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
19화
【미래 도시】
이 주일이 지났을 무렵. 송도의 어느 공원.
“어?”
“게이트네.”
“야, 여기 게이트 떴다. 신고―”
쿠르릉. 게이트가 생긴 바닥 주변이 지진이 난 듯 갈라졌다. 그 사이로 검은 안개가 몽글 피어오르다 이내, 푸슉.
“미친! 누가 빨리 신고 좀……!”
“저게 뭐야! 끄악!”
검은 안개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내 사람의 형체로 바뀌며 사람들을 덮쳤다.
하나둘 생겨난 검은 형체들이 사람들을 덮치는 와중, 장소에 있던 헌터들이 빠르게 와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모두 대피하세요!”
“이게 무슨 일…….”
헌터들의 공격에도 사라지지 않고 다시 형체를 이루는 검은 형체. 다시 말해 없어지지 않는 몬스터. 하물며 갈라지는 틈이 점점 커지며 점점 수가 많아지는 검은 형체들을 보는 헌터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빨리 신고해!”
늦은 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었다.
♧♣♧
이른 아침 다섯 시. 전화벨이 미친 듯이 울렸다.
“여보세요?”
―다행히 금방 받으셨네요. 지금 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런데 나오실 수 있나요?
“급한 일이라뇨……?”
―뉴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우선 나오시면 설명해 드릴게요.
뚝. 전화가 끊겼다. 창문으로 아래를 바라보자 익숙한 차가 시동을 건 상태로 정차해 있었다. 참고로, 나는 이미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대충 5분 세고 나가자.’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아니. 고대해 온 날이었다.
‘…300.’
내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어디 가냐.”
“…급한 일이 생겼다네.”
“저거?”
아빠가 가리킨 TV 화면에서는 송도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S급 이상이네.”
“어……. 그런가 봐.”
“그래. 몸조심하고, 지운이도 잘 챙기고.”
“…형이 나보다 강한데.”
“그래도. 서로 챙겨.”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빠를 뒤로하고 현관으로 나섰다. 도어 록 소리가 나며 현관이 열리고 밖으로 나가기 직전, 나는 입을 열었다.
“다녀올게.”
확실하게 죽지 않는다는, 나로서는 가장 확실한 표현이었다.
♧♣♧
“한지언 씨.”
“아, 지화연 씨. 무슨 일―”
“일단 이동할까요? 아마 저희가 마지막일 거예요. 얘기는 이동하면서 해 드릴게요.”
그 말에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차에 탑승했다.
내가 차에 탑승하자마자 차는 곧장 출발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입을 벌리기도 전에 지화연 씨가 내게 패드를 건네주었다.
“어……. 이거 봤어요.”
집에서 나오기 전, 아빠가 보고 있던 TV 화면과 같은 장소, 같은 사건의 영상이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요.”
“저, 이게 근데 무슨…….”
“스프레드 게이트예요. 뭔지 아시나요?”
“어……. 아.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음에도 던전 안 상황이 게이트 주변에 퍼지는 게이트죠?”
“네. 그리고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프레드 게이트는 항상 S급 이상이었어요.”
“…….”
“다른 S급들도 거기 있는 거 보이시나요?”
“어……. 네. 그러네요.”
실시간이어서 그런지 화면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보였다. 유아한 씨와 승현 헌터, 형, 그리고 마지막 S급 길드 온연 길드의 길드장까지.
“확인해 본 결과, 예상대로 등급이 측정 불가여서 모두 모였어요.”
“…측정 불가요?”
“한국에서 이런 적은 이번이 두 번째예요. 첫 번째 때는 처음이었던지라 아수라장이었죠. 그때는 저와 아한 씨 둘 다 문양 발현 전이어서 나머지 세 명을 선두로 클리어는 했지만 모두 만신창이였어요. 지금은 조건이 많이 나아진 편이죠.”
한국 최초 S급 이상의 게이트.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날이 바로 부모님이 헌터에 대한 불안감을 완벽하게 꽃피운 날이었으니까.
협회가 불안정했던 시기였다. 형, 온연 길드장, 그리고 이제 막 문양을 발현한 지 몇 주 안 지나 훈련기였던 승현 헌터. S급 이상의 스프레드 게이트가 터지자 이 셋과 자원한 A급 헌터들이 게이트에 들어가 해결을 하기는 했다만, 해결했다고 말하기에는 처참한 결과를 동반했다.
A급 헌터 절반 이상이 사망. S급 헌터 셋은 외국 힐러를 데려와 겨우 회복. 뉴스로 형의 만신창이모습이 송출됐을 때는…….
“끔찍했죠.”
“음……. 한지운 헌터도 있었으니 잘 아시겠네요. 그때 일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잠깐의 적막. 지화연 씨가 금세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A급 헌터는 함께 들어가지 않아요.”
“그런…가요?”
“A급 헌터들도 귀중한 자원이니까요. S급들이 싸울 수 없는 상태일 때 다음으로 나서게 될 사람들이니, 말하자면 A급 헌터들은 플랜 B죠.”
“그…렇죠.”
끽. 차가 멈춰 서며 도착했다는 말에 차에서 내리자 보인 것은, 지화연 씨의 길드, 화진 길드였다. 나는 송도가 아닌 곳에 도착하여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저, 여기는 왜?”
“차로 가면 오래 걸리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 제 길드로 들어가는 지화연 씨를 뒤따라 나 역시 길드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올라간 곳은 옥상, 헬기 착륙장이었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헬기에 탑승하는 지화연 씨의 모습에 나는 어영부영 따라 헬기에 탑승했다.
“대화는 나중에 하고, 일단 도착부터 하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헬기에서 내려 문제의 장소로 향하자 간단하게 쳐져 있는 천막 안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현재 상황은 어때요?”
지화연 씨가 천막에 들어서자마자 물었다. 온연 길드장이 익숙하게 답했다.
“그대로야. 유감스럽게도 변화가 없어. 무력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려 하더군. 게다가 늘어나는 속도도 빠르고.”
“지능이 있는 개체인가요?”
“아마 높은 확률로.”
대화하는 지화연 씨의 옆에 서 있자, 온연 길드장이 말을 하던 도중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곤 나에게 간단하게 말을 걸어왔다.
“한지언 헌터?”
“아, 넵.”
“한시가 급한 상황에 만나서 유감입니다. 온연 길드 길드장, 류천화라고 합니다.”
“네. 한지언입니다.”
“보아하니 S급 중에서는 제가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모양이군요. 따로 찾아가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슬며시 웃는 류천화 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적응이 안 됐다.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잠시 나와 대화를 하던 류천화 씨가 이내 다시 표정을 굳히고는 게이트에 관한 얘기를 했다.
“우선은 전부 모였으니 빠르게 회의하죠. 상황이 이런 이상 빨리 처리하는 게 우선입니다. 먼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밖에 S급 헌터가 한 명은 있어야―”
류천화 씨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지화연 씨가 손을 살며시 들었다.
“그러면 화진 길드장이 남는 것으로, 다 상관없습니까?”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침묵. 긍정의 의미였다.
“그럼 화진 길드장은 이곳에 남고, 다음으로―”
“그 전에.”
유아한 씨가 입을 열고는 허리춤에 찬 히프 색에서 무언가를 우르르 꺼냈다. 가방의 크기와는 달리 우르르 나오는 아이템을 보니 누가 봐도 인벤토리였다.
“급하게 만들었지만 일단 회복 포션이에요. 들어가기 전에 챙기시고, 지화연 씨도 가지고 계세요.”
작은 병에 푸른 물이 찰랑거렸다.
인원수에 맞게 각각 세 개씩 제작된 포션을 인벤토리에 넣고 있자니, 류천화 씨가 받은 포션을 찰랑거리다가 멈추곤 유아한 씨에게 물었다.
“이렇게 많이 만들면 기력은 괜찮나?”
“제가 기력 소모가 가장 느리고 가장 빠르게 회복되는 거 아시면서, 한지언 씨 앞이라고 내숭이라도 부리시는 건가요?”
그 말에 류천화 씨가 오묘한 웃음을 지었다가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럼 사담은 이쯤 하고. 팀은 미리 나누고 들어가도록 합시다. 다섯 명이 들어가니까 각각 두 명, 세 명으로 나누어야 할 듯한데.”
“저는.”
내가 천막에 들어왔을 때 잠깐 눈길만 주고는 홀로 조용히 서 있던 형이 인제야 입을 열었다.
“혼자 다니겠습니다.”
“형?”
“어?”
“조로 다녀. 위험하잖아.”
“난 혼자 다녀도 돼. 지언이 너는 조심하고.”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그 내로남불인가?”
성큼. 형에게 한 걸음 다가간 내가 물었다.
“저번에 스프레드 게이트 돌았을 때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해?”
“그건… 실수였어.”
조용해진 분위기. 빠르게 입을 연 것은 승현 헌터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듯한데, 우선 던전 상황부터 보고 조를 나누기로 하죠.”
“그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죠.”
승현 헌터의 말에 유아한 씨가 동의를 표했다.
“그럼 우선 들어가도록 합시다.”
류천화 씨도 한쪽에 걸린 시계를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게이트에 들어가자는 말을 끝으로 모두가 천막을 나가려던 순간. 쿠구궁! 땅이 울리며 밖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땅이 또다시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검은 사람의 형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긴 제가 맡을 테니 나머지 분들은 서둘러 던전 공략에 힘써 주세요.”
팟. 지화연 씨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문양을 개방해 모습이 변했다. 앞면이 짧고 허리에 묶여 있어 옷처럼 보이나, 소매와 뒷면이 길게 내려온 겉은 하얗고 속은 붉은 후드 망토가 지화연 씨의 몸에 입혀졌다.
지화연 씨가 가라는 듯 손짓을 하자 류천화 씨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가도록 하죠.”
천막에서 나서자 이 와중에도 들려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빠르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의 빛에 앞이 보이지 않다 이내 눈이 뜨였다.
후우웅― 거센 바람에 무심코 뜨인 눈이 감겼다. 머리카락과 개방된 옷이 펄럭거리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바람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억지로 눈을 떠 보니.
“…헉.”
나는 어느 옥상에 서 있었다.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보자, 사방에는 온통 드높은 건물들이 각자 빛을 내며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돌았던 던전들은 벽과 천장이 있거나 주위에 나무가 둘려 그다지 커 보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번 던전의 규모는 그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건 규모뿐만이 아니었다.
옥상을 한 바퀴 돌며 주변을 살펴본 유아한 씨가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미래 도시 콘셉트일까요?”
나 역시 그 말에 동감하는 바였다.
하늘은 어둡고, 건물들은 더없이 반짝였다. 몇 걸음 나아가 건물 아래를 바라보니 도로와 자동차, 주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금껏 현실 세상과 동떨어진 던전만 보았던 현재의 나였기에 당황하는 건 당연한 순리.
그야 이 던전은 우리의 세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으니.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