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몬스터의 피가 사방에 흩뿌려져 거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툭. 나는 몬스터의 시체를 한곳에 모아 두고 주변을 살폈다.
‘대강 D급에서 C급.’
4년 전과 거의 흡사한 수준이었다. 아니, 그냥 똑같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래도 문양 개방을 완전히 할 정도로 강한 게 아니라 다행인가.’
내가 주변에 몬스터가 더 없나 살피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다가왔다.
“야, 이게 무슨 난리냐.”
“숨어 있으라 했잖아.”
제 노트북을 품에 안은 채 공화준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비위 참 좋다.
“아, 맞아. 지금 상황 우리나라만 이런 거 아니래.”
“그렇겠지.”
공화준이 폰을 두드리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들을 내게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몬스터가 생긴 이후, 나라에서 가장 먼저 발전시킨 건 다름 아닌 인터넷과 전파, 그리고 통신이었다. 온갖 마석을 들여 결계를 치고 친 결과 S급 재난이 터지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버틸 정도로 발전되어 몬스터 난리가 나도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냐. 한 달 동안 잠잠하더니, 결국 뒤통수를 치네. 검은 탑이 마지막 아니었어? 왕 죽였다며.”
“나한테 묻지 마.”
“이런 건 좀 알려 줘야 나도 뭘 대비하든 할 거 아니냐.”
“집에 숨어나 있어.”
우웅. 주머니에 넣어 뒀던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진동의 이유를 확인했다.
‘언제 전화하나 했지.’
지화연 씨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통화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여보세요.”
―아, 한지언 씨?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고 전화드렸어요. 혹시 주변에 몬스터가 있으신가요?
“어, 아뇨. 없는 거 같은데. 이 주변은 다 처리했어요.”
―네, 그러면 혹시……. 잠깐만요. 네. …게이트가 생겨났다고요? …우선 수색에 특화된 길드에 연락해서 상황 파악을 먼저…….
수화기 너머 누군가와 대화하는 지화연 씨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자 공화준이 옆에서 알짱거렸다.
“뭐야? 지화연 헌터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며 계속 무어라 말하는 공화준 때문에 잠시 이쪽 소리를 음 소거 하고 공화준에게 무어라 말하려던 차, 수화기 너머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지화연 씨가 중얼거렸다.
―…후. X발.
그 소리에 나는 순간 공화준에게 하려던 말을 잊고 조용히 음 소거를 풀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화연 씨?”
―…….
뚝. 그러곤 전화가 허무하게 끊어졌다.
“뭐야? 지화연 헌터 무슨 일 난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몰라도 돼.”
저쪽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이 욕 좀 할 수 있지, 뭐.’
다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와중에도 공화준이 옆에서 질문해댔다.
“…너 빨리 집에나 가.”
“못 가니까 이러고 있지. 지금 도로 상태를 봐라. 차가 돌아다닐 수 있는 상태로 보여?”
“협회에서 올 때까지 기다려, 그럼.”
“기다리고 있잖아? 가장 안전한 곳에서.”
그러며 공화준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내 옆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난 여기 계속 안 있을 건데.
“그럼 간다.”
“뭐? 왜!”
“난 몬스터 있나 없나 살피러 다녀야 해. 건물 안에 숨어 있든가 해.”
“아. 그래, 뭐, 장난칠 상황은 아니니까.”
공화준이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했다. 그리고 본인은 원래 있던 카페로 돌아갔다.
공화준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낫자루를 쥐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잘게 떨리는 손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작게 실소하며 낫자루를 움켜쥐었다.
‘나도 참 미쳤지.’
계속해서 찾아오는 기회에 흠뻑 빠져 설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지금 상황이 절대 설레고 기쁜 상황이 아니라는 건 잘 아는데,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없었다.
‘그래. 목표를 확실히 이루라 이건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인제야 날 봐 주기라도 한 모양이지.
‘…작가.’
확실하진 않지만, 그 존재가 내 회귀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하얀 탑.’
그 존재는 분명 그곳에서의 만남을 기약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 무얼 하는 곳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꿈의 군주가 있었던 곳인가도 했으나, 그곳은 오팔처럼 빛났으니. 하얀 탑이라 하기는 애매했다.
아무것도 모른다. 가지고 있는 정보 따윈 없었다. 그래도.
‘오라고 했으니, 가야지.’
일이 잘 풀리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가 오만한 걸까. 어느 쪽인지는 몰랐다. 아무튼 지금은 내가 그 하얀 탑에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게이트가 다시 생겨난 날로부터 3일 뒤. 나는 지금 서울 협회에 와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이름을 날렸던 A급 길드들부터 한 분야에 특화된 길드, 개인으로 활동했던 유명한 헌터들까지, 내로라하는 온갖 사람들이 모인 상태였다. 사방엔 카메라가 깔려 있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앉아 있는 남성이 나를 향해 이리 오라는 듯 손짓했다. 형이었다. 나는 형에게 다가가 같은 테이블에 앉은 후 물었다.
“뭐 전달받은 거 있어?”
형이 고개를 저었다.
“뭔 말을 하든 일단 수락해 달라는데.”
“…뭘 하려고.”
나는 고개를 돌려 각기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확인했다. 대부분이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유주한은 안 부른 모양이지.’
툭. 넓은 공간의 불들이 꺼지고, 맨 앞의 불만 켜진 채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곧이어 강연대 앞으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밝은 갈색 생머리에 깔끔하게 머리를 넘긴 여성이었다. 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코스모스 길드의 길드장, 해다람입니다.”
코스모스 길드. 정보와 감정에 특화되어, 이 분야에선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길드. 그리고 신서하가 속해 있었던 길드다.
박수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이내 사그라졌다.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분, 우선 급한 연락에도 이렇게 모여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더 이상 모일 일 없다고 생각했고 모인다 한들 한없이 기쁜 일로 모이리라 생각했는데 이처럼 좋지 못한 일로 다시 모이게 되어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게이트에 대하여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녀의 뒤에 크게 자리 잡고 있던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며, 왠지 익숙한 풍경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보여 주었다. 어느 풍경은 초원이었고, 혹은 설원이었으며, 혹은 끝없는 돌산이기도 했다.
“지금 보여 드린 화면은 전부 이번에 발생한 던전들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혹시 이 던전들이 무슨 등급으로 보이시나요?”
A급 던전 정도는 돼야 저런 광활한 풍경이 펼쳐질까 말까 한다. 그 아래의 등급들은 대부분이 벽이나 천장이 있는 공간이고. 그러나 굳이 저걸 보여 주고 물었다는 건…….
“지금 보여 드린 건 전부 C 등급 아래의 던전들입니다. 이런 풍경으로 이루어진 던전은 대부분이 A급이었으나, 지금은 어떤 던전을 돌건 이런 거대한 장소로 이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총 세 개의 던전을 클리어해 본 결과, 더 이상 스테이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스크린에 띄워져 있던 화면이 전환되었다. 광활한 평야 위에 작은 몬스터와 한 마리의 큰 몬스터가 어슬렁거리는 듯한 사진이었다.
“지금 보여 드리는 이 사진은, 단순히 돌아다니기만 하였음에도 보스 몬스터를 찾아내고서 찍은 사진입니다. 몬스터를 많이 처리한 것도 아니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것도 아님에도 단 한 장소에서 보스 몬스터를 찾아내어 처리하자 탈출 게이트가 나왔습니다.”
주변이 단숨에 술렁였다. 본래였다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통합됐다고 보면 되니.
언뜻 오히려 클리어가 편해진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껏 경험으로 쌓아 올린 공략법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뜻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보스 몬스터를 찾지 못해 공략이 늦춰질 수도, 혹은 아예 던전에 갇혀 고립될 수도 있었다.
“저희 길드에서 알아낸 부분은 이 정도이며, 이다음부터는 화진 길드장님께서 설명해 주실 예정입니다.”
그러곤 지화연 씨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강연대 앞에 선 지화연 씨가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말했다.
“설명을 들으셨다시피, 다시 등장한 던전은 저희에게 익숙한 던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던전입니다. 이로 인해 코스모스 길드 측에서는 B급 이상의 던전을 돌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였고, 저 역시 그러리라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던전을 공략하려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판단한바, B급 이상의 던전은 우선 저희 S급 헌터들이 수색해 파악하고 그 이후 다른 헌터들이 던전 공략을 시도할 것입니다. 이는 협회와 상의된…….”
그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형한테 그런 소리를 했던 거였군.
‘하긴… 굳이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지.’
나나 형이나 뭐든 오케이라고 답하니 말이다.
물론 설명할 사람들이 바빴던 것도 한몫했을 터였다. 수색 결과가 어젯밤에 나와 오늘 급히 발표했을 가능성이 크니까.
“그럼 발표를― 잠시만요.”
지화연 씨가 강연대 옆 기둥 뒤에 있는 사람과 무언가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다시 강연대로 돌아와 말했다.
“지금 추가로 확인된 정보에 의하면, 등급이 낮을수록 보스 몬스터와의 거리가 가깝고, 높아질수록 거리가 멀어져 찾기 까다로워진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는 유주한 헌터와 코스모스와 온연의 길드원들이 C급 이하 던전을 직접 확인한 결과로…….”
유주한은 안 불렀나 싶었는데, 따로 낮은 등급으로 측정된 던전을 수색하게 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유주한은 최종 개방 하면 이동이 빠르니 던전 수색에 유리한 존재이긴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위험할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수색한 하급 던전으로 보내 수색에 동참시킨 듯했다.
“하급 던전은 조금 더 수색한 후에 다른 헌터들의 공략 허가가 날 예정입니다. 그럼 이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마치며, 저희는 다시 한번 평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손뼉을 치고 있자, 옆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승현 헌터였다.
“한지운 헌터, 한지언 헌터. 이쪽으로.”
승현 헌터는 카메라를 피해 어디론가 우리를 안내했다. 도착한 곳은 구석진 응접실이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두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오래간만이에요.”
유아한 씨가 설렁설렁 손을 흔들며 나와 형을 반겼다. 소파에 앉자 류천화 씨가 말했다.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군. 다들 잘 지냈나?”
그 말에 유아한 씨가 답했다.
“원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몇 시간 만에 잘 못 지낸 걸로 바뀌었어요. 64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기력도 쭉쭉 빠져나가고.”
“이제 던전까지 돌면 3일 기록을 달성하겠군.”
유아한 씨가 대꾸 없이 흐흐 웃었다. 류천화 씨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던전이 왜 다시 나타났는지, 추측되는 사람 없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누구도 짐작이 가는 데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추측에 가까운 말이긴 하나 내가 의견을 말하려 입을 여는 순간, 쾅! 응접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지화연 씨가 들어왔다.
“저도 궁금하네요. 왜, 이, 망할 던전이, 다시 생겨났는지!”
…왜 이리 화가 나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