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준비】
S급 마석은 수요가 많으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S급 마석은 나도 필요한데.’
쩝. 나는 속으로 입맛만 다시며 유아한 씨 손에 있는 마석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관심을 끊었다.
“한지언 헌터는 아이템을 수거하시면 가지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화색을 띠고 신명 나게 잔해들을 헤치며 아이템을 수거했다. 위치는 대략 알고 있었으니 적당히 필요한 것만 신나게 주웠다.
“저는요?”
“유아한 헌터는 찾으시는 즉시 가져오시길 바랍니다.”
유아한 씨는 대답 없이 방긋 웃을 뿐이었다.
일을 끝마치고 보니 어느덧 늦은 밤. 철야 근무를 하던 협회 직원들이 포박해 두었던 불법 헌터들을 데려갔다.
집으로 돌아가니 더더욱 늦은 시간대였기에,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를 맞이한 것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아빠였다.
“…아직 안 자고 있었어?”
“너 들어오는 거 보고 자려고.”
“그냥 자지.”
나는 청결히 씻은 뒤 방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문을 열려는 찰나, 아빠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지언아.”
“어?”
“하는 일은 괜찮냐?”
“…응.”
“그래.”
툭, TV가 꺼지며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아빠의 표정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지금 아빠의 표정을 나는 보고 싶지 않았다. 걱정 가득한 그 슬픈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뒤로 돌아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차마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아니,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부모님에게는 거짓을 고하고 싶지 않으니까.
♧♣♧
그 이후로 나는 던전을 돌고 쉬고 돌기를 반복했다. 누가 보면 하루빨리 공식 S급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겠지만, 사실상 내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어느덧, 나는 그 목적을 달성하였다.
‘장수말벌의 턱.’
내가 필요했던 아이템 중 마지막 아이템까지 얻었다. 나는 장수말벌의 턱을 시작으로 나머지 아이템들을 바닥에 늘어놓았다.
흑백 던전에서 얻은 사과 모양의 S급 마석. 쥐 새끼 소굴에서 얻은 가시 공. 유아한 헌터를 구한 뒤 건물을 뒤져 나온 생명 흡수 아이템. 그 외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들. 전부 다음에 일어나는 일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나머지는 거기서 파니까.’
가시 공은 큰 효과는 없지만, 있는 게 더 낫겠지.
나는 아이템들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고 밖으로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를 반복하며 긴 시간 이동한 끝에 겨우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말만 비밀인 공식적 비밀 상점가였다.
“혹시 모르니까.”
나는 후드 티의 모자를 눌러쓰고 준비한 마스크와 동그란 안경까지 썼다.
겉은 초라한 백화점의 문을 열고 지하로 가는 멈춘 에스컬레이터로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내려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기척 없이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오늘 특별 할인!”
노랗게 빛나는 전등 때문인지 밤 시장과도 같아 보이는 시장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이곳은 등급도 애매하고 취업하기도 애매한 기술직들이 몰려들어 장사를 하는 시장이었다. 처음에는 불법 상점가로 신고당해 쫓겨났었지만 빗발치는 낮은 등급 문양 발현자들의 항의로 인해 합법적으로 관리되는 곳. 하지만 길드나 보통 상점가에도 아이템을 파는 곳은 많았기에 특히 싼 물건을 찾는, 그야말로 올 사람만 오는 상점가였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S급임에도 굳이 좋은 곳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자리 잡은 대장장이가 있었기에.
‘무엇보다 비밀리에 의뢰를 하기 딱 좋고.’
나는 여러 노점을 거쳤다. 쓸데없이 휘황찬란한 회복 포션을 팔거나 몬스터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은 갑옷을 판매하는 노점, 5초 투명 망토 등 애매한 아이템들이 가득한 노점들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 하나둘 꽤 좋아 보이는 아이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구석 노점에서 필요한 아이템들을 집어 구매한 뒤 이윽고 정말 구석, 이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 앞에 다다랐다.
“계십니까?”
나는 굳게 닫힌 문을 노크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화장실에 노크하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분명 웃겠지만, 여기도 누군가의 노점이었다. 지금은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는.
끼이익― 녹이 날 대로 난 문이 겨우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다.
“누구신지……. 여기는 노점이 아니에요.”
쭈뼛. 집에 며칠은 박혀 있던 것 같은 모습의 남자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녹슨 사과.”
“뭐야. 알던 사람이야? 진즉 말하지, 씨…….”
휙. 세상 소심해 보이던 모습이 단숨에 불량아처럼 변했다.
“뭐 해. 빨리 안 들어와?”
그 말에 나는 녹슨 화장실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쪽은 뭐야. 건달? 밀매업자? 마피아?”
“평범한 사람.”
“구라 치네. 평범한 사람이 날 알 리가 없잖아.”
그 덕에 중국에 팔려 갈 뻔했었지. 그리고 그 때문에 세상에 알려져 유명해졌고. 그때 우연히 친해져서 녹슨 사과라는 말을 알아낸 게 지금까지 도움이 될 줄이야.
남자가 중얼거리며 문 앞에 있는 책상의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남자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보지.”
“뭐… 그래서 왜 왔는데.”
나는 주변을 흘끗 둘러보았다. 화장실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방인 것 같은 장소에 한쪽에는 망치와 온갖 도구, 쇠로 된 가구들이 나열돼 있었다.
“조합 좀 부탁할 게 있어서.”
“아이템부터 보여줘.”
그 말에 나는 책상 위에 아이템들을 정렬해 올려 두었다.
“와…….”
대장장이. 아이템을 만들거나 조합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법한 직업. 그리고 등급이 높은 대장장이는 아이템의 정보를 단숨에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런 등급 높은 대장장이가, 다름 아닌 눈앞의 이 사람이었다.
“댁 뭐야?”
“평범한 사람이라니까.”
“마스크 내려 봐. 이런 거 가지고 있는 거 보면 어디서 날아다니는 놈 같은데.”
“여기선 비밀을 보장해 준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쯧…….”
아이템을 매만지던 대장장이가 혀를 차며 아이템에서 손을 떼고는 구석에 있던 노트를 들고 왔다.
“그래서 원하는 거는?”
“이 아이템들의 효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해.”
“…뭐?”
“완벽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인가.”
“할 수 있잖아?”
대장장이가 제 머리를 감싸 안고는 끄응거리며 작게 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물었다.
“…대가는?”
나는 검지와 중지를 들어 올렸다.
“2억? 적어.”
“돈 말고.”
“뭐, A급 마석? 그건 더 적어.”
“아니. S급.”
“뭐?”
S급 마석. 가치는 매번 달라지며, S급 던전에서만 나오는 희귀 아이템. 그러나 S급 던전에서도 나올까 말까 하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S급 게이트 자체가 소수이며 S급 헌터만 깰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S급 헌터들만이 가질 수 있게 된 S급 마석은 정말 희귀하다시피 했다. 그런 걸 무려 두 개나 준다니. 인심도 좋지.
“…….”
대장장이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경매에서도 부르는 게 값인 S급 마석을 두 개나 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단숨에 부자가 될 기회였다.
대장장이가 생각을 끝내고 조심스레 나를 바라보며 검지를 들고는 말했다.
“…한 개 더.”
“그래.”
“뭐? 진짜?”
“어. 문양 발현 신고를 안 했다는 걸 들키고 싶으면 그러든가.”
“…뭐?”
대장장이는 어떻게 알았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드러내 보이며 벙쪄 있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알았어! 두 개!”
“한 개.”
“뭐?!”
“늦었어.”
“안 해! 사기야!”
“그럼 신고해도 되는 건가?”
“악!”
내 눈앞의 대장장이는 내가 예전에 왜 굳이 그렇게 비밀리에 손님을 받았냐고 물었을 때 그게 멋있어서 그랬다고 답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겉멋에 심취해 있는 게 현재. 그러니까 지금이 문양 발현 신고로 협박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뜻이었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고마워. 거기 있는 S급 마석 가지면 돼.”
“처음부터…….”
나는 생글 눈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들고 있던 S급 마석도 하나뿐이었고.
“…댁 진짜 뭔데. 중국 마피아 간부라도 돼?”
“아니.”
“그래. 나도 말 잘못했다. 딱 봐도 비실비실해 보이는 놈이 마피아 간부는 뭔 마피아 간부.”
“비실…….”
그런 소리는 들은 적 없는데. 맨날 나만 보면 비실거린대.
“어느 정도 걸려?”
“2주.”
“그래.”
“…3주.”
“2주.”
“…그래.”
대장장이가 영혼이 나갈 것 같은 한숨을 내쉬고는 작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손님이 또 있는데, 라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지만 내 알 바 아니었기에 들은 둥 마는 둥 하였다.
이야기가 끝나자 대장장이는 빨리 나가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나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문득 깜빡한 말이 생각나 그에게 말했다.
“아, 맞아. 일회성 아이템이어도 돼.”
“뭐? 야! 그걸 왜 지금 말―”
“그럼 안녕.”
쿵. 닫히는 문 너머에서 온갖 욕이 들려왔다. 나는 무시하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내가 대장장이에게 준 아이템들은 대미지를 줌과 동시에 강한 속박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드는 재료들이었다. 그런 좋은 것을 왜 일회성이어도 상관없게 의뢰했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했다. 일회성이면 효과가 더 뛰어나니.
용건을 끝낸 내가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노점을 벗어나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려던 찰나.
“…….”
익숙한 덩치와 생김새. 모자를 푹 눌러쓴 데다 얼굴 인식을 흐릿하게 해 주는 아이템을 착용했는지 얼굴이 흐릿했지만, 나에겐 너무 확실하게 보였다. 인식 저하 아이템은 교류가 많은 사람일수록 효과가 미미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나, 그걸 여기서 이렇게 일찍 깨달을 줄은.
“이 미―”
나는 소리칠 뻔한 입을 틀어막고 후다닥 에스컬레이터 위로 뛰어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나는 듯이 폴짝폴짝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속으로 온갖 비명을 질렀다.
‘한지운이 왜 여기 있어!’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뒤를 돌아보자, 다행히도 나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인지 형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나는 큰 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중얼거렸다.
“깜짝 놀랐네…….”
다행히 들키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