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일주일째야!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
마허윤이 던전 한가운데에서 소리를 질렀다.
마허윤의 말대로 던전을 수색한 지 일주일째,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앞장서 걸어가던 강희민이 뒤를 돌아보았다.
“형. 그래도 아무것도는 아니잖아요. 맨 처음에 카메라가 나왔는걸요.”
“딱 첫날만이었잖아. 우리가 일주일 내내 돈 던전의 수만 스무 개가 넘는 것 같은데, 그 카메라 말곤 아무것도 없었어. 그럼 상식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야?”
“스물다섯 개예요. 아직 스물다섯 개밖에 안 돌아본 걸 수도 있잖아요.”
“보통 이럴 땐 통계상 다른 던전에도 아무것도 없을 거란 결론이 나오지 않아? 아니, 근데 이거 전부 네 소유 던전 아니냐? 도대체 던전을 몇 개를 가지고 있는 거야! 너 이거 매매할 때 혼자서 다 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
“그건… 어떻게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니,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새요. 아무튼, 그 카메라에 지언이 형이 엄청나게 찍혀 있었고… 형이 지금 감시 같은 걸 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던전에서! 그러면 무언가 분명히 있는 걸 거예요.”
“그 말만 열 번을 넘게 했다.”
“생떼 부리지 마요. 던전 공략 많이 하는 걸로 치면 예전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이 더 낫지 않아요? 등급도 별로 안 높은데.”
“기억 조작당했냐? 그때는 S급 던전 많았을 때 제외하고는 맨날 모이지도 않았거든? 그렇다고 따로 하급 던전을 찾아가서 돈 것도 아니고! 그런데 지금을 봐! 일주일 내내 이 더럽게 넓은 던전을 뺑뺑 돌고 있잖아!”
“그래야 뭐라도 찾죠!”
나는 둘의 대화를 뒤로하고 주변을 살폈다. 강희민이 반박을 하긴 한다만 사실 마허윤의 말이 전부 맞는 말이었다. 카메라 이후로 나오는 건 없었으니까.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찾지 못했으니.
“응?”
솜으로 이루어진 장애물을 헤치자 저 멀리 탁 트인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보통 몬스터가 있어야 할 터인데 어째서인지…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말다툼하는 두 사람의 앞으로 팔을 뻗었다.
“둘 다 조용히 해 봐.”
“왜. 뭐 나왔냐?”
마허윤이 내 어깨를 붙잡고 슬며시 옆으로 와 솜덩어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눈을 게슴츠레 떴다.
“저게 뭐냐? 왜 헌터들이 있어.”
“헌터들이요? 헌터들이 왜……. 아! 저 그거 봤어요. 가끔 예전 던전 오류랑 비슷하게 같은 던전에 게이트가 여러 개가 열리는 경우가 있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예전 던전 오류도, 우리만 오류라 생각했지 오류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야 던전도 같은 세상이라면 세상의 땅들이 이어진 건 당연하니까.
“그런 현상인 건……. 어어? 쟤네 뭐 하냐?”
마허윤의 말에 나는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너무 멀찍이 있어 내 눈에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마허윤, 상황 좀 설명해 봐.”
“어어. 그러니까, 한 손에 들어오는 몬스터를 무슨 작은 병에다 집어넣는데? 그러곤 가방에 넣었어. 가방은 아마 인벤토리인 것 같고.”
“인벤토리에 몬스터가 들어가?”
생명체는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들어갔다고? 인벤토리를 새로이 제작하기라도 했나?
“몬스터가 자기 몸보다 작은 병에 들어가는 거 보면 병이 특수한 병인가 봐.”
“그 외의 특이점은?”
“딱히?”
몬스터를 포획하는 건가? 일반 헌터들이? 뭐, 병이 무슨 새로운 아이템 같은 거라도 되나.
강희민이 제 지팡이를 갉작였다.
“…저거 안 말려도 돼요?”
“무슨 뜻이야?”
“저 몬스터들을 저희 세상에 풀어 버릴 수도 있잖아요.”
“…아마 그건 아닐걸.”
“어째서요?”
“작은 몬스터를 잡았다고 했지? 여긴 낮은 등급이라 할 순 없지만 일단 C급이고. 그리고 저 헌터들이 몬스터를 잡았을 때 큰 반항을 안 했으니 저 몬스터는 높은 확률로 낮은 등급일 거야. 높은 등급일수록 반항이 심하니까.”
“그래도 몬스터잖아요. 위험하지 않아요?”
“테러 목적이었으면 높은 등급을 데려가겠지. 안 그러는 거 보면 판매용일 거야.”
“판매용이요? 그게 돼요?”
“될 리가.”
“그럼 말려야 하는 거 아녜요?”
나는 가만히 서서 밀렵 현장을 바라보았다. 굳이 말릴 필요가 있나. 말려도 어차피 들고 갈 텐데. 신원 파악도 어렵고. 몬스터 포획 아이템까지 있는 걸 보면 한두 번 한 게 아닌 거 같고 말이다.
‘그러면 실수로 유출할리도 없고. 바깥으로 나가면 잡기 어렵겠지.’
우리가 찾아야 할 건 사이비의 흔적이지, 저런 밀렵의 단속이 아니었다. 그건 협회에서 할 일이지.
“괜찮아.”
“법으로 걸리지 않아요?”
“우리가 걸리는 게 아니잖아?”
“맞아, 강희민. 그리고 저 녀석들 외국인이라고.”
“어어…….”
강희민이 어찌할지 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말리고 싶으면 말려. 상관없으니까.”
“어……. 네?”
“그런데 저들이 네 말을 들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러자 마허윤도 말을 보탰다.
“그만둘 리가 없지. 저 녀석들에겐 저게 전부 돈일 텐데.”
“…그렇긴 하죠.”
“쉽게 포기하네.”
“포기할 건 포기해야죠. 지금 저희가 찾아야 할 건 사이비의 흔적이잖아요.”
“잘 아네.”
“당연한 거죠.”
“저쪽은 다른 게이트 구역인 것 같으니까 우리는 다른 쪽으로 가자.”
저 밀렵꾼들이 들어온 게이트라면, 아마 우리는 저 게이트로 나가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우리가 들어온 게이트는 다른 것이니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도 특별히 증거가 될 만한 건 없어 보이니까 보스 몬스터 처리하고 나가자.”
“이 던전이 오늘 마지막 던전이지?”
“아니.”
“…몇 개 더 돌 건데.”
“두 개 더.”
내 대답을 듣자마자 마허윤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나 발전한 점이 있다면 더는 투정을 안 부린다는 거였다. 포기한 걸 수도 있고.
“오늘이 마지막이야.”
“뭐? 진짜?”
“형, 그래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못 얻었는데.”
“그래도 사이비가 던전과 접촉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정보 정도는 얻었으니까. 정보를 더 얻으면야 좋겠지만 나올 기미가 없어 보이고.”
“그럼 빨리 돌고 끝내자!”
그러며 마허윤이 생뚱맞은 곳으로 달려 나갔다. 강희민이 그 뒤를 재빠르게 따라갔다. 어차피 던전은 넓고 정해진 길도 없으니 상관없겠지.
나는 고개를 다시 돌려, 솜덩어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밀렵꾼들은 아직도 몬스터를 포획하고 있었다.
‘…밀렵꾼.’
아예 없던 존재들은 아니나, 이전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돈 많은 인간에게 특이한 몬스터를 파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몬스터는 원래 게이트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사체 역시 마찬가지다. 던전 브레이크가 아닌 이상, 몬스터는 우리 세상으로 오지 못한다.
그러나 밀렵꾼들은 온갖 가지 방법을 모색하여 던전에서 몬스터를 꺼내 오거나, 던전 브레이크 때 나온 몬스터를 기어코 수집해 돈벌이로 이용했다.
‘…밀렵꾼을 이용해서 몬스터를 샀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돈이면 모든 게 되는 세상이니, 사이비들도 어쩌면 그렇게 몬스터를 수집했을 수도 있었다.
‘아니. 굳이 증거가 남을 일은 안 했겠지. 밀렵꾼 자체가 사이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샀다는 증거가 남지도 않고, 굳이 밀렵꾼과 접촉할 필요도 없을 테니.
‘저 사람들이 사이비일 가능성은?’
너무 불확실했다. 섣부르게 움직여 봤자 좋을 건 없다. 무엇보다 저들에게서 사이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붙잡고 사이비냐고 물어도 말할 리가 없고.
그럼 역시 넘기는 게 낫겠지.
생각을 끝내자마자 고개를 돌린 나는 별을 만들어 내 어느 방향으로 쏘았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거대한 몬스터가 날아와 마허윤과 강희민과 대치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을 끝낼 때까지 둘이서 처리할 줄 알았거늘.
‘끽해야 C급인데 뭐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지.’
몬스터가 뒤집혀 몬스터의 노란 다리가 꿈틀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몬스터 같은데?
아직 죽지 않은 몬스터를 마무리하려 낫을 드는 순간, 몬스터의 배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털 사이로 보이는 거무죽죽한 무늬.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낫을 없앤 후 손으로 몬스터의 털을 뽑아냈다. 내 모습에 마허윤이 화들짝 놀랐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뭐, 몬스터에게 고통을 주고 싶기라도 한 거야?”
“아뇨, 허윤 형… 그게 아니라.”
“뭐―”
마허윤이 무어라 말하려다가 깃털이 전부 빠진 몬스터의 배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찾았네.”
붉은 몬스터의 배 위로, 검은색으로 그려진 문양. 완벽하게 기억하기 위해 몇 번을 계속 보았던 문양이었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보기엔 그냥 C급 몬스터인데, 왜 그렇게 처리가 오래 걸렸어?”
“뭔가에 막혔었어요.”
“막혀?”
“네. 그러니까… 보이진 않았는데 능력이 몬스터에게 닿으려 하면 어느 순간 뚝 끊겼어요.”
문양을 새긴 이의 능력인가? 딱히 무언가가 느껴지진 않는데.
‘이럴 땐 감정 능력이 없는 게 한이라니까.’
나는 꿈틀거리는 몬스터를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사진으로 가져가 봤자 문양에 실린 능력을 확인하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역시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지.
나는 없앴던 낫을 다시 만들어 내, 그대로 몬스터의 피부를 꿰뚫었다. 그러곤 배의 가장자리를 그어 피부를 도려냈다. 마허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진짜 잔인한 짓을 너무 서슴없이 하는 거 아냐? 몬스터 사체는 부분만 가져갈 수 있다곤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갸웃거렸다. 같은 사람을 도려내는 것도 아닌데 이거 가지고 뭐.
“됐다.”
추욱. 아까까지만 해도 꿈틀거리던 몬스터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었다. 직후 옆에 아이템이 생겨나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이게 최종 보스였나.
“아이템 챙겨. 나가자.”
“형은 이번에도 안 챙기실 거예요?”
“매번 묻지 말라니까. 애초에 네 던전이야.”
그러자 아이템을 같이 줍던 마허윤이 몸을 들썩였다. 강희민이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래도 형 시간을 투자하는 건데 얻으시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난 애초에 사이비들 증거 얻으려고 온 거야. 그리고 지금 이렇게 얻었고.”
“그래도 포션 사러 가기도 힘드시잖아요, 지금. 사람들이 바로 알아봐서 마음 놓고 바깥을 다니기도 힘드시지 않아요?”
“포션이야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사면 되는 거고. 너희야말로 힘들지 않아? 나랑 같은 팀이었다는 이유로 꿩 대신 닭처럼 욕하지 않아?”
“뭐… 얼굴 보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직. 인터넷에서야, 뭐……. 거긴 원래 그러잖아요. 신경 안 써요. 어차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그래? 그럼 너는?”
강희민의 답을 받아 내고 나는 마허윤을 바라보았다.
“나? 나야 뭐……. 예전에 한 번 그런 적이 있어서 그런가, 큰 충격은 아니던데?”
“예전에? 네가 뭘……. 아.”
대학 시절 얘기하는 건가.
“그래도 너무 바깥에 돌아다니지는 마.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저희도 저희 몸 하나 건사할 능력은 되니까 형이나 조심해요. 형은 사이비한테 집중 타격 받고 있잖아요.”
“지금은 조용해. 최대한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강희민은 더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으나 하지 않았다.
“나가자,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