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기습을 할 법도 한데 하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여기를 주름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아마 높은 확률로 최종 보스겠지.
얼마나 걸었을까. 쿠르릉. 동굴 안이 옅게 진동했다. 곧이어.
―크르릉…….
짐승의 소리가 동굴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유주한이 몸을 부르르 떨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에겐 그저 들어왔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던전 그대로인데, 유주한에겐 또 다른 기분 나쁜 무언가가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겁먹은 듯한 느낌은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 하나.
사방에 울려 퍼지던 짐승 소리가 끝나자 유아한 씨가 말했다.
“거의 다 온 모양이네요.”
유아한 씨의 말대로, 거대한 문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문을 열 장치를 찾아야 하는 걸까 싶었으나,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으니까.
‘딱 우리가 들어갈 정도로만 열려 있네.’
거대한 문만 놓고 보면 그저 덜 닫은 것같이 보였으나 우리에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틈이었다.
유아한 씨가 문 상태를 적당히 훑어본 후에 말했다.
“결계 같은 건 없네요. 그냥 문이에요.”
“S급 던전치고는 뭔가 허망하네요.”
“다행이죠. 다치지 않고 멀쩡히 클리어할 수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죠.”
“안쪽에 뭐가 있는 건 확실해요.”
유주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문을 바라보았다. 최종 보스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넓은 동굴에 아무것도 없는 걸까.
‘그리고 유주한이 느끼는 기분 나쁜 감각은 도대체 뭐 때문인지.’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에 필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
우리는 슬금슬금 문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내가 안쪽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화르륵! 아무것도 없는 동굴 벽면에서 마치 양초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푸른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양새가 꼭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길이 더 나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곡선으로 휜 동굴 안쪽에 있는 짐승의 숨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였으니.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크르릉거리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동굴 안을 메웠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소리처럼도 들렸다.
‘뭐, 근데 어쩌겠어.’
우리는 다가가서 저 짐승 소리를 내는 존재를 죽이고, 게이트를 없애야 하는데.
‘게이트가 생겨난 걸 탓해라.’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 유아한 씨가 성큼 앞으로 향했다. 나는 아까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나아가는 유아한 씨를 곧장 뒤따라가며 말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가도 괜찮은 건가요?”
“…어차피 몬스터인 건 똑같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일단은 S급 던전 보스잖아요. 주한이도 있고…….”
“쟤도 눈치껏 알아서 잘하겠죠.”
“…….”
확실하다. 유아한 씨가 뭔가 이상하다.
‘막무가내도 정도가 있지.’
유아한 씨는 그 정도를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유아한 씨는 그런 사람인데, 오늘따라 유독 상태가 이상했다. 아니, 이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인가?
보통 때 같았으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유주한에게 뒤로 가 있으라고 말이라도 할 사람인데, 지금은 아예 투명 인간 취급 하는 것으로 보였다. 꼭 무언가에 몰두하여,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하는 사람처럼.
턱. 유아한 씨가 계속해서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휘어진 벽이 끝날 무렵, 가까운 거리의 어둠 안. 무언가가 보였다. 동굴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짐승이 눈을 부릅뜨고 제 앞에 나타난 우리를 바라보았다.
“저래서 제가 기분이 나쁜 걸까요?”
유주한의 말은 간단했다.
나는 눈앞에서 우리를 보며 이를 내미는 짐승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검은 털과 푸른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가 얼굴에 달린 수십 개의 푸른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족인가?’
문양은 몬스터의 힘이니까. 유주한이 저 몬스터의 동족이라면… 그러면 보통 기분 나쁜 게 아니라 고향에 온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 동족 혐오? 아니 그러기에는 처음에 편안한 기분이 든다하지 않았나.
으르릉거리는 소리에 곧장 고개를 돌리자, 유아한 씨가 몬스터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유아한 씨?”
몬스터가 당장 공격할 기세는 아니라 굳이 말리진 않았지만, 당최 왜 저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공격할 거였으면 곧장 뛰어나가 공격했지, 저렇게 걷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공격할 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다가갈 리도 없는데?
―크르르.
늑대가 몸을 낮게 움츠렸다. 그러곤 쭉, 뒤로 몸을 빼 곧 공격할 것같이 유아한 씨를 노려보았다.
수십 개의 푸른 눈이 전부 유아한 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유아한 씨도 그것을 보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더 갔다간 위험해질 것 같아 유주한을 내버려 두고 유아한 씨에게 다가간 찰나.
―우우우!
늑대가 울부짖음과 동시에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유아한 씨를 바라보았다. 유아한 씨는 머리카락이 다 휘날려 목덜미의 문양이 드러나는 순간까지도 자리를 꿋꿋이 지켜 늑대의 앞에 서 있었다.
서서히 바람이 멎고, 늑대가 침을 뚝뚝 흘리며 이를 갈았다. 곧이어 퉁! 퉁! 늑대의 주변으로 푸른 불이 생겨나며 공격 바로 직전의 모습을 보였다.
‘진짜 위험하겠는데.’
여전히 가만히 서 있는 유아한 씨의 모습에 곧장 달려가려던 그때, 유주한이 뒤에서 외쳤다.
“저건 도대체 뭐야!”
그러곤 늑대로 변하기 바로 직전의 모습으로 제 머리를 감싸고는 황당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본인이랑 너무 똑같아서 그런 건가?’
푸른 불의 늑대. 유주한과 판박이였다. 필시 동족일 터.
―크어어!
늑대가 입을 크게 벌리며 유아한 씨를 공격하려 들었다. 그 모습에 나는 황급히 다리를 움직였다. 유아한 씨는 늑대가 저러면 곧장 도망칠 것이지, 어째서인지 조금 전보다 어깨가 더 축 늘어진 채로 서 있었다. 설마 세뇌 같은 걸 당한 건 아니겠지?
내가 유아한 씨의 곁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유아한 씨가 오른쪽 다리를 뒤로 물렸다가, 그대로 앞으로 향해 늑대의 턱을 강타했다.
“…유아한 씨?”
“왜 불러요.”
“도대체 왜 그렇게 서 계셨던 거예요?”
“그냥… 봤어요. 왜요?”
“그냥 봤다기에는 너무 이상하셨는데요.”
“그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에요.”
“도대체 그런 게 뭔데요?”
“저의 여린 마음이죠.”
“…….”
“농담한 거 가지고 정색은. 그래도 저 정말 여려요.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사람인걸요?”
“사람은 원래 울어요.”
“이래서 감수성 없는 사람이랑은 대화하는 거 아닌데.”
“유아한 씨가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진짜 한마디도 지려고 하질 않으시네요. 이럴 때는 그냥 좀 넘어가 줘요.”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이상한 행동이었으니까요.”
유아한 씨가 작은 웃음으로 대답을 넘어갔다. 그러곤 공격해 오는 늑대를 향해 한 번 더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늑대가 이를 반격해 유아한 씨의 몸을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공격하려 낫을 휘둘렀으나 늑대의 단단한 이빨에 막혀 뒤로 밀려났다.
‘…이상하다.’
다시 한번 공격했고, 손쉽게 막혔다.
늑대는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강했다. 간혹 본인의 힘을 숨길 수 있는 몬스터가 있기는 해도, 이렇게 가까이 있고 싸우고 있으면 강하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지금은 내가 당최 살아 있는 생물과 싸우는 것인지 의심이 갔다.
그리고 그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고.
‘…발이 반투명한데.’
그뿐만 아니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몸 전체가 반투명했다. 그런데 저쪽 공격은 우리에게 잘 통했고, 우리 공격도 저쪽에게 잘 통했다.
‘…몸이 반투명해도 공격이 통할 수 있긴 하지.’
별다른 느낌이 안 드는 건 그냥 그런 몬스터라서 그런 거겠지. 너무 과민 반응 하는 거다.
크르르. 뒤쪽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안 봐도 유주한일 터였다.
쿵! 유주한이 제 몸의 두 배 가까이 거대한 늑대에게 달려들어 몸통을 물었다. 곧이어 퍼버벙! 유주한이 능력을 사용해 늑대의 몸통에서 폭발에 가까운 푸른 불이 일어났다. 몬스터 역시 질세라 능력을 사용하며 유주한을 공격했다.
유아한 씨가 위로 뛰어들어 머리를 강타하려는 순간, 몬스터가 곧장 고개를 들어 입을 벌렸다. 유아한 씨는 천을 이용해 늑대의 입을 조여 닫히게 하고 그대로 주먹을 후려쳐 주둥이를 강타했다.
―크르르.
늑대가 타격을 입은 듯 눈과 입을 구겼다. 그러다 유아한 씨를 향해 발을 휘두르자, 애꿎은 벽에 타격이 가 동굴에 불안한 진동이 울렸다.
“빨리 끝내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아한 씨는 꽤 버거워 보였다. 온몸에 강철을 두른 듯 단단한 피부에, 비교적 약할 입 안으로 공격을 하려 해도 불을 쏴 버려 차단해 버리니. S급 던전의 값을 혼자 하려는 건지.
그렇게 또다시 공격이 이어지고, 동굴이 불안불안하게 진동하는 것도 잠시. 나는 이상한 느낌에 뒤로 물러났다.
‘…왜.’
나는 유아한 씨와 유주한이 몬스터와 싸우는 광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곤 능력을 사용해 몬스터에게 별을 쏘았다. 몬스터가 맞은 부위를 훌훌 털고 다시 두 사람을 공격했다.
‘왜 나를 안 노리지?’
몬스터는 내 공격을 막을 뿐, 공격하려 들진 않았다. 우연이라 하기엔 몇십 번이나 그러했고.
“두 분 다 뒤로 오세요!”
내 말을 들은 유아한 씨와 유주한이 마지막 공격 한 방씩을 날리곤 내 뒤로 뛰어넘어 왔다.
늑대 역시 마찬가지로 두 사람을 따라 동굴을 쿵쿵 걸으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불쑥 뛰어올라 그대로 우리의 바로 위까지 날아들었다. 착지 직전, 두 사람은 뒤로 빠져 늑대의 몸을 피해 냈으나,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형?!”
곧이어, 늑대의 몸이 내 몸 위로 떨어졌다.