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멍하니 검은 탑을 바라보고 있자, 탑의 벽면이 일렁였다. 동시에, 이 방에 있는 모두가 문양을 개방했다.
“진짜 쉴 틈이 없네요.”
지화연 씨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는 듯 보였다.
창 너머 검은 탑의 벽면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징그러울 정도로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이내 검은 탑의 벽면을 가득 메웠다.
삐이이이―!
도시의 모든 소리를 먹어 버릴 정도의 큰 경보음이 울렸다. 도로를 달리던 차가 멈추고, 보도를 걷던 사람들이 일제히 도망쳤다.
승현 헌터가 물었다.
“윤시아 헌터. 바다 말고 하늘에서 이동하는 능력은 없으십니까?”
“바다의 군주가 하늘을 어떻게 날아요!”
“빠르게 달리는 수밖에 없겠군.”
“길드로 돌아가 정비할 시간도 없겠네요. 윤시아 헌터, 혹시 저 상황이 계속될까요?”
“아마도요.”
“그럼 탑을 클리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거네요.”
윤시아의 말을 들은 류천화 씨가 응접실 문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난 협회와 상황을 확인하도록 하지. 검은 탑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몬스터가 계속 나온다는 것도 알려야 하니.”
“그럼 저희는 먼저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금방 가지.”
류천화 씨가 응접실 밖으로 나서고, 곧이어 몬스터들이 탑에서 떨어져 날뛰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공격했으나 방대한 수에 버거운 듯 보였다.
휘익! 옆에 있던 형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떨어지며 건물의 벽을 디디고, 이내 몸을 앞으로 날려 다른 건물의 지붕을 타고 검은 탑으로 향했다. 지화연 씨 역시 따라 창문 밖으로 나서고, 유아한 씨, 승현 헌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따라나서려 했으나, 주먹을 쥔 채 입을 다물고 있는 윤시아가 눈에 들어왔다.
“윤시아 헌터는 탑에 못 들어가나요?”
“저는……. 죄송해요. 아마 들어가면 높은 확률로 이용당할 거예요.”
“이용이요?”
“왕은, 저희의 모든 것이에요. 힘을 좀 사용해서라도 저를 세뇌할 수도 있어요.”
“그런가요.”
윤시아가 적으로 돌아가면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럼 차라리 안 들어가는 게 낫지.
“그럼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켜 주세요. 뭐, 신서하 헌터나 박주완 헌터 같은 사람들이요.”
“당연하죠! 다 지켜 드릴 거예요! 적어도 바다 쪽은 안전하게 만들게요! 물론… 힘이 완벽하게 회복된 게 아니라 지구 전체의 바다는 불가능하지만…….”
“그거라도 든든하네요.”
윤시아는 이곳을 지킬 테니 안심하고 밖으로 나가려 창틀에 발을 걸친 찰나, 윤시아가 나를 불러 세웠다.
“…한지언 헌터.”
“예?”
“제가 힘을 뺏겼을 땐 정말 조금만 볼 수 있었어요.”
“보다뇨?”
“한지언 헌터의 힘이요.”
“…제 힘이요?”
“물론 지금도 제대로 못 봐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제 힘이 왜요?”
“한지언 헌터는 강해요.”
“…제가요?”
“힘이 없을 때도 느꼈던 거예요. 한지언 헌터는 엄청 강해요!”
…글쎄다. 바다의 군주나 되는 양반이 강하다 해도, 소중한 거 하나 못 지킨 인간인데.
그 생각에 실소가 내뱉어졌다.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말만이 아니라……. 아녜요. 정확하지도 않은 말을 해 봤자겠네요. 스스로 깨닫는 게 최곤데.”
“스스로 깨닫기에는 너무 약해서요. 그럼, 여기 잘 부탁드려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아래를 보며 떨어지던 중, 몬스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곧장 낫을 휘둘러 몬스터를 없애고 땅에 착지하자 근처에 몬스터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몬스터는 검은 탑에서 나왔을 텐―’
주변을 살피던 내 눈에 공간이 유리처럼 깨져 그 너머에서 몬스터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게이트도 아니고 저게 뭐지?’
깨진 곳으로 다가가려던 찰나, 들려온 비명에 곧장 고개를 돌려 행인을 덮치려던 몬스터를 처리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깨진 곳을 바라봤으나, 균열은 언제 있었냐는 듯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뭐지?’
이상 현상에 의문이 들었으나, 지금 급한 건 검은 탑이었다. 나는 서둘러 검은 탑으로 향했다.
검은 탑에 도착하니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물로 이루어진 벽에 휩쓸리고 있었다. 필시 승현 헌터의 능력일 터. 탑에 도착하자마자 지화연 씨가 물었다.
“한지언 씨. 윤시아 헌터는요?”
“윤시아 헌터는 검은 탑에 들어가면 세뇌당할 확률이 높아서 이곳을 지키기로 했어요.”
“일단은 저희 편이니 다행이네요.”
“그렇죠. 근데 지화연 씨, 저 아까 오면서 이상한 걸 봤어요.”
“이상한 거라……. 깨진 공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역시 봤군.
고개를 끄덕이자 지화연 씨가 말을 이었다.
“그거라면 코스모스 길드가 분석 중이에요.”
코스모스 길드. 신서하가 소속된 길드였다.
“아직 분석 단계긴 하지만… 분석을 시작하자마자 하는 말이 그동안 생겨났던 이상 현상과 게이트가 합쳐져 마치 이곳과 융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네요.”
“이곳이라면… 저희 세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마도요.”
지화연 씨의 말을 끝으로, 파란 머리 군주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세상의 힘으로, 이 세상에 씨앗을 심기 위해!」
만약 그 씨앗이 발아하고 있는 거라면…….
그때 유아한 씨가 다가와 마석과 포션을 건넸다. 나는 건네받은 물건을 매만지다 말했다.
“지금 당장 검은 탑을 클리어해야 해요.”
“저희도 알아요, 한지언 씨.”
“아뇨,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급해요. 세 번째 탑의 군주가 그랬어요. 탑이 생겨난 이유는, 저희 세상에 씨앗을 심기 위해서라고요. 그래서 왕이 일부러 본인들을 약하게 만들어 충분한 여흥을 즐긴 후 죽게 만든 거라고요.”
이전 회차의 결과가 멸망이었다면, 이번 회차는 잠식.
둘 다 인간의 멸망인 건 똑같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실패할 수는 없었다. 실패해선 안 된다. 왕이 바로 눈앞에, 이 탑에 있는데. 바로 눈앞에 멸망의 근원이 있는데.
“그래서 탑이 클리어되고, 심어진 씨앗이 지금 발아하는 거라면―!”
“한지언 헌터.”
승현 헌터의 말에 하던 말이 끊겼다.
“진정하세요. 나머진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네.”
“승현 헌터.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어찌 됐건 검은 탑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는 거잖아요?”
“아마도요.”
“그리고 저희는 지금 검은 탑을 클리어하려 대기 중이에요. 준비가 끝나는 대로 들어갈 테니 한지언 씨는 쉬고 계세요. 탑을 클리어한 후라 피곤하시잖아요?”
“…….”
아니, 갑자기 생긴 검은 탑에 피곤이 싹 달아났다.
그러나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조용히 간이 의자에 앉아 S급 마석을 꽉 쥐었다. 손바닥부터 팔을 따라 이윽고 몸 전체의 기력이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는데 류천화 씨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다가온 류천화 씨가 주변을 잠시 살피다 말했다.
“협회 쪽에서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몬스터를 막겠다더군. 물론, 다른 길드들도 포함해서 말이지.”
“탑 클리어에 대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우리끼리 하라던데.”
“…상황은 잘 설명하셨습니까.”
“들은 대로 전부 말했지. 검은 탑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세상이 망한다고.”
“류천화 씨, 다른 나라의 협력은 구해 보셨나요?”
“가까운 나라들에 먼저 알렸는데, 한쪽은 몬스터로 인해 이동이 힘들다고 하고, 한쪽은 상황이 나아지면 오겠다고 하고……. 세상이 망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나는 모양이더군. 검은 탑이 해결되지 않으면 몬스터가 계속 나타난다는 말도 했거늘, 다른 탑이랑 다를 바 없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아나 봐.”
“저희끼리 해야겠네요.”
두 사람의 대화에 형이 끼어들었다.
“상관없습니다.”
“아뇨. 상관있어요, 한지운 씨.”
“…첫 번째 탑과 두 번째 탑의 보스는 지언이가 처리했습니다.”
그 말에 고개가 번쩍 들렸다. 갑자기?
“세 번째 탑은 윤시아 헌터가 처리했지만… 저희끼리 처치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지운 헌터. 윤시아 헌터의 말을 못 들은 건가? 세 개의 탑의 주인들을 다 합쳐도 왕을 못 이긴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아직 안 해 봤으니, 해 봐야 알죠.”
“그래서 지금 들어가자는 건가?”
“예.”
“형제가 쌍으로 탑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났네요.”
“어차피 더 도와줄 곳도 없으니까요.”
“…그렇긴 하죠. 다들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지화연 씨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입하죠.”
근처에 있던 협회 사람이 다가와 들어가는 것이냐 물었다. 그 후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협회 사람이 뒤로 물러나고, 형이 선두로 서서 탑의 입구에 섰다. 그러곤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잠깐만요!”
저 멀리서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왔다. 교복 위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유주한이었다. 유주한의 등장에 유아한 씨가 곧장 말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나도, 탑에 들어가고 싶어!”
“유주한. 이거 장난 아니야. 돌아가.”
“나도 알아! 나도, 아는데.”
“알면 왜 왔는데.”
“나도… S급이잖아.”
“등급이 문제가 아니야, 이거는. 돌아가.”
“…….”
유주한의 어깨가 축 처지며 입이 달싹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못 하는 모습이었다.
‘…어차피 이 탑 클리어 못 하면 다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나는 잠시 유주한을 바라보다 말했다.
“주한이도 데리고 가죠.”
“한지언 씨. 주한이는 아직 헌터로서의 경력이 거의 없어요. 나이도 문제 되고요.”
“만약에 저희가 탑에서 다 죽게 되면 한국에 S급은 주한이밖에 없잖아요. 그게 주한이에게 더 절망적이지 않을까요? 애초에 탑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다 죽고.”
“만약 탑을 클리어는 했는데 크게 다치면요? 이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예요, 한지언 씨.”
“유아한 씨가 있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 소용이―”
“제가 잘 데리고 있을게요.”
“지언아?”
“그럼 형이 저랑 주한이 둘 다 보호해 주겠죠, 뭐.”
“…….”
형이 내가 저를 이용하려 한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저 모습을 보니 형도 유주한을 데리고 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주한이도 언젠간 겪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언젠가 겪을 거 미리 겪는 거예요, 그냥.”
“그렇게 쉽게 말할 상황이 아니에요.”
어차피 세상이 멸망하면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데.
나는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애들 길 터 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서서 길을 막으면 언제 성장해요.”
“…유주한.”
유아한 씨의 부름에 유주한이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이 안에 들어가면 나는 널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어. 지금까지 당한 부상보다 더 괴로운 고통이 찾아올 수도 있고.”
“상관없어! 그리고 내가 누나보다 강하다고!”
“…들어가죠.”
그래. 유주한은 강하다. 기술은 조금 부족할지언정, 그 능력만큼은 강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검은 탑의 힘은 멸망 그 자체일 터.
‘여섯 명이건 일곱 명이건, 택도 없을 수도 있지.’
‘멸망’의 근원이 눈앞에 있었다. 지금까지는 닿지도 못했던 그 근원이.
“지언아?”
그토록 염원하던 것이, 코앞이었다.
“가.”
나는 활짝 열린 탑의 입구로 몸을 집어넣었다.
모든 것을, 그동안의 모든 회차의 경험을 들이부어서라도 막아야 했다. 이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손에 닿을 거리에 있는 지금, 지금이 기회였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