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쿵. 쿵.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그 층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갈색 망토를 뒤집어쓴 자들이 우리에게 칼을 겨누고, 온갖 능력을 퍼부었다. 그러나 나와 형은 그들이 그러건 말건 앞으로 돌진하길 반복했다.
결론적으로 그곳은 사이비가 장악한 건물이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입구부터 결계가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빈 카운터 벽에 스프레이로 그렸는지 흘러내리는 사이비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오니 타이밍 좋게 덤벼드는 갈색 망토들까지.
‘애초에 우리가 올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덤벼들었으니까.’
그럼 역시, 우리가 지도를 찾는 것까지 설계해 놨던 걸까.
‘보기 좋게 당한 먹잇감이네.’
사실 지금 상황 자체가, 이들이 공격당하는 상황이, 사이비가 원했던 상황일 가능성이 컸다.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들였으나 준비한 것은 없어 보였으니까.
나와 형을 막아 낼 정도로 강력한 헌터나 몬스터를 준비해 놨을 줄 알았건만, 그들은 너무나 약했다. 설령 나 혼자 왔더라도 똑같았을 것이다. 그것이, 도리어 지독하게 수상했지만.
툭. 더 이상 공격하는 이가 없어 휘두르던 낫을 바닥에 고정했다. 사방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은 이는 없었다.
“형. 꼭대기 층인 거 같은데. 옥상은 없고.”
“…….”
“또 다른 공간이 숨겨져 있는 모양이야.”
형이 주변을 수색하려 능력을 사용했으나 사방이 던전의 기운들로 가득해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는 그나마 멀쩡한 사이비 한 명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위치.”
“…….”
“우리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묻잖아.”
“…….”
“말.”
“…….”
“내가 묻잖아.”
“하! 이 멍청하고 오만한 놈들! 너희들의 능력이 어디서 온지는 알고 이리 난리를 치는 것이냐! 만약 그걸 알게 된다면 너희도 우리들의 신을 숭배할―”
“말이 많다.”
뻐억! 주먹을 휘둘러 녀석의 얼굴을 강타하니 그대로 기절했다. 적당히 아무 데나 던지자 형이 물었다.
“…죽인 거야?”
“아니.”
죽음은 이들에게 너무 편안한 처분이었다. 살아 있어야 그 고통을 영원히 느끼지. 죽으면 고통을 받고 있을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
나는 이번엔 다른 놈을 붙잡아 들었다.
“끼아아악!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
“아, 진짜! 돈 준다고 뭐든 덥석덥석하는 게 아니라니까, 이 망할 영감! 진짜. 아, 아무튼 저는 그저 돈 벌러 온 선량한 시민이에요! 업체에서 소개한 곳인데 이런 곳일 줄은 몰랐다고요!”
“부모님.”
“예에?”
“우리 부모님 어디 계시는데, 그럼.”
“몰……. 아! 4층. 4층이라고 얼핏 들었어요!”
그 순간, 잡고 있던 놈의 몸이 뒤로 당겨지는 게 느껴졌다. 확인해 보니 다른 사이비들이 표정을 구긴 채 녀석을 당기고 있는 거였다.
“갸아아악! 저 죽어요! 저 죽는다고요!”
“…….”
시끄러운 모습에 당겨지는 다리를 빼내 주고는 형에게 녀석을 던졌다.
“형이 데리고 있어. 시끄러워.”
“으어엉.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저 미친놈들 다 죽여요, 그냥! 어떻게 일반인을 납치할 수가 있……. 으엉? 그건 한지언도 마찬가지인데?”
“…….”
정말 사이비가 아니기는 한지 녀석은 나에 대해 명확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연기일 수 있으니 쉽게 믿어선 안 됐다.
“형. 4층으로 가자.”
“이 사람은?”
“기절시켜서 두고 오든지 해.”
“절 여기에 내버려 두시려고요?! 안 돼요, 안 돼! 저 죽는다고요! 가뜩이나 급여도 못 받을 것 같아서 서러운데! 사이비들이 근로 계약서를 지킬 것 같냐고요! 애초에 얘네는 지금 감방에 들어가게 생겼는데! 제발 저 좀 데려가 줘요! 전 나약한 D급 헌터라구요!”
입에 모터라도 달렸나. 어떻게 저렇게 말을 쉴 틈 없이 하는 거지. 노래해도 되겠는데.
형이 제 손에 들린 녀석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언아, 이 사람…….”
“형 마음대로 해. 데려가도 상관없어.”
“어? 아니… 두고 갈까 말하려 했는데.”
“어?”
“…시끄러워서.”
이건 좀 의외라 생각했으나 이미 이 일에 가담하였고 적더라도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이라 그런 듯 보였다.
“…내가 데려갈게.”
“어? 그래도 괜찮겠어?”
“부모님이 4층에 있다는 게 거짓말일 수도 있잖아.”
“예에에?! 거짓말이라뇨?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제가 하겠어요?!”
“가자, 형.”
갈색 망토를 질질 끌며 4층으로 내려가는 내내 저 입은 쉴 줄을 몰랐다.
“아뇨, 제가 돈이 좀 급해서 페이가 센 거로 알아보니까 이곳이더라고요! 저는 막 막노동, 이런 거일 줄 알았는데 세상에 사이비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진짜 세상이 무서워서! 사이비들은 뭐가 당당하다고 이렇게 활개를 치는 건지! 아, 아! 계단에서는 걸어가면 안 될까요? 엉덩이 찧는 게 너무 아픈데.”
…등급이 낮더라도 헌터의 몸이라 그다지 아프진 않을 테다.
“싫어요? 그럼 네, 뭐, 받아들이죠. 아니, 그래도 제가 이 알바 저 알바 다 해 본 사람인데 아무래도 수상한 거예요. 하루 일하는 건데 돈을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건지! 근데 막상 여기 와 보니까 무슨 연극 같은 거라면서 갈색 망토를 주더라고요? 아, 애들 놀아 주는 거라 힘이 들어서 그렇게 페이가 쎈 거구나! 이 생각을 했는데, 아니, 세상에, 사이비일 줄은!”
4층으로 내려오니 역시나 아까와 다를 바 없었다. 숨겨진 문이라도 있나 싶어 액자 뒤도 보고 책상을 넘어뜨려 보기도 해 보았으나 역시나 존재하는 건 없었다.
조용히 시끄러운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은 흠칫 놀라며 횡설수설 말을 이어 갔다.
“아니, 저도 4층이라고만 들었지 잘은 몰라요! 저 같은 알바생한테 뭘 알려 주겠느냐고요! 아까 봤죠? 저 죽이려 하는 그 표정! 저는 진짜 이 사이비랑은 연관이 없는 선량하고 불쌍한 사람이에요!”
“형 능력 써도 못 찾겠어?”
“사방이 아이템투성이라 어려워.”
“거짓말인가.”
“아뇨아뇨아뇨! 저는 그냥 그렇게 들은 것뿐이에요! 4층에 숨겨 뒀다 이 소리밖에 못 들었어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요!”
“사람을 숨겨 놓을 만한 곳이 전혀 없는데도?”
“누가 숨기는 걸 티 나는 곳에 숨겨요! 의외로 멍청하시네!”
“…….”
“으아아악! 죄송해요! 죄송해요! 멋대로 말해서 죄송해요! 제가,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무슨 수로.”
“제 능력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축적한 불행의 크기에 따라 운이 따르는 거예요! 사이비에게 속아 일하러 왔으니까 아마 지금쯤 운이 잔뜩 쌓였을 거예요!”
“조종이 가능한 건가?”
“…아뇨! 제 능력이 워낙 자유분방해서! 하하……. 하지만 반드시 해낼 겁니다! 죽기는 싫으니까요!”
죽인다고 한 적 없는데.
녀석이 다리를 움직여 일어났다. 그러곤 내게 잡힌 채 총총 4층을 배회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는 것이 고스란히 보였다.
“어어……. 하하. 아까 말했죠? 자유분방한 능력이라고! 이러다가 분명 제게 운을 가져다줄― 억!”
쿵. 녀석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의자에 걸려 그대로 벽에 머리를 찧었다. 죽었나 싶을 정도로 미동 없이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리더니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흐아아악! 내 머리! 아이고! 나 죽네! 으아아!”
데굴데굴 구르던 놈이 이번에는 부서진 책상에 정강이를 찧었다. 녀석은 온몸을 바르르 떨더니 큰 비명을 내질렀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게 아니라 고생 끝에 고생이 오는 것 같은데.
‘글렀네.’
데굴데굴 구르던 고생 끝에 고생이 오는 녀석이 비틀거리며 벽을 짚고 일어났다. 그 순간 쑤욱, 녀석이 짚었던 벽이 안으로 들어갔다.
“우아악! 이게 뭐야!”
텅! 있는지도 몰랐던 천장의 문이 떨어지듯 열렸다.
뜬금없는 곳에 문이 생겨서 잠시 그 광경을 보다가 고생 끝에 고생이 오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이 자식이 더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놈은 쩍 벌린 입의 입꼬리를 올리더니 크게 웃었다.
“하. 하하! 이것 봐요! 제 말 맞죠? 내가 맞았어! 와아아아! 어서 들어가요, 어서! 분명, 제 운에 따르면 댁들 부모님이 계실 거야!”
형이 다리를 움직여 열린 천장으로 들어갔다가 곧장 나왔다. 다만 들어갈 때와 달리, 양 옆구리에 부모님을 끼운 채로.
“역시 나야! 아직 죽지 않았어! 하, 이 멋쟁이!”
“상태는 괜찮아 보여?”
“그냥 잠든 것 같아.”
“승현 헌터한테 전화할게. 여기 건물도 처리해야 하니까.”
“처리요? 그럼 저는요? 저는 가 봐도 되죠? 저는 잘못 없는데! 이것도 도와줬는데!”
“…공격했잖아요. 결국, 가담했고.”
“이것들이 사람을 납치한 줄 알았겠어요, 제가?! 그리고 공격은 뒤에 있던 놈이 안 하면 죽여 버린다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요! 애초에 공격 능력도 없는데 댁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겠냐고요! 아아! 도와줘요! 빨간 줄 싫어! 벌금 싫어! 감옥 싫어!”
놈은 이번엔 철없는 어린애처럼 바닥을 구르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든 말든.
“그 조잘거리는 입 잘 털면 아마 조사 후 마땅한 벌을 내릴 겁니다.”
“최소한 내가 댁들을 도와줬다고 진술해 줘요! 진술해 달라고! 도와줬잖아요! 이런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아! 난 열심히 산 장남이란 말이에요! 토끼 같은 동생들이 있단 말이야! 아… 내 새끼들 보고 싶다. 아… 어쩌다 이딴 일에 휘말려서.”
그 모습을 조용히 보던 형이 말했다.
“…내가 상황 진술할 테니까 지언이 넌 부모님 지켜보고 있어.”
“같이 하는 게 낫지 않아?”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진술이라는 말은, 저의 협조 내용도 포함해 주시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전부 말할 겁니다.”
“와아아! 살았다, 살았어! 나는 빨간 줄 아니다! 아니라고, 이 머저리 같은 사이비들아! 하하하하!”
오,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인데. 벌써 희망을 품다니.
‘…하기야. 죄를 완전히 면하긴 힘들어도 처벌의 강도는 약해지겠지. 무엇보다 피해자인 형이 말해 준다니까.’
승현 헌터에게 위치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협회와 구급차가 대동됐다. 한밤중에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으니 당연히 뉴스에도 소식이 퍼져 나갔고.
지화연 씨는 이 틈을 노려 나에 대한 여론을 돌렸다. 부모님 납치. 여론 조작. 가해자가 된 피해자. 이 얼마나 멋진 스토리냐.
우리 쪽에서 이렇게 여론을 돌릴 동안, 사이비는 지독하게 잠잠했다. 마치 모든 게 끝났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