 쉽게 몬스터를 처리했다.
“그리 위험하진 않은 듯하니 내려가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현 헌터가 곧장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곧이어 얼음 기둥이 솟아났다. 승현 헌터는 그 기둥을 따라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승현 헌터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니, 조금 전에 보였던 몬스터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몸을 숨기고 있었다.
‘본인들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건가?’
저들이 알아서 숨어 준다면, 굳이 끌어내서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무색하게, 곧 몬스터들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그 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좀… 많은데요?”
“이렇게 많이 숨어 있었을 줄은…….”
“와, 징그러. 입 벌린다, 입. 악!”
곧이어 수많은 몬스터가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몬스터들의 행동에 나는 곧장 방향을 틀어 도망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왜… 도망치고 있지?
그 생각을 끝마치고 나자마자 뒤로 도니, 형과 승현 헌터가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나 역시 따라 몬스터를 공격했다.
‘…왜 도망쳤나 했더니.’
몬스터를 베어 가며 나는 새로운 정보를 깨달았다. 몬스터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힘이 느껴지지 않아 정보가 없는 탓에 도리어 강하게 느껴져 반사적으로 도망친 듯했다.
‘멍청하게.’
몬스터들이 우리의 공격에 기겁을 하며 도망쳤다. 놓치지 않고 붙잡아 몸을 두 동강 내던 와중, 옆으로 무언가가 떨어져 굴렀다.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것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들자, 도망치는 몬스터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던지고 있었다.
공? 아니, 그렇다기에는 조잡했다. 제각기 끊어진 실들을 대충 뭉쳐 만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색은 초록색이나 보라색, 붉은색이 섞여 있었다. 폭탄이라기엔 터지지 않았다.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내가 손을 뻗어 그것을 잡으려 하자, 신서하가 소리쳤다.
“그것들 만지지 마요!”
“네?”
신서하의 말에 나는 손을 멈췄다. 그 순간 엮여 있던 실들이 풀려나 땅에 박히기 시작했다. 흐느적거리며 땅에 박히던 실들이, 이윽고 철근처럼 단단해지며 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곧 사람의 크기만큼 거대해졌다. 또한, 형태가 뚜렷해졌다.
―그어어. 어어어.
실의 모습과 같았던 것들이, 흡사 좀비와 같은 모습이 되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