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나와 유아한 씨가 게이트에 가까워질수록 유주한이 자세히 보였는데, 표정이 영 좋아 보이진 않았다. 유아한 씨의 얼굴을 보고 당혹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로 보아 아마…….
“유아한 씨. 혹시 주한이가 유아한 씨와 합류해 던전을 돈다는 걸 모르고 있는 상태라거나… 뭐 그런 건 아니죠?”
“정확한데요?”
“…왜 말 안 한 건가요.”
“말하면 싫다고 안 올까 봐 그랬죠.”
“시민들의 안위가 결정되는 사안인데 안 올 리가 있겠냐고요.”
“혹시 모르죠? 지언이 형은 강하니까 나 하나 없어도 될 거야! 이럴지도.”
“주한이는 본인이 맡은 일은 잘해요.”
“그렇구나.”
영혼 없는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유주한에게 다가갔다. 유주한은 다가오는 우리를 보다가 잽싸게 내 옆으로 숨듯이 붙었다.
“빨리 끝내요, 이렇게 된 거.”
어느새 협회 사람과 얘기하고 있던 유아한 씨가 돌아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돌면 돼요.”
유아한 씨의 말에 유주한이 앞장서 게이트로 향했다.
“빨리 가요.”
이끌리듯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마을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몬스터가 중간중간 보이고, 다 쓰러질 것 같은 나무판자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었다.
“다 죽이면 되겠죠.”
그러고 낫을 드는데, 유주한이 옆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요?”
느릿느릿 움직이는 몬스터들은 우리를 바라보기만 할 뿐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방심할 순 없으니 계속해서 예의 주시 하고 있자 어느 몬스터가 양팔을 번쩍 들었다.
곧이어 다른 몬스터들도 마찬가지로 양팔을 번쩍 들더니 이제는 몸을 수그려 넙죽 절까지 했다. 우리를 향해서 말이다.
바짝 긴장한 유주한이 황급히 물었다.
“이, 이게 뭐예요? 주술? 아니면 농락?”
“…둘 다 아닌 거 같은데.”
누가 봐도 숭배하는 꼴 아닌가.
유아한 씨가 넙죽 엎드린 몬스터를 제쳐 지나갔다.
“이러나저러나 몬스터이니 그냥 지나가죠. 또 다른 세상이건 몬스터에게 자아가 있건 저희에게 이득이 되는 건 없잖아요. 결국 저희 세상을 침략하려는 건 변함없는데.”
“그렇긴… 하죠?”
그러나 유아한 씨의 말대로 되지는 못했다. 몬스터들이 지나가는 유아한 씨의 발목을 잡고 대롱 매달렸으니까.
유아한 씨는 태평하게 다리를 휘둘러 몬스터를 떨어뜨린 후에, 그대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몬스터는 너무나 손쉽게 처리되었다.
“가죠.”
태평한 유아한 씨의 등 뒤를 따라 이동하려니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유주한이겠거니 싶어 뒤로 돌자, 역시나 당황스러워하는 유주한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 그… 이거.”
유아한 씨와 똑같이, 유주한의 발목에도 몬스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익숙한 상황인데.’
그 왜, 꼭 검은 탑에서 승현 헌터에게만 몬스터가 몰렸을 때처럼 말이다. 이번 몬스터들은 내게 겁을 먹지는 않았지만, 퍽 비슷한 상황 아닌가.
‘리플 길드 사람들은 몬스터한테 사랑받는 뭔가 있나?’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생각이었다.
유주한이 어찌할 줄 몰라 하며 허둥지둥하는 사이 유아한 씨가 그 광경을 빤히 쳐다보다 성큼 다가왔다. 그러곤 유주한의 다리에 붙어 있던 몬스터들을 우악스럽게 붙잡고는 그대로 으깨 버렸다. 몬스터들은 유아한 씨의 손 모양 그대로 짓눌려 괴상한 모습이 되었다.
“빨리 가죠.”
유아한 씨가 휙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유주한에게 가자고 조용히 재촉했다. 유주한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말없이 내 등 뒤에 붙어 걷기 시작했다.
서로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던전 안을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을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뒤로 돌아 마을 바깥에서 본 마을의 풍경은 안쪽에서 볼 때보다 더욱 삭막했다. 마을을 보호하는 담벼락의 모습이 함께 보여서 더욱 그런 건가. 꼭 재해가 찾아온 이후의 땅 같기도 했다.
‘이건 뭐지.’
마을을 보고 난 이후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니 웬 돌덩어리가 마을 입구 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아니, 돌덩이가 아닌가? 조각을 한 흔적이 좀 있네.’
다만 굳이 빤히 볼 생각은 없어 곧장 고개를 틀고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이번엔 유아한 씨가 돌덩이를 보고 있었다.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으세요?”
“아뇨, 뭐. 그냥 쳐다보시길래 쳐다봤어요.”
그러곤 유아한 씨는 다시 말없이 앞장서 걸었다.
S급 던전치고는 무척이나 조용한 허허벌판을 계속해서 걷자, 어느 순간 밟히는 잔디의 감촉이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려 잔디의 상태를 확인했다. 뒤쪽의 메마른 잔디에 비해 지금 밟히는 잔디는 양분을 가득 머금어 푸르렀다. 그리고 동시에.
쾅!
“이제야 던전 같네요.”
유아한 씨가 달려든 몬스터를 천을 조종해 막아 냈다. 천과 엮여 행동이 멈춰진 몬스터는 한껏 발버둥을 치다가 천이 조여 옴과 동시에 그대로 찌부러졌다.
‘저쪽이 어찌 보면 안전지대네, 그럼.’
하기야, 몬스터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비옥한 땅에 사는 건 당연한 거다. 저 척박한 땅에 살던 것들은… 싸울 의욕도 없던 거 보아 곧 죽을 것들 아니었을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살기 힘들 터니까. 우리도 먹을 거 없으면 죽는 건 같으니까. 어차피 이제 우리의 손에 죽게 되겠지만.
쾅. 쾅. 우리는 나아가는 길마다 흔적을 남기듯 몬스터를 처리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몬스터들은 꿋꿋이 우리를 향해 돌진해 왔다.
‘…B급 몬스터인데?’
아무리 바뀐 던전이라 한들 통계에 따르면 보통 S급 던전에 A급 미만의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한데 이번 던전은 아니었다. B급 몬스터가 우리 앞을 막고, C급이 뒤에서 저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따라 우리를 공격해 왔다.
한바탕 몬스터를 처리하고 더 달려오는 몬스터가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유주한이 물었다.
“S급 던전 맞아요? 잘못 측정한 거 아녜요?”
“…보통 그럴 리는 없어.”
“그럼 왜 이런 몬스터들만 나와요? A급 던전 도는 거 같은데.”
A급 던전이라고 해서 S급들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A급 4인 이상은 필요한 던전이라도 S급이 좀 많이 노력하면 홀로 클리어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쉬운 것은 맞는다만, 이 역시 힘이 든다.
다만 S급 던전은 차원이 달랐다. S급들 역시 엄호가 필요하니까. S급 두 명이서도 공략에 꽤 많은 힘이 드는 게 S급 던전이다.
그런 S급 던전에 세 명이 왔으니 힘이 덜 드는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까지 쉬울 리는 없었다.
“이렇게 된 거 빨리 돌고 나가요. 여기 왠지 기분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난 그런 기분을 느낀 적 없는데?
“그냥 뭐랄까……. 어……. 다리가 풀린다?”
“세뇌 능력이라도 지역에 깔려 있나?”
“아뇨, 아뇨.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뭔가 그냥 처음 느껴 보는 느낌이에요. 잘 모르겠어요. 형은 아무것도 안 느껴지세요?”
“안 느껴지니까 공감을 못 하지?”
“이상하다…….”
유주한이 제 머리를 긁적이며 다리를 풀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유아한 씨를 바라보았다.
“유아한 씨는 뭐 느껴지세요?”
“…글쎄요.”
“아무것도 안 느껴지시죠? 그러면 주한이의 문양 능력 감각 같은데. 앞에 뭐가 있나 봐요.”
“앞이라면, 저기요?”
그러며 유아한 씨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절벽이 위치해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음에도 거대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크기였다.
“아무래도 저기에 뭐가 있는 것 같네요. 가장 눈에 띄고.”
“그럼 슬슬 가죠.”
유아한 씨가 가볍게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표정은 들어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걸어 이동하던 중, 유주한이 귀를 쫑긋 움직였다.
“…엉?”
“왜?”
“아뇨, 뭔가… 진짜 기분이 이상한데.”
“유주한,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어.”
“아니,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진짜 둘 다 이 느낌 안 느껴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주한이 머리를 감싸며 무언갈 골똘히 생각했다.
“진짜 이게 무슨 느낌이지? 뭔가 알 듯 말 듯 한데. 근데 기분 나쁜 그런 건 아니에요.”
“스무고개야?”
“스무고개를 해서라도 지금 이 느낌이 뭔지 알고 싶네요.”
“일단 움직이는 게 먼저야.”
“저도 아는데, 저 절벽이랑 가까워질수록 이 느낌이 강해져서, 궁금증이 커져……. 어?”
유주한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귀가 쫑긋 세워져 내려갈 줄을 몰랐다. 유주한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니 절벽 아래, 동굴이 보였다. 동굴은 절벽의 크기만큼 거대했다. 콜로세움의 지름이 이 정도가 아닐까.
유아한 씨가 동굴 벽면을 매만졌다.
“튼튼하네요. 일부러 무너뜨리려 하지 않는 이상은 안 무너질 거 같은데요.”
“그건 보통 건물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건 그렇죠. 들어가죠. 아무래도 여기 같은데.”
“네……. 주한아?”
“…….”
유주한은 아까와 같은 자세로 멍하니 동굴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쪽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데, 뭘 저렇게 보는 거지?
“주한아? 괜찮아?”
“어… 아뇨.”
곧이어 유주한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귀를 바짝 내리며 양 팔뚝을 손으로 비볐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모양이었다.
“어우우우. 이상해요. 이번엔 확실해요. 진짜 기분 나쁜 감각이에요.”
“아까는 기분 나쁜 건 아니라 하지 않았어?”
“근데 가까이 오니까 확 달라졌어요. 여기에 보스가 있나 봐요.”
“그럼 빨리 들어가죠.”
유아한 씨가 그러곤 휙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 저렇게 던전을 도셨었나?’
저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안 가요?”
“가요. 가자, 주한아.”
“네…….”
유주한이 동굴 안을 샅샅이 둘러보며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별거 없는데?
‘아니, 너무 조용한 거 같기도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오히려 더 스산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앞장서 걸으며 손끝으로 동굴의 벽면을 두드리듯 매만지던 유아한 씨가 말했다.
“조용하네요. 슬슬 몬스터가 나올 법도 한데. 몬스터가 살기 딱 좋기도 하고.”
“뭐, 몬스터들의 습성은 알다가도 모르겠으니까요.”
“…아니면 보스 몬스터가 있어서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도망간 걸 수도 있죠.”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요. 이런 한정된 공간에서 싸우면 저희 다 매몰돼요.”
“저희가 얌전해도 보스 몬스터가 날뛰면 무너질 수 있는 거죠.”
“어찌 됐건 무너진다는 선택지밖에는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섬뜩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