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작은 생명】
나는 바닥을 구르는 임하늘의 머리를 한 번, 축 늘어진 몸을 한 번 눈으로 훑었다. 그러곤 가볍게 손을 움직여 별 하나를 만들어 내, 임하늘의 몸과 머리 사이로 보냈다. 뽈뽈뽈 움직이던 별이 어느 정도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자마자.
펑! 터뜨렸다.
“한지언 헌터? 왜…….”
“또 살아날지 모르잖아요. 시체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할 걸 그랬네요.”
그럼 이런 변수도 없었겠지.
“능력이 시체의 자아를 가지는 건 처음 봤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았던 것인데…….”
“그래도 지켜보고 있었던 건 좀 아니죠.”
“…어쩌면, 임하늘 헌터의 자아가 돌아오진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거참, 희망만 찬 말이네요…….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잘 압니다.”
그거 다행이네.
‘임하늘도 끝냈으니, 이제 문제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인데.’
주변을 살피다 보니 옆에서 청아한 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승현 헌터가 물고기를 이용해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럼 숲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죠?”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갈 곳이 정해져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울창한 숲이 우리를 반겼다. 숲은 별 특징이 없었다. 나는 승현 헌터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물고기를 보며 물었다.
“아무것도 안 잡히나요?”
“지나칠 정도로 조용합니다.”
“음……. 어.”
“한지언 헌터.”
그 순간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에 나는 방향을 틀어 움직였다.
“승현 헌터. 여기 좀 보세요.”
“뭘 말씀하시는―”
승현 헌터가 나무뿌리를 지나 움직이는 것들을 발견하곤 말을 멈추었다.
울창한 숲속. 그 아래 민들레 정도 되는 크기의 하얀 생명체들이 일렬로 줄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하얗고 팔다리가 달린 생명체는 꼭 맑음 인형 같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숲에 유일하다시피 한 생명체라 그런지 몰라도 꽤 시선이 갔다. 나는 줄지어 가는 몬스터 무리 중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목덜미를 약하게 쥐고 잡아 일어서니 승현 헌터가 당황하며 물었다.
“한지언 헌터, 몬스터에 특이점이라도 있습니까?”
“아뇨?”
“그런데 왜…….”
“아무것도 없는 숲에 있는 유일한 몬스터라면, 이게 저희가 따라가야 할 열쇠가 아닐까 싶어서요. 몬스터 종류를 확인해 보려 집어 들었는데… 반항이 심하네요.”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빠져나가려는 몬스터의 시선 끝에 승현 헌터가 닿았다. 승현 헌터를 보자마자 몬스터가 승현 헌터 쪽으로 몸을 움직이길래, 나는 승현 헌터의 어깨에 몬스터를 올렸다. 그러자 몬스터는 승현 헌터의 목에 딱 붙어 바들바들 떨었다.
“…사랑받으시네요.”
“…….”
“몬스터가 사람의 본성을 볼 수 있나 봐요. 승현 헌터를 따르는 걸 보니까.”
승현 헌터는 내 말에 묵묵부답하며 몬스터를 땅으로 내려 두었다.
“따라가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승현 헌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가요.”
우리는 고민 없이 몬스터를 따라 걸었다. 작지만 수가 어마어마한 몬스터는 끝없이 일렬로 서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고, 우리는 그 옆에서 가만히 그것들을 따라 걸었다.
걷던 와중, 승현 헌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몬스터가 사람의 본성을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소리는 무슨 뜻이었습니까.”
“말 그대로인데요?”
“…….”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승현 헌터는 선한 사람이시죠.”
“전 그렇게 선하지 않아요.”
승현 헌터가 다급히 대답했다. 평소에 쓰던 말투가 아닌 다른 말투에 나 역시 눈이 번쩍 뜨였다. 승현 헌터 역시 내가 당황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헛기침을 하며 말을 덧붙였다.
“저는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선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또한 지화연 헌터처럼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류천화 헌터처럼 능력을 타고난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특별히 특출난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기에는 한국의 주요 길드 중 하나를 담당하고 계신데요? 그것만으로 충분히 특출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주요 길드라 한들 화진 길드와 온연 길드의 중간을 담당하고 있는 격일 뿐이니까요.”
“그럼 평균을 담당하시는 거네요. 중요한 거 맞네.”
“…어찌 됐건 한지언 헌터가 생각하는 만큼 선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리 느끼셨는지… 조금 당황스럽군요.”
“많은데요.”
“…….”
“농담이에요.”
승현 헌터가 딱히 특출나게 선하다는 건 아니었다. 그가 말한 대로, 그는 평범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주변이 평범하지 않고 마음보단 이득을 따지는 사람들뿐이기에 승현 헌터의 평범함이 부각되어 선하게 보일 뿐일 것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내가 승현 헌터를 두고 선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한다는 거니까.
그렇기에, 승현 헌터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평범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까.
‘죽음을 많이 봤으니, 보통은 이미 죽은 임하늘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도 안 하지. 보통은.’
나는 작게 침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승현 헌터가 옳고 그름을 잘 판별해서 그래요.”
“…그것 역시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승현 헌터도 잘 알잖아요. 헌터는 등급이 높을수록, 버릴 건 쉽게 버린다는 거.”
“…….”
“그런데 승현 헌터는 죽은 임하늘 헌터를 버리지 않으려 하셨고요.”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당연함이 이젠 당연하지 않아서 승현 헌터에게 선하다고 하는 거예요. 아. 다 왔나 보네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승현 헌터의 시선이 내 손가락을 따라 앞으로 향했다.
‘작네.’
눈앞에 보이는 건, 작디작은 마을이었다. 몬스터의 크기를 따지면 당연한 건가.
‘인형의 집 같네.’
몬스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 그 안의 생명체들이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넘어지거나 바들바들 떨었다. 반면에…….
나는 고개를 돌려 승현 헌터 쪽을 바라봤다. 작은 몬스터들이 승현 헌터의 발에 옹기종기 모여 찰싹 붙어 있었다.
“사랑받으시는 거 맞네요, 뭐.”
“…떼어 내는 걸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인정하시면 도와드릴게요.”
“…….”
혹여 힘을 잘못 주어 몬스터를 죽일까 봐, 조심스레 움직이는 승현 헌터의 모습이 꽤 웃겼다.
‘그나저나, 몬스터가 승현 헌터에게 달라붙는 이유가 뭘까.’
역시 선함을 알아보는 거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승현 헌터의 능력은 소환수의 일종이니 그런 유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거나.
승현 헌터를 구경하다 아래를 바라보자 다른 것들과 달리 화려한 옷을 입고 치장을 한 몬스터 두 마리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다른 것들과 달리 무서워하지 않고 떡 서 있는 게, 누가 봐도 이곳의 주인인 듯 보였다.
겁먹지 않은 모습에 나는 몸을 웅크려 앉아 두 몬스터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 순간.
퍽!
“…어.”
“한지언 헌터…….”
작은 생명체가 작은 발 차기로 내 뺨을 공격했다. 뒤이어 다른 한 마리가 반대쪽 뺨을 공격했다. 아프진 않았다.
‘날 수 있는 건가.’
내가 몸을 일으키자, 그것들은 내 뺨을 계속해서 공격하며 같이 위로 올라왔다. 나는 혹시 이러다 떨어지는 거 아닐까 싶어 그것들의 아래에 손을 받치고 승현 헌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 아주 적대당하네요.”
“…혹시 이전에 이 몬스터들을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있을 리가요. 있었으면 진즉 전멸시켰겠죠. 몬스터인데.”
“…….”
“그나저나 여기서 뭘 할 수 있긴 할까요? 수색하기에는 건물들이 너무 작은데. 부숴야 하나?”
“가만히 계십시오.”
“일단 밖에서라도 수색할게요.”
“부수지 마십시오.”
“걱정 마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둘게요.”
나는 여전히 나를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무시하고 작은 마을을 둘러봤다. 가장 높게 솟아 있는 시계탑도 보고, 가장 거대한 집도 창문을 통해 안쪽을 살폈다. 그러나 볼 건 별로 없었다. 그냥 작은 마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녔으니까.
“승현 헌터.”
“부수지 마십시오.”
“근데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요.”
“그럼 다른 곳으로 가면 됩니다.”
“사랑을 주는 존재에게 애정이 생기셨나 보네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럴 가치가 없으니 그러는 것뿐입니다.”
“그렇구나~”
대답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에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보통 사람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거대 개구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몬스터가 있었네요.”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
승현 헌터가 움직여 돌진하는 몬스터를 공격하려는 것을 내가 막아섰다.
“아, 승현 헌터는 가만히 계세요. 작은 애들 다칠라.”
“…….”
“끽해 봤자 B급 몬스터예요.”
그 말을 신호로, 나는 단숨에 개구리 몬스터를 향해 돌진하며 내 뺨을 공격하던 두 몬스터가 거슬려 한 손에 쥐었다. 그러곤 다른 한 손으로 낫을 휘둘렀다. 한 바퀴를 빙 돌며 삼각형으로 대형을 이룬 개구리들을 단숨에 낫으로 해치운 후, 가볍게 바닥에 착지해 작은 마을로 다시 돌아갔다.
“그것 봐요. 약하잖―”
우뚝.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발 쪽을 바라보니, 하얀 몬스터들이 이번에는 내 쪽에 옹기종기 모여 들러붙어 있었다.
“한지언 헌터도 선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도와줬으니 선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나저나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거야. 승현 헌터나 나나 옴짝달싹 못 하게 됐잖아.
그제야 생각이 나 쥐고 있던 두 몬스터를 해방하자, 그것들은 아까와 달리 허공을 이상하게 돌았다. 아마 어지러워서 그런 듯 보였다.
두 몬스터는 이내 퍼뜩 정신을 차리곤 두 팔을 번쩍 올렸다 내리길 반복하다 어디론가 쏙 들어갔다. 그러곤 다시 나와 본인들의 몸보다 거대한 보석을 내게 건넸다.
“…이건 뭘까요.”
“보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건 저도 알겠는데…….”
분홍색에, 세밀한 꽃 모양의 형태를 취한 보석이 여기서 어디에 쓰이냐는 것이었다. 마석도 아니고, 그냥 보석.
양손에 큰 보석을 멀뚱히 들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웠다. 소통이 되면 이게 뭔지 물어볼 수 있을 텐데 소통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나한테 아이템을 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나 홀로 이것의 정체를 판단하기 어려워 승현 헌터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던 찰나, 물로 된 물고기가 폴폴폴 날아들어 보석에 입을 맞춘 순간.
퐁!
그대로 터졌다.
“어.”
물고기는 분명 승현 헌터의 능력일 터. 그리고 이 능력은 분명, 강한 힘에 닿으면 터지는데. 물고기가 보석에 닿고 터졌다는 건…….
“한지언 헌터! 그거 내려놓으십―”
승현 헌터의 외침이 내 귀에 다 들려오기도 전, 꾸드드득, 보석이 거대해지며, 반짝이는 분홍색 잎이 나를 뒤덮어, 그대로 삼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