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내 생각이 맞는다면.’
눈알이 가득 달려 있던 벽처럼, 다른 신체 부위도 그리 붙어 있을 터.
“간단하네.”
벽이나 바닥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벽에 붙어 있던 눈알도 당연히 벽의 일부인 줄 알았다.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네.
퉁. 나는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한 후, 곧장 대포 쏘아지듯 앞으로 달려나갔다. 살덩이가 가득한 벽을 지나, 혈관이 가득한 벽에 마구잡이로 능력을 쏘며 앞으로 나아갔다. 계속 나아가다 보니 이번에는 정체 모를 것들이 툭툭 튀어나와 있어 그것도 일단 처리했다.
쿠르릉! 공간이 진동함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온갖 곳을 쏘다녔다. 그러며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살덩이에 박힌 신체 부위를 없애 갈 때마다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그럼 사서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뜻일 터.
‘…관리인.’
나는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굴리다 어딘가에 묻었다.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
툭. 걸음을 천천히 하다가 이내 멈추었다. 거의 10분 동안 최고 속력으로 아무렇게나 달렸다. 벽은 더 이상 진동하지 않았다.
‘죽은 건가?’
나는 벽을 툭툭 건드렸다. 말캉이긴 했으나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속은 건 아니겠지.’
나는 사람의 표정을 보는 것에 능숙하지, 눈 여덟 개 달린 몬스터의 얼굴은 아직 낯설었다.
“흠.”
아니, 그래도 거짓말 같진 않았다. 날 죽이려면 진즉 죽일 수 있었을 테고, 속이려면 더 복잡한 곳으로 보냈겠지. 그럼 뭐지.
혹시 내가 못 본 게 있을까 싶어 이번엔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던 차.
쿠르릉! 쿵!
거센 진동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진동은 멈출 생각 없이 계속 일어났다.
‘또 뭔…….’
주룩. 살덩이 사이에서 핏물이 새어 나왔다. 징그럽기 그지없을 정도로 사이사이에서 잔뜩 피가 뿜어져 나오는 광경에 나는 그곳을 벗어나고자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갔다.
‘죽어 가는 건가? 아니, 그러면 벽이 약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완전히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저건.”
지금까지 보았던 이 쓰레기장의 신체 부위는 수가 많았다. 간이면 간이 벽에 우수수 달려 있었고, 귀면 귀가 벽에 우수수 달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건, 다른 것들과 달리 단 하나뿐이었다.
‘심장…….’
거대한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다. 나는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심장에 가까이 다가가 턱, 낫날을 심장에 겨누었다.
살덩이 사이사이로 튀어나와 바닥에 차오르던 핏물이, 어느새 발목에서 찰랑이고 있었다. 이 거대한 공간에서 피가 벌써 발목까지 차올랐다는 건 꽤 위급한 상황이라는 뜻일 터였다.
‘물론 이제 끝이지만.’
푸욱. 낫날이 거대한 심장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핏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상체를 흠뻑 적시는 핏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낫날을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쿵! 쿵! 쿵!
진동이 마치 반항하듯 울렸다. 나는 차오른 핏물과 진동에도 균형을 잃지 않고, 진동이 끝날 때까지 동상처럼 가만히 낫을 붙잡고 서 있었다.
뚝. 뚝. 심장에서 쏟아지던 핏물이 이내 멎고, 공간 전체에 울리던 진동이 멎었다. 발목까지 차올랐던 핏물이, 이제는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었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게이트도, 다른 출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피에 푹 적셔진 몸을 이끌고 심장 옆 벽으로 다가갔다. 혹시 몰라 낫으로 벽을 살짝 베자, 벽은 쉽게 무너졌다. 사서의 말대로 죽어 단단한 표피가 물러진 듯했다. 그래, 괜히 벽이 물러진다는 말을 한 게 아니겠지.
나는 벽에 손을 가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능력을 사용했다. 하얀 별 무더기가 벽을 단숨에 하얗게 물들였다가, 콰아앙! 별이 물들었던 그대로 뻥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뚫린 곳으로 내부에 차오른 핏물들이 콸콸 밀려 나갔다. 나는 흐르는 핏물을 따라 뚫린 구멍에 가까이 다가가 환한 바깥을 내다봤다.
“오……. 뭔 이런 지형이 다 있대.”
바닥 전체에 거대한 돌들이 가득했다. 꼭… 그래, 거대한 지압 매트 같았다.
다행인 점은 그 사이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는 점이었다.
‘유아한 씨랑, 승현 헌터랑, 주한인가. 나머진 일반인들 같고.’
다행히 잘 합류한 모양이었다. 이로써 사서는 아군까진 아니더라도 적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적이 될지 모르니 오히려 더 위험한 존재긴 하다만, 싸움을 싫어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굳이 나서진 않겠지.
나는 시선이 마주친 세 사람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유주한이 팔을 빙빙 휘두르며 나를 반겼다.
꽤 높은 곳에서 내려간 나는 일행들에게 다가가며 뒤를 슬쩍 바라봤다. 내가 내려온 곳은 3층 정도의 높이였는데, 전체의 높이는 그 몇 배는 높았다. 대략 10층 정도의 건물이 길게 붙은 크기의 바위의 모습이었다. 쓰레기장이라기보단… 어느 생명체의 알처럼 생겼다.
“형! 다행이에요! 괜찮아요?”
“멀쩡해.”
“근데 엄청나게 젖으셨네요. 물에 들어가기라도……. 어… 아니, 잠깐. 이거 다 피예요?”
“뒤에 쏟아지는 거 안 보여?”
그러며 나는 쓰레기장의 구멍에서 줄줄 흐르는 핏물을 가리켰다. 유주한이 기겁하며 무사히 나온 게 대단하다고 중얼거렸다.
유주한을 따라 나머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중, 뒤에서 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형과 류천화 씨, 지화연 씨가 능력을 사용해 저 거대한 바위 위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한지언 씨, 멀쩡하셔서 다행이네요.”
“예에… 여러분도.”
“저희는 딱히 한 것도 없어요.”
그렇다기엔 레이피어 끝에 붉은 액체가 묻어나 있는데.
유주한이 세 사람에게 물었다.
“위에 뭔가 있었나요? 더 이상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뭔가 처리하신 거 같은데. 지언 형도 나왔고.”
그 말에 지화연 씨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뇨, 아무것도 없어요. 아래, 위, 옆, 다 같아요. 그냥 아무런 특징도 없는 바위예요.”
“네? 그럼 왜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지, 유주한 헌터. 한지언 헌터가 저 단단한 걸 뚫고 나왔잖아.”
“아……. 그럼 형이 처리한 거예요?”
“어? 어. 약점을 알아서.”
내 말에 형이 물었다.
“어떻게?”
“어…….”
“이건 저도 좀 궁금하네요. 내부는 뭐가 달랐나요?”
“설명하자면 좀 긴데요.”
네 사람이 내 말을 들으려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에 응하려 있었던 일을 말하려는데, 텁, 누군가가 뒤에서 내 두 어깨를 잡았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유아한 씨였다.
“그 전에 상태부터 확인해야죠.”
“피가 잔뜩 묻어 있으니 씻어 내려야 합니다. 몬스터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유아한 씨가 내 몸을 이리저리 살필 동안, 승현 헌터의 목에 둘린 뱀이 입에서 물을 쏘았다. 쏘아진 물이 몽글몽글 합쳐지며 내 옷가지와 피부에 묻은 피들을 삼켰다.
유아한 씨가 먼저 손을 떼며 이상 없다고 결론을 내고, 그 뒤로 승현 헌터가 내 몸에 들러붙어 있던 물방울들을 바닥에 떨구었다. 언제 피에 젖어 있었냐는 듯 뽀송뽀송해진 내 상태를 확인한 지화연 씨가 말했다.
“그럼, 이제 말해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있었던 일들을 전부 알렸다. 굳이 숨길 건 없었으니.
얘기를 들은 류천화 씨가 중얼거렸다.
“그 사서를 우리 편으로 두면 편할 것 같은데.”
“그건 불가능할 거 같아요. 싸움을 싫어해서 어느 편에도 안 서는 것 같지만 왕을 섬기는 걸 순리로 여기기는 하니까요. 반대로 언제 적군이 될지 모르니 오히려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확실히.”
얘기를 듣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유아한 씨가 물었다.
“그 두 번째 탑에 있던 도서관이라 했죠?”
“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별건 아닌데, 제가 미로에서 탈출할 때는 평범히 게이트였거든요. 그런데 한지언 씨는 입을 통해 들어갔다고 하셔서요.”
“…….”
그냥 테스트 같은 거 아닐까. 네가 과연 나의 지식을 가져갈 수 있을까, 뭐 그런 거. 몬스터의 입에 손을 집어넣을 깡 정도는 있냐……. 됐다. 깊게 생각해 봤자 귀찮아지기만 했다. 도움을 받았다. 그걸로 끝.
지화연 씨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우선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확인했지만, 저희에겐 더 큰 문제가 있어요.”
“…그렇습니다.”
큰 문제. 그건 일반인들을 뜻하는 거였다.
“함께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그렇다고 두고 가는 것도 위험해요.”
“우선 동행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거야 당연한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냐가 문제죠.”
유아한 씨가 큰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어디 게이트라도 안 나타나―”
유아한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
우웅. 우리가 둥굴게 선 자리 옆에 푸른색을 띠는 게이트가 생겨났다. 유아한 씨가 와우 하고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만 곧바로 사람들을 게이트로 나가게 하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은 탑이고, 이 게이트가 함정일 수도 있으니.
승현 헌터가 말했다.
“제가 들어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딱히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승현 헌터가 가볍게 팔을 들어 올려, 게이트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순간.
투웅.
승현 헌터의 팔이 간단하게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류천화 씨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못 들어가는 모양인데.”
나는 문득 든 생각에 말했다.
“저희는 탑으로 들어왔고, 저분들은 저 안에서 소환됐잖아요. 저 안의 벽은 던전처럼 단단했어요. 즉, 저 쓰레기장 안쪽을 던전이라 가정하면, 던전에 들어온 저 사람들만 게이트로 나갈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일리 있지만 위험해.”
“그렇죠.”
섣불리 행동하기도 뭐한 상황, 일반인들 중 누군가가 다가와 물었다.
“저… 여러분들은 게이트로 나가지 못하시는 거면 제가 한번 확인해 볼게요.”
승현 헌터가 곧장 말리려 했으나, 용기를 내 나선 이 사람이 아니면 달리 확인할 사람도, 방법도 없었다. 어찌 됐건 확인은 해야 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유아한 씨의 천을 이용해 일반인의 배를 감싸고, 고개만 게이트로 집어넣도록 했다. 위험할 경우 곧장 빼낼 수 있도록. 잠시 후 게이트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었던 일반인이 고개를 확 빼며 환하게 미소하는 얼굴로 말했다.
“안전해요! 저희, 저희 세상이에요!”
그러며 일반인은 제 배에 둘린 천을 풀고 곧장 게이트로 나갔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로 서둘러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밖으로 나가고 나자 게이트는 단숨에 닫혔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
“함정은 아니겠죠?”
유아한 씨가 답했다.
“그런 섬뜩한 소리 하지 말아요.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생각하죠.”
“예.”
우선 급한 일도 처리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는데, 질퍽, 무언가가 밟혔다.
‘…피?’
바닥에 잔뜩 깔린 거대한 돌들에 구멍이 뚫려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잠만.’
돌……. 돌…….
휙. 나는 고개를 돌려 쓰레기장의 겉모습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거대한 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밟고 서 있는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요. 여기에 있는 것들은 전부 몬스터인가요?”
그 말에는 유주한이 답해 주었다.
“아, 맞아요. 이거 다 몬스터예요. 나오니까 전부 처리한 상태 시더라고요. 대단하죠.”
“수가 징그러워.”
“그냥 가만히 있어서 하나하나 찔러 봤대요.”
다행히 큰 해는 안 끼쳤나 보네.
나는 툭툭 발로 아래에 깔린 몬스터를 드려 보았다. 저 쓰레기장과 달리 쉽게 죽는 개체인 듯했다. 아니면 이게 크면 저렇게 되나?
‘끔찍한데.’
나는 다른 몬스터의 위로 건너가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꿈틀. 발아래의 몬스터가 움직였다. 기분 탓인가 싶어 아래를 바라보자, 몬스터가 맹렬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 발아래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