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더미들이 몽땅 타 버린 주변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형! 통했어요!”
겁에 질린 유주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쁨 가득한 유주한이 폴짝 뛰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했어.”
“형 덕분인걸요!”
“난 잡혀 있기만 했는데, 뭘.”
나는 주변을 살폈다. 더 이상 몬스터도 없으니, 아마도 다른 길이 열렸으리라.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더미가 가득해 보지 못했던 구멍이 바닥에 자리 잡고 있었다. 크기는 사람의 두 배 정도 되었고, 깊이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시꺼멨다.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위험하다만… 거기 말곤 갈 곳이 없었다.
“먼저 들어갈 테니까 따라와.”
“위험하진 않겠죠?”
“어… 던전은 언제나 위험하지.”
“아, 그렇네요. 가죠!”
유주한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내가 먼저 들어가길 기다렸다. 그 바람을 따라 나는 구멍으로 쑥 몸을 던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모습이니, 분명 꽤 깊을 터.
…라고 생각했었다.
투웅!
‘…5초도 안 걸렸네.’
나는 몸을 옆으로 옮긴 후 주변을 살폈다. 바닥과 천장, 벽 전체가 미끄러우면서 표면이 들쑥날쑥하고 묘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신체 내부 같았다.
“우― 앗?”
갑자기 바닥에 닿은 발에 유주한이 휘청이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
“오래 떨어질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나도 그 생각 했어.”
“그래서 이번엔 어디……. 우와. 징그럽네요…….”
“어서 이동하자.”
“네!”
밟히는 느낌마저 살의 느낌과 같았다. 역시 무언가의 내부 같은데, 몬스터의 내부인가?
“흠.”
“형? 갑자기 왜 멈춰요?”
“잠만.”
나는 손에 낫을 쥐었다. 그러곤 가볍게, 벽을 향해 휘둘렀다.
퉁. 안타깝게도 낫이 튕겨 나가며 벽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다만,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의 몸 안이기라도 한 듯 울퉁불퉁한 표면이 꾸물거렸다.
‘그냥 그럴듯하게 꾸민 던전인가?’
크고 거대한 몬스터는 보통 안쪽이 약하니까, 만약 몬스터였다면 방금 공격에 살이 베어져 나갔을 터. 혹시 몬스터의 내부를 던전으로 만든 건가? 던전의 벽이나 천장은 못 부수니까. 아니, 그게 가능한가?
‘내가 생각해도 막무가내 추리네. 일단 더 살펴봐야지.’
나는 멈췄던 발을 움직여 목표 없이 걸었다.
정처 없이 걸으며 얻게 된 정보는 두 개였다. 하나는, 이곳은 미로이기라도 한 듯 길이 계속해서 나뉘고, 모습은 변함이 없다는 점. 또 하나는…….
―힉, 힉힉!
촤악! 몬스터의 몸이 반으로 베어져 나갔다.
몬스터는 나타나긴 하나, 꽤 약했다. 몬스터들은 제각기 모습이 달랐다. 살가죽이 벗겨진 듯한 살덩어리들에 다리가 달린 점과 입만 존재한다는 점은 같았으나, 그 다리의 개수나 길이, 입의 개수나 크기는 다 달랐다.
“길도 못 찾겠는데 몬스터는 끝도 없네요.”
“그러게.”
유주한에게 잡혀 검게 타 버린 몬스터가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졌다. 검게 탄 몬스터의 모습은 더미와 비슷했다. 다만, 그 사실이 그다지 중요하진 않아 보였다.
‘별거 없네.’
그냥 미로 탈출인 것 같은데. 근데 그런 것치곤 보통의 미로처럼 바닥을 부숴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지름길을 낼 수도 없고.
‘…뭔갈 놓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잠시 기억을 돌아보려던 차.
“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이 멀지 않은 곳에 들려왔다. 나는 유주한과 시선을 맞췄다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곧장 달려 비명이 들린 곳을 향해 갔다.
“가! 저리 가라고! X발! 이딴 데에서 죽을쏘냐!”
어느 여성이 몬스터에 의해 벽에 몰린 상태였다.
―힉!
―히힉! 힉!
“아, 꺼져! 난 맛없다고! 아아아악!”
위험한 상황인 듯 보여, 급히 낫을 휘둘렀다. 촤아악! 몬스터 두 마리가 손쉽게 갈라져 그대로 쓰러졌다.
“히이익……. 어? 헌터― 아악?! 한지언이랑 유주한이잖아!”
“…괜찮으신가요?”
“아뇨! 아뇨! 아뇨!”
여성은 한껏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하지만 앞에 있는 여성은 명백한 사람이었다. 유주한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감사합니다…….”
유주한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듯 내게 눈길을 보냈다.
검은 탑의 입구는 하나. 혹 다른 입구가 생겨났더라도 주변에는 헌터가 득실거릴 테니 일반인이 들어올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여성에게서는 어떤 느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헌터이신가요?”
“아뇨! 문양도 발현 안 된 평범한 시민이에요!”
“근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오신 건가요.”
“저도 몰라요……. 몬스터에게 쫓기다 결국 잡혀서, 그 입에 먹혀 들어갔어요. 아, 죽는구나 싶었는데! 눈을 뜨니까 여기였다고요!”
“몬스터에게 잡혀서요?”
“먹혔어요! 그 징그러운 입에!”
“…….”
“저어… 근데 여긴 어디예요? 몬스터의 몸? 아니, 들어왔다 하셨으니까, 설마 던전?!”
“…탑입니다.”
“예? 탑이요?! 그 망할 탑?!”
여성이 기겁하며 사색이 됐다.
이 사람의 말대로라면, 지금 이곳에 들어온 사람이 한둘이 아닐 터.
“…움직이실 수 있으신가요?”
“뛰지만 않으면…….”
“그럼 힘드시겠지만, 함께 이동하셔야 할 듯합니다.”
“네! 네! 전 좋아요! 이딴 곳에서 혼자 있고 싶진 않아요!”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조심스레 이동하다 보니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곳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주한아, 그분 데리고 천천히 와!”
“네!”
비명이 들린 곳으로 곧장 달려가자, 이번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곧장 몬스터로부터 구출 후 들어온 경위를 물어보니 처음으로 구한 여성과 동일했다. 남성이 물었다.
“여기가 탑이면… 전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탑은 분명 한국에 생겨났다고 했는데…….”
“반드시 돌려보내 드릴 겁니다. 안심하세요.”
“형! 그분도 일반인이에요?”
“맞아. 근데 미국에서 이동됐대.”
“예? 미국에서요?!”
남성이 자신을 보며 놀라는 유주한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 탑엔 자동 번역이 없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뇨. 그냥 미국에서 한국에 생긴 탑으로 이동된 거에 놀란 거뿐이에요.”
“아…….”
“형 영어 잘하시네요.”
“평범하지. 빨리 이동하자. 사람이 더 있을 확률이 높아.”
그리고, 역시는 역시였다. 평균 5분 간격으로 들리는 비명. 그리고 구하는 족족 튀어나오는 사람들. 그렇게 구한 사람이 열세 명 정도였다.
꽤 많아진 인원에 더 움직이기도 뭐했다. 그러다 강한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한 번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계속 반복되는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둘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보통 일반인은 던전에 들어오는 경우가 없는 데다가 헌터와 달리 체력도 그다지 좋지 못하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여기에 오래 있으면 안 됐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한곳에 두고 이동할 수도 없고, 언제 위험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주한에게만 맡기고 갈 수도 없고.’
일단 지속해서 걷자 꽤 넓은 공간이 나와 사람들을 그곳에 앉혀 휴식시켰다. 국적은 참 다양했다. 중국인도 있고, 미국인도 있고, 일본인도 있고, 한국인도 있고, 프랑스인도 있었다.
‘…이건 좀 예상외인데.’
생각도 못 했다. 도대체 이 탑은 왜 일반인까지 끌어 들이는 건지. 그냥 능력 있는 것들끼리 싸우지, 귀찮게 굴고 있어.
내가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하자, 옆에서 유주한이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형. 형이 수색하고 오실래요? 제가 이분들 보호하고 있을게요. 아니면 제가 가도 되지만… 혹시 뭐가 있어도 제가 미처 발견 못 할 수도 있으니까…….”
“괜찮겠어?”
“별다른 몬스터도 없으니 괜찮아요!”
“…….”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노란 마석이 작게 빛났다.
“어, 형, 그거―”
“네가 가지고 있어.”
“네?”
유주한이 의아해하며 건네받은 마석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확신에 찬 듯 물었다.
“역시 이거, 신서하 헌터가 예전에 팀원 전체한테 나눠 줬던 마석 맞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팀이 결성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신서하가 자신의 배리어 능력을 부여한 마석을 팀원 전체에게 나누어 주었다. 내가 유주한에게 건네준 마석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거 저도 있는데?”
“여기 너만 있는 거 아니잖아. 한 개론 부족할 수도 있어.”
“그래도 형이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요.”
“난 다른 거 많아.”
“그래도…….”
“그럼 수색하고 올 테니까,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곧장 소리쳐.”
“형, 조심하세요.”
나는 작게 웃어 보이며 걸음을 옮겼다. 몇 명이 어디 가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으나, 딱히 뭐라고 묻진 않았다. 유주한은 가만히 있었으니 아마 나 혼자 따로 수색하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다행히 일반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소리도 지르기 전에 죽었을 수도.
‘이곳이 던전이라 치면…….’
저 사람들은, 이곳만 클리어하면 나갈 확률이 꽤 높았다. 탑의 입구가 아닌 몬스터로 인해 이곳으로 들어왔으니까. 몬스터가 만약 게이트 입구였다면, 이곳에서만 나가면 사람들은 다시 바깥으로 나갈 확률이 높았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 안에서 높은 거지만.
어느 정도 걷자, 주변의 풍경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분홍빛 살로 도배되었던 곳이 눈알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모습으로 변해 갔다.
‘혼자 오길 잘했네.’
눈알은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였다. 아마 일반인들은 이 모습을 보면 이곳을 걷기도 싫어했을 터였다.
‘주변이 변한 걸 보면, 적어도 여기가 길이 맞기는 맞는다는 뜻인가?’
조금 조급한 마음에 걸음을 빨리하려던 때.
쿠르르릉!
공간 전체가 진동했다. 진동은 멈출 줄 모르고 1분 정도 지속하였다가 잠잠해졌다.
‘유주한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나는 곧장 몸을 틀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길을 외워 금방 도착한 곳에는 유주한이 당황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주한아! 무슨 일 있어?!”
“아뇨……. 저는 반대로 형한테 무슨 일이 있는 줄…….”
“…그냥 공간이 울렸던 건가?”
잠잠해진 주변을 바라보자, 또다시.
쿠르르릉!
공간 전체가 진동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우리 쪽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큰일이 난 듯한데.
“주한아. 금방 돌아보고 올 테니까 조심해.”
“형도 조심하세요!”
나는 곧장 눈알이 사방에 박힌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풍경은 더욱 다양하게 변해 갔다. 어느 곳은 혈관이 툭 튀어나와 있기도 했고, 어느 곳은 바닥이 피로 추정되는 액체로 질척이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주변을 살폈을까…….
“저건… 또 뭐야.”
나는 걸음을 멈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봤다.
이곳에 들어왔을 때와 같은 벽과 천장이었지만, 공간이 무척이나 넓었다. 나는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 공간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중앙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서 숨을 삼켰다.
중앙에는, 살갗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외형의 몬스터가, 눈을 감은 채, 천장과 바닥에서 돋아난 살덩이에 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