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등대지기】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승현 헌터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한지언 헌터. 괜찮습니까?”
“예, 뭐. 아이템 사용 횟수가 준 거 빼면 멀쩡해요.”
“아이템이라면… 날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비싼 값 주고 제작 의뢰한 건데 한 번 다 쓰기도 전에 부서질 것 같네요.”
그러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마석을 승현 헌터에게 보여 주었다. 영롱하던 마석이 조금만 세게 쥐면 부서질 것처럼 금이 가 있었다.
“비행 마석입니까?”
“네. 방금 만난 크랄르라는 괴인의 날개로 만든 거예요.”
“그래서 날개를 뜯은 거였군요. 비행 마석을 못 쓰게 된 건 유감입니다.”
“별수 없죠, 뭐.”
세 번의 기회도 못 쓰고 부서져 버리겠지만, 아직 잠깐 정도는 날 수 있었다.
‘…어떻게든 날개를 뜯어 버릴 걸 그랬나.’
나는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고급 아이템 재료를 놓쳤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비행 마석을 인벤토리에 넣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향하고 보니 윤시아가 여전히 땅을 뒹굴고 있었다.
“시아야, 일어나야지.”
“못 해요……. 문양 개방도 해제하고 싶어요…….”
“윤시아 씨, 마석 드릴까요?”
윤시아가 벌떡 일어나 앉아 제 골을 부여잡고 말했다.
“기력 문제가 아녜요. 엄청 피곤해요. 회사원으로 비유하자면 일주일 내내 야근하고 주말 출근까지 한 다음 일요일에 겨우 쉬는데 부장님한테서 연락 온 기분이에요.”
“그게 뭐예요.”
윤시아의 말에 강희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승현 헌터가 물었다.
“윤시아 헌터. 움직이기 많이 힘드십니까?”
“걸을 수는 있을 거 같은데… 많이는 못 걸을 것 같아요. 웬만해선 괜찮다고 하겠는데, 지금은 진짜 힘드네요, 하하.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슬슬 쉬어야 할 듯했습니다. 바다 안에선 쉴 틈이 없었으니까요. 쉬어도 잠깐 쉬었었고. 문제는 이곳이 쉬어 가기엔 부적합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승현 헌터의 말대로, 주변엔 남은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강희민이 말했다.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는 건 어때요?”
“그러기엔 절벽을 올라야 합니다.”
다음으로 마허윤이 말했다.
“집도 많은데 아무 데나 들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몬스터들이 언제 건물을 부수고 들어올지 모릅니다.”
“저… 그럼 제가 집 전체에 배리어를 칠까요?”
“신서하 헌터도 쉬어야 합니다. 쉬려면 다 같이 쉬는 편이 낫습니다. 홀로 쉬지 못했다가 뒤처질 수도 있으니까요.”
빨리 괜찮은 답이 나와야 하나, 이곳은 탑이었다. 안전지대가 없다시피 한 공간. 나 역시 기억을 더듬어 그나마 괜찮은 곳을 생각해 보던 중, 하늘 높이 날았을 때 보았던 것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좀 거리가 되긴 하는데, 언덕을 몇 개 지나면 등대가 있었어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거긴 어때요?”
“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쪽이요.”
나는 마을 너머,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이 드문드문 있는 곳을 가리켰다. 승현 헌터가 지붕 위로 올라가 살펴보다 내려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주변에 몬스터는 없는 듯합니다. 이곳은 위험하니 우선 움직이도록 하죠.”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이 달려드는 몬스터를 처리하며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들쑥날쑥한 언덕이 우리를 반겼다. 중간에 작은 냇물이 흐르기도, 거대한 돌덩이가 있기도 했다.
언덕 몇 개를 지나자, 저 멀리 새하얀 등대가 보였다.
걸으면 걸을수록 등대의 모습이 자세히 드러났다. 별다른 특징은 없는 보통 등대였지만, 특징을 하나 굳이 말하자면 굉장히 컸다. 내가 지금껏 본 등대는 사람 네 명이 가로로 서면 기둥이 가려지는 크기였는데, 지금 보이는 등대는 그런 등대의 배는 컸다.
“여긴 진짜 한적하네요!”
윤시아가 등대를 등지고 앉았다. 확실히 평화롭긴 했다. 몬스터도 보이지 않고, 파도도 얌전하고, 바람도 적당하고.
말은 안 했지만 몇몇도 지치긴 했는지 윤시아를 따라 등대를 등지고 앉거나 그냥 바닥에 툭 앉았다.
는 혹시 등대의 문이 열릴까 싶어 잡아당기고 밀어 봤다. 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게다가 낡아 보이니, 적어도 무언가가 살고 있진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안심하며 문에 기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안심은 금세 무너져 내렸다. 기대고 있던 문이 단숨에 뒤로 밀려나며 몸이 갸우뚱 무너졌다.
아무거나 잡아서라도 넘어지는 몸을 지탱하려는데 그 전에 누군가가 뒤에서 내 몸을 붙잡아 넘어지지 않게 막아 주었다. 곧장 고개를 올려 보자 겔탄과 폰 그 사이 정도 되는 크기의 검은 후드 망토를 뒤집어쓴 것이 서 있었다. 얼굴은 뒤집어쓴 후드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낫을 든 뒤 그것의 목을 겨누었다. 내 행동에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상황을 파악했다.
검은 후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우리를 살폈다. 제 목에 겨누어진 낫은 신경도 쓰지 않고 손을 미세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곧장 낫을 휘두를까 싶었지만, 공격의 의사가 없어 보여 일단 주시했다.
신서하가 뒤에서 중얼거렸다.
“저승의 뱃사공 같아요…….”
검은 후드의 긴소매가 까닥였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낫을 내려놓자, 검은 후드는 조용히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주시하다 말했다.
“들어오라는 거 같은데요.”
“저길 들어가……?”
“하지만 싸울 기색은 없어 보이는데.”
“혹시 모릅니다. 안쪽에서 단숨에 태세를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형이 불쑥 튀어나와 등대로 들어갔다. 나는 형을 붙잡으려다 말았다. 어차피 확인은 해야 했으니까.
형이 잠시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말했다.
“안전한 듯합니다.”
“안쪽은 어떻습니까, 한지운 헌터.”
“별거 없습니다.”
그러며 형은 다시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형이 하는 말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조금 안심하며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간 등대 안쪽은 정말 평범했다.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말곤 다른 빛이 없어 조금 어두웠지만, 앞이 안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가죽 소파와 좌식 테이블, 조금 낡은 러그와 구석에 있는 화분. 직접 그린 듯한 그림이 담긴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고, 그런 그림은 긴 서랍장 위에도 놓여 있었다.
김새는 안쪽 풍경에 긴장이 풀린 듯, 윤시아는 겁도 없이 소파에 드러누웠다. 신서하는 화분에 담긴 식물을 관찰하고, 승현 헌터는 안전을 살폈다. 형은 구석에 서 있었고, 강희민과 박주완, 마허윤은 소파에 앉았다. 나 역시 조용히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던 검은 후드가 계단 위에서 내려왔다. 아까와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 트레이 위에 무언갈 가득 챙겨 왔다는 점.
검은 후드는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가져온 것들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검은 후드가 가져온 건… 음식이었다. 게다가 꽤 화려한 메뉴들이었다.
‘화려한 건 다 독이라던데.’
검은 후드가 빈 트레이를 든 채 우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가 음식을 먹길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누가 바깥 음식을 함부로 주워 먹을까.
강희민이 옆에서 속삭였다.
“먹으면 큰일 나는 거죠?”
“몰라, 나도. 먹어 보든가.”
“무책임해요…….”
그럼 호기심 갖지 마라.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음식을 먹지 않자 검은 후드가 가져온 것들을 다시 트레이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곤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검은 후드의 등이 조금 굽어 보였다.
시간이 좀 지나, 검은 후드가 다시 트레이에 무언갈 잔뜩 쌓고 내려왔다. 이번에는 디저트류였다. 마카롱이랑, 마카롱 비슷하게 생긴 거, 케이크, 케이크 둘, 케이크 셋, 도넛, 빵… 뭐, 이것저것 많았다.
아까처럼 여러 가지가 섞인 음식 냄새가 아닌 달콤한 냄새와 빵 냄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테이블에 올려진 음식에 시선이 꽤 많이 집중됐다. 특히 드러누워 있다 몸을 벌떡 일으킨 윤시아가 테이블에서 시선을 못 뗐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대지는 않자 검은 후드의 등이 더 굽었다. 지금 보니 시무룩해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에 승현 헌터가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러곤 넓적한 마카롱을 집어 입에 넣고 삼킨 후 입을 열었다.
“독은 딱히 없습니다. 수면제나 마비 독 같은 것도 없는 듯합니다.”
“그럼 먹어도 되나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론 뭐… 먹을 만한 사람들이 음식을 집어 먹었다.
윤시아는 당연했고, 강희민도 주변 눈치를 살피며 포크로 케이크를 퍼 먹었다. 마허윤은 빵 하나를 조심히 가져갔다. 신서하 역시 마카롱을 살짝 들어 먹으며 박주완에게도 하나 건넸으나, 박주완은 단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거절했다.
가까이 있던 강희민이 내게 물었다.
“형은 안 드세요?”
“난 별로.”
“야, 강희민. 한지언 입에 가져가면 먹을 걸. 우리 앞이라 안 먹는 거일 확률이 높다.”
“진짜요?”
“너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
“카페에서 맨날 과일 음료만 마시던 주제에 인제 와서 아닌 척은!”
“아닌 척이 아니라 진짜―”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희민이 입 앞으로 무언갈 내밀었다. 나는 강희민을 노려보려 하다가 맑은 눈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충 맛보니 한입 크기로 만든 마들렌인 듯했다.
“맛있죠!”
“어, 뭐… 그렇겠지.”
“그렇겠지는 뭐예요. 이것도 드세요.”
“아니, 됐―”
강희민은 뭔 처음 보는 것들을 계속 내밀었다. 길쭉한 약과처럼 생긴 것도 있었고, 긴 빵에 과일과 슈가 파우더를 얹은 것과, 과일이 잔뜩 얹힌 타르트, 얇은 빵 사이사이 크림과 과일이 들어간 것도 있었다. 나는 강희민의 손에 이끌려 결국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을 잔뜩 접했다.
깔끔해진 그릇들의 모습에 검은 후드가 긴소매를 제 가슴 앞에 모으고는 작게 흔들었다. 기쁨의 표시인가? 그러다 검은 후드는 수첩을 꺼내 들어 무언갈 쓴 후 우리에게 보여 줬다.
[여행자는 오래간만이에요! 무엇보다 오래간만에 보는 육지 분들이네요.]승현 헌터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승현 헌터의 물음에 검은 후드가 글을 써 다시 수첩을 보여 주었다.
[저는 등대지기예요.]“등대지기?”
[길 잃은 이들이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길 잃은 이들이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요.]그래서 그렇게 음식 공세를 한 거였나.
[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뭐든 물어보세요!”
탑에 들어와 그간 먹지 못했던 빵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듯한 윤시아가 답했다.
[저는 등대지기라 등대 안에만 있어서 바깥이 어떻게 됐는지 잘 몰라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던 걸로 보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바깥 상황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그 물음에 뭐든 물어보라 했던 윤시아가 답하길 머뭇거렸다. 윤시아가 답하지 못하자 승현 헌터가 대신 답했다.
”자세히는 저희도 모르나, 큰일이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등대지기가 놀란 듯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곤 펜을 쥔 손에 힘을 꽉 쥐며, 꾹꾹 글을 써 내려가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염치없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부탁이라는 말에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보통 이런 상황은, 층을 클리어하기 위한 미션이기 마련이었으니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한 승현 헌터와 눈이 마주쳤다.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막상 대답은 그런 생각까지는 않은 것 같은 강희민이 했다.
“신세를 졌으니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희민의 말은 우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검은 후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윤시아가 맞는다며 호응하고, 승현 헌터와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이었다.
[감사드려요! 제 부탁은 간단해요. 제 친구를 찾아주시면 돼요! 제 친구는 머리가 전체적으로 하얀데, 붉은색이 섞여 있어요.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아, 그리고 저 붉은 재킷을 입은 분처럼 머리를 묶었어요. 근데 머리가 무척 복슬복슬하고, 긴 웨이브로 한 번 꼬여 있어요! 눈 옆으로는 길게 붉은 화장이 되어 있어요.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을 만큼 화려한 외모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