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뭔 갑자기 좀비야!”
“그래도 아까 징그럽던 물고기보단 낫잖아요.”
“어… 그런가?”
“둘 다 제대로 움직이기나 해요!”
떠들던 강희민과 마허윤이 윤시아에게 한 소리를 들은 후 입을 다물었다.
‘끝이 없네.’
좀비 한 마리를 처리하면, 땅에서 새로운 좀비가 나타났다. 앞으로 한 걸음만 옮겨도 사방에서 좀비가 튀어나왔다.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가세했으나 말 그대로 땅에서 자라나는 좀비들은 늘어나는 헌터들의 수만큼 금세 배로 불어났다.
“저건 또 뭐야!”
누군가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자, 다른 좀비들과 달리 엉켜 합쳐진 듯한 좀비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멀리서 보면 진짜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겠네.’
물난리도 나고, 식물도 뒤엉키고, 좀비도 있고, 불도 쏘고. 이게 진정 개판이 아닐까.
“응?”
좀비 떼 너머를 살피자, 다른 몬스터들이 이쪽을 기웃거렸다. 아까 도망쳤던 해양 생물 몬스터들이었다.
‘아니, 기웃거리는 게 아니라… 저건…….’
해양 생물 몬스터들의 주변에 보랏빛 기운이 맴돌고, 몬스터들이 입을 계속 뻐금거렸다. 보랏빛 기운이 하늘 높이 치솟다가 좀비 떼에 퍼지며 좀비가 땅에서 솟아나고 새로운 좀비의 형태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저게 문제였나?’
나는 주변에 있던 좀비들을 능력을 사용해 터뜨렸다. 직후 높이 뛰어올라 좀비의 머리를 밟으며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내 움직임을 파악한 듯, 해양 생물 몬스터들에게 다가갈수록 거대한 좀비들이 내 길을 막아섰다. 거대하기만 하면 다행이나, 속도도 빨랐다. 어깨를 밟아 뛰어넘으려 하면 곧장 손으로 나를 내려쳤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끽해야 B급인데.’
지나치게 많은 수, 형태 변환 등으로 S급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까도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가서 말해 줘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좀비의 모습에 지금 상황을 말해준다 한들 소용없을 것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합류하면 저 좀비가 또 어찌 변할지 모르니까. 넘어가기 더 어려워 질 수도 있었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빠를 터.
‘그래. 어차피 아껴 봤자 소용없으니까.’
턱. 인벤토리에서 무언가 꺼내져 손에 들렸다. 나는 한 손에 쥐어지는 마석에 기력을 불어넣었다.
그 순간, 등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솟아났다. 또 다른 신체 기관이 생겨난 느낌이었지만 썩 이상하진 않았다.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몸이 하늘 위로 올랐다. 눈앞에 하얀 깃털 하나가 살랑이며 떨어졌다.
‘하얀색인가.’
재료가 주인을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비행 마석. S급 대장장이에게 맡겼던 아이템. 들어간 재료에 따라 비행하는 모습이 제각기라곤 하지만… 몸에 날개가 생겨날 줄은 몰랐는데.
“윽.”
내가 아니더라도 비행하는 사람이 있어서일까, 하늘에도 이미 좀비가 가득했다.
―그어어!
나는 하얀 날개를 힘껏 움직여 좀비가 덮치기 전 높이 날아올랐다. 따라오려는 좀비들을 처리하고 피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눈앞에서 거대한 좀비가 양팔을 들어 올려 나를 덮치려는 순간, 그보다 훨씬 높이 날아올랐다.
구름에 닿기 직전까지 오르니, 끝없었던 좀비들이 작게 보였다. 한창 전투가 치러지고 있을 것임에도 무언가가 튀어나오거나 솟아나거나 움직이는 것만이 작게 보일 뿐,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하늘 높이 오르자 보이는 광활한 풍경을 뒤로하고 나는 해양 생물 몬스터들을 향해 수직 낙하 했다. 재빠르게 내려가던 몸이 땅에 닿기 직전, 투웅! 날갯짓해 바닥에 안전히 착지했다.
갑작스레 분 돌풍에 앞을 바라보던 해양 생물 몬스터들이 뒤로 돌던 찰나. 스릉. 낫을 크게 한 번 휘두르자 하얀 검기가 궤적을 그리며 앞으로 쏘아졌다. 해양 생물 몬스터들은 모두 뒤로 완전히 돌기도 전 그대로 반으로 동강 나 쓰러졌다.
툭. 투둑. 붉은 액체가 사방에 튀어 내 몸에 들러붙었다.
‘이 정도만 하면 나머진 알아서 해결되겠지.’
나는 다시 하늘로 올라 비행하는 좀비들을 처리했다.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좀비들에 헌터들의 사기가 상승하여 재빠른 속도로 좀비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좀비는 완벽하게 소탕됐다. 좀비가 원체 많아서였는지는 몰라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땅이 온통 검었다. 분명 모랫바닥이었던 것 같은데.
‘위에도 다 처리됐으니 내려가야겠네.’
내가 얼굴에 묻은 액체들을 닦아 내며 아래로 내려가려던 찰나, 아래에 있던 사람 중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뒤에!”
그 말에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부는 거센 바람에 나는 팔로 얼굴을 막았다. 동시에 얼굴을 가린 팔의 옷이 찢겨 나가고, 무언가가 살갗에 파고들었다. 다행히도 잘리지는 않았다.
익숙한 바람에 나는 곧장 앞을 바라보았다.
“오래간만이군.”
“…그러게.”
눈앞에 새하얀 날개가 팔락였다. 동시에 금발이 살랑거렸다. 회색빛 눈이 나를 매섭게 바라봤다. 내가 만든 비행 마석의 주 원재료가 눈앞에 있었다.
“네놈, 그 날개는… 설마.”
“아, 이거?”
나는 시선을 돌려 내 등에 달린 날개를 바라봤다. 흡사 백조의 날개같이 생긴 날개가 등에 달려 살랑이고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저것의 날개와 똑같이 생긴 날개였다. 그야 그렇겠지. 주 원재료가 저 녀석이니.
나는 하얀 날개를 향해 비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네 날개에 담긴 힘이 꽤 쓸 만하긴 한가 봐. 덕분에 잘 쓰고 있어.”
“…….”
쿠우웅. 하얀 날개의 머리가 검어지며, 회색이었던 눈에 붉은빛이 서렸다. 아무래도 화나게 한 것 같은데.
나는 아래쪽을 살폈다. 내 쪽을 바라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건 이 하얀 날개뿐만이 아니었다.
하얀 피부에 자를 대고 자른 듯한 하얀 단발. 금색의 눈과 귀걸이. 분명, 미래 도시에서 류천화 씨가 만났다던 괴인의 모습과 같았다.
‘뭔 쌍으로 하얀색이야.’
하얀 단발이 손을 움직이자 금색의 도형들이 나타나 일행들을 공격하려 들었다. 그 모습에 곧장 내려가 사람들을 도우려 하였으나 하얀 날개가 방해했다.
“이번에야말로 네놈의 사지를 틀어 버려 주마.”
“…그건 불가능할 텐데.”
터엉! 세 개의 검과 낫 하나가 맞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한참을 맞붙던 와중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곧장 뒤로 돌자, 검 하나가 느린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곧장 부서뜨린 뒤 앞을 보려던 찰나, 머리와 팔을 붙잡혔다.
“드디어 잡았군.”
“이런―”
꽈드득.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감각에 나는 곧장 다리를 움직여 하얀 날개를 걷어찼다.
‘…탈구될 뻔했네.’
지나치게 불리했다. 내 날개의 속도가 저것에 비하면 한없이 느렸다. 그래서 일부러 움직이지 않고 공격을 받아 내다 보니 반격을 하기가 어려웠다. 저번처럼 지상전이었다면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공격하기 수월했을 텐데. 망할. 비행전은 어렵다고.
‘날아 본 횟수가 많아야지.’
내 생에 비행전은 손에 꼽았다. 날아다니는 것들은 대부분 능력을 쏘거나 뛰어올라 내려찍어 상대했으니.
계속해서 밀렸다. 차라리 땅으로 유인하는 게 낫겠다 싶어 나는 곧장 땅으로 낙하했다. 그러나 내 의도를 눈치챈 듯, 하얀 날개는 재빠른 속도로 낙하해 발길질을 해서는 나를 높이 띄웠다.
“윽…….”
“하찮아졌구나.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군.”
“그럼 땅으로 내려가든가.”
“굳이 그래야 하나? 강한 자는 땅에서건 하늘에서건 강하다.”
“이거나 먹어.”
퍼버벙!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리며 하얀 날개를 공격했다. 날개에 직격해 잠시 휘청이는 듯싶던 하얀 날개가 곧장 내게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하얀 날개를 막으려 팔을 들려던 순간, 눈앞에 나무가 솟아났다. 하얀 날개가 제 앞을 가로막는 나무를 가르자 그 안에서 검은 안개가 내뿜어졌다.
사방이 안개로 가려지자 하얀 날개는 안개를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그 위로, 형이 나타났다.
뻐억! 몸 전체를 이용해 하얀 날개의 위로 떨어진 형이 하얀 날개의 날개를 뜯을 듯이 붙잡으며 추락했다.
추락한 하얀 날개로부터 형이 떨어졌다. 하얀 날개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형을 바라봤다.
“네놈… 저번에 봤었지. 그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더 강해졌군. 네 강함을 인정한다. 이름이 뭐지? 난 크랄르다.”
“…….”
“대답하지 않는 거냐? 무례하군.”
드디어 땅에 내려오니 사람들이 괜찮냐며 물어 왔다. 괜찮다고 대답한 뒤 크랄르를 바라보자, 크랄르 역시 제 편과 합세하려는 듯 하얀 단발과 같이 서 있었다. 무슨 공격이 올지 몰라 나는 일단 전투태세를 취했다. 하얀 단발이 바닥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성역 전개.”
중얼거림이 끝나자, 하얀 단발의 아래부터 그 주변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곧이어 크랄르의 상처가 아물어 가고, 기운이 넘쳐나는 듯 그가 웃음을 내보였다.
곧바로 공격하려 다리를 움직였으나, 누군가가 발에 못을 박은 듯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려 저항을 하자 신발 안쪽이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이건 분명… 피일 터.
“함부로 움직이려 하지 마요. 발 뜯어져요.”
내 말에 과격하게 움직이려던 마허윤이 몸을 움찔거리며 멈췄다.
터엉!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크랄르가 공격을 해 왔다. 수없이 많은 검이 허공을 돌며 우리의 목을 관통하려 들었고, 돌풍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최대한 능력을 사용해 하얀 단발을 공격하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능력은 닿기도 전에 불발됐다.
뒤에 있던 윤시아가 땅을 짚으며 말했다.
“저 좀 최대한 보호해 줘요! 어떻게든 할 테니까!”
“네? 뭘 어떻게―”
덜컥. 묶여 있던 발이 풀려나며 움직였다. 여전히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졌으나,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콰앙! 움직일 수 있는 틈에 승현 헌터와 형이 몸을 던지듯 움직여 앞에 있는 것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크랄르가 비행하기 전 머리 위로 물 폭탄이 떨어져 그대로 낙하하고, 밑에 있던 승현 헌터의 로프 다트에 발목을 꿰뚫렸다.
검은 안개가 하얀 단발을 향해 확산하였으나 끝내 닿지 못했다. 그러나 그걸 노린 게 아닌 듯, 검은 안개 속에서 형이 튀어나와 하얀 단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키이잉. 금빛 사각형 형태의 실드가 하얀 단발을 보호하듯 나타나 검을 막았다. 그러나 형이 몇 번 검을 휘두르자 그것은 금세 부서져 내렸다.
그 틈을 노려 하얀 단발의 뒤로 가 낫을 휘둘렀다. 박주완 역시 주먹을 휘둘러 하얀 단발을 공격했다.
‘분명 닿았는데.’
낫날의 끝이 하얀 피부에 닿았음에도 강철을 공격한 듯 들어가지 않았다. 박주완의 주먹 역시 마찬가지였다.
옆에선 크랄르의 주변으로 나무가 솟아오르고, 화살이 내려앉았다. 신서하가 윤시아를 겨우 보호해 내고 있었다.
터어엉! 크랄르가 금빛으로 물든 곳에서 튕겨 나갔다. 승현 헌터가 크랄르를 따라 나가 그대로 공격했다.
하얀 단발을 향해 손을 뻗어 능력을 사용하자, 손 주변으로 별들이 생겨나며 하얀 단발을 향해 쏘아졌다. 직후, 하얀 단발이 내 쪽으로 손을 뻗어 금빛 직사각형을 만들어 냈다.
두 능력이 맞부딪쳐 폭발했다. 큰 충격에 나는 데굴데굴 뒤로 굴렀다.
‘성역은?’
금빛으로 물들었던 영역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윤시아가 지친 듯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어디로 갔―”
말을 채 끝내기도 전, 누군가가 내 등을 밟아 그대로 얼굴이 땅에 처박혔다. 겨우 고개를 돌리자 내 날개 너머에서 또 다른 하얀 날개가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지. 그 전에, 거슬리는 건 치우고 가겠다.”
그러며 하얀 날개가 내 두 날개를 붙잡아 그대로 잡아당겼다. 닭살이 돋는 감각과 함께 날개가 뜯겨 나갔다. 고통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발이 치워짐과 동시에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크랄르와 하얀 단발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