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
15화
【도둑과 도둑】
투둑. 거대한 구가 지나간 골렘의 중심부에는 이미 형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뻥 뚫려 있었다.
‘6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던전의 보스였던 골렘이 쓰러지고, 그 주변에는 마석과 아이템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형은 팔에 흐르는 피가 아무렇지 않은 듯 훌훌 털고 일어나 아이템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 사이에 있는 물약 하나를 주워 그대로 제 팔에 들이부었다.
‘소설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처럼 회귀한 건 아니겠지.’
뭐 저리 잘 아는 건지. 보통 소설이란 글이 아닌가. 나도 모르는 새에 소설이 뇌 속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발달했나.
어느새 형의 팔에 흐르던 피가 멎으며 얼룩덜룩한 팔 위로 언제 은색이었냐는 듯 녹슨 뱅글 팔찌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이템…….’
나는 무의식적으로 떨어진 아이템 중 유독 평범해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을 집어 들었다.
정사각형의 체크무늬로 된 큐브. 내가 늘 가지고 다녔던 아이템. 이렇게 보니 감회가 참 새로웠다. 이런 방식으로 얻게 될 줄은 또 몰랐는데. 역시 살고 볼 일인가 싶기도 하고.
“아.”
문득 형이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보자, 형의 시선이 이미 나에게 꽂혀 있었다.
“어, 그…….”
“마석이랑 아이템 난 필요 없으니까 네가 가져.”
“어, 그래도 돼?”
“어차피 네가 팔건 내가 팔건 같은 집안인데, 뭐.”
“그건 그렇네…….”
“그리고 그거 잘 어울려.”
그러곤 성큼, 내 쪽으로 다가온 형은 포션 몇 개만을 줍고는 느긋하게 보스 방을 떠나갔다.
“어―”
형은 내가 부르기도 전에 문밖으로 나갔고, 문은 속절없이 닫혔다.
“소설에 별것이 다 나오나 보네…….”
나는 큐브를 빙그르르 손아귀에서 돌렸다.
평범한 큐브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기본적인 틀일 뿐, 이 아이템은 무려 형상을 자유자재로 세밀하게 바꿀 수 있는 아이템. 열쇠나 단검처럼 바꾸어 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소유주가 지정되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속성까지 있었다.
‘그리고 인벤토리.’
김서영 선배나 형의 시계처럼 뚜껑을 열고 꺼내는 것이 아닌, 손에 자동으로 아이템이 꺼내지는 기능이 있었다.
‘형은 아마 이 아이템의 기능도 알겠지.’
분명히 모르는 건 존재하는데, 그렇다고 아는 게 적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즈음,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형은 그럼,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언아! 무사했구나!”
닫힌 문 반대편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곧이어 그곳에서 김서영 선배가 나타났고, 김서영 선배가 한 발 내디뎌 최종 보스가 있던 방으로 들어오자 출구가 생겨났다.
“어… 아이템? 설마 최종 보스를―”
“형이랑 만났어요.”
“뭐? 무슨 소리야, 한지운 헌터는 다른 던전에……. 아.”
“잘은 모르겠는데, 아마 던전이 오류가 나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런가 보네. 가끔 그런 던전이 있으니까.”
나는 아이템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척하며 아이템을 주웠고, 김서영 선배도 아이템과 마석들을 주우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다행이네. 여기 오기 전에 던전 등급이 S급이라 떴거든. 한지운 헌터랑 만나서 다행이야.”
“하하.”
“아이템은 간혹 구석에 있을 수 있으니 꼼꼼히 살펴.”
“선배도 가져가세요.”
“다 네 소유인데 뭘 가져가.”
“그래도 포션 같은 거는 챙기셔도…….”
“됐어. 뭘.”
네가 다 가지라며 김서영 선배는 자신이 주운 아이템과 마석을 전부 내 품에 넘겼다.
“그럼 슬슬 나가자. 바깥도 난리 났을 거야. 던전 등급이 달라져서.”
“네.”
“아. 그 전에, 포션 하나 써도 돼?”
“네.”
김서영 선배는 내 품에 있던 포션 하나를 쏙 빼더니 나에게 생긴 자잘한 상처 위에 포션을 떨어뜨렸다.
“나가자마자 개방 푸는 게 좋겠네.”
“처음이기도 하고, 문양 조화도 제대로 안 됐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아냐. S급은 워낙 강하고 상처 하나 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서, 쓸데없는 상처를 달고 나가면 임시 S급은 역시 헛된 거라느니, A급으로 해야 한다느니 말이 많이 나올 거야. 이왕이면 S급이 좋잖아?”
“…그렇죠.”
그 말에 나는 군말 없이 떨어지는 포션을 상처에 받아 냈다.
상처들이 어느 정도 사라지자 김서영 선배가 이제 나가자며 먼저 출구로 나섰다. 나 역시 그 뒤를 뒤따랐다.
그 뒤, 사건은 잘 마무리됐다. 본래였다면 S급 던전은 돌지 못했을 테지만 S급 던전을 돈 데다가 클리어까지 하여, 본래였다면 오래 걸렸을 정식 S급 헌터에 바짝 가까워졌다.
잘그락― 손목에 걸린 검고 하얀 팔찌가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큐브의 형상을 휴대하기 편하게 바꾼 것이었다.
“확실히 편하지…….”
감정해도 형상 변화 능력은 감정되지 않고 오롯이 인벤토리 능력만 감정이 되니 내 패가 드러나지 않아 편한 아이템이었다.
참고로 현재 나는, 처음부터 S급 던전을 돌아 무리를 했다는 이유로 이 주일 정도 강제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어차피 문양이 조화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굳이 던전을 돌지 않아도 됐다. 던전을 돈다고 힘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은 이거 하나면 충분―
“…모처럼이니까.”
어차피 이 주간 할 일도 없고, 그동안 귀찮아서 안 했던 거나 다시 하자. 그리고 궁금한 점도 있으니까.
‘아마… 일주일 뒤였나.’
오래간만에 개미굴 소탕이다.
♧♣♧
일주일 뒤 어두운 밤. 바람이 부는 건물 위에서 휴대폰 화면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11:59. 그리고 자정.
휴대폰을 옆으로 살짝 치우고 아래를 바라보자 몇몇 사람들이 부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나 칼 같고.’
그야 같은 시간대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때를 기다렸다. 던전도 아니고 사람이 살지도 않는 동네에 무슨 대단한 볼일이 있을까 싶지만, 최고의 노다지는 대개 던전보다 사람이 모인 곳에 있는 법이었다. 특히 범죄자들의 소굴에.
계속해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윽고 전부 건물로 들어가더니 밖에 남아 있는 인물이 한 명이 되었다.
‘지금.’
폴짝. 나는 곧장 건물 아래로 내려가며 후드를 뒤집어쓰고 귀에 걸려 있던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손아귀에 낫을 만들어 냈다.
부분 개방. 아이템을 적용하지 않았더라면 한 달 이상은 걸렸을 단계. 하나 이번에도 문제없이 아이템을 적용했기에 이제는 부분 개방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나는 사뿐히 바닥에 착지해 곧장 낫의 날을 앞에 있는 사람의 목에 가져갔다.
“열쇠.”
“…….”
겁에 질려 아무 말 없이 바들바들 떨던 사람이 겨우 손을 움직여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냈다. 열쇠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람은 그렇게 쉽게 포기를 하지 않는 법이라.
치이이익― 얼굴에 분홍빛 가스가 뿌려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어두워서 안 보이셨나 봐요.”
“힉……. 히익.”
애당초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통하지는 않았다. 이게 통하는 거는…….
“빌릴게요.”
“으힉!”
나는 한 손에 들어오는 스프레이를 낚아채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뿌렸다.
남자는 잠깐 해롱거리는 듯싶더니 곧장 바닥에 고꾸라져 쓰러졌다. 도대체 누가 일반인을 경비로 세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 아마 아랫놈들이 서 있기 귀찮아서 세운 거겠지.
“나야 뭐 이득이지만.”
짤랑. 나는 기절한 사람의 허리춤에서 수없이 많은 열쇠 뭉텅이를 집어 들어 그대로 아무 데나 홱 던졌다. 애초에 키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다른 놈들을 불편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니.
나는 손에 잡혀 있는 형상 변화 아이템을 사용해 여유작작하게 문을 땄다. 부수고 들어가면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와 내가 아이템을 털기도 전에 아이템을 들고 도망칠 테니까.
“으.”
금방 뜨는 건물이라고 해도 청소 좀 하면 어디가 덧나나.
나는 두둥실 떠다니는 먼지를 거쳐 놈들이 눈치채기 전 아이템들을 챙기기 위해 곧장 기억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싸우고 나서 챙기려 하면 그사이 잡것들이 아이템을 빼돌렸기에, 필요한 건 미리 다 챙겨야 했다.
‘실, 물약, 오, 찾았다.’
실을 후드 주머니에 욱여넣고 나머지는 전부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 방을 돌려던 찰나.
“어떤 새끼야!”
쾅! 문이 부서져라 세게 열리며 열 명이 넘는 수가 방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왔다.
“…아.”
“X발! 경비 새끼가 드러누워 자고 있어서 와 봤더니, 쥐 새끼가 어딜 들어와 있어!”
“저기, 죄송한데, 쥐 새끼는 댁들…….”
“뭐, 이 새끼야?”
아니, 맞지 않나. 사람이 없는 곳에 조용히 드나들고, 숨어 지내고.
“너 내가 누군지는 알고 깝치냐?”
“쥐 새끼.”
“야, 이 새끼야!”
쾅! 쥐 새끼가 한 발짝 움직이자 바닥이 그대로 움푹 파였다. 지 건물 지가 부수네…….
“쫄았냐?”
“여기 버프형 아이템은 어디 있나요?”
아무래도 열쇠를 던지고 온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빨리 오지 않았는데. 괜히 안 하던 짓 해서 큰 이익을 못 얻었다.
‘문 넘어 다른 방에 가야 버프 아이템이 있었는데.’
쩝. 나는 입맛을 다시며 문 너머를 바라봤다.
“이… 개새끼야! 넌 오늘 뒤진 목숨이야!”
“나 목숨 많은데. 물론 한 회차당 한 개지만.”
쾅! 쥐 새끼가 요란하게 나에게 다가와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뒤로 피한 뒤 줍지 않고 내버려 뒀던 작은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공격해 오는 주먹을 피하며 뚜껑을 열고 병 안에 있던 것을 손에 탈탈 털어 냈다. 그리고 휙, 쥐 새끼의 안면에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악! 씨……. 이게 뭐…….”
“헉. 쥐, 아니, 보스! 그거 별 모래입니다!”
“뭐, X발?!”
알록달록 별 모래. 주로 던전 강 아래에 있는 부산물이었다. 왜 이런 아기자기한 것을 쥐 새끼들이 가지고 있냐. 그것은 간단했다.
“아악! X발!”
쥐 새끼가 제 얼굴을 벅벅 긁었다.
별 모래에 의해 상처가 나면 그 부위가 극심하게 간지러워진다. 그러니까 얘네들은 이걸 아마 고문용으로 가지고 있는 것일 테고.
“망할 놈!”
“어떻게 알았대. 나 많이 망한 거.”
“많이 망했다고? 하! 어디 거하게 망한 놈 중 하나인가 보지?”
“네가 뭘 말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고.”
하나 덧붙이자면 내가 망했을 때는 너희도 망했다. 그야 세상이 망했으니까.
이번에는 쥐 새끼의 옷이 변하며 곧장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런 쥐 새끼를 보자마자 주머니에 넣어 놨던 것을 다시 꺼내 들어 분사했다.
치이이익― 다시 한번 분홍빛 가스가 분사됐다. 쥐 새끼는 조금 버티는 듯싶더니 결국 쿵!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했다.
무기는 꺼낼 수 없었다. 후드를 써도 알아볼까 봐 마스크까지 썼는데, 낫을 꺼내면 들킬 것이 뻔했으니까. 이제는 꽤 시간이 흐른지라 어지간한 사람들은 전부 내 얼굴을 알고 있으니, 헌터들을 피해 다니는 쥐 새끼들도 날 알아볼 것이 분명했다.
굳이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다만, 내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걸 티 낼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서, 마저 덤빌 사람?”
다들 물러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한 번쯤은 제 뜻대로 도망쳐 보지. 유감스럽네.
‘나머지는 F급이나 D급.’
나는 스프레이를 흔들어 보았다. 아직 반 이상이 남은 스프레이의 액체가 찰랑거렸다.
“…….”
평소대로, 그냥 재우는 것이 낫겠지.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