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시선】
나는 형의 당황한 모습을 한 번, 그리고 기자 무리를 한 번 보았다. 형의 당황스러워하는 표정과 말로 보아 아마 기자들이 못 오도록 막아 놓은 모양인데, 그게 안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모여 있었다면 어느 정도 미리 알 수 있었을 텐데.’
나나 형이나 아무것도 몰랐다는 건, 중간에 누가 막았다는 뜻일 테고.
기자들이 온갖 질문을 던졌다. 왜 폭행하였나, 세뇌당한 것인가 고의인가, 이런 적이 몇 번이나 있냐 등등. 그들은 기사를 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뒤에서 지나가던 박우윤이 곧장 나서려 했으나, 난 손을 미세하게 움직여 그에게 오지 말라 표현했다.
‘협회 직원이 나서면 협회가 S급의 범죄를 덮으려 한다는 말이 떠돌 수도 있다.’
그럴 바엔 처음부터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게 낫다.
형이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이미 한지언 헌터의 폭행 장면이 영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되어 있는데, 혹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더욱 자세한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미 헌터가 일반인을 폭행하면 안 된다는 법을 어겼는데, 그래도 죄가 아니란 말입니까?!”
“지금은 특수한 상황입니다.”
“무슨 특수한 상황입니까! S급이라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면제되는 거 아닙니까?!”
“일반인이―”
툭. 난 형의 등을 재빠르게 쳤다.
기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전부 일반인의 편이었다. 모든 질문은, 이미 나의 죄가 기정사실임을 상정하고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다시 말해 지금 상황은 내게 불리했다. 내가 그때의 대화를 녹음해 둔 것도 아니고, 지금 상황을 보니 그 사이비로 추정되는 일반인의 몸에 문양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어쩌면 내가 정말 세뇌에 걸렸던 걸 수도 있지.
‘기자들 사이에 수상한 인물은 없다.’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계속 있어 봐야 소득도 없고, 오히려 상황만 악화된다. 자리를 피한다 해도 뉴스 헤드라인에 한지언 헌터, 질문을 회피하고 도주 따위의 글이 적히겠지만 괜한 헛소리보단 차라리 그게 나았다.
‘아직 사이비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안 뿌려졌고.’
외국에서는 암암리에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만, 뉴스는 잠잠했다. 그렇다는 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건 아직일 터. 던전이 다시 생긴 직후 사이비에 대해서까지 밝히면 난리가 날 테니까.
괜히 여기서 그자가 사이비였다고 말해 봤자 사이비를 이용한 변명이 아닙니까, 사이비는 인권도 없습니까, 같은 소리를 할 수도 있었다. 아직 확실한 게 없어 온갖 문제를 들먹일 수 있는 현재 상황상 무슨 말을 하든 기자들에게는 맛 좋은 먹잇감일 것이었다.
그러니, 튀는 게 최고다.
콱. 나는 형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협회 안으로 줄행랑쳤다. 기자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오려 하다 우르르 자기들끼리 꼬여 넘어졌다.
“지언아? 이렇게 도망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솔직하게 말하거나 뭐든 해서 시선을 돌려야 해.”
“형. 밖으로 나가기 전에 기자들의 기척도 못 느꼈잖아. 저 사이에 뭐가 있을지 몰라. 괜히 변명해 봐야 말꼬투리나 잡고 늘어질 텐데, 그럴 바엔 질문 회피 도주 기사가 나는 게 더 나아. 일단 이 장소부터 떠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요.”
“지화연 씨?”
“예, 저예요. 따라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지화연 씨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지하 주차장이었다. 지화연 씨가 하얀 차량 앞에 멈춰 섰다.
“타요, 일단. 어디에 기자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저까지 구설에 오르는 건 사양이거든요.”
지화연 씨의 말에 따라 하얀 차에 탑승했다. 그러자 곧장 시동이 걸리며,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지화연 씨가 기자들이 못 오게 막아 두기라도 했는지 주차장 출구에 기자들은 없었다.
형이 창밖을 살피다 시선을 운전석으로 향했다.
“분명 막아 두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시간이 적니 어쩌니 하시더니 결국 못 막아 내신 겁니까?”
“막았어요. 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요. 매번 하던 일인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못 할 리가. 누가 중간에서 방해한 건지, 뒤에서 부추긴 건지. 기자들이 몰렸다는 소식을 저도 뒤늦게 접하고 달려온 거예요.”
“지화연 씨. 혹시 그 일반인에 대한 신원 조사는 끝났나요?”
“보통 이런 상황에선 본인의 평판에 대해서 먼저 묻지 않나요? 아, 참고로 한지언 씨 평판은 지금 무척 안 좋아요.”
“그건 안 봐도 뻔하잖아요.”
“그렇죠. 음. 일반인의 조사는 끝났어요.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건실하게 친구도 있고, 성적도 무난하고, 가정도 평화롭고요.”
“그 후드 티는요?”
“영상에서 일반인이 입고 있던 후드 티요?”
“네.”
“갈색 후드 티였죠.”
툭. 툭. 지화연 씨가 손가락으로 핸들을 작게 두드렸다.
“한지언 씨. 저희 입장을 솔직히 말하자면, 한지언 씨의 편을 들어 주기는 애매해요. 지금 한지언 씨의 입장은 나오지도 않은 상태이고, 일반인의 억울한 사정과 심경, 그리고 그때의 영상밖에 세간에 알려진 게 없으니까요. 이것만 보면 한지언 씨는 명백한 가해자죠.”
“그렇죠?”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설명해 주실래요?”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있었던 일들을 전부 설명했다. 내 말을 들은 지화연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지금 상황은, 그 사람이 정말 사이비거나 한지언 씨가 세뇌당했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그렇죠.”
“세뇌는 아닙니다.”
“한지운 헌터.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짚고 넘어가야 해요.”
“그래서 말하는 겁니다. 지언이는 환상 계통에 면역이 있잖아요. 그동안 지언이가 환상에 걸린 적이 있습니까? 최면에 걸린 적이 있어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세뇌는 아녜요.”
“…한지언 씨 변호인 납셨네요. 일리는 있어요. 하지만 세상은 완벽하지 않으니 우선 여지는 남겨 둬야죠. 물론, 저도 처음부터 사이비 쪽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지화연 씨의 말에 의아함이 느껴져 물었다.
“경위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박우윤 헌터와 면담한 내용도 모르셨던 것 같은데, 그런데 처음부터 사이비들의 짓이라는 걸 알았다뇨?”
“처음부터…라기보단, 정확히는 그 일의 영상이 퍼지지 않도록 수습하다가 떠오른 많고 많은 생각 중 하나였어요. 저는 미리 싹을 도려내는 타입이에요. 개개인의 SNS 글이건, 뉴스건, 전부 미리 도려내는데, 이번 거는 달랐어요.”
형이 답했다.
“그건 그냥 목격자가 많아서 처리가 미흡했던 것 아닙니까?”
“인터넷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계속해서 이야깃거리가 발굴되지 않으면 묻히고, 잊히죠. 그리고 제가 이런 일을 한두 번 한 줄 알아요? 어쨌든 이번 건은 지나칠 정도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빨라요. 무엇보다, 한지언 헌터의 입장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유명인들이 하나둘 말을 얹고 있고요.”
“그중에 정치인도 있었나요?”
“어떻게 아셨대. 물론 그 사람은 예전부터 저희를 싫어했으니 그렇다 치지만, 이번에는 연예인들이 섞여 있는 게 꽤 컸어요. 연예인들이 SNS 계정에 글을 올리면 1초에 몇백 명은 보니까요. 그러한 것들 때문에 단 몇 시간 만에 지금 상황이 만들어진 거예요. 꼭 누가 원하는 대로 판이 짜인 듯 말이죠.”
“그래서 지화연 씨나… 다른 분들은 어찌하시기로 하셨어요?”
“솔직히 말해서 한지언 씨 개인의 문제였다면 꼬리 자르기를 하려 했어요. 세뇌였든 뭐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형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렸다. 공과 사는 구분해라, 스물일곱.
“그런데… 뭔가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뭐가 걸리는지 생각해 봤는데, 바로 한지언 헌터가 사이비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거였고요.”
“그게 왜요?”
“이상하잖아요? 처음부터 한지언 씨를 노리고 있었다면 굳이 협회를 공격할 필요가 있었나.”
“제가 있었으니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 사건에서처럼 따로 불러낼 수도 있었는데도요? 애초에 사이비들이 왜 한지언 씨를 노리는지도 의문이잖아요. 딱히 특별한 것도 없는데. 굳이 꼽자면, 종합 능력치가 A급 정도라는 것뿐이죠. 약해서 노렸다? 그렇다기엔 언론을 만지는 능력이 출중해요. S급 아무나 건드렸어도 타격을 줬을 거예요.”
“…아무래도 지화연 씨는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네요.”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가신다는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비들은 제가 아니라, S급 전체를 차례대로 노린다는 거. 맞죠?”
“정확해요.”
“거봐, 형. 나만 이런 생각 한 게 아니잖아.”
“…난 경위를 자세히 몰랐어.”
“지화연 씨는 처음부터 예측하셨는데?”
“난 널 빼낼 생각부터 했으니까.”
지능은 변한 게 없군. 하긴 철드는 거랑 지능이랑은 크게 상관이 없겠구나.
“그래서 한지언 씨?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네? 뭔가요?”
“지금까지 저에게 했던 말들을 언론에 얘기하진 않으실 거죠?”
“당연하죠. 심증뿐인데.”
“좋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무엇보다 사이비에 대한 정보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뿌리기엔 너무 불확실하니까요. 위험성도 있고. 무엇보다 오늘 한지언 씨가 습격한 일반인이 정말 사이비라면, 사이비에게 문양이 꼭 있는 것도 아니게 되니까요.”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거는요?”
“던전을 좀, 많이 돌아 주세요.”
“상관없지만, 그게 이 일과 연관성이 있나요?”
“거기 뒤에, 노트북 가방 있죠? 거기 안에 서류가 들어 있어요. 한번 봐 주실래요?”
지화연 씨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그 말대로 가방이 떡하니 놓여 있었다. 나는 가방을 가져와 그 안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는 웬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혹시 익숙하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네.”
“그게 사이비들의 문양이에요.”
“이게요?”
문양은 검은색. 그물망 같은 모양에 보석과 깃털, 꽃, 체인 등 온갖 그림이 그려져 난해한 디자인이었다. 도대체 뭘 뜻하는 거래.
“그리고 저번에 한지언 씨가 던전을 탐색했을 때, 던전 바닥에서 마법진을 보셨다고 하셨죠.”
“네. 헤집어져 있어서 완전히 파악은 못 했지만……. 혹시 지금 보여 주시는 이 문양이랑 그 마법진이 일치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때도 겨우 마법진이라는 걸 알아본 거라.”
“상관없어요. 새로이 수색해서 알아보면 되니까.”
“그런데 그런 마법진이 또 있다면, 그동안 던전을 돈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견하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한지언 헌터? 사이비의 문양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주 적어요. 평범한 헌터들은 그냥 던전의 일부구나 생각하겠죠.”
“아, 그렇네요. 그럼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지화연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얌전히 얘기를 듣다가 물었다.
“저도 같이 던전을 수색하면 되는 겁니까?”
“아뇨? 댁은 따로 하실 거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