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지하 도시】
세상 평온한 숲으로 들어와 걷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형과 눈이 마주쳤다. 형은 내가 멀쩡한지 확인을 한 후에 바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러고 나니 승현 헌터가 내 안위를 걱정해 왔다.
“한지언 헌터. 별문제는 없으셨던가요.”
“네? 예, 뭐. 멀쩡하죠?”
“…겔탄이라는 괴인이 한지언 헌터에게 갔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죠, 뭐. 그런데 걔한테 저를 죽일 생각이 있던 건 아니라. 아마 제가 여기서 가장 편하게 싸우고 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 한지언 헌터, 그건 아녜요. 제 막냇동생은 그냥 대화만 하다 왔는걸요?”
“누가 대화만 해! 나도 그래도 싸우긴 했어!”
아, 저 둘이 같이 있었나……. 어떻게 이동을 해도 그렇게 이동을 하지.
류천화 씨가 물었다.
“한지언 헌터. 죽일 생각이 없었다는 건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예요. 걔는 다른 애들처럼 왕을 광신도처럼 숭배하는 게 아녀서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리 크게 싸우진 않았어요. 도움을 좀 주고 대화나 하다 왔죠.”
“도움을 줄 정도면, 아예 아군으로 합류시킬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
“…그렇다고 걔가 사람을 안 죽인 건 아녀서요.”
무엇보다 왕을 피해 도망쳐야 한다니 합류는 글렀지. 그리고 합류해 봤자… 이길지도 의문이고.
지화연 씨가 말했다.
“보스의 하수인들을 전부 처리한 게, 왠지 꼭 이제 최종 보스에게로 가야 할 거 같은 기분이네요.”
“지화연 헌터. 그것들은 보스의 하수인들이라기보단 그냥 졸병들에 가깝지. 무엇보다 우린 이미 세 군주를 전부 죽이고 이 탑에 들어온 거니, 처음부터 최종 보스에게로 가는 길이었다고 하는 게 더 사실에 가까워.”
“…와 대단하셔라.”
지화연 씨는 무어라 더 말하고 싶었으나 꾹 참는 듯해 보였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오면서 숲을 확인해 봤지만 아무것도 없던데.”
“아. 그거라면 제가 찾았습니다.”
대답한 승현 헌터가 어느 덤불을 헤쳐 그 아래를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지하로 향하는 돌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처음 왔을 때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가, 흰 가면의 괴인을 상대하고 다시 수색하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괴인을 상대해야 찾을 수 있게 설계한 것 같습니다.”
“어찌 됐건 괴인은 죽을 목숨이었다는 거군.”
“그건 아녜요. 죽지 않은 괴인도 있으니까요.”
“뭐, 그렇네요. 겔탄도 살았고.”
“…입구는 이쪽뿐입니다. 아마 이곳으로 들어가야 할 듯한데, 혹여 다른 길을 찾은 분이 계신가요.”
당연하게도 없었다.
“그럼 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무리 지은 승현 헌터가 마감 처리 하나 되지 않은 문의 손잡이를 붙잡고 잡아당겼다. 꾸드득 하고 오랜 세월 열린 적이 없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문은 차근히 열렸다. 열린 문 아래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돌계단이 있었다.
“유주한 헌터. 벽에 양초가 달렸는데, 양초에 불을 붙여 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 아. 네!”
뒤에 있던 유주한이 후다닥 나와 벽에 달린 양초를 확인한 후 불을 붙였다.
“밑에 있는 건 안 보여서 어려울 거 같아요.”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려가도록 하지.”
류천화 씨가 폴짝 뛰어 지하로 가는 계단에 들어섰다.
“류천화 헌터! 갑자기 들어가지 마세요!”
“말은 했으니 상관없는 거 아닌가? 어서 가도록 하지.”
류천화 씨는 그러며 전혀 개의치 않고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승현 헌터가 겨우 들릴 만한 소리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승현 헌터도 곧장 류천화 씨의 뒤를 따라 계단으로 내려갔다.
내 앞에서 내려가던 유주한이 작게 물었다.
“형, 양초가 보일 때마다 불을 붙이면 되겠죠?”
“편한 대로 해. 드문드문 켜도 상관없어. 대충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보이기만 하면 되니까.”
“네!”
화르륵. 깊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들리는 소리라곤 양초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소리와 우리가 계단을 내려가는 발 소리 뿐이었다. 그렇게 유주한이 드문드문 불을 붙인 양초만 해도 벌써 몇십 개는 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계단은 깊고, 끝이 없었다.
‘계단은 함정이고 벽이 진짜 입구인 건 아니겠지.’
그 생각에 뻑! 벽을 쳐 보았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춰 뒤를 바라보았고, 뒤에 서 있던 형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뭐 해?”
“…아무것도.”
“한지언 헌터. 호기심은 자중하도록 하는 게 좋겠군.”
“…뭐 좀 확인해 보려고 그런 거예요.”
“그런 걸 두고 바로 호기심이라고 하는 거지.”
“내려가기나 해 주세요. 앞이 막혔잖아요.”
내 말에 류천화 씨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또다시 지루한 걸음. 이번엔 류천화 씨가 우뚝 멈춰 섰다. 류천화 씨 바로 뒤에 서 있던 승현 헌터가 물었다.
“류천화 헌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냥 빨리 내려가는 게 좋을 거 같네.”
“네?”
“그럼 먼저 가지.”
그 말을 끝으로 류천화 씨가 계단을 미끄럼틀 내려가듯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재빠른 속도에 승현 헌터가 당황하며 곧장 따라붙었고, 그 뒤에 있던 유아한 씨 역시 마찬가지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어, 형, 이거 어떡해요? 빠르게 가야 하나?”
“아니. 그냥 천천히 가도 돼.”
“근데… 앞에 사람들이…….”
“그냥 천천히 가.”
“맞아요, 유주한 헌터. 천천히 가셔도 상관없어요.”
지화연 씨가 거들자 유주한은 그제야 입을 다물고는, 그래도 아까보단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지화연 씨가 말했다.
“여기서 썰매 타면 꽤 재밌겠네요.”
“…그 속도보다 직접 뛰어 내려가는 게 더 빠르실 거 같은데.”
“그건 그렇죠.”
턱. 그렇게 걷다 보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계단이 드디어 끝났다. 계단 끝에는 반원형으로 된 공간과 돌덩이로 막힌 구멍이 있었다.
“늦었군. 그럼 다 왔으니 이제 이걸 부숴도 되는 거겠지, 승현 헌터?”
“…마음대로 하세요.”
승현 헌터의 대답에 류천화 씨가 만족한 듯 작게 웃으며 구멍을 막은 돌덩이에 주먹을 휘둘렀다. 쾅! 돌덩이는 정말 평범한 돌덩이였는지 가볍게 부서졌다. 부서진 돌덩이의 잔해가 바닥으로 내려앉으며 환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빛이 환한 구멍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 너머를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너머를 확인한 지화연 씨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위가 생명체 하나 보이지 않고 조용하더니… 다 아래에 살고 있었나 보네요.”
천장에 가득 달린 다양한 조명. 그 아래로 거대한 지하 공간에 돌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사이로는 몬스터들이 존재했다.
‘다른 탑이랑 다르게 여기는 우리의 모습으로 안 바꿔 놨네.’
다른 탑에서는 단순한 주민들도 우리의 모습으로 변형해 놓고 말이지.
‘…아니, 잠만. 그러면 그 뿔 달린 애는 뭐지.’
…모르겠다. 언젠간 알게 되겠지.
아래를 살피던 유아한 씨가 말했다.
“몬스터들의 외형이 다 다른데요? 엄청 다양하네요.”
“외형이야 어찌 됐건, 문제는 저 몬스터들이 전부 저희에게 위협적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끼어들어 가면 모르지 않을까요. 몬스터들이 모든 몬스터들의 외형을 다 알고 있진 않을 거 같은데.”
“지금까지의 몬스터들은 그럼 뭡니까. 몬스터들이 인간을 판별하지 못했으면 지금껏 헌터들이 던전을 클리어할 때도 굳이 공격을 안 했을 겁니다.”
“음. 제 말은, 외형도 외형이지만 이렇게 도시를 건설하고 산다는 건 적어도 최소한의 지성이 있다는 거고, 지성이 있다면 마구잡이로 공격하지도 않을 거 같아서요. 던전의 몬스터들은 대개 게임에서처럼 풀숲 같은 데서 마구잡이로 사는 느낌이 강했잖아요?”
그 말에 승현 헌터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유아한 씨의 말에 설득된 모양이었다.
고민하는 승현 헌터의 옆, 가만히 있던 형이 입을 열었다.
“제가 내려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인을 위한 말이 아닌 예고하기 위한 말이었는지, 형은 말을 마친 직후 곧바로 높은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그러곤 넓은 길에 사뿐히 착지했다.
잠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던 형은 이내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가 보네요.”
“그럼 내려가지.”
사람들이 곧장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나 역시 따라 내려가 확인하니, 몬스터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우리를 약간 의아하게 보긴 했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각자 가던 길을 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지화연 씨가 말했다.
“안전한 거 같으니 흩어져서 수색해도 되겠는데요?”
“안 그래도 한지운 헌터는 이미 혼자서 간 거 같아요.”
유아한 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니, 정말 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30분 정도 수색한 후에, 저 시계탑 아래에서 모이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한지운 헌터는… 마주치는 분이 말씀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 어서 가요!”
유주한이 내 소매를 붙잡고 무작정 건물 사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유주한은 탑에 처음 들어온 데다 이렇게 도시를 건설해 사는 몬스터도 처음 보는지라 이 도시의 풍경이 꽤나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주한아. 시내보단 외곽을 도는 게 무언갈 찾을 가능성이 커.”
“네? 시내에 이렇게 건물이 많은데요?”
“도시의 건물들은 어차피 몬스터들이 사는 집이나 가게 같은 것일 가능성이 크니까.”
“음……. 그렇네요. 그럼 가요.”
유주한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도시의 끝으로 향했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도시의 끝으로 가니 길은 뚝 끊긴 채였고 벽은 시공의 흔적이 없는 돌벽이었다.
‘거대한 동굴에 도시를 세운 건가?’
벽은 까마득하게 높았으나, 어느 정도 올라가니 둥글어져, 천장과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명백한 동굴일 터.
탐색하기 편하게 도시는 동굴 벽과 일정 거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말했던 대로 동굴 벽을 샅샅이 수색하였으나, 유주한은 여전히 도시 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빠르게 달려 벽을 확인하려 했던 마음을 일단 뒤로하고 유주한에게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유주한이 도시 관찰에 푹 빠져 빨리 걷기는 힘들어 보이니까.
“형. 다른 탑에도 이렇게 큰 도시가 있었어요?”
“탑…에도 있었고, 탑이 생기기 이전에 스프레드 게이트에도 있었지.”
“전 게임처럼 단순히 공격만 하는 몬스터만 봐서 아무리 봐도 신기하네요.”
“신기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수색에 집중하는 편이 좋을 거 같네. 저기 봐.”
“네?”
내가 손을 뻗어 어느 곳을 가리키자, 유주한이 그리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가리킨 곳에는 뜬금없는 석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모래시계네요?”
단순 모래시계라 하기에는 상당히 화려한 석상이었다. 돌로 세밀하게 깎은 석상은 모래시계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장식된 조각들이 많았다.
나는 석상에 다가가 보자마자 신경 쓰이던 부분을 살폈다. 장미 조각 하나가 다른 조각들과 달리 아래로 시든 형태로 구부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조각들보다 약간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음.”
잠시 장미를 보며 생각하다 무작정 잡아당기니, 이게 웬걸. 조각이 잡아당겨졌다. 아니, 정확히는 장미 조각이 태엽처럼 돌아가며 아래를 향했던 줄기가 약간 위로 올라왔다.
장미 조각의 역할이 어느 정도 감이 와 나는 그대로 둥글게 장미를 돌렸다. 그러자 석상의 모래시계가 돌아갔다. 방향이 180도 돌아가 위를 향하게 된 장미는 이제 석상의 다른 조각들과 잘 어우러졌다.
완전히 돌아간 장미에서 손을 떼고, 나는 잠시 모래시계를 지켜보았다.
“어, 저거!”
유주한이 신기해하는 눈으로 모래시계를 바라봤다.
텅 빈 모래시계 안에 모래가 생겨나 아래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 옆의 텅 빈 벽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고, 모래가 반절 정도 떨어지자 다시 닫히려 들었다. 나는 곧장 유주한의 손을 붙잡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