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쿠르릉.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니 문은 곧장 닫혔다.
‘나갈 땐 부수든 뭘 하든 하면 되고.’
주변을 둘러보니 별거 없었다. 동굴이 작게 나 있는 정도였다. 다만, 그건 입구가 그렇다는 얘기였다. 눈앞으로 어둡게 쭉 깔린 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형, 이거 보세요.”
유주한의 말에 고개를 돌리니, 유주한이 팔을 뻗어 아슬아슬하게 손에 닿는 무언가를 깔짝이고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유주한 대신 천장에 매달린 무언가를 잡았다.
“전등 스위치 같지 않아요?”
그 말대로였다. 손에 잡힌 것은 맨 아래는 뭉툭하나 나머지는 줄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잡아당겨졌다.
조심스레 잡아당기자, 줄은 쉽게 당겨졌다. 나는 줄을 끝까지 잡아당겨 보았다. 쿠르릉 하며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를 여는 장치인가 봐요.”
“그러네. 잘했어.”
그러곤 나는 다시 어두컴컴한 동굴 안쪽을 빤히 살펴봤다. 어차피 눈으로는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직접 이동해 확인해야 했지만 말이다.
‘딱히 인기척이 느껴지는 건 아니고…….’
성큼. 내가 어두운 길을 향해 다가가자 유주한이 뒤따라오며 제 능력을 손전등처럼 활용했다. 덕분에 앞은 잘 보였다.
한참을 안쪽으로 걸어가니, 사용감이 있는 양초가 벽에 걸려 있었다. 유주한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배치된 양초에 불을 붙였다.
양초가 배치되어 있는 벽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동굴의 크기가 꽤 넓어졌다. 우리는 넓어진 동굴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러자 이번엔 양쪽 벽면에 석상이 붙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둥글고 길쭉하게 조각되어 양쪽에 배치된 석상은 꼭 입구를 나타내는 듯 보였다.
말없이 잘 따라오던 유주한이 불쑥 물었다.
“형, 보통 이런 곳은 먼지로 가득하지 않아요? 아니면 벌레.”
“보통은… 그렇지?”
“근데 여기는 공기가 되게 맑네요. 벌레도 없고요.”
유주한의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언뜻 방치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이나, 양초를 사용했던 흔적이나 나갈 수 있는 장치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 왔다 갔다 하며 이곳을 관리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냥 먼지나 벌레가 존재하지 않거나.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을까. 넓은 공간에 꽤 많은 입구가 뚫린 곳에 도달했다. 대충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누군가가 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걸. 아니라면 이렇게 방이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주한아. 왼쪽에 있는 방들을 살펴봐 줄래? 뭐 있으면 말하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주한이 들은 대로 왼쪽의 방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대로 방 하나하나를 확인하던 와중, 네 번째 방의 벽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눈으로 살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맞는가 싶어 손으로 훑어도 봤다.
‘읽을 수가 없는데.’
글이 적혀 있는 벽 위로, 무언가를 이용해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벽을 매만졌던 손에 돌 부스러기가 묻어났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건… 너의 죽음에 다른 이들, 정도인가.’
이것도 반절 긁혀 나간 것을 겨우 추측한 것이었다.
다른 곳을 살피려 방을 나가자, 반대편 방에서 유주한이 동시에 밖으로 나왔다.
“어, 형! 마침 잘됐네요! 이 방 벽면에 뭐로 긁힌 자국이 있어서요.”
“거기도?”
“어, 형 쪽도 그래요?”
“응. 일단 확인해 볼게.”
나는 유주한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적힌 글은 내가 보았던 것과 다른 듯하지만 무언가로 긁어서 낸 것 같은 똑같은 형태의 흠집이 벽면에 잔뜩 나있었다.
‘이건… 더 심하게 훼손돼 있네.’
몇 글자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것 가지곤 문장이나 단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형, 이곳만 유독 먼지 냄새가 나요.”
“먼지 냄새?”
“네. 정확히는 흙냄새인가? 잘 모르겠는데 다른 곳이랑 다르게 냄새가 탁해요.”
“그래? 잘 모르겠는데.”
“미세해서 그런가 봐요.”
나는 유주한의 말을 기억해 두고 다른 방들을 마저 확인했다. 드문드문 벽면에 같은 흔적이 남은 방들이 있었다. 모두 글을 의도적으로 훼손하여 내용을 제대로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그나마 얻은 문장이 너의 죽음에 다른 이들, 손끝, 닿지 못할, 숭고한, 정도인가?’
그러나 얻은 게 있되 무엇도 얻지 못한 것과 같았다. 이런 조각들만 가지고는 문장을 쓴 이의 머리라도 뒤집지 않는 이상 전체 문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와 문장의 분위기를 뒤바꿀 수도 있는 일이니 결국 제대로 된 정보는 얻지 못한 것과 같았다.
‘애초에 이 네 개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방들이 있는 곳을 지나쳐 그 너머도 탐색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길이 막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수색이 끝난 거였지만, 안 좋게 말하면 헛수고를 한 셈이었다.
‘얻을 건 더 없어 보이니 나가야 하나.’
더 있어 봤자 눈만 침침했다. 나가기 위해 유주한을 부르려던 찰나, 유주한이 먼저 나를 불렀다.
“형”
“왜?”
“여기, 부서진 조각들이 있어서요. 이거 때문에 탁한 냄새가 난 것 같은데.”
그러며 유주한이 몸을 틀어 본인이 찾은 것을 보여 줬다. 본래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난 무언가가 땅을 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그것이 평범한 돌덩이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사이에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조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몸을 굽혀 형태가 남아 있는 조각을 주웠다. 사람의 손과 똑같은 모양의 조각은 금이 가 있었고, 엄지와 검지가 날아간 상태였다. 나머지 부분도 당장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결국 이것도 뭔지 모른다는 거지.’
툭. 나는 조각을 바닥에 두고 말했다.
“나가자.”
“네? 더 안 뒤져 봐도 돼요?”
“볼 것도 없어. 꽝이야.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들뿐이니까.”
의도적으로 훼손되어 있다. 그것도 얻은 거라면 얻은 거겠지.
유주한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양초는 꺼진 채였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이었기에 굳이 다시 켜 둘 필요는 없었다.
딸깍. 천장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자,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밝은 빛을 따라 곧장 바깥으로 나오니 조금 전과 별다를 바 없는 도시가 우리를 반겼다.
“이제 어디 가요?”
“지금 시간 얼마나 지났어?”
“20분이요.”
“그럼 시계탑으로 가자. 가면서 도시 탐방이나 해 봐.”
“탐방이요?”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거 아녔어?”
“…그건 맞긴 하는데…….”
“가자. 어차피 시계탑으로 가야 하니까.”
“…티 났어요?”
“조금?”
유주한이 제 머리를 헝클며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도시는 정말 볼 것이 없었다. 흔하디흔한 모습으로, 몬스터가 평범히 살고, 평범히 지내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수는 지독하게 많으니,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낭비였다. 애초에 이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감이 안 잡히니 감이 잡힐 때 수색해도 늦지 않았다.
뚝. 거대한 시계탑에 다다르자 몇몇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보였다. 승현 헌터와, 지화연 씨였다.
“한지언 헌터. 뭔갈 찾으셨습니까?”
“아뇨. 동굴에서 어떤 글을 찾긴 했는데… 대부분 훼손되어 있어서 정확한 해석이 불가능했어요.”
“…그쪽도 말입니까?”
“그쪽도라면, 승현 헌터도 그러셨어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거대한 비석들이 가득 세워진 곳엘 갔습니다. 처음 보는 언어여서 해석은 하지 못했으나, 비문들 사이에 읽을 수 있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위를 누군가가 훼손해 놓아 끝내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읽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던가요?”
“…네. 몇 글자가 남아 있긴 했으나, 단어를 유추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나마 너의 죽음에 다른 이들, 손끝, 닿지 못할, 숭고한, 이렇게 읽을 수 있었어요.”
지화연 씨가 말했다.
“대충 그것만 봐도 부정적인 글일 거 같네요.”
“그건 알 수 없죠.”
“그건 그렇긴 한데, 제가 얻은 단어도 마찬가지거든요.”
“지화연 씨도 같은 상황이셨던 건가요?”
“네. 그나마 얻은 게 죽음이란 글자죠.”
“죽음……. 저와 같은 글이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의 문제는 누가 이것들을 다 망가뜨려 놓았냐는 거죠.”
“그 몬스터를 찾는 것이 클리어 조건이 아닐까 싶어 지화연 헌터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오래전에 헤집어진 거라면요?”
내 말에 승현 헌터가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 그것도 저희가 수색하기 바로 전에 생긴 흔적입니다.”
“승현 헌터가 찾은 글은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하시지 않았나요? 그걸 알 수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거리를 깨끗하게 해 둡니다. 포장된 길 위에 돌덩이 하나 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비석을 확인했을 땐 곳곳에 돌가루나 돌덩이들이 굴러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잔해들은 제가 발견한 비석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비석을 찾고 난 뒤에야 몬스터들이 길에 굴러다니는 잔해들을 치우더군요. 그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쪽에서도 주한이가 어떤 부서진 조각의 잔해에서 먼지 냄새를 맡았어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승현 헌터가 자세히 설명해 달라 부탁했다.
“그러니까, 주한이의 말로는 동굴의 다른 곳은 아주 깨끗한 냄새로 가득하고, 먼지 하나 없다고 했어요. 그렇다는 건 자주 청소를 하거나, 먼지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뜻일 테고요.”
“그렇다면 확실히, 최근에 생긴 조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발견한 것은 없으셨습니까?”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럼 어느 정도 확실해졌네요?”
지화연 씨가 생글 웃었다.
“저희를 방해하는 게 있다는 게요.”
“추측이지만요.”
“그런 게 아니라면 그렇게 저희가 읽을 수 있는 글만 망가뜨려 둘 수는 없어요.”
“그건 그렇긴 하죠.”
그렇다면 이곳의 클리어 조건은, 방해꾼을 처리하는 건가. 아니면 방해꾼을 찾아서 왜 글을 훼손했는지 알아내야 하는 건가.
그러나 지금 가진 정보로는 방해꾼에 대한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었다.
‘…뭘 숨기는 거지?’
방해꾼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존재에 관한 생각은 ‘왜’라는 단어의 연속이었다.
클리어를 방해한다. 왜? 무언갈 숨긴다. 왜? 우리를 의식하고 있다. 왜?
전부 왕의 하수인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설명은 됐지만,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왕의 하수인들은 직접 나서 우리를 죽이려 들지, 클리어하는 데에 필요한 걸 없애 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찌 됐건 왕은 클리어에 관대하다.’
그것만큼은 명백한 진실이라 볼 수 있었다. 탑에서도 클리어할 방법은 반드시 존재했으니까. 비록 그 과정에서 희생이 생기더라도.
그러나 누구인지, 외형이 어떤지도 모르는 방해꾼은 우리의 클리어를 방해했다. 만약 방해꾼이 훼손한 글들이 정말 클리어와 관련이 있다면, 다른 클리어 조건이 있지 않는 이상 클리어를 하는 데 꽤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렵네.’
결국 모든 것은 왜, 라는 단어에 도착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들었기에 나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돌아오고, 모두가 같은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방해꾼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질 무렵, 마지막으로 형이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던 생각들이 전부 쓸모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