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승현은 조용히 하늘을 바라봤다. 한지언이 보석에 잡아먹힌 이후, 그 역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이곳으로 이동된 상태였다. 숲인 건 같으나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드는 장소에 승현은 조용히 주변을 수색했다.
그렇게 한참을 수색해도 나오는 것은 없었다. 그렇그리하여 승현이 택한 건, 시선을 끌어 사람들을 모으는 방법이었다. 되레 몬스터가 꼬일 수도 있는 방법이었지만, 그것 말고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
쿠르릉! 물기둥이 나무의 배는 높이 솟아올랐다.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닌 이상 볼 수 있겠지.”
사람들에게 위치를 알리기 위해 물기둥을 올린 승현은 쉬지 않고 주변을 계속 수색했다. 혹여 자신이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러나 그의 노력이 무의미하게도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숲이었다. 승현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멈추고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쿵!
갑작스러운 습격에 승현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그가 팔로 막은 것은 다름 아닌 단검이었다. 단검의 날이 정확히 승현의 팔을 파고들어 가 있었다. 승현은 곧장 단검을 밀어내고 뒤로 물러났다.
“뭐야, 재미없는 애가 걸렸네.”
핑그르르 사슬로 이어진 단검을 돌리는 폰이 승현을 바라봤다.
“야, 너! 독 면역 능력 좀 없애! 재미없다고!”
“…….”
“와, 반응도 없어! 진짜 재미없네! 역시 그 여우 자식이 간다고 했던 곳을 내가 가야 했는데.”
“…겔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겔탄? 뭔……. 아! 걔 맞을걸?”
“어디로 갔습니까.”
“한지언한테 갔겠지! 아, 내가 가고 싶었는데! 내가 더 강했으면 힘으로라도 내가 간다고 하는 거였는데!”
폰의 말을 들은 승현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괴인들이 갔으리라.
“뭐, 암만 재미없는 애라도 일단 맡았으니 처리는 해야지!”
하얀 가면 아래, 매서운 눈이 반으로 휘며 웃었다.
쾅! 그 웃음이 신호라도 된 듯, 폰이 단숨에 뛰어 승현에게 다가갔다.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있던 물기둥이 뚝 끊어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곧이어 떨어지던 물이 고드름처럼 얼어붙어, 날카로운 흉기로 변한 채 그대로 낙하했다.
폰은 떨어지는 고드름을 단검으로 일일이 쳐 내며 승현을 향해 가는 다리를 멈추려 하지 않았다. 승현은 그 모습을 보며 뒤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겁쟁이처럼 도망치지 말고! 저번처럼 제대로 공격해!”
쾅! 쾅! 위에서, 아래에서, 온갖 곳에서 쏟아지는 고드름 세례에도 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승현은 계속 뒤로 물러나다 툭, 어느 나무에 등이 닿았다.
“그렇게 도망만 가니까 이렇게 몰리는 거야!”
폰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승현에게 달려들었다. 뱀의 이빨처럼 들린 두 단검이 그대로 승현을 향해 쏘아졌다. 오히려 원하던 상황에 승현은 재빨리 몸을 숙이며 제 허리에 묶여 있던 로프 다트를 손에 쥐었다.
콰득! 폰의 단검이 나무를 찍고, 그대로 나무를 아래로 베었다. 폰은 바로 검을 빼내 승현의 등을 노리려 했으나, 승현이 더 빨랐으니.
쿵! 승현이 몸을 던지듯, 제 앞에 있는 폰의 명치를 어깨로 가격했다. 폰은 그대로 갸우뚱 기울어지나 싶더니 승현의 반격이 오히려 기쁜 듯 검을 손에서 놓고 양손을 검게, 그리고 크게 변형시켰다.
“이래야 싸움이지!”
그러며 폰이 양손을 휘두르려 들었으나, 승현의 로프 다트가 어느새 폰의 손목을 묶고 있었다.
“뭐야, 이건. 이딴 거쯤은―”
휘익! 로프 다트로 묶인 몸이 그대로 끌어당겨졌다. 승현은 나뭇가지에 올랐다가 그대로 가지를 넘어가며 폰이 방심하도록 유도했다. 승현이 원하는 대로 폰은 잡아당겨진 몸에 발을 헛디디며 나무 쪽으로 당겨지다― 뻐억! 날듯 달려든 승현의 발 차기에 그대로 타격을 입었으나.
“잡았다!”
꽈드드득. 승현의 발이 거대한 손에 붙잡혔다.
“서 있지도 못하게 해 주마!”
그대로 뒤틀리는 발목에, 승현은 반대쪽 다리를 올려 폰의 머리를 가격했다. 쩌적, 폰의 하얀 가면에 금이 갔다.
폰이 제 가면을 한 손으로 붙잡으며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며, 그 사이로 검은 손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검은 손은 길어지며 승현을 붙잡으려 했다.
“…어째서.”
쩌억! 승현의 발아래부터 시작해 바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폰이 피하려 나무에 올랐으나 소용없었다. 나무까지 얼어붙으며 사방이 얼음 천지로 변했다. 하는 수 없이 얼어붙은 바닥에 착지한 폰은 계속해서 얼어붙으려는 제 발을 동동 굴렀다. 승현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저희의 모습을 하고, 저희를 죽이려 드는 겁니까.”
“알 바야?! 재밌으면 그만이지!”
“…그렇습니까.”
투둑. 얼어붙은 바닥 사이로 무언가가 기어 다녔다. 그러다 쾅! 물로 된 거대한 뱀이 바닥을 뚫고 나와 그대로 폰을 집어삼켰다.
폰이 뱀의 몸속에서 입을 뻐끔거리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폰의 몸에서 검은 액체들이 쏟아져 나와, 뱀의 몸 안을 검게 물들였다. 펑! 뱀의 몸이 터지고, 폰이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을 굴렀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 혐오스러운 동족들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그러나 바닥을 구른 순간, 폰은 이미 진 거나 다름없었다.
푹. 로프 다트의 끝이 흰 가면을 뚫고 그대로 폰의 머리를 꿰뚫었다. 폰의 몸은 단숨에 추욱 처져, 로프 다트가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새로이 생겨난 승현의 뱀이 폰을 집어삼켜 그대로 소화했다.
소화가 끝난 그 자리에는 흰 가면의 조각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
꽃들의 키가 허벅지까지 오는 꽃밭. 유아한과 유주한은 서로 조금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그 사이를 걷고 있었다. 말없이. 그저 조용히. 정처 없이 꽃밭을 거니는 두 사람은 한 시간째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할 말이 없었으니.
다행인 점은, 저편의 숲에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가라앉았다는 것. 갈 곳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사라락. 부는 바람에 꽃들이 넘실거렸다. 꽃의 움직임에 유아한이 걸음을 멈추고 짧게 말했다.
“온다.”
“어?”
유아한이 다리를 접어 들었다가, 그대로 쾅! 바닥을 내려찍었다. 동시에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끼에에에엑!
유아한은 제가 밟은 몬스터를 그대로 뻥 차 멀리 날렸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닌 듯, 어디선가 나뭇가지가 튀어나와 남매를 공격했다. 유주한은 그 나뭇가지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상대의 정체를 알았다.
“이거, 능력 안 통해!”
“그래.”
유아한은 유주한의 말에 적당히 답한 후 날아오는 나뭇가지를 양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뜯어냈다. 동시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능력을 사용해 주변을 썩어들게 했다. 그 모습을 본 유주한이 외쳤다.
“능력이 안 통한다니까!”
“조용히 해.”
“아니……!”
뚝. 어느 곳에서 멈춘 능력에 유아한이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자.
콰장창! 평범했던 공간이 유리 깨지듯 무너지며, 그 너머에 있는 두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찾았다.”
두 토끼 형제를 발견한 유아한은 곧장 큰 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며 유주한에게 소리쳤다.
“작은 쪽은 네가 맡아!”
“뭐? 잠깐만, 누나!”
유아한은 남색 토끼 귀와 싸우며 금세 멀어졌다.
유주한은 멀어지는 유아한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제 앞에 있는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새하얀 머리에 쫑긋 세워진 토끼 귀, 그리고 큰 눈망울 안에 들어가 있는 붉은 홍채. 외형은 흡사 만화에 나올 법했지만, 명백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어린.
“왜 하필…….”
요릴리아도 상대해 보고 겔탄도 본 적 있는 유주한이었으나, 어린 모습의 괴인은 유주한에겐 난생처음이었다.
머리로는 이것이 몬스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나, 유주한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유주한이 그동안 죽여 왔던 것은, 같은 사람이라 보기 어려운 것들뿐이었으니.
요릴리아 때도 몇 번 당혹스러웠으나 그때는 팀원들이 당한 걸 봤기에 곧장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하물며 영락없는 어린애의 모습이었다. 유주한은 조심스레 물었다.
“저… 이름이 뭐야?”
“…….”
“난 유주한이라고 하는데.”
“…몽브랑.”
“몽블랑?”
“몽브랑!”
몽브랑이 소리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나뭇가지가 튀어 올랐다. 유주한은 요리조리 피해 가며 몽브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유주한이 그럴수록, 몽브랑은 더욱 조급해져만 갔다.
“오지 마!”
꾸드드득. 이번엔 검은 문어 다리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유주한을 공격했다. 어디를 노리는 것인지 마구잡이로 휘어 움직이는 공격에 유주한은 도저히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주한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찌할지 고민하다, 결국 무작정 소리쳤다.
“나랑 친구 할래?!”
어릴 때도 해 본 적 없는 말에, 유주한은 개방을 푼 상태였으면 분명 제 귀가 빨개졌으리라 생각했다.
몽브랑이 소리쳤다.
“싫어!”
“그럼 대화는? 싸우는 것보다 낫지 않아?”
“…안 돼.”
쾅! 몽브랑의 새하얀 머리칼 뒤로 검고 거대한 팔이 나타났다. 아까와 달리 매서운 공격에 유주한은 결국 어떻게든 합의하려던 입을 꾹 다물고 골렘의 팔을 향해 푸른 불로 이루어진 구를 쏘아 댔다.
펑펑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골렘의 팔과 불의 대치 끝에, 까드득, 골렘의 팔에 금이 갔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본 유주한은 즉시 골렘의 팔로 달려가 그대로 발로 금이 간 곳을 내려쳤다.
쾅! 금이 간 부분부터 시작해 단숨에 부서진 골렘의 팔 조각이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유주한은 그 바로 아래에 있는 몽브랑의 앞에 내려와 말했다.
“역시 싸우기 싫지?”
“…….”
“우리 싸우지 말자.”
유주한은 머리를 굴리고 굴렸다. 그러다 하나 떠올린 것. 우연히 보았던 괴인 관련 서류에 몬스터를 조종하는 아이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몬스터를 만들어 내고 거대하고 강력한 몬스터를 꺼낸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유주한은 조용히, 제 앞에서 바들바들 떠는 몽브랑을 바라봤다. 그 모습은 명백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
이 모습을 보고, 어떻게 공격을 휘두르는가.
“역시 싸우기 싫은 거지?”
“…….”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
“선택…받아서.”
“선택?”
몽브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을 받으면 꼭 싸워야 하는 거야?”
“다들… 좋아하니까.”
“너는?”
“나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해서……. 나 아니면 못 하니까…….”
유주한은 그 말에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 아이와 저는 사는 세상이 완전히 다르니. 그렇다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기엔, 유주한에겐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주한이 택한 건.
“…그렇구나. 힘들었겠네.”
위로였다. 유주한은 조용히 손을 올려, 아이의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유주한. 너 뭐 해.”
유아한이 남색 토끼 귀를 붙잡고 질질 끌고 왔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누나.”
붉은 눈이 어두워지고, 얼굴이 차갑게 물들었다. 몽브랑이 쓰러진 제 형을 보며 소리쳤다.
“형! 형!”
그러며 곧장 제 형에게 달려갔으나, 유아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몽브랑을 밀쳤다.
“누나!”
“…사상자 852명.”
“어?”
“저것이 한국에서만 만들어 낸 사상자의 수야. 다른 나라까지 합하면 더 크지. 저게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모든 몬스터를 조종했으니까. 유주한. 저건 어린아이의 탈을 쓴 몬스터야.”
“…….”
“여기까지 와서 애처럼 행동하지 마.”
그러며 유아한은 제 손에 쥐고 있던 토끼 귀를 놓고 몽브랑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눈물이 얼굴에 번진 몽브랑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제 형을 보며 벙쪄 있었다.
유주한은 성큼성큼 움직여, 이윽고 주먹을 휘두르는 제 누나를 향해 곧장 달려 나갔다. 그러곤 거대해진 손으로 유아한의 주먹을 막았다.
“…죽이는 것만 안 하면 안 돼? 지금 싸울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저게 크면 어떻게 될 줄 알고? 말했지. 저거 하나가 만든 사상자만도 수두룩해. 그런데도 살려 놓겠다고? 제정신이야? 껍데기만 보고 판단하지 마.”
“…….”
“…….”
유주한은 말없이 유아한의 주먹을 붙잡았다. 유아한은 그렇게 한참, 유주한을, 뒤에 있는 두 형제를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서 해.”
유아한이 성큼, 방향을 틀어 걸었다. 유주한은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형제를 바라봤다. 영락없이 다친 형에 슬퍼하는 어린아이였다. 사상자의 수를 들었으나, 유주한은 끝내 몽브랑을 처리하지 못하고 유아한의 뒤를 따라 걸었다.
서로의 중간을 찾지 않으려는 남매는 그렇게 여전히 거리를 둔 채 물기둥이 솟아올랐던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