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나는 살덩이에 몸이 엮여 있는 몬스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무슨 반응을 할까 싶어 조심스레 다가갔으나, 예상과 달리 몬스터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건드려야 하나.’
그 생각에 발끝으로 툭, 몬스터를 건드렸다.
번뜩. 몬스터의 눈이 떠졌다. 이게 정답이구나 싶어 나는 곧장 올 공격에 대비하며 낫을 고쳐 잡았다. 그러나 몬스터는 눈만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뚜둑, 뚝, 몬스터의 하관 부분이 동그랗게 뜯어지기 시작하며, 입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입을 통해 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먹이…….
먹이라 하면, 나를 말하는 것일까.
나는 계속해서 먹이를 원하는 몬스터를 잠시 쳐다보았다. 몬스터는 무방비했다. 달리 어떠한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았고, 나를 공격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냥 죽여 버리는 게 낫겠지.
나는 낫을 가볍게 쥐어, 팔을 움직였다. 낫이 재빠르게 휘둘러져 몬스터에게 닿으려던 차.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피부가 벗겨진 손들이 살덩이 사이에서 튀어나와 내 몸을 억죄었다. 공격 역시 튀어나온 손에 의해 막혔다. 능력을 사용해 공격도 해 봤으나 마찬가지로 무용지물이었고, 공격을 할수록, 몸을 움직일수록 손들이 내 몸을 부러뜨리려는 듯 꽉 쥐어 왔다.
‘계속 움직여도 소용없으니… 괜한 발악이겠네.’
파악을 끝낸 후 몸에 힘을 주지 않고 가만히 있자, 그제야 손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붙잡혔던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몬스터를 바라봤다. 몬스터는 여전히 먹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날 붙잡을 수 있는데 저 입에 넣으려 들지 않으니, 그럼 먹이는 내가 아니라는 뜻인데.’
잠시 고민하다 인벤토리에서 마석을 하나 꺼내 들었다. 손에 쥐어진 마석을 몬스터의 입에 던져 넣자, 몬스터의 입이 닫혔다. 통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잠시.
퉤엣! 마석이 내 발 옆으로 뱉어져 나왔다.
“…….”
나는 마석을 잠시 노려보다 발로 짓밟아 깨뜨려 버렸다.
―먹이……. 먹이…….
“먹이가 뭔데.”
―먹이…….
그냥 내 손을 한번 넣어 봐야 하나.
뼈가 부러질 수도 있었다. 아니면 아예 손이 뜯어질지도 모르지. 다만 그건 이 탑 어딘가에 있는 유아한 씨를 찾아 재생하면 그만이었다.
“…흠.”
―…….
나는 어느새 몬스터의 말이 끊어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어찌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조용한 낌새에 몬스터에게 시선을 옮기자, 몬스터가 시선을 의식한 듯 입을 더 크게 벌리며 소리쳤다.
―…내놔!
갑작스러운 외침에 반사적으로 낫을 들었으나, 이미 늦었다는 듯 사방의 벽에서 작은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와르르 쏟아지는 몬스터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능력을 퍼부어 처리했다. 아까 계속 튀어나오던 몬스터와 같아 그리 힘이 들진 않았으나, 문제는 수가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끽! 끽끽끽!
몬스터가 기괴한 소리로 웃었다. 웃음은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나는 다가오는 몬스터를 향해 수차례 공격을 휘둘렀다. 펑! 몬스터 무리가 내 능력에 터져 나가 안심하던 와중, 폭발이 일어났던 곳에서 몬스터 한 마리가 툭 튀어나와 내 팔을 물었다.
“뭐야.”
그러나 정말 물기만 했을 뿐이라 타격은 그다지 없었다. 간단히 떼어 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뚝, 몬스터의 웃음소리가 끊겼다. 동시에 나에게 달려들던 작은 몬스터들의 움직임도 멈췄다.
‘…뭔 짓을 하려고.’
작은 몬스터들을 하나로 합치려는 건가?
그 생각에 나는 움직임을 멈춘 작은 몬스터들을 단숨에 해치웠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몬스터의 웃음소리도, 먹이라고 중얼거리는 말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던 이곳에서 겨우 무언가가 나타나 뭔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이 공간이,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조용해졌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과 공존하던 때.
―왜?
몬스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며 물었다.
“…왜냐니.”
―왜.
몬스터의 뚫린 입이 주르륵, 아까와 달리 손쉽게 늘어나 속삭이듯 말했다.
―왜? 왜? 왜? 왜? 왜?
몬스터가 ‘왜’를 말할 때마다 작은 몬스터들이 벽에서 툭, 투둑 떨어졌다. 작은 몬스터들은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처럼 다리를 몇 번 움직이다 나한테 달려드는 듯싶었으나…….
‘뒤로?’
나를 제치고 다른 길로 뽈뽈뽈 흩어졌다. 그 모습을 잠시 벙찐 채 보던 나는 문득 유주한과 일반인들이 떠올라 곧장 뒤로 향하는 몬스터들을 붙잡아 죽였다. 그러나 급속도로 늘어난 몬스터는 기어코 제 동족을 미끼 삼아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유주한이 있으니 몇 마리 정도는 괜찮다 쳐도… 진짜 왜?’
몬스터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것이 하는 말처럼 ‘왜’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되뇌어졌다.
나는 또다시 침묵하는 몬스터를 향해 고개를 돌려, 가까이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가가 손을 뻗은 순간. 스륵. 뒤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곧장 뒤로 돌았다.
‘…불?’
파란 불이 이곳까지 도달했다가, 훅, 단숨에 사그라졌다.
파란 불. 그건 분명, 유주한의 것일 터.
‘유주한이 청소라도 한 건가?’
몬스터가 몰려갔으니 아예 길 전체를 태워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니까.
‘…아니.’
생각을 다 하기도 전, 나는 날듯 뛰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유주한이 능력을 그렇게 넓은 범위로 사용할 리가 없다.’
유주한의 곁엔 일반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일반인들은, 유주한의 능력에 맞기라도 하면, 불씨라도 튀면, 그야말로 생명이 위험했다.
그건 유주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일 터. 사람들을 안전히 지키려는 유주한이 잘못하다 도리어 그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는 능력을 크게 사용했을 리가 없었다.
위험한 일이 있으면 소리를 치라고 했으나, 막상 소리를 못 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아니면 나에게 목소리가 닿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에게까지 온 유주한의 능력의 뜻은.
“주한아!”
위험을 알리려는 것일 터였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형! 사람들― 읍!”
유주한이 살덩이로 가득한 바닥에 빨려 들어가, 위로 뻗은 손과 머리만 보이고 있었다. 유주한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벽에, 바닥에 빨려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움직여 유주한의 손을 붙잡고 몸을 빼내 다른 곳으로 던진 후 일반인들 역시 하나하나 살덩이에서 꺼냈다. 곧장 그들을 모두 꺼낸 후 마구잡이로 던져둔 사람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괜찮으세요?”
“괜찮― 으아악! 또 빨려 들어간다!”
주욱.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들의 다리가, 손이, 또다시 살덩이에 빨려 들어갔다. 유주한도 마찬가지였다.
‘또 뭐가 문제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공간에 먹혀 들어갔다. 공간이 몬스터화된 건가 싶어 벽과 바닥을 힘차게 내려치기도, 능력을 사용해 보기도 했으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 여전했다.
사람들의 살려 달라는 비명이 온갖 언어로 들려왔다. 사람들의 팔이 빠져라, 다리가 빠져라 잡아당겼으나 상황은 계속 반복됐다. 다른 공간으로 옮겨 놔도 마찬가지였다.
‘뭘 어쩌라고. 다 줄로 묶어서 끌고 다니기라도 해야 하나.’
먹혀 드는 게 길이 아닐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먹혀 들었을 때 숨도 못 쉬게 된다는 유주한의 증언을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나았다. 일반인들을 언제까지 숨을 참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곳으로 보낼 순 없으니.
‘이 짓을 계속 반복해야 하나.’
아니면 사람들을 버리고 유주한만 데리고서 아까 그 공간으로 가야 하나.
“…….”
낫을 휘두르는 손이 점차 느려지고, 능력을 사용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희생이 별수 없다면, 희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터.
“흠…….”
행동이 느려진 것도 잠시.
철퍽! 제 몸이 먹혀 들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을 붙잡은 유주한이 그를 바깥으로 던졌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그나마 살덩이에서 빠져나간 걸 확인한 유주한이 그제야 제 발아래를 보며 낑낑거렸다. 가까이 다가가 도우려던 차, 나는 유주한의 표정에서 명백한 두려움을 보았다.
‘…애 앞에서 별생각을 다 하네.’
애한테 이상한 거 물들라.
휙. 나는 유주한의 팔을 붙잡아 꺼낸 다음 그대로 유주한을 내 어깨에 걸쳤다.
“어, 형, 다른 사람들도 구해야 하는데…….”
“한 손으로 충분해.”
유주한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다시 구조를 반복하려던 차.
“어, 형! 저거!”
유주한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푸르른 색을 띠는 게이트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탈출구 아녜요?”
“함정일 수도 있어.”
“그럼 제가 확인할게요!”
“함정일 수도 있다니까.”
“그러니까 제가 확인해 볼게요!”
“…….”
“지금 상황보다 뭐가 더 안 좋아지겠어요?”
유주한이 다리를 흔들며 재촉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유주한을 게이트 가까이 다가가게 해 얼굴만 내밀도록 했다.
유주한의 머리가 게이트로 쑥 들어간 순간, 유주한이 곧장 몸을 움직여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주한아!”
내 부름에 답하듯, 유주한의 머리가 게이트 안쪽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형! 안전해요!”
빨리라는 말을 덧붙이는 유주한의 말에, 나는 곧장 일반인들을 하나씩 들어 게이트 쪽으로 던졌다. 유주한이 알아서 잘 받을 터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게이트로 내보내던 중.
퉁!
“…….”
의도치 않게 게이트에 닿았던 손이 스프링이라도 달린 듯 튕겼다. 혹시 착각이 아닐까 싶어 다른 사람을 내보내며 내 손을 함께 집어넣었으나, 퉁! 착각이 아니라고 말해 주듯 내 손은 다시 손쉽게 튕겨 나갔다.
유주한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형! 형만 오면 돼요!”
나는 잠시 유주한을 바라보다, 툭, 유주한의 이마를 검지로 밀었다. 유주한이 형, 하며 나를 불렀으나 이내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가고, 훅! 게이트가 사라졌다.
“…하.”
나는 조용해진 주변을 바라봤다. 꿈틀거리며 움직이던 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춰 있었다.
‘오히려 편해졌네.’
나는 게이트가 있었던 자리를 잠시 빤히 쳐다보다, 이내 몸을 틀어 아까 그 장소로 되돌아갔다.
이 공간엔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첫째, 도대체 이 공간은 무엇인가.
둘째, 이곳은 뭘 원하는가.
셋째, 그 몬스터가 말하는 먹이란 무엇인가.
넷째, 인제 와서 사람들을 내보내고 나만 남긴 이유는 무엇인가.
그 밖에도 이상한 점이 참 많았다. 다만 그건…….
“이걸 해결하면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는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있는 것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뻥 뚫려 있던 몬스터의 입이 아문 듯 다물어져 있고, 눈도 감겨 있었다.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자 그제야 몬스터는 다시 눈을 뜨고 입을 열어 먹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먹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간단한 질문이었다. 애초에 저것은 몬스터이고, 몬스터가 원하는 먹이는 단 하나뿐이니.
‘사람.’
그건 이것의 눈앞에 있는 나를 뜻하는 것일 터였다.
‘어차피… 나갈 방법도 없는 것 같으니까.’
나는 손을 뻗어, 몬스터의 입에 집어넣었다. 습한 느낌에 찝찝함이 팔을 타고 올라왔으나 꺼내지 않고 손을 더욱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몬스터의 입이 더욱 벌어지며, 이윽고 팔뚝까지 입 안으로 들어갔을 때쯤.
툭. 손끝에 무언가 닿았다. 무언가 싶어 건드리자.
쩌어억. 몬스터의 입이 거대해지며, 단숨에 나를 집어삼켰다.
‘아, 씨.’
구불구불한 통로에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가― 쿵!
“아.”
던져지듯 밝은 곳으로 나왔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몸을 일으켜 곧장 주변을 살폈다.
“…여긴…….”
익숙한 장소에 솜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벽을 감싼 수없이 많은 책장과 책, 그것도 모자라 공중에 떠올라 있기까지 한 책과 책장. 누가 봐도 도서관이구나 싶은 이 공간은 분명, 두 번째 탑에서 보았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