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그냥 강한 게 아니었어.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강해서, 세상 사람들 전부가 널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신과 비교할 만큼. 어쩌면 신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이상한 소설이네. 주인공은 형이잖아. 근데 내가 왜 강해.”
“그러게. 네가 말했던 대로 소설이 아니라, 그냥 내 시점의 글이었나 봐.”
“그래서 그렇게 나에 대한 책임이 강했던 거야?”
“…내가 빙의해서, 전부 바뀌어 버린 줄 알았으니까. 너만 바뀐 게 아니라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몬스터들 외에 탑이란 게 새로 생겨나기도 했고.”
“그게, 형이 빙의해서인 줄 알았구나.”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야 그동안의 형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형의 말대로라면 멸망을 막을 존재인 내가 한없이 약해진 거니까. 그다음으로 강한 게 형이었을 터니 형이 대신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겨났을 터.
“기억 속에서는 몬스터가 쏟아지고, 군주들이 던전 밖으로 나와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어. 그러나 너로 인해 전부 저지됐지. 네가 홀로 맞서는 대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기로 언약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언약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러다 거대한 무언가가 등장했어.”
뒤에 무슨 말이 더 이어지리라 생각하고 가만히 서서 경청하려 하였으나, 형은 말을 잇지 않았다.
“형?”
“끝이야.”
“어?”
“그 이후에 대한 기억은 없어.”
“그렇게 허무하게?”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무언가……. 그건, 왕인가?’
그리고 왕이 등장하고 형의 기억이 없다는 건, 기억 속의 형은 그때 죽었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내가 소설에 대해 더 궁금해하지 않았던 건, 형의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겠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하지만 언제나 만약의 가능성이란 게 존재하니까.
하지만 형의 기억은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그저 형의 머릿속에 심어진, 거짓과 진실을 뒤섞어 만든 기억. 그 이유? 너무나 간단했다.
“형, 그런데 형이 기억하고 있는 소설에 대한 거, 반은 거짓일 가능성이 커.”
“거짓이라니? 물론 중간부터 변수가 일어나긴 했지만, 그건 내가 기억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그런 거일 수도 있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이전부터 계속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 어떤 기억 속에도 내가 강했다는 기억은 없어.”
“…그게 무슨 뜻이야?”
“형.”
풀잎이 작은 바람에 살랑였다. 그러며 서로 부딪쳐 작은 소리를 냈다. 자연의 음률 속에서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난 회귀했어.”
“…….”
“그리고 이전 회차에서, 내가 강했던 기억은 없어. 오히려 더 약했다면 모를까.”
“…….”
“그러니 형, 형은 빙의한 적이 없어. 그건 그저 하나의 거짓된 기억이야. 형이 책임감을 가지지 않아도 돼.”
바람이 한 번 크게 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나뭇잎이 볼을 스치곤 다시 바람을 타고 흘러갔다.
바람을 따라 허공을 바라봤다가 다시 형을 봤을 땐, 형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표정도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네.
형이 물었다.
“언제부터?”
“회귀의 기억은 문양이 발현하면서 돌아와.”
“아니,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러니까… 얼마나… 그랬던 거야?”
“그렇게 덥석 믿어도 되는 거야? 거짓말일 수도 있는데.”
“…거짓말일 리가 없잖아.”
“맞아. 유감스럽게도 거짓말은 아니지.”
“…….”
“음. 얼마나 그랬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네. 까먹었거든. 중간에 세는 게 꼬여서, 그때부터 그냥 안 세기로 했어. 이 기억이 말이야, 자동으로 전부 떠오르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거거든. 죽기 전까지 기억하다가, 다음으로 기억을 전승해. 그래서 몇몇 기억은 겹치기도 하고, 잊기도 했지.”
“…….”
“그래서, 형을 미워했던 거야. 형이 말했던 소설 때문이 아니라, 이전 회차의 형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이전 회차에서의 형은 소설이라는 걸 몰랐거든.”
“그럼, 지금도 그런 거잖아. 내 기억 속에서도 난 나랑 너무 다른데.”
그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나도 그리 생각했다.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격이 꽤 다른 건 사실이지만, 뭐, 상관없지. 형에게 이전 회차의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난 그냥 형이 좀 철이 들었다고 생각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같은 사람이라도 성장 환경이 다르면 결국 다른 사람이 되는 거잖아. 나였다면…….”
“모든 걸 탓하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어. 어느 정도 협상을 해야지. 이미 형의 성격이 바뀌었으니 됐어. 형이 형인 걸로 충분하니까.”
“왜, 왜 말 안 했어?”
형의 물음에 이전 과거를 떠올렸다. 회귀에 대해 말했을 때의 반응과 상황들이 차츰 떠올랐다.
“말한다고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딱히 믿어 줄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런 불행한 미래를 누구한테 말해. 회귀했다는 걸 말해도 마음의 짐을 진 사람이 그만큼 늘어나는 거 말고는 달라질 게 없었어. 그래서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말 안 했지. 오히려 숨겼어. 다른 사람들은 미래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편해 보였으니까.”
형이 고개를 푹 숙였다. 숙인 고개 아래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그 모습에 나는 실소했다.
“본인 얘기 할 때는 안 울더니, 왜 내 얘기에 울어.”
“너무, 너무 미안해서.”
“형이 뭐가 미안해.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설명도 안 하고 미워했는데.”
“내가, 내가 뺏어서 그런 거니까.”
“형은 형인데 뭘 뺏어, 형이. 그리고 형.”
나는 이전 회차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치고 지쳐, 다 낡았을 때 형이 했던 그 말을. 내 태엽을 돌려 주었던 그 말을. 인생의 전환점을.
나는 형에게 다가가 형의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거 알아? 이전 회차에서 형이 다 죽어 가면서 여기가 소설 속이라고 말했다?”
“…어?”
“그리고 이번에도 형은 이곳이 소설이라고 했어. 그러니까 형은 형이야. 나한테서 형을 빼앗은 적 없어.”
“…….”
“나도 그 기억을 잊고 있어서 좀 꼬이긴 했지만… 뭐, 지금이라도 기억했으니까. 그러니까 다 큰 인간이 칠칠맞게 울지 말고 좀 그쳐.”
“…그래서, 그걸 기억해 내서 내가 빙의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음, 맞아.”
다른 형이랑 만났다는 건 굳이 말하지 말자. 괜히 더 꼬일라.
‘그나저나 진짜 그 형은 뭐였던 거지. 뭐 평행 세계 이런 건가?’
그게 가장 일리 있다. 근데 평행 세계가 뭣 하러 우리 쪽을 도와…….
아니다. 좀 도울 수도 있지. 그치. 깊게 생각해 봤자 머리 아프다. 어찌 됐건 눈앞의 형이 내 형이니까. 이곳이 소설이건 아니건, 성장 환경이 달라 성격이 달라졌건 어쨌건, 결국 전부 형이니까.
결국 난 처음이 중요했나 보다. 성격이 다름에도, 결국 처음부터 형 그 자체였다는 걸 깨닫고 이리도 쉽게 받아들이니까. 빙의라는 단어 단 하나로 그간 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게 참으로 웃기다.
“눈물 좀 그치라니까.”
“…그게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
“다 큰 인간이.”
나는 쯧쯧 혀를 차며 형을 자리에 앉혔다. 그러곤 나 역시 옆에 앉아 말했다.
“그럼 눈물 그치는 동안 내 얘기라도 해 줄게.”
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뭐부터 말해야 하나.”
형과 연관이 있는 것부터 말하는 게 낫겠지. 나는 잠시 기억을 이리저리 뒤져 보다가 말했다.
“형, 그거 알아? 내가 형을 미워했던 이유는, 형이 빙의해서 내 진짜 형을 빼앗았다고 생각했기 때문만이 아니었어.”
형이 고개를 움직여 의문을 표했다.
“나는 회귀 처음부터 초중반까지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도 몰랐어. 문양만 겨우 개방하는 수준이었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진다는 무기인 낫을 가지고도 엉성하게 휘두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형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놀라울 거다. 이전 회차를 통틀어서, 이건 형한테 처음 말하는 거니까. 계속 놀라워해 주라.
“그래서, 겨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S급이라는 칭호를 받았어. 하지만 턱걸이 S급이라 맨날 내 등급을 A급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어. 무기를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 불필요한 움직임이 뭔지. 다만 그 사람들도 능력 사용법에 대해서는 도와주지 못했어. 그건 문양을 개방하면 모두가 자연스레 알게 되는 거니까.”
“…….”
“난 재능이 지독하게 없었어. 문양 개방을 해도 능력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은 정말 찾는 게 어려울 정도인데 그게 나였으니까. 그래서 난 지독하게 살아남아, 실력을 가꿨지. 진짜 지독했어. 낫을 쥐고 있는 게 빈손으로 있는 것보다 더 익숙해질 정도로 온갖 노력을 했어.”
옛날 기억에 치가 떨렸다. 몬스터에게 당하는 게 반인 기억이었으니까.
“그래서, 형을 더 미워했어. 형은 재능이 넘치고, 나는 재능이 없고. 형은 아무런 대가 없이 정보를 가졌고, 나는 정보를 위해 수없이 많은 대가를 치렀고. 형은 손쉽게 자리를 지켜 내고, 나는 몇 차례나 시간을 반복하고 나서야 S급의 자리를 지켜 냈으니까.”
몇 번, A급 헌터로 지냈던 기억이 흐리멍덩히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형이 고개를 푹 숙여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동시에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더 우는 거야. 그치라고 말해 줬더니.”
“너무… 미안하니까.”
“다 옛날 일인데, 뭐. 지금은 봐. 능력을 누구보다 잘 사용하잖아. 형보다 광역기도 잘 쓰고.”
“…범위 조정이 조금 힘든 거뿐이야.”
“그게 못하는 거야.”
“…….”
“아무튼, 그렇게 협회 소속이 돼 보기도 하고, 온연 길드 소속이 돼 보기도 하고, 리플 길드나 화진 길드나, 외국 길드 소속이 돼 보기도 했어. 안 해 본 게 없었지. 헌터를 아예 안 한 적도 있고. 근데 그때마다 멸망이 더 빠르게 찾아왔어.”
“기간이 달랐던 거야?”
“어. 내 길은 프리 헌터라고 알려 주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프리 헌터로 나쁜 짓을 했을 때도 멸망이 빨리 찾아왔어.”
“…길이 프리 헌터로 세상을 구하는 것 하나뿐이었던 거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아니다. 그래. 큰 가지는 고정되어 있었어. 작은 가지는 좀 다양했고.”
“…지독했네.”
“지독했지. 근데 더 지독한 게 뭔 줄 알아?”
형이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형을 보며 말을 이었다.
“형이 죽으면 회귀했어. 내가 죽는 게 아니라.”
“뭐?”
“형이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으면, 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가서 상황을 다 지켜봤고. 그래서 죽어도 상관없다 한 거였어. 너무 지쳐서, 만약 내가 죽은 뒤에 평화가 오더라도, 난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
“…….”
형이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곧 다시 눈물을 흘렸다.
괜히 말했나. 처음으로 남에게 말하는 회귀라 너무 신났었네.
“뭐, 내 이야기는 끝이야. 더 궁금한 거 있어?”
형이 숙인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묻기 싫어.”
“어릴 때 그런 일을 겪었으면서 왜 그리 마음이 약해.”
“그거랑은… 너무 다르잖아.”
“이제는 괜찮은데.”
“안 괜찮아.”
돌연 고개를 퍼뜩 든 형이 말을 이었다.
“익숙해진 거지, 좋아진 게 아니잖아.”
“그건… 그래. 형 말이 다 맞는다.”
“내가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이걸 어떻게 눈치채.”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 내 고민은 그냥 얕은 고민이었어.”
“사람마다 고민의 크기가 다른 법이니까.”
“아니, 그래도 네 고민보단 못할 거야.”
“하하.”
형이 코를 훌쩍였다. 그러곤 옆에 앉은 내가 아닌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어?”
“내가 그렇게 되도록 할게. 그러니까 우리 꼭,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
나는 답할 수 없었다. 형이 이런 말을 한 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빙의, 아니, 소설이라는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형도 회귀에 대해 알았을 때 이리 말하였으니까.
…이럴까 봐 숨겼다. 희망을 가지게 되니까.
‘형은 형이네.’
하지만, 만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듯, 일말의 희망이라는 말이 존재하듯, 나는 그 작은 가능성을 믿고 답했다.
“그래.”
꼭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