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잘그락. 집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에 유리 조각이나 도자기 조각이 뒹굴었다. 멍하니 서 있는 형을 뒤로하고 거실로 향해 불을 켜니 집 안 꼴은 더욱 가관이었다. 나는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거실 바닥을 바라봤다.
‘…문양.’
이제는 지겹기까지 한 사이비의 것이었다.
‘건드릴 게 따로 있지.’
도덕이 없는 인간들인가 보다.
나는 문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문양의 왼쪽 부근에 붉은색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게 보였다. 더 특별한 게 없는지 확인한 후에 나는 형에게 다가갔다.
“형. 사이비들 짓이야.”
“…….”
“놀란 건 알겠는데, 진정해.”
“부모님이…….”
“핏자국은 없어.”
“…….”
형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직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집 안쪽으로 들어가 집 안을 살폈다. 성한 가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왔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문양만 있어도 충분히 과시될 텐데 말이야. 화를 돋우려 한 거면 실패한 거고.
나는 천천히 내 방으로 향했다. 닫힌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실소가 튀어나왔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원망이 있는 건지.”
멀끔한 방. 집의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이 내게는 나를 향한 결투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저들은, 또다시 나를 유인하려 한다. 역시는 역시나였다. 저들의 목표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목표는 오롯이 나.
‘…아니.’
이번에는 형도 포함된 건가.
나는 여전히 현관에 서 있는 형을 한 번 흘긋 쳐다보고, 휴대폰을 꺼내 들어 아까 엄마에게서 왔던 문자를 확인했다.
‘…내가 실수했네.’
문자가 온 시각은 새벽 1시 22분. 부모님은 보통 11시 이전에 잠을 청한다. 물론, 늦게 잘 순 있다. 있지만 몇 년 동안 그런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사이비들이 형까지 유인하기 위해 보낸 문자일 가능성이 컸다.
나는 휴대폰을 조작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잠깐 울리다 이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승현 헌터. 큰일이 나서요.”
―예?
“부모님이 납치되셨어요.”
―…예?
“집 안은 개판이고요.”
―…….
승현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다니.
승현 헌터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길드로 돌아가는 중일 테다. 그러면 가장 가까운 길드에 전화하는 게 빠르게 일 처리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형도… 빠르게 처리하는 편이 좋을 테니까.’
아직도 돌처럼 굳은 모습이 퍽 불쌍해 보였다.
휴대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단서가 없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예.
전화가 끊기고, 난 형에게 다가갔다. 형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 잠금도 안 되어 있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졌다. 그러곤 아까 저택에서 구했던 지도를 내 휴대폰으로 전송한 후 다시 형의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나는 다시 거실로 향해, 문양에 표시된 붉은 원의 방향을 확인했다.
‘집에서 동남쪽……. 찾았다.’
어쩜 상황이 생각대로 이리 잘 흐르는 걸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 그리고 동남쪽. 그곳에 지도에 표시된 곳이 딱 하나 존재했다.
‘우리가 지도를 찾을 거라 예상한 건가.’
아니면 찾았다는 것을 알아챈 걸까. 어느 쪽이든 음습하게 뒤에서 언론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의도라는 건 잘 알겠다.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였으니 남은 건 승현 헌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형. 승현 헌터가 오는 중이니까 기다려.”
“…….”
“위치도 대강 파악했으니 너무 걱정 말고.”
“…….”
“…형 잘못은 없으니 죄책감 느끼지 말고. 내 책임이 크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얘네가 노리는 건 나야. 그리고 난 그걸 자각하고 있었고. 이전에도 부모님을 가지고 협박을 했었지. 그런데도 무신경했던 내 탓이야.”
“헛소리하지 마.”
화가 뒤섞인 형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는 피해를 입은 입장인데 책임이라는 말이 왜 나와.”
“그야… 내가 신경을 못 썼으니까.”
“이럴 줄 몰랐으니까 당연한 거야.”
“내가 신경을 썼더라면 예방할 수도 있었지.”
“죄를 지은 게 아닌 이상 과거를 후회하지 마. 돌아갈 생각도 말고.”
“어… 어차피 형이 반격하면 죽이기 힘들어서 못 돌아가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
형은 비척이며 집 안으로 겨우 들어왔다. 그러곤 내부를 찬찬히 살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어디 다치신 건 아닌 것 같네.”
“내가 말했잖아.”
“…왜.”
형이 거실 한가운데에서 멈춰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무언갈 간절히 원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 간절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원래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뭐든 해. 본인들의 가족까지 팔아먹을 수도 있지.”
“사이비는 그냥… 던전을 숭배하는 사람들일 뿐이잖아. 그런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다고.”
“무언갈 숭배하는 사람들은 간단해. 달리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없거나, 간절히 바라는 게 있거나, 혹은 그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거나. 그리고 사이비들은 그런 마음속 구멍을 노려 사람들을 꾀어내지.”
던전을 믿으면 돈이 생긴다. 던전을 믿으면 소원을 이루어 준다. 뭐, 이렇게.
사람은 약해질 땐 한없이 약해진다. 사이비도 그걸 잘 알고 있으니 그 점을 이용해 마치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우물 아래로 늘어뜨려진 동아줄처럼 나타나 사람을 꾀어낸다. 간단히 말해서 간악하다.
덜컹. 집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열린 문을 노크하고는 슬쩍 안으로 들어왔다.
“승현 헌터.”
“…….”
승현 헌터는 현관에서 보이는 우리 집 풍경을 보고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거실 바닥에 사이비 문양이 있어요. 그리고 붉은색 표시가 있는데 우리 집이 있는 방향으로 지도를 확인하니 그쪽 방면에 사이비들이 표시한 곳이 있었어요.”
“어딥니까.”
승현 헌터의 물음에 나는 그에게 지도를 보여 주었다.
“…표시된 구역이 넓어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합니다.”
“그냥 제가 가서 찾을게요. 승현 헌터는 저희 집 간단한 수습이랑… 협회 쪽에 연락 좀 남겨 주세요.”
“한지언 헌터. 괜찮습니까?”
“예? 예. 뭐 그렇죠?”
“…….”
왜 저러나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 모습이 지나치게 멀쩡해 보여 그런 거겠지. 형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인데, 더 어린 나는 오히려 침착하니까.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협박 편지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했어요. 언젠간 건드리겠거니. 그리고 형이나 저나 둘 다 침착하지 못하면 뭐 하나 크게 터질 거 아니에요. 얼른 부모님을 구하러 가야 하는데.”
“…예. 최대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바로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이동해 볼게요.”
“나도… 같이 가.”
형이 뒤따라오는 걸 보며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 혼자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엄마한테서 문자 왔던 거, 저쪽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커. 즉 형을 이 상황에 끼어들게 하기 위해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그놈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그럼 너는?”
“나는 이미 안 좋게 이야기가 퍼져 있으니까 여기서 뭐 더 해 봤자야.”
그때 승현 헌터가 고개를 저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아닙니다, 한지언 헌터. 아직은 회복할 수 있지만, 무언가 혐의가 더 추가된다면 수습이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딱히 상관없어요.”
“안 됩니다.”
“형까지 욕먹기 시작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형 인지도가 가장 높다고 봐도 무방한 거.”
“인지도를 따지면 전부 비슷합니다.”
“갈 거야, 나는.”
“…욕먹을 텐데?”
“상관없어.”
“엄청 먹어.”
“상관없어.”
“…그래, 알아서 해라.”
내가 누굴 말리겠냐.
“따로 차량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수습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현 상황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조심하십시오. 저쪽에서 뭘 원하는지 모릅니다.”
“일단 궁지로 몰아붙이고 보겠다는 거겠죠. 저희는 그거에 당하는 거고. 뭐 별수 있나요. 소중한 사람이 걸려 있는데.”
“그렇습니까…….”
잠깐 침묵이 일었다가, 승현 헌터가 무언갈 확인하고는 나와 형에게 말했다.
“바깥에 차량이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가 볼게요.”
나는 곧장 문밖으로 나가 아래로 내려갔다. 승현 헌터가 말한 차량에 형과 함께 탑승한 이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 밖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중간중간 가로등이 휙휙 지나갔다. 옆에서 다리를 덜덜 떠는 형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정해. 괜찮을 테니까.”
“…그래.”
끼익. 차량이 멈춰 서자 드높은 건물들이 잔뜩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 숨어 있다고?
건물은 높고, 밝았다. 어째서 이 시각까지 건물들이 이렇게 불을 밝히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 찾지.”
“기다려.”
후욱. 형이 팔을 휘둘렀다. 안개가 바닥에 깔려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안개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렸으나 형은 어째서인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듯 성큼성큼 한 곳으로 향했다.
“형? 다른 곳도 있는데 내가 다른 곳 가 볼까?”
“아니. 여기가 가장 짙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형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평범한 회사였다.
“여기가 확실한 거야?”
“확인해 보면 알겠지.”
그러며 형이 회사로 들어가려 발을 디디는 순간.
텅! 형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결계.’
형이 제 옷을 툭툭 털며 말했다.
“여기 맞네.”
“그러게. 다른 입구 찾을 생각은 없는 거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몰래 잠입하는 쪽이 더 안전하니까.”
“정면 돌파가 더 빨라.”
“그건 그렇지.”
그리고 결계를 건드린 순간 이미 들켰을지도 모르고.
나와 형은 말을 더하지 않고 곧장 문양 개방을 했다. 그러곤 무기를 들어, 결계를 향해 휘둘렀다.
콰장창! 결계는 쉽게 무너지고, 우리에게 길을 터 주었다.
‘우리가 왔다는 걸 진즉 알고 있었을 수도 있지.’
어찌 됐건, 저쪽도 우리에게 정면 돌파 했으니, 우리도 정면 돌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