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서울 협회에서의 일을 끝내고, 다른 헌터들이 던전을 돌 수 있도록 수색 결과 발표까지 난 이후에야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습격은 꽤나 요란했던 것에 비해 피해가 적어 그리 큰일은 아니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발밑에 무언가가 밟혔다. 확인을 위해 고개를 내리자 웬 붉은색의 편지 봉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보통 이런 건 우체통에 넣고 가지 않나.’
나는 편지 봉투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러나 발신인이나 수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다. 광고지인가 싶어 열지도 않고 구기려는데, 그 순간 손가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글씨가 보였다. To. 한지언.
‘…뭐야, 이건 또.’
절로 표정이 찌푸려졌다. 집 주소야 공개될 순 있다 쳐도 문 앞에 이런 걸 두고 가는 건 무례한데.
아니, 애초에 집 주변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항상 대기하는 사람이 있다. 문 앞에 이런 걸 두기도 힘들다. 문 앞에 보호 업체가 상시 확인하고 있는 CCTV도 설치되어 있고. 감시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무런 말도 없었다는 건…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나는 곧장 편지 봉투를 뜯었다. 고이 접힌 종이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종이를 펴 보니 제각기 다른 글자를 오려 붙인 파피에 콜레로 된 편지였다. 쓰여 있는 내용은 간단했다. 나도 잘 아는 근처 공원의 위치와, 간단한 협박문.
[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네가 가장 잘 알 것]“…허.”
편지를 읽고 난 후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고개를 들어 올린 자리, 집 현관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현관문 너머에는…….
‘내가 그렇게 얕보였나.’
아니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거나.
톡. 톡. 나는 편지지를 흔들다가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곤 현관문에서 떨어져, 곧장 아파트 건물 바깥으로 나와 편지에 적혀 있는 장소로 향했다.
거리는 가까웠다. 문제는 누가 이런 짓을 벌였냐인데, 사실 얼추 추리할 수 있었다.
‘사이비 짓이겠지.’
대체 왜 나를 노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대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직 사이비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니 정보도 얻을 겸 말이다.
‘지화연 씨 말대로라면 사이비를 상징하는 문양도 최근에 생겨났다고 했고.’
그렇다는 건, 이전의 사이비와 다를 가능성이 컸다.
이전, 그러니까 왕을 죽이기 전의 던전이 있을 적의 사이비는 단조로웠다. 무차별적으로 던전을 숭배하고 던전과 싸우는 헌터들을 혐오하였다.
그러나 거기까지. 비이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을 따르는 이는 적었고, 그 때문에 힘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나라야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화연 씨가 이를 갈며 근거지를 찾아내 토벌한 적도 있었다.
‘근데도 아득바득 살아남아 튀어나오더니… 새로이 힘을 키운 건가?’
그런다고 과연 힘을 얼마나 키웠을까 싶지만, 서울 협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튀어나와 습격도 했으니까.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공원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공원은 평화로웠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나, 자식과 함께 나온 부모, 홀로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하는 사람.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
‘일단 도착은 했는데… 뭘 어쩌라는 거지?’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마 나를 여기에 냅두고 다른 곳을 습격하려는 건―
쾅!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공원 전체에 진동이 일었다. 곧이어 사람들의 비명이 퍼지고, 거대한 그림자에 의해 푸르르던 공원의 풍경이 밤처럼 어두워졌다.
‘도대체 얘네는 몬스터를 어떻게 데려오는 거지?’
나는 후드 티에 달린 모자를 벗은 후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른 하늘은 보이지 않고 웬 팔다리 짧은 몬스터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번부터 몬스터 소환이 가능해 보였는데. 이게 이것들이 가진 힘인가?’
그렇다면 의기양양한 것도 나름 이해가 되는데……. 문제는 몬스터의 힘이 별로라는 점이었다.
딱. 손가락을 교차시켜 소리를 내자, 그 위로 하얀 별 하나가 튀어나왔다. 나는 별을 하늘로 올려 보냈다. 별이 몬스터와 닿자, 펑! 몬스터의 몸통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시비를 걸 거면 제대로 걸든지. 이래서야 내가 다 찜찜하다.
쿠르릉. 거대한 몬스터가 힘없이 땅으로 추락했다. 쓸데없이 커서 처리만 귀찮게 됐네.
“응?”
몬스터의 사체의 표피가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부글거렸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 몬스터의 피부를 뚫고 작은 몬스터 여러 마리가 튀어나와 하늘을 날았다.
‘그래. 너무 쉽게 끝났다 했다.’
뒤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곧장 달려 몬스터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처리하고, 계속해서 처리했다. 비행 타입이라고 해서 크게 까다롭진 않았다. 그렇다고 높이 나는 것도 아니라 능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기에.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였다. 몬스터는 분열되고, 또 분열되기를 반복했다. 작아질수록 공격력은 약해질 줄 알았으나 그건 또 아니었다.
‘그래도 뭐.’
계속 죽이다 보면 끝이 나겠지.
텅. 텅. 텅. 공원의 가장자리로 별 무리가 생겨났다. 곧이어 몬스터가 공원 바깥으로 나가려는 순간 별들이 터져 몬스터를 공격했다.
‘분열은 이게 끝인가 보네.’
몬스터 몇 마리가 바닥에 픽 떨어지더니 더 이상 분열을 하지 않았다.
‘끝났네.’
이런 걸 시키려고 불렀나?
‘그건 좀 이상한데.’
사람들을 해칠 목적이라면 날 오히려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 했다. 그러나 사이비는 오히려 난동을 막으라는 듯이 나를 불렀고.
혹시 사이비에 스파이라도 있나? 아니, 그렇다면 진즉 우리와 접촉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뭔갈 더 노리고 있다는 건데.
‘주변에 수상한 사람은 여전히…….’
나는 천천히 돌리던 고개를 우뚝 멈추었다. 피해를 받지 않은 나무 뒤, 갈색 후드 모자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급하게 모습을 숨겼다.
‘…갈색 망토.’
텅! 나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 나무 뒤로 숨은 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내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나무에 등을 대고 서 있었다.
‘갈색 망토……. 확실하네.’
콱. 나는 그자의 목을 붙잡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잡힌 이가 컥컥 기침을 내뱉었다.
“왜 나를 감시하고 있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잡힌 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는 컥컥거리며 고통에 찬 얼굴을 하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물었다.
“너희 같은 사이비가 왜 내게 관심을 두지? 여기에 몬스터는 어떻게 생겨났고.”
꽉. 손아귀에 힘을 더욱 세게 쥐었다.
“말해.”
그 순간, 키득, 작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내게 목을 잡힌 이가 내뱉은 소리였다.
그가 고개를 획 넘겨 어느 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의문스러운 마음에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피신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뭘 꾸미고 있―”
“도, 도와주세요!”
그의 외침에 나는 무심코 몸을 움찔거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저 멀리, 피신한 사람들도 내게 잡힌 이의 외침을 들었는지 흠칫 놀라더니 이내 하나둘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에 사이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외쳤다.
“한지언 헌터가 절 죽이려 해요! 제발 살려 줘요!”
아니, 죽일 정도로 세게 붙잡지는 않았다.
“몬스터의 세뇌라도 걸렸나 봐요. 제발 살려 줘요!”
아니, 그럴 일 없다. 몬스터는 잘 쳐줘도 D급이었다. 몬스터에게 세뇌 능력이 있다 해도 내가 걸릴 리 만무했다.
“저 좀 살려…….”
그러다 픽. 놈은 기절한 척 고개에서 힘을 빼 버렸다. 물론 놈의 심장은 아주 잘 작동 중이었다.
“…허.”
허허.
어이가 없었다. 무엇을 노리는지 너무 뻔히 보여서. 근데, 그게 너무 잘 먹혀들어서.
‘왜 저들이 난동을 일으킬 장소에 나를 불렀나 했더니.’
이런 상황을 원했나.
‘S급 헌터의 난동.’
뭐, S급 헌터의 지지도라도 떨어뜨리고 싶었나? 아니면 그냥 내 명예를 추락시키고 싶었나?
‘어느 쪽이든… 나랑 한판 뜨고 싶다 이건가.’
내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니까? 아니면, 구슬리기 쉬워 보이기라도 했나?
‘어느 쪽이건, 사람 잘못 건드렸는데.’
물론, 지금 상황은 내 패배였다. 내가 여기서 뭘 하건 변명으로 들릴 테니까. 그러니 예상 못 할 방향으로 흘러가 줘야지.
꽈득. 나는 잡고 있던 목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놈의 몸이 움찔 떨려 왔다. 나는 놈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죽는 것도 계획에 포함되어 있나?”
놈의 목이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놈은 쿨럭! 간헐적으로 기침을 내뱉었다.
“기절한 척은 인제 그만하려고?”
이들이 원한 게 내 명예의 추락이라면, 그건 정말 사람 잘못 잡았다. 그야 나로서는, 내 명예야 어찌 되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욕을 지껄이든 말든, 전혀 알 바 아니니까. 더 심한 욕도 많이 먹어 봤는데, 겨우 그 정도로 내가 움츠러들까 봐?
“야. 무슨 생각으로 나를 노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비를 걸어 주면 나야 고맙다. 움직일 만한 이유를 주니까.
“너희 사람 잘못 봤어.”
“한지언 헌터!”
그 순간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가지런히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박우윤도 껴 있었다.
내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쳐다보자 협회 헌터들이 한 발짝 물러났다. 박우윤만이 조심스레 내게 다가왔다.
“한지언 헌터… 일단 진정하고, 그분을 내려놓아 주세요.”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지금 놓치면 안 되는 사람이어서요.”
“혹시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관계……. 스토커요. 제가 당하는 쪽.”
“네?”
“사이비예요, 이 사람.”
“…사이비요?”
나는 놈의 목을 놓지 않은 채 박우윤 쪽으로 다가갔다. 박우윤은 살짝 겁에 질린 듯 보였으나 뒤로 물러나진 않았다.
“옷 보이죠?”
“옷…이요?”
“갈색 망토요. 사이비들의 특징이에요.”
“…….”
박우윤은 말없이 사이비를 바라봤다. 박우윤도 서울 협회에서 있었던 일을 알 거다. 그럼 사이비의 특징도 자연스레 알았을 테고.
박우윤이 사이비를 훑어보다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답했다.
“저… 그, 이분 옷은 망토가… 아닌데요.”
“망토 맞습니다.”
“아녜요. 그… 그냥 품이 넓은 후드 티 같은데요……. 망토처럼 보이는.”
박우윤의 말에 나는 사이비를 훑어봤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히 망토였는데, 어느새 후드 티로 변해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거였나? 나는 조용히 시선을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망토를 벗었다고 하기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망토였는데.’
내가 세뇌에 걸린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것에 걸릴 몸뚱이도 아니고. 그렇다면 놈이 무언갈 한 것 같은데.
‘…옷 변환.’
아마 그게 가장 가능성이 크겠지.
“저, 한지언 헌터… 일단 그분을 놓아주세요. 대신 제가 잡고 있을게요.”
“…….”
나는 박우윤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이비를 내려놓자 놈은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지듯 박우윤의 품에 들어갔다. 그러곤 나만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귀신처럼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