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이동이나 하죠.”
그러며 한 걸음을 뗀 순간,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똑같이 소리를 들은 류천화 씨가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굳이 이동할 필요는 없겠군.”
쿠르릉. 거센 파도가 건물 사이사이를 비집고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 건물 위로 올라서자마자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깔깔 웃는 그 소리에는, 지나칠 정도로 오만함이 가득했다.
건물 사이사이를 가득 메운 물 위로, 파란 머리의 몬스터가 서 있었다.
“저건 분명, 세 번째 탑의 주인이라 했나.”
“네. 정확히는 비슷하게 만든 몬스터겠지만요.”
“윤시아 헌터의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군그래.”
“의외네요. 그런 건 신경 안 쓰실 줄 알았더니.”
“나 말고.”
그러며 류천화 씨는 나와 유주한을 향해 눈짓했다. 뭐, 나는 안 그러겠지만 유주한은 그러긴 하겠―
“윤시아 헌터가 왜요?”
유주한의 물음에, 깜빡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유주한은, 윤시아의 본래 정체를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일단 간단히 답했다.
“윤시아 헌터, 세 번째 탑의 전 주인이었어.”
“네? 예?”
“설명은 나중에. 온다.”
쾅! 파도가 치솟아 우리는 곧장 자리를 떴다. 류천화 씨가 몬스터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의 주먹이 몬스터에게 닿는 순간.
훅. 류천화 씨의 몸이 몬스터를 통과하며 그대로 물에 빠졌다. 그 모습에 나는 곧장 몸을 움직여 몬스터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유주한 역시 따라 움직여 푸른 불을 쏘았으나, 몬스터에게 직격한 내 공격과 달리 유주한의 불은 통하지 않고 그대로 물만 증발시켰다.
‘…내 능력만 통하는 건가?’
나는 어느새 물 밖으로 빠져나와 건물 위에 있던 류천화 씨를 향해 다가갔다. 유주한이 우리 둘을 따라 건물 위로 올라왔다.
“한지언 헌터 공격만 통하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이유를 아나?”
“알 리가요.”
그러다 문득, 전에 돌았던 흑백 던전이 떠올랐다.
“…전에 어떤 던전에 한 명이 미끼인 상태로 다른 사람이 퍼즐을 푸는 형식의 보스가 있었어요.”
“그게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지?”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서요. 그때는 미끼였지만 지금은 퍼즐을 푸는 사람이 됐네요.”
콰앙! 파도가 치솟으며 우리를 공격해 왔다. 나는 몸을 뒤로 빼내 공격을 피하고, 근처로 몸을 피한 류천화 씨와 유주한을 향해 말했다.
“시선만 끌어 주시면, 제가 공격할게요!”
“네!”
유주한이 대답을 끝으로 건물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유주한의 모습이 바뀌며,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늑대로 변했다.
유주한의 입이 살짝 벌어지는 듯싶더니, 그의 주변으로 푸른 불기둥이 솟구쳤다. 뒤이어 류천화 씨가 어느 건물의 옆면으로 뛰어들어 그대로 건물을 부서뜨리기 시작했다. 서로 다르게 시선을 끌었으나 그 두 방법 모두 효과 좋게 통했다.
사방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물방울들이 하늘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물방울들은 서로 합쳐지며 물로 된 상어들을 만들어 냈다. 몬스터가 팔을 뻗자 상어들이 류천화 씨와 유주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이다.’
나는 건물 아래로 몸을 떨구었다. 벽 가까이 떨어지던 몸이 건물의 중반쯤 다다랐을 때, 다리를 움직여 건물을 박찼다. 떨어지던 몸이 궤도를 바꾸어 몬스터를 향해 갔다. 빠른 속도로 다가온 나를 뒤늦게 눈치챈 몬스터가 고개를 돌린 순간, 휘익! 낫을 휘둘러 그대로 목에 꽂았다.
“…아까랑 다르네.”
정확히는 베려 하였으나, 낫은 목을 다 베지 못한 채 그대로 고정되었다.
물처럼 투명한 피를 철철 흘리는 몬스터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몬스터의 턱에는 문어의 팔이 수염처럼 늘어져 있었는데, 그 팔이 움직이더니 내 얼굴에 들러붙었다. 손으로 떼어 내려 하였으나 피부가 뜯겨 나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피부 다 벗겨지겠네.’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문어의 팔에 나는 쥐고 있던 낫을 고쳐 잡고 힘을 주었다.
꽈드드득. 낫날이 몬스터의 목을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내 살갗도 함께 뜯어졌다.
‘한 번에 죽여야 한다.’
키이잉. 내 손과 팔에 하얀 문양이 새겨졌다. 그대로 몬스터의 목을 베려 움직이는데, 순간 물이 솟구치며 내 몸을 뒤덮었다. 숨마저 못 쉬는 상황이 들이닥쳤으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팔을 움직여 몬스터의 목을 베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몬스터의 웃음소리가 귀를 찔러 왔다.
뚜둑. 아까와 달리 약한 힘에 얼굴에서 문어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피부가 뜯어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사아아. 건물 사이사이를 가득 메웠던 물이 땅에 흡수되듯 사라져 갔다.
“형, 괜찮아요?!”
늑대의 모습에서 돌아온 유주한이 서둘러 내게 달려왔다. 뒤에서는 류천화 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유주한의 모습에 나는 얼굴을 살짝 매만졌다. 만지는 곳마다 따끔거렸다. 나는 가까이 다가온 유주한에게 등을 돌리고서 말했다.
“주한아, 잠만.”
“네?”
“오지 말고 있어 봐.”
“예에……?”
유주한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멈춰 섰다. 나는 서둘러 인벤토리에서 중급 포션 하나를 꺼내 들고 그대로 얼굴에 냅다 부었다.
흐르는 피가 멎고, 뜯어진 피부가 재생했다. 나는 피부를 더듬으며 따끔한 느낌이 완벽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여전히 유주한이 서 있었다.
“됐어.”
“뭐였어요?”
“별로, 봐 봤자 안 좋을 거.”
아직 어린 유주한이 사람의 피부가 뜯겨 나간 것을 보면 트라우마밖에 안 된다. 언젠가, 어디선가 볼 테지만, 이런 건 좀 더 큰 후에 보는 게 나았다.
류천화 씨가 다가와 물었다.
“몸은 괜찮은 건가?”
“멀쩡해요. 저보단…….”
나는 시선을 돌려 뒤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지화연 씨와 승현 헌터였다. 쓰러진 두 사람을 보며 류천화 씨가 말했다.
“이렇게 찾는 거군.”
“이제 하나 남았네요.”
“내가 들어갔던 탑의 주인이지.”
뒤에 있던 두 사람이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승현 헌터가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저와 지화연 헌터는 왜 쓰러져 있었던 거죠?”
“한지운 헌터랑 유아한 씨는 없네요.”
나는 두 사람의 말에 답했다.
“이제 찾아야죠. 지화연 씨랑 승현 헌터를 찾은 것처럼요.”
그다음으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승현 헌터가 말했다.
“그럼 빨리 움직여서 남은 사람들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그럼 움직― 류천화 헌터?”
승현 헌터의 말에 뒤로 돌자, 목석처럼 가만히 서 있는 류천화 씨가 보였다. 류천화 씨는 승현 헌터의 부름에도 말이 없다가, 30초쯤 더 지나고 나서야 몸을 움직였다.
“가지.”
“…어디 불편한 부분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아까 몬스터가 직접 찾아와서,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 잠깐 가만히 있었던 거야.”
“그렇습니까……. 불편한 부분이 없으시다면 다행입니다. 이제 이동하도록 하죠.”
나는 몸을 빠르게 움직여 무너진 도시 사이사이를 누볐다.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암울한 도시인 만큼 밝게 빛을 띠는 꿈의 군주는 찾기 쉬우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 꿈의 군주에 뿔뿔이 흩어져 찾는 방법을 택하였으나, 그래도 꿈의 군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
“한지운 헌터. 일어나요.”
유아한이 쓰러진 한지운을 흔들며 깨웠다. 한지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여긴… 어디죠.”
“몰라요, 저도.”
주변은 온통 새하얬다. 하얀 도화지에 둘러싸인 것처럼, 천장도, 벽도 보이지 않았다.
유아한은 정신을 차린 한지운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주변 좀 둘러보죠.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
“한지운 헌터?”
그러나 유아한과 달리, 한지운은 곧바로 일어날 수 없었다. 끽해야 몸을 일으켜 앉는 정도. 그 정도로도 머리가 지나치게 울렸다.
“어디 아파요?”
“…유아한 헌터는 아무렇지 않습니까?”
“멀쩡한데요?”
“그렇습니까…….”
도저히 가시지 않을 듯한 두통에 한지운은 억지로 참고 일어섰다가 몸을 비틀거렸다. 그러자 유아한이 한지운의 어깨를 눌러 그를 다시 앉혔다.
“아프면 억지로 일어나지 마세요. 괜히 더 아플라. 제가 주변을 둘러보고 올 테니 그냥 앉아 있어요.”
“…유아한 헌터.”
“네?”
“두 번째 탑에서 꿈인 걸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셨죠.”
“그랬죠?”
한지운이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닫았다. 유아한이 물었다.
“그게 왜요?”
한지운은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묻기만 하고 홀로 생각하는 한지운의 모습에 유아한이 다시 한번 더 물었다.
“왜요?”
그러나 한지운은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유아한은 한지운의 두 어깨를 붙잡고 가까이 다가가 큰 소리로 물었다.
“왜요!”
“…이 공간 자체가 꿈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꿈속이요? 두 번째 탑?”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유아한이 한지운에게서 떨어지며 물었다.
“이유는요?”
“유아한 헌터가 절 깨우시기 전, 저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곳의 능력이 계속 지속하였다면 저는 계속 꿈을 꾸었겠죠.”
“그런데 능력이 통하지 않는 제가 한지운 헌터를 깨웠죠. 그렇다면 아픈 건 억지로 깨워서겠고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돌아다녀 봤자 소용없겠네요. 한지언 씨가 깨우러 오길 기다리든가 해야겠어요.”
“지언이… 말입니까.”
“네. 한지언 씨요. 혼자 보스도 격파했잖아요. 그러면 이번에도 이 꿈을 깨겠죠. 어차피 이 능력이 안 통하는 건 한지언 씨뿐인 것 같고. 저도 그렇긴 하지만, 저는 여기 갇혀 있고요.”
“…….”
잠깐 침묵이 이어졌다. 유아한은 조용한 한지운을 힐끔 쳐다봤다. 한지운의 표정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걱정해요?”
“…….”
“참 신기해요. 그렇게 아끼면서 사이는 왜 그렇게 냉한지.”
“…….”
“무슨 이유로 사이가 멀어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끼면 화해해요.”
“…잘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유아한은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얘기는 통 안 하던 한지운이었으니.
“하지만 그건 유아한 헌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뭐야. 시비예요?”
“…아니요.”
“뭐, 저는 잘 대하라면 잘 대할 수 있어요. 저희 둘째랑도 친한걸요. 막내가 예외지.”
“편애입니까.”
“편애는 아니고, 같은 환경에서 자란 둘째와는 유대감이 있는데, 막내랑은 그런 게 없어서 그럴 뿐이에요. …어릴 적부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자란 저랑 둘째랑은 달리, 막내가 자랄 때는 상황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미워요. 그거뿐이에요.”
“질투군요.”
“뭐, 그렇죠. …한지운 헌터랑 이런 대화를 하는 것도 웃기네요.”
유아한이 한쪽 발끝을 통통거리며 말했다.
“슬슬 나갈 방법을 찾죠.”
“나갈 방법을요?”
“걱정되시잖아요. 그러면 먼저 나가서 한지언 헌터의 상태를 확인하면 되죠.”
“하지만 당장 방법이―”
“죽으면 나가지지 않아요?”
“두 번째 탑의 주인은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 공간 자체가 가짜일 가능성이 크죠. 그것도 완벽한 가짜가 아니라 불안정하게 닮은 것일 가능성이 크니 그런 식으로 탈출하려 하다가 오히려 정말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럼 간단하네요.”
“뭐가 말입니까.”
“한지운 헌터가 잘하는 거 하면 되잖아요.”
“제가 잘하는 거라뇨?”
“부수기.”
쿠르르릉. 하얗던 공간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새하얀 도화지에 먹이 번져 나가 약해지듯, 공간이 유아한의 능력에 썩어 문드러져, 금이 가기 시작했다.
“되네요.”
부서지는 공간을 쳐다보는 한지운을 향해, 유아한이 말했다.
“나가면, 음, 아니다. 탑을 클리어하면 서로 긴밀한 대화라도 나눠요.”
“…유아한 헌터랑요?”
“아뇨. 그건 딱히 달갑지 않네요. 저 말고 한지언 씨랑요.”
“지언이…요.”
“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거든요. 저와 막내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거라 개선은 불가능하다 보시면 되고요. 그쪽은 제가 보기엔… 그냥 어색해 보일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이거든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한지운은 끝내 답하지 않고 검을 들었다. 그리고, 부서지는 공간을 힘차게 내려쳐 부수기 시작했다.
한지운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한지언이 본인을 싫어한다는 것을. 이유는 많았다.
“…….”
한지운은 기억을 묻고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 순간, 쩌저적, 땅이 크게 갈라지며 이내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
“나왔네요.”
불타고, 무너지는 도시가 두 사람을 반겼다. 딱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던 두 사람의 앞, 다른 두 사람이 나타났다.
“한지언 씨.”
“…어디서 나오셨어요?”
한지언과 유주한이었다.
서둘러 합류하기 위해, 유주한과 한지언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반쯤 가까워졌을 무렵, 덥석.
“어.”
한지언의 뒤로, 검은 입구와 함께 새하얀 손이 나타나 한지언의 몸을 붙잡았다. 갑작스레 잡힌 몸에 한지언의 몸이 기우뚱, 기울어졌다.
“지언아!”
한지운이 곧장 소리치며 한지언을 붙잡으려 달렸다. 금방 가까워진 거리에 손을 뻗은 찰나.
툭. 끝내 닿지 못하고 한지언이 입구와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