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징조】
이후, 마법진이나 두개골 같은 것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건 두 번째 B급 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던전 공략을 끝마치고 나오니 하늘은 벌써 어두컴컴해졌고 도로는 한적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공략 중이려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 우리도 보스 몬스터 찾는 데 오래 걸렸으니까.”
형의 말대로 보스 몬스터는 까다로운 장소에 있었다. 첫 던전에서는 절벽 아래에 있었고, 두 번째 던전에서는 득실득실한 몬스터 무리 사이에 끼어 있었다.
하마터면 보스 몬스터를 못 찾을 뻔했다. 게다가 다른 몬스터들과 외형도 별다를 바 없었던지라, 오롯이 감으로 찾아야 했다. 아니면 그 일대의 몬스터들을 전부 죽여 버리든가. B급이 이 정도인데 A급은, S급은 더 힘들겠지.
보관해 두었던 휴대폰을 찾아서 확인해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서 끝났다는 문자는 와 있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형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음만 울리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안 끝난 거 같은데.”
“그럼 그냥 집에 가야겠네.”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형이 보관함에서 꺼내 쥐고 있는 두개골이 눈에 들어왔다.
“그거 가지고 가게?”
“그래야겠지.”
“그냥 보관함에 두고 가―”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어느 한 곳을 바라봤다. 내가 말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 형도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형의 시선 끝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지언아, 왜?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나 내겐 아니었다. 지금은 없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언가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보고 있었던 거 같아서.”
“그냥 우리 알아봐서 그런 거 아냐?”
“…그렇겠지?”
“던전 돈 후라 많이 예민한 거일 수도 있고.”
“그런가―”
훅.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손에 잡힌 물체가 뭔지 확인하지도 않고 아까 쳐다보고 있던 곳으로 냅다 던져 버렸다.
뻑! 던진 물체가 벽에 박혔다가 떨어져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바로 성큼 다가가 확인해 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언아, 갑자기 왜……. 일반인이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
“…….”
나는 바닥에 떨어져 만신창이가 된 휴대폰을 주워 대충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정말 내가 예민한 건가?
분명 헛것을 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언가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형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내가 느낀 건 단순한 잠깐의 시선이니.
‘…너무 예민해졌나.’
형과의 관계가 풀려 해이해진 게 문제인가 보다. 나는 안쪽이 안정되면 반대로 바깥의 주변을 지나칠 정도로 경계하니까.
‘이것도 고치긴 해야지.’
마음이 풀려 있을 때 갑자기 불행이 들이닥치면 힘든 게 두 배가 된다. 그게 싫어 이런 습관이 생겼는데, 막상 별일 아닌 것도 다 신경 쓰니 그다지 좋은 습관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냐. 내가 너무 예민했나 봐. 그만―”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피며 말을 하던 와중,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망토?’
요즘은 보기 힘든 후드가 달린 긴 갈색 망토. 원래부터 바닥에 있었던 것이라기엔 무척이나 깔끔했다. 누가 밟은 흔적 하나 없이.
내가 가만히 망토를 들고 서 있자, 형이 날 불렀다.
“지언아? 왜 그래? 그 옷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
“그야 당연하지……? 그냥 망토잖아.”
“…그치. 세상에 취향은 다양하지. 누군가는 이런 망토를 입고 다닐 수도 있긴 해. 근데 지금은 8월 중순인데?”
8월 중순. 아직은 한창 더운 시기였다. 그런데 누가 이런 길고 답답한 망토를 걸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도, 누가 이런 특이한 망토를 길거리에 흘리고 다닌단 말인가. 아니, 흘리고 갈 수야 있지. 그런데 하필 내가 시선을 느끼고 무언가 있었다고 생각한 자리에 이런 망토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수상했다.
“지언아?”
“…아냐.”
나는 망토를 다시 바닥에 두었다. 형이 저렇게까지 무관심한데, 뭐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 캔다고 뭐가 나오지도 않을 것 같고. 시간만 버리는 거겠지.
“너무 예민했나 봐. 가자.”
“어… 그래. 저건 안 챙겨도 돼?”
“깨끗한 걸 보면 주인이 있는 거 같은데, 잃어버린 거 아닐까.”
“…저 큰 걸?”
“뭐, 술이라도 취한 사람이 두고 갔나 보지. 길바닥에 떨어진 거 함부로 줍는 거 아니야.”
그 말에 형이 두개골을 들이밀었다.
“…그건 던전에서 얻은 거잖아.”
“영 찝찝하면 그냥 가져가는 게 어때?”
“됐어. 그냥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으니까. 형은 아무것도 안 느껴졌다며.”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그럼. 내가 괜히 예민한 게 맞을 거야.”
“정 그렇다면야, 내가 챙길게, 그럼.”
“어? 됐다니까.”
“혹시 모르잖아. 네가 그렇게 신경쓰는 걸 보면 뭐가 있을 수도 있고.”
“언제부터 내 감을 믿었다고.”
“난 늘 널 믿었어.”
“그것 참 영광이네.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던전 공략이 끝났다는 말을 전달받은 나는 서울 협회로 향했다. 협회 입구에 도착하기 무섭게 형과 마주쳤다.
“아, 지언아.”
“형도 지금 온 거야?”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가 좋아졌다고 해서 형이 집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야 형은 자취방에서 따로 사니까. 그렇다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기도 약간 애매한 것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 형의 방은 이미 부모님의 서재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망토랑 두개골… 결국 들고 왔네.”
“감정해야 하니까.”
“감정하고 회의 갈 거야?”
“그러니까 일찍 왔지.”
“일찍…….”
그래. 15분 전이면 일찍이지.
“같이 가, 그럼.”
형이 고개를 끄덕이고 협회 안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형은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곧장 10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성큼성큼 향했는데, 그 길이 왠지 익숙했다. 곧이어 도착지에 다다른 나는 길이 왜 익숙했는지 단숨에 이해했다.
‘그놈이 있는 곳이었네.’
내가 전에 구해 주었던 S급 대장장이가 있는 곳이었다.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 저번에 박우윤의 호통이 효과가 있었나.
카운터에 앉아 있던 대장장이가 가게로 들어간 우리를 보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 뭐냐?”
그 물음에 영문을 몰라 하다, 문득 하나의 기억을 떠올렸다. 미래 도시 던전에 들어가기 전 지하 상점가에서 목격한 형. 아마 이 녀석은… 우리 둘이 함께 나타난 것에 의아해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 얘, 우리가 형제인 걸 모르는 건가?
형은 질문의 의미를 생각하려는 기색도 없이 두개골과 망토를 대장장이의 앞에 내려놓았다.
“감정 부탁드립니다.”
대장장이가 귀찮다는 듯 손을 흐느적거리다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이템도 아닌 걸 왜 가져왔어.”
“그럼 이게 진짜라는 건가요.”
“두개골? 어어. 진짜인데. 뭐 무덤이라도 도굴했냐?”
“감사합니다.”
그러며 형은 물건들을 다시 집어 들고, A급 마석을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대장장이의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단순 감정을 했을 뿐인데 A급 마석을 받았으니 당연한 거였다. 형은 왜 이리 후한 거지.
두개골과 망토가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안 후, 우리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나는 형에게 조용히 물었다.
“형. 미래 도시 던전 가기 전에 지하 상점가는 왜 간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갔었으니까. 나한테 속박 아이템이 어떻게 있었겠어. 쟤한테 부탁했으니까 있었지. 형도 쟤가 지하 상점가에 있다는 걸 알고 간 거야?”
“…어.”
“뭐 제작 부탁했어?”
“그냥, 확인차 간 거라, 간단한 무기 제조 부탁했어. 이미 부서진 지 오래야.”
“확인차?”
“내 기억 속에서 저 사람은 중국에 끌려갔다가 구해졌거든. 그 전에 지하 상점가에 있었다는 게 생각나서 확인차 가 봤지. 되도록 끌려갈 때 구해 주고 싶었지만… 그때는 탑에 들어간 상태였고.”
“그래서 내가 구했지.”
“…역시 알고 간 거였구나.”
“당연하지. 그런데 말이야. 형의 기억 속에서는 내가 강했다고 했잖아? 그러면 속박 아이템도 필요 없었을 텐데, 나한테 속박 아이템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그땐 네가 엄청나게 강한 정도는 아녀서, 네가 속박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서 들고 있었거든.”
“…나 제작 능력도 있었어?”
만능이잖아. 왜 이렇게 다르지?
“그래서, 바뀌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봤어. 다행히도 있었고. 그런데… 저 대장장이가 만든 거였구나.”
“당연하지. 난 그렇게 다재다능하지 않아.”
“나도 알아.”
“…너무 쉽게 인정하는 거 아니야?”
“그만큼 네가 기억이랑은 다르다는 거지.”
어느덧 응접실까지 다다라 노크를 한 후에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도착한 상태였다. 나는 자연스레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주한이는요?”
“유주한 헌터는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아 부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렇구나 하며 짧게 답하고 대화를 끝냈다. 지화연 씨가 물었다.
“두 분, B급 던전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이 있으셨나요?”
“아뇨, 다른 던전과 다를 바 없었어요. 최종 보스를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보스가 숨어 있었다는 점이 조금 달랐지만요.”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럼 따로 특별한 점은 없으셨던 거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화연 씨가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혹시 측정되는 등급 전체를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했거든요. 그럼 던전에 대한 건은 뭐 이 정도면 될 거 같고……. 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한지운 헌터, 그 망토는 뭔가요? 뭘 감싸고 있는 거 같은데.”
“아. 던전에서 찾은 두개골입니다.”
소파 구석에 늘어져 있던 유아한 씨가 끼어들었다.
“이거 우연이네요. 저희 쪽도 던전에서 두개골을 봤었는데.”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아무렇지 않게 쌓여 있길래 그냥 장식인 줄 알고 넘어갔지만.”
“류천화 씨 쪽에도 있었어요?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세 번은 그냥 넘길 수 없겠는데요. 저도 신기해서 한번 자세히 봤었는데, 탑의 몬스터들이 저희와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챙길 생각은 못 했는데.”
나는 그 말에 답했다.
“저도 두개골만 있었으면 덜 의심했을 텐데, 수상쩍은 마법진도 있어 가지고요.”
내 말에 지화연 씨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마법진이요? 특별한 점 없으셨다면서.”
“그게, 전에 왕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요. 왕이 던전은 또 다른 세상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생겼다고 여겨지는 던전이 사실 이전에 저희가 클리어한 던전이 아닐까… 그래서 저희가 다녀갔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던전은 바뀐 게 아니라 본래 모습을 드러낸 거고요. 이전에 저희가 돈 던전은 저희가 헤매지 않도록 좁게 막혀 있었던 거죠.”
내 말이 끝나자 잠깐의 침묵이 일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류천화 씨였다.
“그래. 역시 단순하지는 않았군. 하기야 왕도 있고 군주라는 것들도 있었으니. 또 다른 세상일 거라는 생각이 있긴 했지. 다만 이전에 클리어했던 던전이라는 말은 꽤 새롭군. 그리고 헤매지 않도록 막혀 있던 거라는 말은… 누가 우리를 도왔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한지언 헌터.”
“아, 네. 맞아요. 저희 세상, 그러니까 지구가 강한 몬스터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대요. 저희는 약자라서 게이트를 오고 갈 수 있었던 거고요.”
“그것도 왕이 말해 준 건가.”
“네.”
승현 헌터가 한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물었다.
“그걸 왜 지금 얘기하시는 겁니까…….”
류천화 씨가 코웃음 쳤다.
“승현 헌터, 검은 탑 이후 세상은 평화로웠어. 이런 정보는 필요 없었으니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지.”
지화연 씨가 불쑥 끼어들었다.
“뭐, 일단 두개골이 저희가 간 던전 전부에 나타났으니 더 생각해 보긴 해야겠네요. 단순 우연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지운 헌터, 그럼 그 망토는 뭔가요?”
“아, 이 망토는―”
형의 말이 끝나기도 전.
쾅!
거대한 폭파음과 함께, 건물이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