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멍청이.’
난 멍청이다. 사상자만 한 명 더 느는 꼴인데, 생각도 없이 왜 그랬지?
게다가 내가 모든 인원을 잡을 순 없었다. 유주한처럼 몸 크기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양팔을 다 벌리고 있음에도 모든 인원이 팔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양손끝에 닿는 박주완과 마허윤은 옷자락만을 겨우 잡은 체였다.
‘망할.’
내게 날개가 있었다면. 더 큰 날개가 있었다면. 그 날개로, 이 사람들을 받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검은 구멍에 거의 다 다다랐다. 조금 먼 거리, 승현 헌터와 형이 쓸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달려오고 있었다. 곧 있으면 도착할 것 같았으나, 그 전에 먼저 우리가 구멍에 빠질 것 같았다.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날 수 있었으면.
투둑.
등 뒤로 무언가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머리 위로 하얀 깃털 하나가 바람에 흩날리고, 두 갈래로 나뉘어 길게 늘어진 하얀 천자락이 몸을 스쳤다.
양팔에 안고 있던 사람들이 조금 가벼워졌다. 정확히는, 팔이 가벼워졌다.
“뭐…….”
내 등 뒤로, 새하얀 날개가 펄럭였다. 비행 마석으로 만들어 낸 날개보다 더 큰 날개가 말이다.
그러나 의문을 가질 시간도 없었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 나는 비행 마석을 사용했을 때처럼 날개를 펄럭였다.
꽤 큰 바람과 함께 잠깐 하늘 위로 떠올랐으나, 그것도 잠시. 손 끝에 힘을 다해 놓친 마허윤과 박주완이 날개 위에 안착해, 더 날지 못하고 다시 추락했다.
그러나 완전히 추락하기 전에 승현 헌터와 형이 도달해, 신서하와 박주완을 빼냈다. 한결 가벼워진 날개에 나는 곧장 남은 세 사람을 붙들고 온 기력을 다해 육지로 돌아갔다.
최대한 살포시 내려 주고 싶었지만, 내 몸이 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쿠당탕!
발이 땅에 닿자마자 몸이 무너져 내렸다.
“한지언 헌터! 괜찮습니까?!”
“…아뇨. 죽을 거 같아요.”
날개가 잡아먹는 기력이 어마어마했다.
‘못 써먹겠네.’
이거 어떻게 없애지.
나는 날개에 집중해 힘을 이리저리 굴렸다. 날개가 뽑힐 듯 힘을 주고 나서야 겨우 깃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모래성이 무너지듯 무너져 내렸다.
“하…….”
쭉쭉 빨려 나가던 기력이 안정적이 되어 절로 한숨이 내쉬어졌다.
“한지언 헌터. 아까 사용하셨던 비행 마석과 형태가 다른데, 다른 비행 마석을 가지고 계셨던 겁니까?”
“아뇨.”
“예? 그러면 어떻게 날개를 만들어 내신 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근데 하나 알 수 있는 건, 두 번은 못 써먹어요. 기력을 너무 빼먹어서.”
“그렇습니까.”
기력을 붙들고 있기도 힘든 와중에 갑자기 날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고찰, 그런 것까지 할 겨를이 없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던 윤시아가 곧장 일어나 형과 승현 헌터가 바르게 눕혀 놓은 신서하와 박주완에게 향했다. 그러곤 제 인벤토리에서 푸른 물약을 꺼내 곧장 그들의 어깨와 허벅지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재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유아한 씨의 물약인데…….’
혹여 독인가 싶었는지 윤시아가 손을 바들바들 떨며 두 사람의 입 안에 해독약을 넣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저주인가 싶어 해주 아이템을 손에 쥐게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윤시아가 온갖 아이템을 헤집다가, 이내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치료가… 안 돼요.”
옆에 있는 강희민과 마허윤의 피는 멎었는데 왜 저 둘은 낫지 않는 건가 싶었지만, 그걸 내가 알 턱이 없었다. 저런 건 처음 보니까.
“윤시아 헌터. 두 분은 바깥에서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며 승현 헌터가 두 사람의 상처를 압박해 지혈했다. 윤시아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정신 나갔네.’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그렇게 밝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윤시아는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됐다. 나는 윤시아의 한쪽 어깨를 붙잡아 몸을 돌리고 말했다.
“윤시아 헌터. 정신 차리세요. 일분일초라도 빨리 탑주를 처리하지 못하면 상황이 악화되기만 할 뿐이에요.”
“저도… 알아요! 아는데…….”
윤시아가 제 머리를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었다.
“윤시아 헌터. 이곳을 가장 잘 아는 건, 저 탑주를 가장 잘 아는 건 윤시아 헌터예요.”
“저도 안다고요! 저도 아는데… 어떻게 제가 다시 공격을 주도해요……. 저 때문에 다 죽게 생겼는데! 왜… 왜 내 주변은 다 불행해지는 건데…….”
“정신 차려요, 윤시아 헌터. 그리고 계획을 세운 건 저예요. 당신 탓이 아니라고요.”
“아니에요. 애초에 제가 도와 달라고 말하지만 않았다면, 제가 나서지만 않았다면…….”
바다의 왕이었으면 긴 생을 살았을 텐데, 이렇게 정신이 약해서야.
‘잃은 게 한 번뿐이라 그런가.’
나는 혀를 작게 찼다.
지금 윤시아에게 누군가를 잃은 건 큰 상처였고 트라우마였다. 다만, 윤시아가 움직이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봐도 무방했다. 윤시아가 저 목걸이를 쥐면 힘이 돌아오는 것 같고, 힘이 돌아오면 윤시아가 더 강해질 터이니.
강한 힘. 그것이 탑주의 약점이며 강점이었다. 더 강한힘이 있으면 쉽게 무너질 힘이나, 탑주보다 더 강한힘이 없다면 더할나위 없는 장점. 지금의 상태로는 우리가 다 덤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니.
윤시아가 자기는 못 한다며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나와 같이 윤시아가 아니면 달리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형과 승현 헌터가 조용히 그런 윤시아를 응시했다.
“윤시아 헌터. 그럼 탑주에 대해 아는 거라도 있으면 설명해 주세요.”
“몰라요… 모른다고요! 날지 못하는 것 조차 보완해버리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몰라요. 모른다고요…….”
윤시아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또 실패할까 봐. 그러다 또 잃을까 봐. 더 이상의 책임이 무거워, 회피하는 지경이었다.
그때 쓰러져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일어나며 말했다.
“뭘 계획을 새로 짜요. 다시 해요, 그냥.”
강희민이었다.
강희민이 억척스럽게 지팡이를 쥐고,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다 앞으로 넘어질 뻔했으나 그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어 버텼다. 동시에 그의 손바닥 밑으로 여러 개의 마석이 으그러졌다.
“제가, 다시 길을 연결할 테니까, 그러니까 한 번 더 해요.”
지친 기색이 역력함에도 강희민은 기어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새로운 계획이 떠올랐다.
그러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강희민의 모습을 보고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내가 고민에 빠진 순간,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강희민이 물었다.
“형, 뭐 좋은 생각 떠올리셨죠?”
“…너 진짜 죽을 수도 있어.”
“형. 헌터가 되면서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은 말이, 헌터가 죽는 건 별수 없다는 거예요.”
그 말에 나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실소했다.
“그래. 내가 잘못 생각했네.”
그나마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마허윤과 신서하, 박주완을 제외한 다섯 명.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중요 인물도 다섯. 다시 말해, 실패하면 정말 죽는다.
“제가 생각한 계획은, 사실 아까와 별로 다를 바 없어요. 강희민이 연결한 길을 따라 갑판 위로 오르는 거예요.”
“한지언 헌터.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위험해요.”
“제가 원하는 건, 갑판에 오르면 이길 생각은 하지 말고, 살 생각을 해 주세요.”
“살 생각이라뇨?”
“온 힘을 다해 시선만 좀 끌어 주세요.”
그 말에 형이 물었다.
“시선을 끌면, 정말 가능해?”
“…아까 계획도 그럴듯했지만 실패했잖아. 실패할 확률도 있어. 어쩌면 아까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지. 근데 희민이 말대로, 헌터가 죽는 건 별수 없는 일이잖아. 우리는 최선을 다한 거고.”
“…그래.”
“한지언 헌터. 그럼 갑판에 오른 후, 시선을 끌면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그건, 말하기 어려워요. 그냥 아까처럼 한 번만 더 믿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만, 조심해 주세요.”
계획을 전부 말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정말 마지막 시도일 수도 있는데, 저 탑주가 다 들을 수도 있으니까.
계획을 얼추 설명한 후, 움직일 인원의 기력을 보충했다. 그 과정에서 마허윤이 깨어났다.
“지금… 다시 가려는 거야?”
마허윤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살폈다. 우리 가운데에 있는 강희민을 보고는 더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하기야 같은 부상을 당했으니, 강희민이 움직일 상황이 아니라는 건 마허윤이 가장 잘 알겠지.
“강희민, 너 그 꼴로 정말 가능하겠어?”
“괜찮아요. 전 반드시 해낼 거예요. 그리고 믿기로 했으니까, 믿을 거고요.”
“…조심해라.”
강희민이 당당하게 웃었다.
“마허윤. 넌 저 두 사람 좀 지켜 줘.”
“그래.”
마허윤에게 두 사람을 맡기고 우리는 아까와 같은 곳에 서서 다시 대열을 맞췄다.
“갑니다.”
강희민이 지팡이를 작게 휘두르자 나무가 자라나며 길을 만들어 냈다. 그 순간 일제히 곧장 달려 앞으로 향했다.
아까와 다를 바 없이,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아니, 다른 점이라면 있었다. 신서하의 보호가 이번에는 없다는 점.
‘확실히… 버겁네.’
이번엔 탑주의 공격도 직통으로 날아왔다. 몬스터들이 하늘을 날기라도 하는지 높게 점프해 우리를 죽이려 난리를 쳤다.
강희민이 제 입술을 이로 짓누르며 지팡이를 위로 들었다. 그 순간 지팡이의 옆면에서 나무가 자라나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바다로 빠뜨렸다.
“강희민 너―”
“괜찮아요.”
강희민이 제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할 수 있어요.”
그런 강희민의 노력 덕에, 마침내 다시 한번 배에 나무가 닿았다. 모두가 갑판 위로 뛰어오르려던 차.
푸드덕―
나는 다시 한번 날개를 만들어 내 윤시아를 붙잡고 하늘 위로 올랐다. 그것만으로 벌써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악착같이 기력을 긁어모아 날았다.
강희민의 죽지 않은 눈에, 나도 온 힘을 다해야겠노라 생각했다. 태어나 이런 고단함은 처음일 것임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순간. 포기하려했던 내가 멍청하게 보였다.
승현 헌터가 강희민을 들쳐 메고 갑판 위로 올랐다. 형 역시 마찬가지로 무사히 갑판에 올랐다.
동시에 두 사람은 내가 하늘 위로 오른 이유를 눈치채고 곧바로 탑주를 공격했다. 승현 헌터의 로프 다트가 배 위로 오른 몬스터를 꿰뚫었다. 곧이어 형이 탑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형과 탑주가 맞부딪치자 사방에 안개가 피어올랐다. 검디검은 안개가 탑주의 주변을 감쌌다. 동시에, 형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이건, 제트리스한테 썼던 기술인가? 하. 참으로 멍청하군. 똑같은 기술만 쓰니. 아니, 똑같은 기술밖에 쓰지 못하는 건가?
그러나 멍청한 건 탑주였다. 이 능력이 뭔지 알았다면 그는 서둘러 도망쳐야 했다.
형이 안개 속에서 탑주를 공격했다. 탑주는 본인이 느려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형의 공격을 받다 결국, 푸욱. 형의 검에 어깻죽지를 꿰뚫렸다.
―이까짓 거. 결국, 이 정도까지인가?
탑주가 형의 검을 손에 쥐었다. 그러며 형을 농락했다. 마치 이깟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러나 그런 탑주의 행동이, 오히려 우리의 승률을 높였다. 형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놀이는 여기까지야.”
―무슨 헛소리―
터엉!
탑주의 옆쪽으로 안개가 걷혔다.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 사이, 팔 하나가 불쑥 함께 들이밀어졌다.
안개. 그리고 형의 기술. 안개화하는 능력에 주변의 기척을 숨기는 기술까지 더했다. 이 모든 것을 중첩할 수 있다는 걸 까맣게 잊은 건지, 모른 건지.
‘그 덕에.’
그리 크지 않은 손이 탑주의 목으로 향했다. 곧 작게 움직인 손이 푸른빛을 띠는 목걸이를 붙잡았고, 탑주와 같은 붉은 눈이 크게 뜨였다.
“잡았다.”
쿠우웅!
윤시아의 머리가 풀리며 허벅지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 연한 갈색의 머리임에도 잔잔한 파도가 연상됐다. 곧이어 하얀 뺨 위로 비늘이 돋아났다.
크게 변한 건 없었다. 그냥, 윤시아였다. 그러나 힘은, 진정한 바다의 군주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