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등대지기의 설명에 승현 헌터가 물었다.
“다른 특징은 없습니까?”
[외형이 튀어서 금방 알아보실 거예요.]“우선 알겠습니다.”
승현 헌터가 고갯짓하며 바깥으로 나갔다. 나오라는 뜻이었다. 모두 따라 나가자 승현 헌터가 말했다.
“그간 탑을 돌아다니며 알 수 있었던 건, 육지에 살던 생물들이 대부분 죽거나 추방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배경을 토대로 생각하면 등대지기가 말하는 친구는 아마 죽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역시 그렇겠죠?”
모두가 수긍하는 가운데, 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부탁이 이번 층을 클리어하는 조건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다만, 그것 역시 애매합니다. 단정 짓기는 아직 어려워요. 만약 이것이 클리어 조건이 맞는다고 한들, 친구가 정말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죽었다는 증거를 찾아 와야 하는 걸 수도 있죠.”
“그래도 일단 최대한 찾아보는 쪽으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습니다. 정말 클리어하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은 흩어져서 찾으려는데,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 계신가요?”
사람들이 침묵하거나 고개를 저었다.
“그럼 2인 1조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일행은 승현 헌터가 나눠 준 조대로 흩어졌다. 형과 승현 헌터는 따로, 박주완과 신서하, 강희민과 윤시아, 그리고…….
“왜 내가 너랑 같이 다녀야 하는 거지?”
“승현 헌터한테 따지든가. 왜 가만히 있다가 난리야.”
나는 마허윤과 함께 수색하게 되었다.
“뭐야. 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와?”
내가 향한 곳은 등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숲속이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5분은 지난 것 같은데, 20분 안에 이 숲속을 다 수색할 순 있냐?”
총 30분. 승현 헌터가 수색하라고 준 시간이었다. 수색은 오래 해 봤자 한 시간이었다. 두 시간이 넘어가면 시간 낭비였으니까. 또한 상급 헌터였기에 뛰어다니면 이 정도 숲을 돌아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투덜거리지 말고 샅샅이 뒤져.”
“내가 너보다 시력 좋거든?! 난 문양 능력 중에 동체 시력 상승도 있다고!”
“그러냐.”
“그래! 몸이 안 따라 주지만……. 어. 야, 저기!”
마허윤의 말에 나는 곧장 발을 멈췄다. 그러곤 마허윤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조금 위쪽에 동굴이 있었다. 빽빽한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했다.
‘숨어 있기 딱 좋네.’
우리는 동굴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굳이 외딴 숲속을 선택한 이유. 그건 그간 들었던 이곳의 상황을 토대로 합리적인 생각을 한 결과였다.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을 공격하고 있는 거라면, 육지 생물들은 분명 해양 생물들이 찾기 어렵게 숨을 테니까.
동굴 앞에 도착해 살펴보니 분명 어두워야 할 안쪽이 미세하게 밝았다. 나는 걸음 소리를 죽여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동굴 안쪽의 벽에는 양초가 일정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촛농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최근까지 누가 있었다는 뜻일 터.
마허윤이 조용히 물었다.
“야……. 누가 봐도 뭐가 있을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랑 다시 오는 게 낫지 않냐?”
“뭐가 있는지는 확인해야지. 단순히 양초만 배치돼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리고 안쪽에 무언가 있다 쳐도, 우리가 갔다 온 후에도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그건 그런데……. 에이, 씨. 그래. 가자고.”
“가고 있는데.”
“그 뜻이 아니잖아!”
대화를 하며 반쯤 들어왔을까.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거―”
나는 마허윤의 입 위로 손을 얹었다. 그러곤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네 명? 아니, 여섯 명인가.’
한 명이 내는 소리가 아닌 건 확실했다. 최소 네 명은 되는 듯한 목소리가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나는 마허윤의 입에서 손을 뗀 후 무기를 들었다. 마허윤이 따라 활시위를 잡아당긴 채 내 뒤를 따라왔다.
안쪽에서 밝은 빛이 보여 벽면에 붙어 숨었다. 그러곤 얼굴만 살짝 내밀어 안쪽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여섯 명의 인원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문제는,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거였다. 단순히 피난민들이 있는 거라면 구조하러 왔다 하고 데려가면 됐겠지만, 이 분위기는… 그래, 마치 창작물에서 흔히 나오는 악의 주술을 행하는 단체 같았다.
벽에는 검붉은 피로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고, 벽에 붙어 있는 책상 위에는 칼이 꽂힌 두개골과 장미,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병이 배치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악의 세력 같아 보였다. 다만, 소득은 있었다.
“야… 저 가운데!”
“나도 알아.”
빙 둘러앉은 것들의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양팔을 들어 올린 채 무어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홀로 서 있어서 저자가 이 수상한 모임의 교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침 교주가 우리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서 있어 얼굴이 보였는데, 문제는 그 외형이 아까 등대지기가 말했던 친구의 외형과 같다는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등대지기가 말한 것처럼 화려하다기보단 섬뜩하다는 점.
‘저걸 어찌한다.’
등대지기의 말에 친구가 악의 집단의 교주라는 뉘앙스는 없었다. 그럼 전에는 분명 정상적이었다는 뜻일 터. 하지만 등대지기도 눈이 있다면 저걸 보고 정상이라 하진 못하겠지. 저 상태로 데려가면 등대지기가 충격을 받을지도 몰랐다.
‘그냥 죽여?’
머리카락만 겨우 찾았다고 말하고 잘라서 가져갈까? 아니, 그러면 클리어가 안 될 수 있었다. 저 친구라는 존재가 살아 있는 이상 등대지기의 부탁은 단순한 부탁이 아닌 클리어 과정임이 분명한데, 그 대상이 버젓이 산 채로 있으니 분명 산 채로 데려가야 하는 거겠지.
“불청객이 있군.”
촤르르― 그 순간 보랏빛 마법진이 몸을 둘러싸며 몸이 묶였다.
“여긴 어떻게 온― 너희,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앉아 있던 것들이 기괴하게 웃으며 육지 생물이라고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대답해.”
등대지기의 친구로 확정된 교주가 주먹을 쥐자 몸을 감싸고 있는 마법진이 작아지며 몸을 억죄어 왔다.
‘…풀 수 있을 정도로 약하긴 한데.’
역시 죽이면 클리어가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마허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는 듯 나와 눈을 마주쳤다. 마허윤을 보며 입 모양으로 ‘조용히’라고 전달한 후 교주에게 말했다.
“우리야말로 궁금한데. 너흰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묻는 말에나 답해.”
“그냥 잘 살았지. 무슨 말을 더 바래?”
“…….”
몸을 억죄던 마법진이 본래 크기로 돌아갔다.
‘적어도 대화는 가능한 거 같은데, 말로 회유해야 하나.’
교주가 뒤돌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장미를 살풋 붙잡았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바다로 뒤덮인 육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꽈득. 교주가 가시가 박힌 장미의 줄기를 쥐자 손바닥에서 난 피가 팔뚝까지 흘러내렸다.
“생은 아직, 저희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끼히히히! 아직, 아직 구원의 손길이 아직, 우리에게!”
“꺄하하하하! 구원! 구원이야!”
“산다! 산다!”
“살 수 있어! 아아, 드디어 빛이!”
“우리의 빛! 우리의 빛!”
…정상이 아니었네.
마허윤이 옆에서 망한 거 아니냐며 물었으나 무시했다.
“생은 아직, 저희를 구원합니다. 보십시오! 저희를 구원하기 위해 제물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교주가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것들을 보니 죽이는 게 나았나 싶었다.
“세상을 심판할 때가 왔습니다! 때가 되었습니다!”
순간, 몸이 잡아당겨지며 나는 빙 둘러앉은 것들의 가운데에 엎어졌다. 곧장 고개를 올려 보자 교주의 뒤에서 검고 거대한 문어 다리가 꾸물거렸다. 동시에, 약하리라 생각했던 교주의 본 힘이 살갗을 짓눌렀다.
‘…죽이긴 힘들겠는데.’
나는 옆에 있던 마허윤을 건드리며 속삭였다.
“다른 사람 불러와.”
“너는?”
“난 내가 알아서 해.”
“야, 그런 무책임한……!”
“빨리.”
“…뒤지진 마라.”
“겠냐?”
교주가 머리 위로 손을 번쩍 들고, 고개를 높이 들어 올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 틈에 마허윤이 제 몸에 묶인 것을 풀고 재빠르게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제물, 제물이!”
“안 돼! 잡아! 잡아!”
“여러분, 괜찮습니다.”
가죽으로 조잡하게 만든 신발이 내 머리 아래로 들어와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렸다.
“제물은 아직 여기 남아 있습니다. 이거, 불쌍한 어린양이군요……. 제 친구에게 버림받다니.”
내가 미동도 없이 있자 교주는 재미없다는 듯 내 머리 밑에서 발을 빼 버렸다.
“여러분. 그럼, 제물을 바치도록 하죠.”
“히히! 제물! 바쳐!”
“바쳐! 죽여!”
“빛! 빛이 보여!”
스릉. 교주가 두개골에 박혀 있던 칼을 뽑았다. 직후 다시 내게 다가와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콱! 머리를 노리며 내려찍었지만, 살짝 틀어 피해 냈다.
“하찮은 재주는 안 부리는 게 좋을 거야. 너도 알 텐데? 네겐 희망이 없다는걸.”
“…….”
“아까까지 잘만 나불거렸으면서, 인제 와서 침묵인가? 유언은 남기는 게 좋을 텐데. 뭐, 좋아.”
멀리서 봐서 눈 색이 잘 안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두 가지 색이 섞여 잘 안 보인 거였다. 대체로 희고 붉은 게 콘셉트인가.
교주가 칼을 다시 높게 들어 올리다.
“이번엔 확실하게 끝내 주지.”
“히히! 끝내!”
“끝내!”
교주가 칼을 휘두르기 전, 나는 입을 열었다.
“멍청이.”
“뭐?”
쿵! 동굴에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뭐지?!”
다시 쿵! 동굴이 다시 한번 더 흔들리자 이번엔 천장에 금이 가며 돌가루가 흩날렸다.
“윽, 빨리 진행해야―”
콰르릉! 천장이 무너지며 눈앞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나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다리를 움직여 몸 위에 쌓인 잔해를 날리고 몸을 일으켰다. 앉아서 주변을 돌아보다 뒤를 보니 형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
“너 그거―”
나는 형이 몸을 속박한 마법진을 가리키기도 전에 부숴 버렸다.
“…아니야.”
“야, 한지언! 살아 있냐?”
“잘 살아 있어. 그것보다… 죽은 건 아니겠지?”
터엉! 뒤에서 큰 굉음이 들렸다. 소리에 뒤로 도니 교주가 문어 다리를 움직이며 몸을 휘청이고 있었다.
“네, 네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형이 검을 쥐려 하는 모습이 시선에 닿아 나는 형에게 당부했다.
“죽이지 마. 등대로 유인해.”
내 말의 뜻을 이해한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교주가 공격을 해 와 형이 검으로 막아 냈다. 그러며 형은 뒤로 물러나는 듯 움직여 은근슬쩍 교주를 유인했다. 나와 마허윤은 쓸데없이 교주의 시선이 쏠리지 않도록 형보다 먼저 뒤로 물러나 등대로 향했다.
“마허윤, 어쩌다 형을 데려온 거야?”
“어? 근처에 있길래 그냥 데려왔지!”
“그래……. 시간은 얼마나 지났어?”
“어… 아직 20분밖에 안 지났어.”
“아직 다 안 모였을 가능성이 크네.”
퉁! 형과 교주의 싸움은 등대로 이동하면서도 이어졌다.
“어째서, 내 힘을 보고도 공포에 질리지 않는 거냐! 나는, 이 육지에 희망을 가져다줄, 위대한 존재가 될 터인데! 그 주축이 되는 이 힘을 보고도, 정녕 아무렇지 않다는 거냐!”
힘으로 따지면 교주가 강한 건 확실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공격은 엉성했고, 가진 힘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허접했다.
‘거의 다 왔다.’
교주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날, 얕보지 마!”
쇄애애액! 문어 다리가 순식간에 길어지며 일대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는 등대도 있었다.
쿠르릉. 등대가 반으로 부서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당연하게도 등대지기가 있었다.
형과 싸우던 교주가 이를 드러내며 화를 표출하다, 등대지기를 보더니 순간 행동을 멈췄다. 뒤에 있는 등대지기의 존재를 눈치챈 형도 바로 공격을 중단했다.
제자리에 멈춰 선 교주와 등대지기의 눈이 마주쳤다. 등대지기는 제 친구를 단숨에 알아본 듯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교주 역시 등대지기를 알아본 듯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 이내 이를 갈고는 등대지기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휘두른 궤적만큼 보랏빛 칼날이 생겨나며, 그대로 등대지기에게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